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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조그만 배에 올랐다. 그녀의 몸에 모포를 둘러주고 그가 시동을 걸자 모터보트가
물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혜영은 손을 들어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가 한
손으로 운전을 하고 다른 손으로 혜영의 손을 잡았다. 한 참을 가서 멈춘 곳에 보트를 묶어놓
고 두 사람이 오솔길을 걸었다.
“여긴 어디에요?”
“비밀장소.. 면 좋겠지만. 몇 명이 알고 있는 곳이야. 하지만 안전한 곳이지. 그냥.. 그 곳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어.”
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 드러난 별장을 바라본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안전한 곳이라기엔.. 너무 으리으리한 것 같은데요?”
도혁이 피식 웃었다.
“진혁이가 어느 도박꾼한테서 산 건물이야.”
“하여간 머리는 진짜 좋아요..”
“들어가자.”
“네.”
두 사람은 그림같은 별장안으로 들어갔다.
“뭐 좀 먹었어?”
“제가 물어 볼 말이예요. 뭐 좀 먹었어요?”
그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요..”
“뭐 좀 만들어 먹을까? 냉장고에 뭐가 있을텐데..”
그가 냉장고를 열자 안에 먹을 것이 들어있었다.
“언제든 올 수 있게? 여기 혹시.. 내가 처음 온 여자가 아닌 거 아니예요?”
“맞아.”
혜영이 무심히 말하는 도혁을 인상을 찡그리며 바라보았다.
“형수님 왔었으니까..”
“어떻게 믿어요?”
도혁이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꺼내고 혜영을 바라보며 웃었다.
“오늘은 그냥 있어. 내가 할 테니까.”
“할 수 있어요?”
“응. 기다려.”
혜영은 의자를 끌어와 앉아 그가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에는 그가 만든 얼큰한
김치찌개랑 밥을 먹고 있었다. 그녀가 “쓰읍.. 쓰읍..” 하면서 먹자 그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
를 바라보았다.
“매워?”
“쓰읍.. 네.. 안 매워요?”
“매워.”
“안 매운 것 같은데.. 쓰읍.. 하..”
“다 먹었어?”
그녀가 물을 마시며 고개를 끄덕이자 도혁이 일어나 그녀에게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뿌린 아포카토를 건네었다. 그녀가 한 입 넣고 미소를 지었다.
“음.. 맛있어요.”
“그래?”
그를 바라보며 혜영이 미소를 지었다.
“아..”
그가 입을 벌리자 혜영이 아포카토를 떠서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음.. 맛있네.”
혜영이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양치질을 마친 두 사람이 테라스로 나가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어깨에 모포를 둘러주고 그도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양 손으로 감쌌다. 그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자 혜영이 말했다.
“한 번만 더 미안하다고 하면 화 낼 거예요.”
“응..”
“언니가 결정한 일이예요.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내가 있는데.. 한 번 얼굴 보고 말해주지도 않고.. 왜 그래야만 했는지 생각해 봤어요.”
“그래서..?”
혜영이 눈물이 고인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어요. 언니의 인생이 힘들어서 그랬을까? 그들에게 잡히면 더 고통스러울 테니까.. 그래서 그랬나? 그런 결정을 할 때 내 생각은.. 했을까?”
“했어.”
“언니가.. 뭐라고 했어요?”
그가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냈다. 혜영이 놀란 표정으로 편지를 바라보았다.
“읽고 나면.. 없애야 해.”
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 가져 올게.”
그가 자리를 피해준 사이에 그녀가 편지를 펼쳤다. 반가운 언니의 필체에 눈물이 흘렀다.
<혜영아.. 언젠가는 나를..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해. 너에게 부족한 나를 용서해 주렴. 이 결
정은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 어차피 그들에게 잡히면 난 죽은 목숨이고, 더 고통스럽
기 전에, 그리고 그들이 너를 더 괴롭히기 전에.. 이러는 게 옳다고 생각해. 그 사람을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사랑하는 내 동생 혜영아..
