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이라는 말에서는 왜 종이 타는 냄새가 묻어나는지
박완호
선정릉 담장을 따라 걷고 있을 때였다 엄마 아빠의 손그네를 타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지워지려는 골목 안쪽, 여
긴 분명 천국이든지 아니면 지옥일 거야*, 누군가의 휘파람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쪽엔 아버지 동쪽엔 어머니, 언덕배기 무덤이 바라보이는 정릉 정자각 옆에는 예감이라는 이름의 모난 돌 웅덩
이가 있지
엄마 아빠 제삿날이면 울먹울먹 누이와 이름 쓰인 종이를 태워 날리던 곳, 달 없는 밤에도 마냥 반짝거리던 항아리
빛 무늬들, 아무 예감 없이
가도 가도 안 닿는
먼 지척에서 불쑥불쑥 고개 내미는
당신은, 동서 나뉘지 않은 무덤 속 작은 방에 나란히 누운 엄마인지 아빠인지
낯익은 느낌에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데 어떤 예감이라야 누구라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을까 백곡 저수지 아흔아홉
에 끼지 못하고 가장자리 흙살만 건드려대는 물 손가락 같은
수백 수천 날 꿈꿔 온 시의 글자 하나 못 건지는 나의 예감은 더 어눌해지는데
늙은 능지기의 잔기침 같은 휘파람 소리가 담장 안 마른 웅덩이를 휘돌 때, 저만치
언덕배기를 돌아온 사람이 건널목에 그림자를 세워둔 채 어딘가로 멀어지고 있었다
* <Hotel California>(Eagles) 노랫말에서
- 웹진《님》 2026년 8월호
박완호
1991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문득 세상 전부가 되는 누군가처럼』 『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
『기억을 만난 적 있나요』『너무 많은 당신』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