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으로 기억된다. 작가 황석영이 북한을 방문하고 쓴 책 이름이다. 우리 땅의 반쪽, 북한을 몰래 방문하고 돌아와서 그곳도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이라는 것을 그는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감탄조 제목으로 출간했다. 내가 갑자기 그 책을 떠올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철의 장막 북한에 사람이 살고 있었듯이 조용하기만 한 목회자들도 살아 있었다. 나는 다름 아닌 ‘2010년 전국목회자 전도.교회성장 세미나’ 에서 살아있는 목회자들을 확인했다.
9월 6일부터 8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치악산 명성수양관에서 이 교육은 진행되었다. 나는 세미나에 즐겨 참석하는 편이 못된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번만큼은 꼭 참석하고 싶었느니 말이다. 몇 가지 이유가 없지 않았다. 전도와 교회 성장은 예수님의 지상명령이자 목회자들의 소망이 서려있는 단어이다. 몇 번에 걸쳐 난 신문 광고에 올려져 있는 강사들의 면면도 나를 끈 이유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목회를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알게 된 사랑하는 동역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참석의 한 요인이 되었다.
개회 예배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명성수양관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잔칫집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접수대와 교재 배부대(配付臺) 각 숙소에 대한 안내 데스크 등에서 담당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였다. 교육의 주 장소인 본당은 의자와 책상을 빼내어 맨 바닥에 앉아 교육을 받도록 해 놓았다. 맨 바닥은 가늠할 수 없는 참석 인원을 맞이하는 데는 안성맞춤이다. 많으면 빽빽하게 적으면 듬성하게, 그렇지도 않을 때는 또 거기에 맞게. 주최 측도 참석자들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았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는 많지 않았는데, 개회예배 시간이 두시 정각이 되자 사람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안내하는 사람들이 앞 자리부터 참석자들을 앉히느라 진땀을 뺐다.
이번 전도 세미나의 주제는 '부흥하는 성결교회 민족의 희망'으로 정했다. 적절한 주제 선정이라고 생각했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지고 과학과 문화가 고도의 발전 궤도를 달리고 있을 때 사람들은 하나님을 잊기 쉽다. 아니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그 흐름에 강한 브레이크를 걸 동력을 우리 성결교단이 갖고 싶다는 의지가 주제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소망을 품고 이번 세미나를 준비했고 또 참석했을 것이다. 항해에는 선장이 중요하다. 이번 104년차 원팔연 총회장은 우리 교단의 선장이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부흥사이자 한 교회를 크게 일군 조직가이기도 하다. 그와 같은 역량이 뒷받침되어 시대에 꼭 필요한 세미나를 준비했고 나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고 국가 장래가 불투명할 때는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는 성향이 있다. 기독교 관련 집회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요즘 교계 집회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데는 매우 신중을 기한다. 이런 와중에 우리 교단에서 전국 목회자 세미나를 준비해서 성공적으로 치른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듯하다. 먼저 세미나 내용의 적절성이다. 전도와 교회 성장은 우리의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우리가 모두 매머드 교회를 지향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유지하기에도 급급한 작은 교회에 능력을 소진시킨다면 그것보다 더 한 낭비는 없을 것이다. 시대와 지역에 필요한 숫자의 성도를 확보해서 힘 있는 신앙 공동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바람에 강한 도전을 하게 한 것이 이번 세미나였다.
또 강사 선정도 시의적절했다. 우리 성결교를 기점으로 해서 침례교 감리교 예수교 합동 통합 고신 등 각 교단에서 모범적으로 교회를 성장시킨 목회자들의 교회 성장 경험담을 직접 듣는 것은 여느 이론 강의에서 얻을 수 있는 수확에 비길 수 없을 만큼 크다. 나는 그분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회 성장만 시킨 것이 아니라 바른 도(道)를 이탈하지 않으면서 성장시킨 것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다. 우리 성결교단의 초기 모습을 생각해 본다. 우리는 동양복음전도관 시절 북치고 장구치며 노방전도를 나아가 사람을 모아서 교육시키고 거주지 근처 교회로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주로 했다. 참으로 욕심 없는 주의 일이었다.