행복하렴.. 내 목숨을 다해 너의 행복을 빌게.>
혜영이 결국 편지지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트렸다.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던 도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두 사람은 불꽃과 함께 사라지는 편지를 바라보았다. 혜영이 몸을 돌려 도혁의 품에 안겼다. 도혁이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끌어안고 그녀의 머리에 얼굴을 묻었다.
“언제든.. 내가 옆에 있어 줄게.”
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붉어진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이 천천히 내려와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사랑해 줘요..”
도혁이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지금.”
도혁이 미소를 지으며 혜영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사랑해. 내 목숨을 다해..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매일 아니래..”
도혁이 그녀를 다시 자신의 심장에 끌어당겨 안고는 기분좋게 울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미소 지었다. 침대에 함께 누워 그는 그녀의 머리와 얼
굴과 어깨를 쓰다듬었다. 그의 따스한 손길에 그녀가 잠이 들었다.
꿈인가? 그녀가 그의 셔츠 안으로 손을 넣으며 온기를 찾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얼굴에, 어
깨에 느껴졌다. 그녀도 그의 얼굴과 가슴 위에 입술을 댔다. 부드럽게 그녀의 맨살을
쓰다듬는 그의 손길에 기분이 좋은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다른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팔에 강아지를 안고 달리고 울면서 달리고 있었다.
“언니~!”
동물 병원으로 달려간 그녀가 팔에 안긴 강아지를 규린에게 내밀었다. 강아지를 살핀 규린이 혜영에게 고개를 저었다.
“강아지는.. 죽었어.”
“어떻게 해.. 가슴이 너무 아픈데..”
혜영이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
“은규야.. 모든 생물에게는 때가 있어. 그걸 바꾸면 안 돼.”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살리고 싶어?”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언니한테 방법이 있어. 하지만 밤이 늦었으니까 착한 어린이는 자야지?”
혜영이 고개를 들어 규린을 바라보았다. 그날 밤에 규린이 영양제를 주어서 먹고 자고 다음 날 일어나 보니 강아지가 살아 있었다.
“언니~. 강아지가 어떻게 살았어?”
“언니한테 조금.. 힘이 있어.”
규린이 자신의 왼팔에 있는 타투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은규야. 이건 비밀이야. 알았지?”
“응. 강아지야~. 반가워~.”
그녀가 강아지를 품에 안고 강아지 얼굴에 뽀뽀를 했다. 아침 햇살에 강아지도 웃고 있는 듯 보였다.
아침 햇살에 혜영이 눈을 떴다. 밤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그가 옆에 없었다. 그녀가 방을 나가 주방을 바라보니 그가 샌드위치와 주스를 내려놓고 있었다.
“잘 잤어?”
“네.”
“아침 먹자.”
혜영이 미소 지으며 그와 마주 앉았다. 그가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뭐.. 묻었어요?”
“아니. 그냥.. 만지고 싶어서.”
그녀의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무슨 여자가 밤이랑 낮이랑 이렇게 달라? 어제는 사랑 안 해준다고 삐치더니, 아침에는 만지기만 해도 홍당무가 되고..”
“뭐.. 뭐가요..”
“사랑스러워..”
그녀가 고개를 돌려 숨을 내쉬자 그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흘겨보며 주스를 마셨다.
“밤에 꿈을 꿨어요.”
“꿈?”
“두 개를 꿨는데..”
첫 번째 꿈을 생각하자 그녀는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열이 올라왔다. 도혁이 주스잔을 내려놓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꿈인데 그래? 설마.. 야한 거야? 나를.. 덮쳤어?”
혜영이 고개를 번쩍 들어 커다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그건 아니고.. 그냥 좀.. 따뜻했는데..”
그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건 꿈 아닌데.”
그녀가 심장이 목에서 뛰는 기분을 느끼며 시선을 피했다.
“그럼 그게..”
“응. 당신이 온기를 찾아서 나를 안았어. 뭐.. 사랑해 줄까 했는데 코를 골던데?”
그녀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한 숨을 내쉬었다. 그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다음은 무슨 꿈이었어?”
“잠깐만요.. 지금 얼굴을 들기 어렵단 말이예요.”
