[삿 8:1]
에브라임 사람들이 기드온에게 이르되 네가 미디안과 싸우러 갈때에 우리를 부르지 아니하였으니 우리를 이같이 대접함은 어찜이뇨 하고 크게 다투는지라...."
에브라임 사람들 - 이들은 이스라엘 12지파 중 가장 불평 불만이 많은 지파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여호수아 당시 므낫세 지파와 더불어 자기들이 기업으로 받은 영토가 다른 지파에 비해 좁다고 불평했던 적이 있다. 또한 훗날에도 그들은 본절에서 기드온에게 했던 것과 같은 말을 사사 입다에게도 하면서 다투었던 적이 있다.
이러한 저들의 소위는 거의 고질적이었는데 훗날 이스라엘 왕국을 분절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여로보암 역시 이 에브라임 사람이다. 우리를 이같이 대접함이 어쩜이뇨 - 미디안 연합군과의 전쟁에 빠진 지파는 비단 에브라임 한지파 뿐만 아니라 여러 지파들이 었다. 더군다나 에브라임 지파는 전쟁 말기에서나마 참전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에브라임 사람들이 기드온에게 이러한 말로 비난한 것은 이스라엘 전체 지파 중에서 자신들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기드온이 에브라임 사람들을 높여 주면서 그들의 노를 풀었던 사실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삿 8:2]"기드온이 그들에게 이르되 나의 이제 행한 일이 너희의 한 것에 비교되겠느냐 에브라임의 끝물 포도가 아비에셀의 맏물 포도보다 낫지 아니하냐..."
나의 이제 행한 일이...비교되겠느냐 - 이 대답에서 기드온의 성품이 드러난다. 그는 겸손하고 온유하여 명예와 영광에 마음을 두지 않았다. 그의 분별력은 뛰어나 에브라임 사람들의 불평으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내부의 분열위험을 감지하고 지혜롭게 예방책을 강구하였다. 에브라임의 끝물 포도가...낫지 아니하냐 - '끝물 포도'는 '맏물 포도'를 거둔 후 남은 포도를 의미한다..
때문에 본절을 '에브라임의 포도찌꺼기가 아비에셀의 수확한 포도보다 낫지 아니하냐'로 번역하였다. 여기서 '포도 찌꺼기'즉 '끝물 포도'는 '맏물 포도'보다 맛이 시고 질도 훨씬 뒤떨어진다. 그런데도 기드온이 에브라임 산지의 '끝물 포도'가 자기 고향에서 생산되는 '맏물 포도'보다 훨씬 좋다고 말한 것은 미디안과의 전투에서 기드온 집안 사람들인 아비에셀이
처음부터 끝까지 세운 공로보다 전쟁의 막바지에 참여한 에브라임 지파의 공로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물론 에브라임 사람들은 미디안의 두 방백을 죽였을 뿐 아니라 적들의 퇴로를 차단하는 등 큰 역할을 하였음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리 낮게 평가하여도 싸움의 전과정을 주도했던 기드온과 그의 소속 가문의 업적은 에브라임 지파의 것에 비해 뛰어났으면 뛰어났지 뒤떨어질리 없다.
그런데도 기드온이 이처럼 겸허한 태도를 취한 것은 하나님께 대한 그의 신앙심 때문이었다. 즉 그는 이 일로 인해 이스라엘 지파들간에 분열이 생기는 것은 원하지 않았었다. 그러므로 그는 반목보다는 화평을 추구하고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신앙의 정도에 자신을 승복시켰던 것이다.
[삿 8:3] "하나님이 미디안 방백 오렙과 스엡을 너희 손에 붙이셨으니 나의 한 일이 어찌 능히 너희의 한 것에 비교되겠느냐 기드온이 이 말을 하매 그들의 노가 풀리니라..."
하나님이...오렙과 스엡을 너희 손에 붙이셨으니 - 미디안 연합군이 기드온의 군대에게 쫓겨 도망갈 때 요단 나루터에서 그 길목을 지키고 있던 에브라임 지파가 미디안의 두 방백 오렙과 스엡을 사로잡아 죽인 사건을 가리킨다. . 그런데 기드온이 이 사건에 대하여 '하나님이...너희 손에 붙이셨으니'라고 한 것은 곧 '하나님께서 너희로 하여금 그토록 명예로운 일을 하게 하시지 않았느냐? 는
일종의 반문이다. 나의 한 일이 어찌...비교되겠느냐 - 즉 하나님께서 에브라임 지파로 하여금 미디안 두 방백을 죽이는 명예로운 전과(戰果)를 올리게 하신 이상, 그밖에 기드온 자신이 행한 모든 일들은 그 같은 영광에 비하면 하찮은 것들에 블과하다는 말이다. 이 말을 하매 그들의 노가 풀리니라 -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
는 교훈이 꼭 들어맞은 경우이다. 만일 기드온이 자신의 지도자적 권위에 도전해 온 에브라임 지파를 용납치 아니하고 또한 저들의 시비를 공박하려고만 들었다면 이처럼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기드온은 그러지 아니하고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길 줄 아는 지혜롭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삿 8:4] "기드온과 그 좇은 자 삼백명이 요단에 이르러 건너고 비록 피곤 하나 따르며..."
기드온과 그 좇은 자 삼백명이...피곤하나 - 사실 이들은 '모레 산 앞 골짜기', 즉 이스르엘 골짜기에서부터 적과 싸우며 요단 나루턱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쉬지 않고 적군을 추격하였으니 매우 지쳐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이는 기드온이 자신과 병사들을 위하여 채면 불구하고 숙곳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요청한 사실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따르며 - 기드온과 그의 정예병 삼백 인은 비록 피곤하고 지쳤으나 끝까지 적을 추격했다. 이들이야말로 충실한 정병이며, 최후까지 긴장하여 희생적 봉사에 참여한 순교적 투사들이었다. 승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잠시 출전하여 다행히 두 적장을 죽인 공로를 내세워 이익과 명예를 얻으려 했던 에브라임 사람들과는 그유가 다른 충성이었다.
애굽의 모든 영화와 부귀를 포기하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능욕을 받고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당하기를 더 원했던 모세의 신앙과 가히 비견될 만하다.
[삿 8:5]"그가 숙곳 사람들에게 이르되 나의 종자가 피곤하여 하니 청컨대 그들에게 떡덩이를 주라 나는 미디안 두 왕 세바와 살문나를 따르노라..."
숙곳 사람들 - '숙곳'은 요단 동편의 갓 지파가 기업으로 차지한 성읍이다. 이곳은 얍복 강에서 북쪽으로 약 16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였다. 그런데 본절에서 '숙곳 사람들'이란 그곳에 거하는 이스라엘 거민인지 가나안 원주민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런데 기드온이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에게 스스럼없이 떡덩이를 요구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그 거민은 갓 자손들일 것이다.
나는 미디안 두 왕 세바와 살문나를 따르노라 - 본절에는 '세바'와 '살문나' 두사람이 모두 미디안 왕인 것으로 언급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은 각기 '미디안'과 '아말렉' 그리고 '동방 사람'의 왕 중 어느 한 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미디안 두 왕'이라 칭한 까닭은 아마 미디안, 아말렉, 동방 사람이 연합하여 미디안 연합군을 이루었기 때문인 듯하다 .
즉 세바와 살문나는 미디안 연합군의 두왕이었던 것이다. 한편 이 두 왕은 '오렙'과 '스엡'이 에브라임 사람들과 싸우는 중에 요단 강을 건너 도망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