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규시모음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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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을 장미
최인규
꽃향기가 온 천지를 에워싼다.
누구를 부르는 향기일까
무더운 날씨를
무던히 견뎌오며
활짝 피고 또
향기까지 지녔으니
누구든 장미 향기 쪽으로
발걸음을 놓을 것이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좌산초 친구들이
가을 장미 아래 모였다.
시월의 끝자락에
향기 한 발채 더 얹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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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길
최인규
비단길도
꽃길도 좋다지만
지금 나는 숨 쉴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통로를 지나가는 바람에
묻혀있던 것들을
무심한 척 실려 보내고 싶다.
물이 가득 담겨 있으면
더 담을 수 없는 그릇처럼
나는 이제 버려야 할 때를 지나고 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생은 비우는 일에
평생을 종사하는 것 같다.
다시 채울 수 있어도 좋고
그대로 비어있어도 좋다.
비우는 마음이야말로
여유와 용서와 배려를
들어 앉히는 일
거기서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
거기서부터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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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꽃과 이슬
최인규
어두움이 내리는 밤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품안에 스며오는 너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의 달콤한 마약이다.
어둠이 물러나고
동녘이 밝아오면
너의 영롱한 자태에 매료된
오늘 하루는
빛나고 화사할 것이다.
내 온몸이
아침의 달콤함과 저녁의 은밀함을
기억하고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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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눈을 감고
최인규
지긋이 생각해본다.
생각은 무엇을 생각하는 걸까
이정표 없는 바다 한가운데서
꽃답게 져버린 청춘을 생각할까
할미꽃 같은 생의 굴레를 생각할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절망과 친해진다는 것일까
생의 노상에 펼쳐 놓았던
좌판을 정리하는 손목이 시리다
마무리는 또 다른 시작이어서
다음 생의 손목은 또 얼마나 시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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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비가 오는 날엔
최인규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 어때라고 말을 합니다.
빈말 같지만
내 마음은 내리는 비처럼
우울하다는 표현일 것입니다.
비 오는 날엔
첫사랑에 추억도 떠올려보고
암울했던 지난 시간도
곱씹어 보는 날이기도 할 것입니다.
비는 마음을
울적하게 하는
마법 같은 존재일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엔
음악과 함께
진한 커피 한 잔에 여유를
가져 보는 삶도 좋을 듯합니다.
비가 오면 오는 데로
바람이 불면 부는 데로
같이 공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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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빛 나는 별 하나
최인규
남 몰래 숨겨두고
혼자만 바라보는 별은
유난히도 밝다.
사연을 품은 별들이
서로 유성처럼 빛날 때
숨겨두고 아껴보는 별은
더 밝게 빛난다.
나만의 별이 홀연히 사라지고
어둠이 짙은 어느 날
마음 졸이며 하늘바라기를 한다.
별은 내게 꿈이 있고 삶이었다.
먹장구름 한 뙈기가
내 별을 가린 것만 같아
발걸음만 동동거렸다.
별이 보이지 않는 삶은
허망하고 외롭고
죽은 듯 조용했다.
오늘 밤도 나의 별을 기다리며
하늘바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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