“풉.. 하하하하..”
그가 웃음을 터트렸고, 혜영은 얼른 얼굴의 열기가 사라지길 기도했다. 잠시 후 그녀가 그에
게 꿈에 대해 말했다.
“진짜 신기하죠? 기억은 하고 있었는데 왜 살아났는지는 잘 몰랐거든요. 아마 언니가 강아지를 살렸나봐요.”
“음.. 그랬었구나.. 그래서 그 강아지는 언제까지 살았어?”
“음.. 기억나지 않아요. 사실은 10살 이전 기억 중에 유일하게 생각나는 거거든요.”
“그래?”
“네.. 그리고 언니가 저를 은규야.. 하고 불렀어요. 제 원래 이름이 은규였나봐요. 필명도 언니가 지어준 거거든요. 신기하죠.. 다른 것들도 기억날까요?”
“예를 들면?”
“예를 들면.. 도혁씨랑 만났던 때라던지..”
“그러겠지.”
그가 그녀의 머리를 끌어당겨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혜영이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꼬리 흔들어 드려요?”
그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날 밤에도 그들은 함께 누웠다.
“우리 언제 가요?”
“곧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해.”
“아.. 회사는요?”
“당신은.. 나가고 싶어?”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솔희는 만나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해. 나도 낮에는 당신이랑 진혁이랑 있고, 밤에 일이 있으면 나가면 돼.”
“난 다른 일을 찾아볼게요.”
“천천히 해.”
“네.”
혜영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심장소리가 너무 큰 거 아니야?”
“누구때문이죠..”
그가 웃었다.
“혜영아..”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심장이 떨려왔다.
“네..?”
“나랑.. 결혼해 줄래?”
그녀의 눈이 커졌다. 그가 그녀의 눈 앞에 작은 상자를 열어 보였다.
“도혁씨..”
그가 반지를 꺼내 그녀의 손가락에 끼웠다. 혜영은 독특한 모양의 반지를 바라보았다. 중세시
대 왕들이 썼을 것 같은 왕관모양의 반지였다. 약간 두꺼운 골드 링 한 가운데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고, 다이아몬드 양 쪽으로 별무늬가 찍혀있고, 그 위에 12개의 작은 다이아몬드가 한
줄로 박혀 있었다.
“마음에 들어?”
“너무.. 부담스럽네요.”
혜영이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부담스러우라고..”
“도혁씨는요?”
“난.. 목걸이는 옷 안에 넣고 다녀서 괜찮았지만 반지는 못 해. 그게 표식이 될 수 있어서. 내 몫까지 담아서 만들었어.”
혜영이 눈물이 고인 눈으로 그의 눈을 바라보며 반지를 낀 손으로 그의 볼을 감쌌다. 그가 고개를 약간 돌려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결혼해 줄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혁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
“사람들 초대해서 근사한 결혼식은 못 해. 당신이 필요로 할 때 옆에 없을 수도 있어. 밤에 밖으로 나갈 때가 많을 거야. 이런 남자라도 괜찮겠어?”
혜영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드레스는 이미 입어 봤고요. 결혼식에 큰 의미 두지 않아요. 저는 여성스럽지도 않고, 가진 것도 별로 없어요. 가난하고, 소심하고, 내세울 것도 없는 여자인데.. 그래도 괜찮겠어요?”
그가 웃음을 터트렸다.
“괜찮아.. 다 괜찮아..”
혜영도 피식 웃었다.
“내일 돌아갈까요?”
“그럴래?”
그녀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걱정할 것 같아서..”
그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그럴까?”
혜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에요?”
“아마 돌아가면 형수님이 물어볼걸?”
“아.. 이제 괜찮은지요?”
“아니.. 내가 잘 해 줬는지.”
그녀가 그의 말뜻을 이해하고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우린..”
“아직.. 안 했지.”
떨리는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미소를 지었다.
“숨은 쉬어도 돼.”
“하아...”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다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그가 키득거리며 그녀의 이마에 뜨거운 입술을 눌렀다.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그가 그녀의 콧잔등에 입맞춤을 했다.
