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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아버지에게 길을 묻다
윤영걸 지음
▣ 저자 윤영걸
현재〈매일경제신문사〉주간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경제전문주간지인〈매경이코노미〉의 제작을 책임지고 있다. 1957년 대전에서 태어나 충남고와 충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9월 매일경제신문 기자로 입사해 25년이 넘도록 경제 현장을 지켜왔다. 주로 재테크 관련 취재를 맡아 왔다. 일선 기자와 증권부장, 부동산부장, 유통경제부장, 여론독자부장 및 중소기업부장 등을 두루 거치며 데스크를 맡았다. 기자로서의 보람은 이 시대의 지도층 인사들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과 사람의 흥망성쇠를 보는 것은 큰 배움의 기회였다. 2004년 3월부터 인기 칼럼인 ‘윤영걸 칼럼’을 《매경이코노미》에 매주 연재해오고 있으며, 경제뉴스 채널인 MBN에도 출연하고 있다. 공저로 『증권투자 알고 합시다』, 『코스닥투자 알고 합시다』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30대란 나이는 인생의 나침반을 새로 만들어야 할 시기다. 이전까지의 삶은 어떤 부모를 만났는가, 어떤 유전자를 타고났는가, 얼마나 운수가 좋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삶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30대부터는 다르다.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후반 인생을 향해 외롭게 노를 저어가야 한다. 장애물이 곳곳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기회는 무한하며, 인간은 누구나 특별한 재능을 한 가지 이상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재능을 잘 모르고 있을 뿐인데,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 보면 순식간에 블랙홀에 빠져들 듯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장소로 떠밀려간다. 따라서 철저히 점검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30대는 인생 선배의 충고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한데, 저자는 인생 선배이자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30대가 직면한 미래 설계와 가족문제, 노후자금 마련, 자기계발 등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늘 자기만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은 순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인생은 원래 누구에게나 힘들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또 공연히 남의 인생과 비교하지 말고, 역경과 고통은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어제보다 오늘이 나을 것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아무리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30대에게 필요한 것은 편안한 길을 거부하고 가시밭길을 헤치며, 좁은 문을 찾아 헤맨 치열한 ‘공자정신’이라고 강조하고, 아울러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어김없이 ‘우연한 행운’이 따르지만,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는 그 흔한 우연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2004년 3월부터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발간하는 경제주간지인 《매경이코노미》에 시사적인 내용과 경제ㆍ재테크, 인생에 관한 칼럼을 써왔는데, 이 중 30대에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새롭게 재구성해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 차례
지은이의 말 - 장수 시대의 성패는 순전히 30대에 달렸다
Part Ⅰ 30대, 희망을 노래할 때
내일 태양은 다시 뜬다 / 희망이 등불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하루 / 카르페 디엠! / 멈춤의 지혜
패배의 미학 / 인생이 뒤통수를 때려도 / 행복에 관한 단상
Part Ⅱ 가족, 너무나 가까운 타인
아버지는 당신의 미래다 / 대한민국 아버지에게
자식 유감 / 댁의 형제는 평안하십니까?
딸이 있다는 건 / 유혹에 약한 남자
글로벌 교육 떠돌이들 / 수사자의 최후와 한국 남자
Part Ⅲ 따뜻한 세상을 위하여
“I am sorry” / 위대한 정신 ‘클레멘티아’
용서를 생각하다 / 눈치와 아부
“내가 멍청한 짓을 했소” / 미안하다, 사랑한다
계영배에 담긴 뜻 /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 원판불변의 법칙
Part Ⅳ 30대, 아직 젊은 그대
내 인생의 오후 / 나이의 벽을 넘어
길게 보고 삽시다 / 아직 젊은 그대
서드 에이지를 준비하라 / 아름다운 백수를 위하여
절대로 은퇴하지 맙시다 / 떠날 때와 남을 때 / 쉴 수 없는 남자
Part Ⅴ 노후 30년 준비됐나요?
펀드를 믿지 마세요 / ‘유주식 상팔자’ 시대
사무라이와 가치투자 / 처칠의 깡통계좌
건강한 비관론자가 되라 / 단숨에 부자 되는 법
증시는 다수결이 아니다 / 노후 30년 준비됐나요?
동서보다 돈 많아야 부자(?) / 덫에 걸린 중산층
Part Ⅵ 공자의 열정이 그립다
10억보다 중요한 것 / 우연과 행운의 법칙
공자의 열정이 그립다 / 해고의 미학
외국어는 밥그릇이다 / 책 좀 읽고 삽시다
‘가방 끈’이 뭐기에 / 차라리 반역자가 되라 / 생애 최고의 순간
30대가 아버지에게 길을 묻다
윤영걸 지음
Part Ⅰ : 30대, 희망을 노래할 때
내일 태양은 다시 뜬다
피고용인은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운명이다.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예외는 없다. 신문의 인사 난에는 영전한 사람들의 명단이 매일같이 오른다. 그러나 직장을 떠나는 사람들의 명단은 볼 수 없다. 쥐도 새도 모르게 짐을 싸서 떠나야 하는 내쫓긴 운명인 것이다. 물론 잘려나가는 사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칼자루를 든 사람 역시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편 급여생활자는 젊은 시절 과감하게 창업이라는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하지 않은 대가로 조직이 원하면 언제든지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따라서 영전했다고 우쭐댈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낙오했다고 좌절할 일도 아니다. 사주팔자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잘나갈 때 몸을 낮추고, 시련이 닥쳤을 때 포기하지 말고 분발하라는 메시지일 뿐이다.
