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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분계선... 철조망... 그리고 작은 촛불
중요한 역할을 했던 라이프치히 촛불모임을 기억합니다. 독일이 통일 후유증을 앓는다고 하지만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우리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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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도림 씨의 꿀초 |
‘촛불은 작고 힘이 없지만 그무서운 철의 장벽 베를린 장벽도 무너 뜨렸습니다. 게다가 밀랍초, 이 밀랍은 너무도 부드러워서 깜짝 놀랄 지경입니다. 아무리 날카로운 가시, 철조망으로 찔러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도리어 그 무서운 것들을 끌어 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내던져 세상을 부드럽고 아늑하게 만드는 밀랍의 포용력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이웃동네에 사는 귀화 독일인 빈 도림(독일이름은 Dirk Fuendling)씨가 작년 겨울 달뫼미술관에서 꿀초전시회를 열면서 한 말입니다. 이 양반은 유학생, 교수, 주한 독일대사관 통역관을 거치며 30여년 한국에 살고 있는데 몇 년전 담양 대덕면 산골짜기에 좋은 집을 짓고 부인 이영희씨와 오손도손 삽니다. 독일책을 한글로, 한국책을 독일어로 옮기는 일에 열심이고 이따금의 모임자리에서 토론이 벌어지면 아주 핵심을 찌르는 주장을 펼칩니다. 이 양반 <전시회 광경> 내외가 어느 날 밀랍으로 초를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설명의 글입니다. ‘벌들은 꿀을 보관하고 알과 애벌레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육각형 벌집을 짓는데 그 주 재료가 밀랍이다. 밀납은 자연에서 채취되는 게 아니고 벌이?신진대사를 통해 체내에서 생산하는 물질인데 밀랍 1Kg을 생산하자면 꿀 4~6Kg을 먹어야 하는 고급물질이다.밀랍에 많이 들어있는 프로폴리스는 천연항생제라서 벌들이 좁은 벌집에 빽빽하게 밀집생활을 하면서도 집단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열쇠다.밀랍은 제과 제약 화장품 등에 사용되며 식품이형제로 유일하게 허가받은 물질이다.'우연히 놀러 간 한봉 농가에서 꿀을 따고 밀랍은 버린다는 말을 듣고 밀랍초를 만들자는 생각을 했답니다. 밀랍을 얻어다가 그릇에 넣고 중탕으로 열을 가하면 밀랍이 녹고 그 액체를 미리 심지를 꽃아놓은 적당한 용기에 부어서 식히면 초가 된답니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막상 해보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온도의 조절, 용기의 선택, 예술성 지킴에서 신경을 쓰지요. |
토종 벌이 생산한 밀랍만을 사용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모양의 꿀초를 만듭니다. 고드름 꿀초, 죽순 꿀초, 항아리 꿀초, 도자기 꿀초, 대나무 꿀초, 유리잔 꿀초 ...... 빈도림 꿀초를 보는 사람마다 자신의 몸을 태워 어둠을 밀어내는 초 자체의 품성, 향기로운 냄새와 아름다운 모양새에 반합니다.서너 해의 노력 끝에 이제는 상당한 시장을 확보한 벤쳐 기업으로 등장했습니다.세계 열 한 번째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면서도 우리는 불안합니다. 국민소득 2만 불 시대가 왔는데도 우리는 불만에 쌓여 있습니다. 남의 밥그릇은 커보입니다. 담양 빈씨의 시조가 된 빈 도림씨와 부인 이영희씨처럼 시골에서 사는 마음의 여유,하찮은 쓰레기로 버려질 밀랍을 이용해 벤쳐 산업으로 키워내는 지혜로움을 우리가 배워야겠습니다.(2007.2.12) |
첫댓글 아름답게 세상을 가꾸는 부부네요. 꿀초가 어떨지 궁금하고 담양 언저리가 문득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