“기다리라고 하면.. 참을 수 있어.”
“그래요?”
그가 그녀의 입술 가까이에 다가왔다.
“난.. 보통 사람보다 인내심이 많으니까..”
그녀가 마른 침을 삼켰다.
“내가.. 인내심이 없다면요?”
그가 입술 앞에서 멈추었다.
“확실해?”
그녀가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만들어졌다.
“그럼.. 기대해..”
그리고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아침을 눈을 떴을 때 혜영은 조용히 눈앞에서 잠들어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흐트러진 머리카
락 사이로 그의 쌍거풀 없이 옆으로 긴 눈이 보였다. 코 아래와 턱에는 거뭇거뭇 수염이 돋아 있었다.
아기처럼 베개에 얼굴 반을 묻고 잠들어 있는 그의 목선과 탄탄한 어깨를 바라보다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눈
을 뜨지 않고 피식 웃었다.
“깼어요?”
그녀가 시트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그가 한쪽 눈을 조금 떠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강아지같
은 머리에 커다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는 그녀를 사랑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그의 부드러운 손길에 그녀는 눈을 감고 마른 침을 삼키며 떨리
는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그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혜영이 한 쪽 눈을 조금 뜨고 그를 바
라보았다.
“조금 더 누워있어요. 먼저 일어나서 좀.. 씻고 나서 아침 준비할게요.”
그녀가 몸을 돌리려고 하자 그가 그녀의 어깨를 시트위에서 감쌌다.
“있잖아..”
“네?”
“태어나서 이렇게 편하게, 아무 생각없이 꿈도 안 꾸고 잠든 게 처음이야. 아침이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구나..”
혜영이 반지를 낀 손을 시트 밖으로 살짝 꺼내 그의 얼굴을 감쌌다.
“부족하지만 제가 조금..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그가 키득거리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조금이 아니라.. 엄청. 많이.. 도움이 됩니다.”
혜영도 그의 맨 가슴에서 키득거리다가 다시 두근거리자 양 손을 들어 그의 가슴을 살며시 밀었다.
“씻고요..”
그녀가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바닥에 떨어진 그의 셔츠를 들었다. 그리고 시트속으로 들어가
옷을 입기 시작했다. 시트안에서 꿈틀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도혁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시트를 살짝 들추자 혜영이 비명을 지르며 안쪽에서
시트를 잡아 눌렀다.
“하지 마요..”
“하하하.. 알았어.”
잠시 후 그녀가 그의 셔츠를 입은 채로 바닥에 떨어진 옷들을 주워들고 방을 나갔다. 키가 작은 그녀가 자신의 셔츠를 입고 있자 거의 무릎까지 내려왔었다.
“귀여운 강아지..”
그가 몸을 뒤집어 천정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켰다.
“으~~. 일어나야지..”
그가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보트를 타고 섬을 나왔다. 차를 타고 오면서 그녀는 그의 오른 손을 잡고 잠들었다.
“괴물!”
“저리 꺼져!”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던지는 진흙덩어리가 묻은 채로 집으로 돌아와 규린을 만났다.
“이게 뭐야..?”
은규가 규린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응.. 친구들이랑 진흙탕에서 놀았어.”
규린이 슬픈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일 이사 가자.”
“또?”
“뭐가 어때서? 언니는 새로운 곳에 가는 게 좋더라? 언니는 진작에 다른 동네로 이사가고 싶었었어. 알아봤는데, 작은 동물병원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응. 저녁 먹고 짐 챙겨서 가자.”
“응.”
은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가 규린을 바라보았다.
“언니.. 미안해. 비가 오면.. 왜 그러는지.. 머리도 길어서 아이들이 귀신같다고 그러고.. 자를까?”
“그러고 싶어?”
은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언니가 긴 머리를 감추는 방법도 알려줄게.”
“응.”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혜영아.”
도혁이 깨우는 소리에 그녀가 눈을 떴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 울고 있었어요?”
“언니 꿈 꿨어?”
그녀가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해요. 안 꾸던 꿈을 꿔요.”
“이번엔 무슨 꿈인데?”
“이상한 꿈이요.”
