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엔 총 세 개의 버스터미널이 있다.
하나는 서울, 대구, 대전, 광주, 성남 등 먼 거리 대도시를 잇는 고속버스터미널.
또 하나는 부산, 진주, 울산, 대구, 순천, 전주, 구미, 안동 등 주변지역을 주로 잇는 시외버스터미널.
나머지 하나는 고성, 통영, 거제를 잇는 남부터미널이다.
예로부터 부산에서 통영, 거제를 잇는 길목으로서 마산에서 가장 구도심과 가깝고 고정수요도 많았던 터미널이다.
하지만 자가용의 보급과 마산 구도심의 인구 감소는 남부터미널의 입지를 위태롭게 했으며,
설상가상으로 2010년 12월 거가대교라는 존재가 생기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되었다.
사실 마창진에서 통영·거제로 들어가는 길은 거가대교 경유보다 기존 길이 더 빠르므로,
남마산-통영·거제 수요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질게 없고 배차도 여전히 그대로다.
하지만 적잖은 비중을 차지했던 부산-통영·거제가 한꺼번에 이동했으니, 분명히 간접적인 타격을 어느 정도 받을 것이다.
들어오는 차는 예나 지금이나 많지만 그에 비해 텅 비어버린 마음 속은... 그 누구도 넉넉히 채워주기가 힘들 것이다.
경남대 앞 육거리의 모습.
구도심 바로 아랫쪽의 번화가로서 대학수요로 먹고 사는 꽤 큼직한 동네다.
6개의 도로가 한 번에 갈라지는 월영광장을 비롯해 주위로 커다란 상가들이 줄을 잇는다.
번화가에서 살짝 골목으로 들어오면 무려 버스터미널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번화가를 살짝 벗어났을 뿐인데도 지나다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차선 하나를 정복한 노란 택시들은 언제 떠나갈줄 모른다.
주변을 돌아보던 찰나 낮선 차가 터미널에서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다.
이 곳 남마산을 들려 고성, 통영까지 가는 금호고속 시외버스다.
그를 따라 건물 중앙으로 가서 사진을 찍는다.
온통 유리벽으로 뒤덮여 조금 오래된 금융건물 냄새가 풍기는 버스터미널.
정식 이름은 '마산남부시외버스터미널'. 너무 길다. 저걸 언제 다 외울까 싶다.
대합실 내부는 굉장히 넓었다.
윗동네의 마산시외버스터미널 뺨칠 정도로 넓은 공간을 독차지하고 있는데,
역시나 중앙에 놓여진게 아무것도 없어 썰렁해보이긴 매한가지다.
사방을 둘러싸야할 상점들은 곳곳이 텅 비어있었고, 그 빈 공간엔 아무 것도 놓여진 게 없다.
앉아있을 의자도 한 쪽 구석에만 몇 개 놓여져 있을 뿐 나머지는 휑하게 그냥 방치되어 있다.
건물 크기가 큼직한 반면 내부가 썰렁하다는 것은, 오래 전엔 번성했지만 지금은 수요가 상당히 줄었다는 것을 뜻한다.
매표소도 반 이상이 뚝 잘린 채 지금은 달랑 한쪽 창구에서만 표를 끊어주고 있다.
남마산의 주력 노선은 부산(사상)에서, 통영, 장승포를 잇는 시외노선이다.
그 외에 남마산 자체노선과 울산, 동래-노포동에서도 통영-고현-장승포를 이어주기도 한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부산-통영,거제가 주력 노선이었고 지금도 그렇지만,
2010년 12월 16일 역사적인 거가대교의 개통이 이루어지면서 부산-통영,거제간 승객은 썰물처럼 쫙 빠져나갔다.
거가대교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 곳이야 별다른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수요의 상당부분 차지하는 부산 승객이 죄다 빠져나갔다는 것은 마산까지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자가용의 보급으로 수요가 계속 줄어드는 마당에 거가대교까지 뚫려버렸으니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꼴이 되어버렸다.
아직까지 배차가 크게 줄거나 하진 않았지만, 부산과 통영의 중간 경유지라는 타이틀을 잃어버린 것을 결코 무시하긴 힘들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통영, 거제행 노선만 있는건 아니라는 것이다.
동래-노포동-울산-방어진까지 가는 노선도 있고, 진주행과 대구행을 비롯해 함안, 칠원행 시내노선도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진동경유 함안행의 경우 강남고속이 해체되면서 노선 자체가 거의 없어졌다시피 했고,
진주행도 배차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나머지도 마산시외터미널과 경쟁하는 구도여서 그렇게 든든한 버팀목이 많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이 곳과 가까운 경남대나 구도심방면 고정수요로 근근히 버티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허울뿐일지라도 내가 방문했을 때, 그리고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엔 분명 다른 모양새였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던 시절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괜히 건물, 대합실, 승차장 공간이 이렇게 넓을 수가 없을 테니까.
실제로 부산에서 통영가는 길목의 상징으로서 통영·거제가 연고지인 거제현대고속의 본거지가 아예 여기에 있을 정도였다.
