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저승에서 이승을 살펴보던 문치의 걸신이 2세에게 말했다. "아범아. 저기 저 손자
녀석이 지금 뭘 하고 있는 게냐?" 2세가 대꾸했다. "소설가협회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있
네요 뭐!" 3세가 쓰고 있는 글을 자세히 들여다보던 걸신이 탄복했다. "에고 에고! 잘난 손
자! 우리 부자는 찜쪄먹게도 못쓰는구나! 저렇게 맞춤법도 엉망이고 문맥도 통하지 않는
비상한 문재는 내 죽어서도 처음 보는구나! 과연 우리 문치 가문을 빛낼 인재로고! 그런
데 아범아! 저 소설가협회 게시판이란 데는 저런 글을 걸핏하면 올려도 되는 곳이냐?" "그
럼요! 소설가협회 게시판이란 게 워낙 개판 5분 후 난장판같은 걸요 뭘!" "안 되겠구나!
저 애를 빨리 우리 저승으로 불러오자꾸나! 그래야 우리 가문이 더욱 빛나지 않겠느
냐?" "참으세요, 아버님! 저 애를 불러들인다면 우리 저승공화국 게시판도 금세 난장판이
될 터이고, 그렇게 해서 우리 3대 모두 저승에서도 쫓겨나면 어디로 간단 말씀이세
요?" "야! 그러나저러나 저 녀석이 무슨 수로 우리도 못한 문단에 등단하고 소설가협회에
도 가입했을까?" 그러자 2세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 다 심사위원들에게 돈 쳐먹이
고 술 쳐먹여서 된 게 아니겠어요?" 노망난 걸신이 마침내 환호한다. "만세 만세 만만세!
우리 손자 만만세! 노래에 음치 있고, 글에는 문치 있다! 우리 가문 3대 문치! 게시판에 굶
주렸네! 명문장에 걸신 들렸네! 문치 걸신 만만세!"
:761: 제목 (작가 지망생이 드리는 글...) <최정아> 2003-12-22
전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소설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가끔 이 게시판을 기웃거리기도 한답니다. 관심이 많아서요. 그리고 여긴 자유게시판이라,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어 한번 올려봅니다. 꼭 몇 분이 바이케이트를 쳐놓고 조금만 식성에 맞지 않는 사람이 접근하면 기총소사라도 하듯이 그렇게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고 정말 소설가란 저런 분들인가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적이 많습니다. 소설가란 독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던가요. 왜들 그러세요. 정말 실망스럽네요. 소설 그만 읽고 소설가 되는 것 포기하고 싶네요. 작가 지망생 드림
:762: 제목 (동감입니다.) <조재기> 2003-12-22
윗분의 이야기에 동감이 가 올립니다. 저는 황원갑 선생님을 존경하는 독자 중의 하나이라는 것을 먼저 밝힙니다. 그리고 여기는 소설가협회 회원 전용 게시판이 아니라 일반인도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공간이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남의 3대를 들먹거리며 욕을 하고, 당사자하고는 무슨 감정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다지만, 심사위원에게 돈을 주고 술을 사먹였다면, 아니 그렇지 않다면, 아무 죄도 없는 애매한 심사위원들에게 욕을 하는 것은 아닌지요. 요즘 심사를 그렇게 하나요? 그것도 처음 알았네요. 그리고 선생님도 우선 기본적인 맟춤법이 틀린 곳이 많네요. 사람은 모두 자신부터 돌아봐야지 남의 부족한 것만 트집 잡으면 그것은 소설가 이전에 인간성의 문제가 아닌가 싶군요. 선생님은 그런 분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는데. 하여튼 왜 이런 글이 올라왔는지 모르는 저로서는 여기까지밖에 할 말이 없네요. 뒷말은 그냥 앞에 분의 말을 반복하는 것으로 꼬리를 내리겠습니다. 한국 소설을 사랑하는 한국인이 삼가 올립니다.
:764: 제목 (작가 지망생님, 조재기 님, 잘 생각하셨습니다) <우선덕> 2003-12-22
소설을 읽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읽을 것입니다.
소설가가 될 운명인 사람은,
누가 뭐래도, 어떤 상황이라도, 소설가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나라에,
운명을 극복한 소설가가 그렇잖아도 너무 많습니다.
일찌감치 포기하는 뜻을 밝힌 두 분, 현명합니다.
:766: 제목 (비상하게 옳은 말씀!) <황원갑> 2003-12-22
일찌감치 제 실력을 알고 포기하는 젊은이들의 용기가 가상합니다. 그런데, 우 선생 말씀처럼 '운명을 극복한 자칭 소설가' 가운데서도 앞으로는 소설가이기를 포기하는 비상하게 용기있는 문치들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767: 제목 (두 분의 답변 감사합니다.) <최정아> 2003-12-22
전 그래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소설 속에는 많은 것이 숨어 있다. 열심히 해봐라. 그런 소리를 할 줄 알았습니다. 아니, 은근히 기대했습니다. 소설이 무슨 하늘로부터 선택 받은 사람들이 쓰는 거던가요.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 아니던가요. 그런 사람은 저 토스토예프스키나 그런 사람한테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요. 사실 어떻게 보면 인간들이 만든 어떤 사고의 틀 속에서 이루어진 관념 같은 것이 아닐까요. 또 어떤 사람이 보면 모두 도토리 키재기요, 부처님 손바닥 안의 어설픈 재주일 텐데요. 더구나 소설에 모범 답안이라는 것도 없고. 독자의 취향에 따라서 다 다르고. 잘 모르겠군요. 이럴 때 저를 가르치던 교수님이 몹시 그립군요. 아무튼 역시 저 혼자 더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겠지요. 두 분 모두 새해에는 행운과 건강이 함께 하길 기도하겠습니다.
첫댓글 알고보니 그쪽 동네 그린내가 많이 나더라구요. 권력구조도 완벽하게 짜여져 있고. 절개높은 문인은 글쎄 등단이나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