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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무아원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무아
전주 한옥마을 '오목대 사랑채' 한정식 한 상. 세련되고 깔끔한 맛입니다. 사진 찍은 장소는 역시 한옥마을 안에 있는 전통찻집 '교동다원'입니다. 주인이 오래 공들여 가꾼 마당이 소박하게 아름답습니다.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잠시 와인으로 눈 돌려보자. 전주 한정식은 유명 포도원에서 생산하는 최고급 와인에 비교할 수 있다. 훌륭한 와인을 만들려면 ‘테루아'(terroir)가 중요하다. 프랑스어인 테루아는 ‘땅’으로 번역되지만, 단순히 토질(土質)만 의미하지 않는다. 포도밭이 산비탈 어디 위치하며 얼만큼 햇볕을 받는지, 강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졌는지 등, 와인을 만드는 포도가 자라는 자연조건 전반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상적 자연환경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의 정성과 노력에 더해졌을 때, 비로소 좋은 와인이 탄생한다.
일단 전주는 탁월한 자연조건을 가졌다. 한국 최대 곡창지대인 김제평야가 지척이다. 주변에 산악지형을 고루 갖춰 산나물이 풍성하다. 뿐인가. 군산에 모이는 다양한 해산물은 그 옛날에도 하루면 전주 식탁에 올랐다. 게다가 전주는 조선 이씨 왕가의 본향으로, 많은 문벌들이 있었던 양반의 고장이었다. 음식에 정성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돼 있었던 것이다.
한옥마을 안 오목대 사랑채(063-232-8533)에서 한정식 한 상을 떡부러지게 받았다. 전통 한옥을 현대적으로 개조해 세련된 느낌이 드는 한정식집 겸 찻집이다. 전라도 음식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홍어회부터 젓가락이 갔다. 콧구멍으로 올라오는 암모니아향이 심하지 않아 서울사람이 먹기에는 적절했다. 입천정이 벗겨질 정도로 ‘징하게’ 삭힌 전남식 홍어가 진짜라 여기는 분들은 “밋밋하다” 탓할 지 모르겠다. 젓갈도 새우젓과 조개젓 두 가지 뿐으로, 젓갈만 너댓 가지가 나오는 순천, 벌교 등 전남지역과는 차이가 있다. 홍어무침은 매운맛과 단맛,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균형이 잡혔다. 주꾸미는 슬쩍 삶아 탱글탱글 씹히면서도 부드럽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 양념이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적절했고, 30가지가 넘는 별의별 반찬을 모두 맛본 뒤에도 잡미가 입에 남지 않았다. 4인 기준 6만원과 8만원짜리가 있다. 전주 시내 다른 유명 한정식집들도 맛이나 가격 수준이 비슷하다.
한정식이 부담스럽다면 백반이 훌륭한 대안이다. 보통 백반집이라고 하면 값싸고 맛없는, 한 끼 대충 때우는 식당이기 마련이다. 전주는 다르다. 한정식처럼 비싼 재료는 쓰지 못한다. 식당 분위기나 상차림의 정갈함, 맛의 세련미도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반찬 가짓수, 정성에서는 한정식에 뒤지지 않는다. 음식 맛은 한정식보다 오히려 더 입에 맞는단 사람도 있다. 특1급 포도원에서 생산하는 2등급 와인이 평범한 포도원의 어줍잖은 와인보다 훨씬 나은 것과 마찬가지 이치일까.
이게 오천원짜리 백반 2인분입니다. 음식을 힘들게 들고있는 분들은 한밭식당 주인 모녀.
한밭식당(063-284-3367)에서 1인 5000원짜리 백반을 주문했다. 시누이에게 이어받은 식당을 딸과 함께 운영하는 천금년(59)씨 손맛이 대단하다. 닭볶음(닭도리탕)에 청국장, 김치찌개, 돼지족찜, 더덕무침, 달걀찜, 잡채, 겉절이김치, 오이소박이, 어묵볶음, 도토리묵, 버섯볶음, 멸치 풋고추 볶음, 시금치나물, 김무침, 고등어조림, 소시지 부침, 조개젓 등 30가지가 넘는 반찬이 돌솥에 갓 지어 뜨끈뜨끈한 밥과 함께 나왔다.
한밭식당이 양념맛이 센 시골 맛이라면, 바로 옆 한국식당(063-284-6932)은 보다 도회적이고 현대적인 맛이다. 유부를 채썰어 넣고 끓인 된장찌개는 된장 자체가 슴슴한데다, 유부에서 우러난 기름이 섞여 부드럽고 풍부한 맛이다. 돼지불고기는 생강으로 냄새를 노련하게 제거했다. 새우탕이 압권. 통통한 육젓에 무, 파, 고춧가루만 넣어 맑게 끓인 국물이 아주 시원했다. 조금 덜 짰다면 완벽하겠다. 반찬은 한밭식당과 마찬가지로 30여가지. 한밭식당과 한국식당이 있는 옛 전북도청 앞 도로에 백반집이 몰려있다. 여기 말고도 전주시청 주변 등 시내 구석구석 많다. 가격은 1인 5000원선으로 엇비슷하다.
전주 한정식집(지역번호 063) 궁전 284-6760 백번집 286-0100 이화원 232-1112 전라회관 228-3033 전라도음식이야기 244-4477 한벽루 280-7082
전주 백반집(지역번호 063) 농부며느리 244-6812 다문 288-8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