지금도 버스는 수시로 들어오는 편이고, 긴 승차장은 여전히 하루도 쉴 틈이 없다.
하지만 버스 한 대에 타는 손님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버스를 꽉 채울 정도는 아니더라도 열 몇 명은 되어주어야 하는데 많아야 서너 명 정도.
아예 승객없이 혼자 출발하는 버스도 더러 보였다.
타는 사람뿐 아니라 내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많아야 다섯을 넘기지 않는다.
물론 지금 시간대가 사람이 그렇게 많을 시간이 아니기는 하지만,
다양한 회사와 풍성한 버스의 수에 비해 뭔가 공허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뒤에서 바라본 터미널은 카메라 광각에 다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넓었다.
그리고 그 긴 승차장을 많은 차량들이 꽉 채워주고 있었다.
터미널은 아직도 이렇게 활발한데, 왜 활발하기보단 썰렁한 느낌이 더 강했는지 모르겠다.
길다란 주차장 담장 너머로는 오래된 집들이 언덕 꼭대기까지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오래된 도시의 모습. 흔하지만 이국적인 느낌. 이런 느낌이 좋다.
하지만 구름이 잔뜩 낀 겨울 하늘은 더없이 우울하기만 하다.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누군가가 있어야 할텐데, 오늘은 그 누군가가 없는 것 같다.
과연 그 누군가로 다시 채워질 날이 올까. 언제쯤 예전처럼 편히 웃고 지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첫댓글 작년 여름에 갔을때는 연휴때라 인지 만차로 운행하고 하였던 곳이였는데 거가대교가 역시 타격이 크군요 ㅠ
거가대교가 뚫렸어도 마산-통영 수요자체는 크게 타격이 없습니다^^; 아마 올 휴가철에도 붐비기야 하겠죠. ㅎㅎ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제게는 낯선 곳이라서 뭐라 덧붙일 얘기가 없네요.
ㅎㅎㅎ
죄송해요.
늘 잘 보고 있습니다.
괜찮아요 ^^ 좋게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솔직히 제가 거가대교개통후 남부시외터미널 방문했을땐 거의 통영,장승포,진주손님이더군요....대구행은 저를비롯한 4~5명뿐이구요...부산에서 통영,거제를 가는손님도있는방면에 마산-통영,거제가는손님들도 좀있어요...그렇다고 많이 붐비진않아보이더군요....차라리 합성동과통합을 하면좋겠지만,구도심에서의 역활을 나름하고있다고보기때문에 그냥분리하는게 낫지않을까봅니다.
지역 분께서도 배차가 늘어나서 버스 이용하기 많이 불편해졌다고 하셨었는데, 그렇다고 통합을 하기엔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기에 쉽지 않겠죠.. 말씀하신대로 마산에서 통영, 거제가는 수요도 만만치않게 있구요.
자주 이용했었죠...한때 조선업에 종사할때 대구에서 타면 꼭 중간경유 하고 또 통영서 타도 종종 중간경유 하던 곳...
대구에서 통영까지 통근을 하셨었나요.. 대단하십니다.b 남마산에서 자체출발하는 노선도 많지만 왠지 중간경유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요.
사상행은...저때처럼 15~20분간격이아닌...20~40분간격으로 배차가 마니 벌어졋습니다....맥시멈님 말씀대로...중간경유지 수요를 잃어버리면서 그나마 구도심지역사람이나 일부 경남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실정이 되었죠...진주도 30~40분간격이 아니라 40~60분간격이 되었구요...그러나...고성.통영,고현.장승포 만은 아직 건재를 합니다..실질적은 남부터미널에 밥줄이죠...예전부터 쇠퇴되는게 빠르게 보일정도로 지금은 경남대 학생을 제외하면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시피하는 동네입니다...지금은 학생들 방학이라 더더욱 그렇쿠요...안타까울 따름이죠...잘보고갑니다...
상대적으로 부산-통영,거제가 거가대교로 쏠리면서 남마산 착발 비중이 높아졌나보네요. 사실 마산-통영,거제 수요가 없으면 거의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인 곳이니 비중이 높은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터미널뿐만 아니라 상권도 쇠퇴하고 있다는건 몰랐던 사실이네요.
지금 거제현대고속은 서부산출발 김해/통영/해운대까지도 다양하게 다니던거 같던데...
그렇군요. 거가대교 개통 이후에 운행계통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잘 모르겠네요. ^^;
@Maximum 서부터미널이마니변했어요 남부터미널뿐만아니라 서울경부 즉 반포터미널로가는노선까지확장되었으니깐요
제고향 마산이군요^^ 중고등학교때 저길 배경으로 많이 놀았는데.....게시글이 올라온지 4년가까이 흐른지금은 통영,거제 노선은 그래도 활발하게 운행중입니다. 사상,울산,진주노선은 배차간격도 넓어지고 수요도 많이 줄었네요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입니다~
거가대교 개통으로 사상-통영행이 필수적으로 들리던 차가 거의 없어지다시피되어 배차간격이 늘어난것이네요.남마산-거제간 수요는 거가대교와 상관없을텐데.단지 배차간격이늘어나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법칙이 깨진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