“응?”
“비가 오면 제가 귀신이나 괴물로 변했었나봐요.”
도혁이 웃음을 참으며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는데 어려서 놀림을 받은 것 같아요. 긴 머리 때문이었나 봐요.”
“머리가 길었어?”
“네. 허리쯤..?”
그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길면.. 이상할까요?”
혜영이 그를 올려다보며 묻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긴 머리 가발을 한 당신은.. 섹시해 보였어.”
혜영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자. 마음에 준비가 되었나? 집에 도착했고.. 다들 기다리고 있을 텐데.”
혜영이 얼굴이 붉어지며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좋아. 그럼.. 부인. 갑시다.”
“네. 도혁씨.”
두 사람이 차에 내려 손을 잡고 정원을 걸어 현관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세 사람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미수가 다가와 혜영을 품에 안았다.
“기분이 좀 나아졌어?”
“네. 죄송해요.”
“뭘..”
“저건 뭐지?”
진혁이 혜영의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바라보고 도혁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혜영과 포옹을 푼 미수가 그녀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설마..”
“네. 저희.. 결혼했어요.”
“두 사람끼리?”
“말도 안 돼. 제대로 해야지.”
혜영이 고개를 저었다.
“결혼식에 큰 의미 두지 않아요. 구청에 서류만 보내면 되요. 증인이 되어 주실래요?”
미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축하해~.”
“축하한다.”
“축하해, 형.”
미수가 다시 혜영을 안고 원성과 진혁이 도혁을 안으며 축복의 말을 했다.
“고맙다.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언니..”
원성이 혜영을 살며시 안았다.
“축하해.”
“감사합니다.”
진혁이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축하해.”
“고마워요..”
“지난번에 말 했듯이. 형이 좋으면 나도 좋고, 형 가족이면.. 내 가족이야.”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진혁이 다가오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자 혜영이 다가가 그의 품에 살며시 안겼다가 포옹을 풀고 도혁 옆에 섰다.
“오늘 저녁은 웨딩축하 기념으로 풀문에서 식사를 할까?”
“좋아요.”
“네.”
“그럼 우린 먼저 가서 준비할게. 오후에 와.”
“네.”
원성이 진혁에게 다가가 팔을 잡았다.
“나도?”
“그럼 네가 여기에 왜 있냐?”
“내 집이니까!”
“잔말 말고 가자.”
“진짜.. 형. 이따 봐. 음.. 너도..”
“형수라고 해야지.”
“형수는 여기 있잖아.”
진혁이 미수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는 그냥.. 너지.”
“걱정하지 마. 이따가는 제대로 부르게 할게. 이따 봐.”
세 사람이 집을 나서고 두 사람만 남았다. 도혁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뭘 하고 싶어?”
“솔희를 만나야 할 것 같아요.”
“음. 그렇게 하자.”
도혁과 혜영이 회사로 향했다.
“같이 갈까?”
주차장에서 도혁이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
“아니에요. 혼자 갈게요. 도혁씨랑 가면 분명히 엄청 시끄러워 질 거에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이에 있을게.”
“네.”
그와 헤어진 혜영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상사의 사무실을 두드렸다. 소진대신 다른 분이 있었다.
“신혜영씨?”
“안녕하세요. 제가..”
“알아요. 가족이..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어요.”
“네. 다시 사표를 낼 수 밖에 없어서요. 이거 드리려고..”
그녀가 사표를 건네었다.
“그래요.”
“감사합니다.”
그녀가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와 솔희 사무실 앞에 서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노크를 했다. 문이 열리고 솔희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야..”
“잘 있었어?”
솔희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혜영을 사무실로 끌어당겨 문을 닫았다.
“괜찮아?”
“응.. 장례식장에 와 줘서 고마웠어. 연락도 못했는데..”
“삼촌한테 들어서 알았어. 그런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한 자리에 모였어?”
“솔희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다른 사람한테 하면 안 돼.”
“응.”
“절대로.”
“알았어.”
“나 사표 냈어.”
“또?”
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 결혼했어.”