우린 이런 아름다운 출발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교단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그런 전통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참석자들의 면면에서부터 그랬다. 갓 목회의 길에 들어선 새내기에서부터 교단 중진 목회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배우는 자세로 임했다. 부총회장에 출마했던 중견 목회자들도 바닥에 앉아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은 우리 교단의 미래를 밝게 그리게 만들었다. 권위의 내려놓음은 예수님의 섬김을 실천하는 것이어서 보기 좋았다. 우리 교계의 권위 카르텔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보다 더 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리 교계에서 이런 권위의식 서열의식 특권의식 명망의식을 탈피할 때 세속 사회를 영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세미나를 준비한 총회본부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총회장을 비롯해 총회 임원들이 기도로 준비했고 힘을 합쳐 움직인 결과는 대규모의 인원들이 큰 불편함 없이 세미나에 동화하게 만들었다. 총회장은 세미나 일정을 열고 닫을 때마다 마이커를 잡고 참석자들에게 송구함을 표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목회자들이 참석해서 식사와 잠자리가 무척 불편할 것임에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참여해주는 것에 대한 송구함과 감사함이었다. 그는 이런 일을 기적이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환경이 좀 불편하더라도 주최하는 분들이 최선을 다하고 정성으로 섬긴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것이 목회자들이요 사람들이다. 이런 섬김의 자세와 열정은 회를 거듭하면서 참석자들이 불어나는 것으로도 증명되었다. 어떤 세미나든 시간이 지날수록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상례인데, 이번 전도 교회성장 세미나는 그 반대였다. 본당 바닥과 의자가 마련된 2층까지 입추의 여지없이 운집한 목회자들이 강의 후 주의 3창 통성기도 시간에는 건물이 무너질 듯 강한 기도의 회오리가 일었다.
강사로 참석한 다른 교단 목사님들의 찬사가 그저 그런 형식적 인사치레가 아니고,성령 임재의 강렬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많은 집회에 참석해서 말씀을 전했지만 이렇게 뜨거운 분위기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교단의 저력이자 희망임을 누가 부인하랴! 우리는 지금까지 실천 없이 관념적 그림 그리기에 시간을 소비해온 감이 없지 않다. 이번 세미나는 이젠 관념의 벽을 넘어 실천과 행동의 누리로 나아갈 것을 다짐한 장이기도 했다. 모두 ‘하면된다’는 강한 도전의식을 품고 각자 섬기는 교회로 돌아갔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면 능치 않음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기쁜 마음으로 지교회로 돌아갔다. 우리의 미래는 희망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한 우리는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다. 우리의 희망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의 비에 새기고 돌아오는 기쁨은 자주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부단한 실천에 열매 맺게 하는 일만 남았다.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나는 이 글의 제목을 "목회자들이 살아 있었네"로 정했다고 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뜻이 함축되어 있다. 먼저 내가 알고 지내는 동역자들을 이번 세미나에서 만나는 즐거움이 이런 제목을 낳게 했다. 길게는 15년에서부터 짧게는 1,2년까지 소식을 나누지 못하고 지낸 동역자들을 이곳에서 만났다. 나는 그들을 만나고 언뜻 생각한 것이 그들이 살아 있었다는 안도감이었다. 그들이 죽지 않고 맡겨진 사역지에서 열심히 목양을 하다가 이번 세미나에서 만난 것이다. 이것은 살아 있음의 현실감 넘치는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하나, 침체된 교계에 대한 걱정의 소리들이 많이 들린다. 혹시 여러 곳에서 목회자들이 죽은 듯 잠들어 있는 것과도 같은 우려가 우리의 의식을 결박했다. 하지만 2천 여 명의 목회자들이 한 장소에 모여 한 곳에 눈을 고정시키고 말씀을 경청한다는 거대한 용틀임이다. 목회자들이 결코 잠들거나 죽어가는 것이 아니요 전국 방방곡곡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를 목도한 것이 이번 세미나였다. 목회자들이 정말 살아 있었다. “목회자들이 살아 있었네”란 제목을 붙인 한 이유이다.
이번 세미나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성공한 집회 뒤 후속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이 열기가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성령의 열매가 많이 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천 교회 1백 만 성도를 넘어 5천 교회, 2백만 성도의 기치를 걸고 일로 매진해야 한다. 6만 성도의 1910년대에 ‘백만인 구령운동’으로 부흥의 비전을 제시하고 많은 열매를 맺었듯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진정 일제시대와 1960년대까지 통칭되던 장감성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이번 세미나 강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언급했듯이 중생 성결 신유 재림의 '사중복음'이라는 좋은 전도표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인데 불가능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제 공은 우리 교단 목회자들에게 넘어왔다. 충성되고 진실한 목회로 하나님께 칭찬 듣는 주의 종들이 많아질 때, 우리 교단의 부흥은 이루어질 것이다. 이 날을 위해 줄기차가 전진하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데 무엇이 두려운가! 성결교 목회자여서 행복한 우리, 우리가 성장의 주역임을 한시도 잊지 말자. 이번 전도 교회 성장 세미나를 위해 헌신한 총회 관계자, 자원봉사자로 섬김의 본을 보인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며 다시 한 번 깊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설명]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총회장 원팔연 목사)는 지난 9월 6~8일 강원도 원주 치악산 명성수양관에서 2010년 전국 목회자 전도·교회성장 세미나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