혜영이 손가락을 들어 반지를 솔희에게 보여주었다. 솔희의 비명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비밀로 하긴 글렀네..”
“아.. 미안.. 누구랑?”
“에반스 윌리엄.”
“진짜? 그럼 영국에 가서 황실 결혼식처럼 웅장한 결혼식 올리는 거야?”
“아니. 결혼식은 안 하기로 했어.”
“왜?”
“언니가..”
“아.. 그래도.. 첫 번째 결혼식인데..”
“뭐?”
두 사람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영국으로 가는 거야?”
“아니. 여기 집에서 살 거야.”
“아.. 집도 구했다고 했었지..”
솔희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박한성씨는 어쩌고?”
“여기부터가 비밀.. 진짜로..”
“응.”
“비명 안 돼.”
“응.”
솔희가 손을 들어 입을 미리 막았다.
“에반스 윌리엄이.. 박한성씨야.”
솔희의 눈이 엄청 커지고 비명이 손에 막혀 작게 울렸다.
“진짜?”
“응.”
“웬일이니.. 웬일이야.. 정말 동일 인물이라고?”
“응."
"그런데 왜 그런 모습으로 있었던 건데?”
“지난 번에 내 게임친구라고 했던 남자 기억나?”
“응.”
“한성씨 동생이야.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정말 끈끈하게 연결 된 가족이야.”
“아.. 그런데 풀문사장님은?”
“예전부터 알고 지낸 형 같은 분이시래.”
“장례식장에서의 모습은.. 그럼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한성씨가 왜 그런 모습으로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동생이 우리 회사 사장님.”
“진짜?”
솔희가 놀란 목소리로 말하다가 입을 막았다가 다시 조그맣게 말했다.
“진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같이 일하는데 동생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한성씨가 회사 기술 같은 것을 다른 곳에 빼돌리지는 않는지, 일은 잘 하는지 직원들을 지켜보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내 인사고과가 나쁜 거 아닐까? 엄청 씹었는데?”
혜영이 웃음을 터트렸다.
“괜찮을 거야.”
“그럼 신데렐라 되는 거야?”
혜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비밀 속에 감춰진 신데렐라. 나는 다른 일을 구해 볼 거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여전히 있지만.. 네가 비밀이라니까.. 더 물어보지 않을게. 한 가지만.
범죄자들은 아니지?”
혜영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응. 아니야."
“그럼 회사는 왜 그만 두는 건데? 남편, 시동생 회사에서 일하면 어때서?”
“힘들어. 그녀들을 상대하는 게..”
“아.. 회사방침을 바꾸라고 하면 되잖아.”
혜영이 고개를 저었다.
“오늘 저녁에 풀문에서 그 분들이랑 식사 할 거야. 네가.. 와 주면 좋겠는데..”
“알았어.”
“호진씨랑 같이 와.”
“요즘 회사 일로 바쁜가봐. 혼자 갈게.”
혜영이 솔희를 지그시 바라보자 한 숨을 내쉬었다.
“삼촌들이 부담스럽대서 싸웠거든.. 좀 심하게.. 우리 요즘 잘 안 만나.”
“곧 괜찮아지겠지.. 힘내..”
“응.”
“그럼 이따 저녁에 풀문에서 보자.”
“응. 축하해..”
“고마워.”
솔희 사무실에서 나온 혜영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안에서 소진이 그녀를 바라
보았다. 우아한 몸 동작으로 그녀 앞에 서서 혜영을 내려다보았다. 혜영이 인사를 하고 엘리
베이터에 올라 지하주차장 버튼을 눌렀다. 혜영의 손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본 소진이 닫히려
는 문을 잡았다.
“뭐야.. 프로포즈 받은 거야?”
날카롭게 물어보는 소진을 혜영이 바라보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도혁씨한테서 프로포즈 받은 거냐고.”
“네.”
문을 잡은 소진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그러더니 자신도 엘리베이터에 탔다. 문이 닫히고 혜영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어떤 사이였는지 얘기는 들었어?”
“어떤 사이였는데요?”
“도혁씨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
혜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소진을 바라보았다.
“뭐가 궁금하신 건데요?”
“우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어.”
혜영이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네. 그러셨어요?”
소진이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이게 무슨 반응이지? 네 까지 것 같은 것이.. 여자 같지도 않은 것이.. 감히 나를 우습게 생각해? 한 손으로 네 목을 꺾을 수 있어.”
“사랑하는 사이셨다는 건 몰랐어요. 알고 싶지도 않고요.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에 대해 궁금해 하는 타입이 아니라서요. 하지만 도혁씨는 지금 저를 사랑한다고 하니.. 죄송하지만 비켜주세요.”
소진의 입가가 떨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떼어냈다. 혜영이 다시 몸을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아니라고 누가 그래? 그 사람 첫 키스.. 나랑 했는데? 그것 뿐인 줄 알아? 우린 최근에 만났을 때도 키스했어. 아무 사이도 아닌데 키스 하나?”
혜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의 반응에 소진이 피식 웃었다. 정면의 거울을 통해 소진이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네가 도혁씨에 대해 뭘 안다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그 사람 바닥까지 알고 있는 건.. 네가 아니라, 나야. 도혁씨는 절대로.. 절대로 날 거부 못해. 궁금해?”
지하 주차장에서 도혁이 혜영을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방금 전에 그녀의 심장이 불규칙
하게 뛴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엘리베이터에 귀를 댄 도혁은 안에서 소진의 목소리를 들었
다. 그가 고개를 들어 숫자를 바라보았다. 1층에서 잠시 멈춘 엘리베이터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문이 열리자 혜영이 아니라 소진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있어?”
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보.. 우리 옛날이야기 몇 개 해주니까 도망가던데?”
“뭐?”
“정말 아무것도 모르더라?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죽였는지.. 어떻게 그들을 조종했는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1층에서 내려서 달려가던데?”
도혁은 주먹을 쥐고 턱에 힘을 줬다. 소진이 다가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입가에 입맞춤을 하려고 하자 그가 고개를 돌렸다. 소진이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여자 같지도 않은 여자 말고.. 나랑 같이 가자. 나 이젠 부작용도 없고.. 그들이 필요 없어.”
도혁이 손을 들어 자신의 허리를 감고 있는 소진의 팔을 풀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됐으니까 어디에 가서든 편안하게 살아. 하지만 네 옆에 난 없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소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뭐하는 거야? 나를 거부해? 그 여자는 당신을 이해 못해. 당신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여자가 바로 나라는 걸.. 모르겠어?”
“이해 못해도, 이해 안 해준대도 상관없어. 태어나 처음으로 편하게 잠을 자고, 평범한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바래. 언제 끝날지 모를 내 인생에서 유일한 희망.. 그런 건 태어날 때부터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제 만났거든. 그 희망.”
“도혁씨..”
“그러니 미안하다. 예전부터 너에게 여자로서의 감정은 없었어. 네가 좋은 남자 만나 행복하길 바래. 그럼.. 가 볼게.”
도혁이 몸을 돌려 차로 향하다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소진에게 말했다.
“되도록 멀리 도망가라. 그들이.. 곧 추격을 시작할 거야.”
소진이 놀란 표정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도혁의 차가 주차장을 나가는 걸 보면서 소진이 몸을
돌려 선글라스를 쓰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바닥에 떨어뜨리고 구두굽으로 밟아 깼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버튼을 눌렀다. 선글라스 아래로 눈물이 흘러 바닥에 한 방울.. 떨
어졌다.
도혁이 주차장에서 올라와 거리를 살폈다. 하지만 혜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가 차를 몰아 그녀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나섰다. 지하철 역에서도, 도서관에서도,
마트에서도, 그녀의 옛날 집에서도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그가 핸드폰을 들어 진혁에게 전화
를 걸었다.
“지금 혜영이 어디에 있는지 좀.. 응.. 응..”
전화를 끊은 그가 눈을 감았다.
“정말.. 도망간 건가..”
그가 숨을 내쉬며 운전대에 머리를 기대었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차를 출발했다. 예전에 데리
고 갔던 언덕 벤치에 앉아 시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차를 세우고 거칠게 문을 닫고 그녀
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괜찮아?”
그는 그녀가 싫어할까봐 손을 대지 못하고 멈칫, 멈칫 얼굴과 몸을 살폈다. 그녀가 벤치에서 일어나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가자 그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사귀는 사이였어요?”
“아니야.”
“키스도 했어요?”
“...”
혜영이 입을 조금 벌렸다.
“했어요?”
“그건 소진이가..”
혜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도혁을 바라보았다.
“미안해.”
그녀가 다시 한 걸음 다가가자 그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소진이한테 들어서 알겠지만.. 나는 당신한테 말하지.. 못한 것이 있어. 당신이 몰랐으면 싶
은 것들.. 내가 사람이 아니고.. 사냥개일 때.. 난 여전히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당신이
나를 싫다고 한다면 이해해. 혐오한다고 해도.. 이해해. 그래서 이 결혼을 물리고 싶다고 한
대도.. 이해할 수 있어.”
혜영이 그가 더 멀어지기 전에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바보.. 왜 이렇게 늦었어요? 추워서 혼났네..”
도혁은 손을 들어 그녀를 안지 못하고 허공에서 머물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싫어하지 않아요. 혐오스럽지도 않고. 결혼은 이미 했는데 뭘 물려요? 도혁씨는 그러고 싶어
요? 난 돈도 많고, 얼굴도 완전 잘생기고, 키도 크고, 몸도 좋고.. 목소리도, 손길도 엄청
나게 따뜻한 남자랑 결혼했는데 왜 도혁씨랑 헤어지겠어요..? 내가 어디 가서.. 당신 같은 남
자를 또 만나겠어요? 나.. 못 물려요.. 못 헤어지니까 제발.. 그만 불안해해요..”
그의 품에서 혜영이 울먹였다.
“혜영아..”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안 들었어요. 도혁씨가 어떻게 일했는지.. 하지만 말해줬어도 상관없었을 거야.. 나.. 처음부
터 도혁씨가 집행자인거 모르고 있지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좋으니까.. 옆에 있
고 싶으니까.. 순전히 내 이기적인 마음에 결혼 한 거예요. 후회.. 안 한다고요..”
“알아야 해. 내가 정말 어떤.. 녀석인지..”
혜영이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누구인지 당신도 잘 모르잖아요. 그런 거예요. 사랑하는 사이라고 어떻게 다 알아? 죽
을 때까지 모르는 부부도 있을 걸요? 내가 마음 상한 건.. 연예인보다 더, 모델보다 더 예쁘
고 부러운 몸매를 가진 여자와 키스를 했다는 거.. 그거 뿐이에요. 아까 또 키스했으면 때려줬
을 거야..”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듣고.. 있었어?”
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고집 그만 피우고 좀.. 안아줘요.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그가 웃으며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고 정수리에 입맞춤을 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사랑해.. 죽을 때까지..”
“알아요.”
“사랑해..”
“나도.. 사랑해요..”
두 사람이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첫댓글 너무너무 잘읽고 있습니다~~ 너무 잼있어요..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네. . 낼. 아침에 또 올릴께요. . ^^
저도요,,내일이너무기다려집니다~고맙습니다!!매일올려주셔서,,,
이미 완결해놓은거라서요. . ^^
바로 담 소설이라구요....음.....난 뭐허고 있는건지....ㅎㅎㅎㅇ
지금 이 소설이 3번째 소설이고요. 이거 전에 쓰고 완결 못 지은 소설이 있었거든요. . ^^
와..오늘 정주행했는데요..진짜재밋네용!내일이 기다려지네옹ㅜ
감사합니다. . ^^
두근두근.... 넘 잼있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ㅋㅋ 감사해요. . ^^
정주행끝 재밌어요!!
감사해요. . ^^
아아.. 내일 볼수있는거죠?!ㅎㅎㅎ
이제 곧 올려요.. ^^
잘보고가요
감사해요.. ^^
잘보고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잘보고갑니당!!
감사합니당!! ^^
잘보고 가용~~
감사해용~^^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잘보고갑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