인생의 승부는 주어진 매주 168시간 동안 무엇을 하려 했고, 무엇을 남겼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30대라면 이제 시작일 뿐, 인생은 아주 많이 남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자신만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은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은 원래 힘들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려움을 겪느냐 겪지 않느냐가 아니라,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뎌내느냐 하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사로 널리 알려졌던 에디 리켄배커는 태평양에 떨어져 살아날 희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21일 동안 뗏목을 타고 표류한 적이 있다. 혹독한 시련 속에서 살아남은 그는 훗날 누군가가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자 “내가 배운 최고의 교훈은 목이 마를 때 마실 물이 있고, 배가 고플 때 먹을 것이 있다면, 어떤 일에도 결코 불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늘 감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참고로 영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는 붉은 노을이 깔린 대지 위에 우뚝 서서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라는 말로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희망이 등불입니다
‘기회의 땅’ 미국에서도 ‘개천에서 용 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점점 커지는 빈부격차는 ‘발등의 불’이다. 특히 빈곤의 대물림은 갈수록 심각해져 한국 사회를 흔드는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ㆍ경제적인 안전망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과 윤홍근 제너시스그룹 회장은 밑바닥에서 시작해 희망을 거머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성 회장은 6ㆍ25 전쟁 중에 충남 서산에서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술과 노름에 빠진 그의 아버지는 어느 날 느닷없이 새어머니를 집에 들이고 친어머니를 내쫓았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그는 식모살이를 떠난 어머니를 찾아 서울행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는데, 그의 안주머니 속에는 외삼촌이 준 10원짜리 지폐 몇 장이 전부였다. 그 뒤 낮에는 약국에서 심부름을 해 돈을 벌고, 밤에는 교회 부설학교에서 공부하며 억척 인생을 꾸려나갔고, 7년 가까운 서울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날 동생들과 함께 했던 저녁을 그는 지금도 ‘가장 맛있었던 식사’로 기억하고 있다. 단돈 1천 원을 밑천으로 사업이라는 거친 바다에 뛰어든 것도 이 무렵인데, 그는 단 돈 1천 원으로 2조 원의 가치를 지닌 그룹을 일궈냈고,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취임 축하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을 것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아무리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어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꿈이 있다면,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도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윤홍근 제너시스그룹 회장의 삶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그에게 남은 것은 살벌한 빚 독촉밖에 없었다.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몸져누운 상황에서 그는 장남으로서 힘든 시절을 보내야 했다. 대학에 진학할 때에도 친구들의 도움으로 겨우 입학금을 마련할 정도였다. 그런 윤 회장이 1995년 맨주먹으로 창업해 10여 년 만에 6개의 브랜드에 2천500여 개의 매장을 갖추고, 연간 매출이 5천억 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프랜차이즈 그룹을 이루어냈다. 참고로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는데, 예로 닭을 튀기는 식용유에 대한 유해 논란이 일자 과감히 올리브유로 대체했다. 그런데 올리브유의 값은 일반 식용유보다 최소 3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대중음식점에서는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윤 회장은 최고급 올리브유를 가장 값싸게 들여오고, 치킨 값은 조금만 올리자는 원칙을 내세웠다. BBQ의 올리브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성완종 회장과 윤홍근 회장의 공통점은 고난에도 좌절할 줄 모르는 집념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부드러운 인상이지만 ‘칭기즈칸’처럼 저돌적인 승부사들이다. 예로 성완종 회장은 자신이 창업한 대아건설이 경남기업을 인수하자, 대아건설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아예 회사 이름을 경남기업으로 바꿨고, 윤홍근 회장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튀김 기름을 올리브유로 채택했다. 이러한 결정은 지금 기준으로는 별것 아닌 일 같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단이었다. 아무튼 위기란 단어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다. 육체적 장애를 극복한 사회사업가인 헬렌 켈러는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한 이야기로도 가득 차 있다”라고 말했다. 30대인 당신, 헬렌 켈러의 말을 항상 기억하자.
인생이 뒤통수를 때려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너무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데, 인간이 지닌 가장 값진 재산은 바로 좌절 속에서도 화려한 꽃을 피워내는 능력이다. 애플 신화의 주역인 스티브 잡스는 2005년 6월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역경을 극복하고 일어선 인간승리를 주제로 다음과 같은 축사를 했는데, 읽고 또 읽어도 감동이 전해지는 멋진 내용이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미혼모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 입양되었지요. 저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대학 입학 6개월 만에 자퇴를 했습니다. 친구네 집 거실에서 잠을 잤고, 빈 콜라병을 모아 병당 5센트에 팔아서 먹을 것을 샀고, 한 끼 식사를 위해 10㎞를 걸어 힌두교 예배에 참석하며 청강을 했습니다. 그때 청강을 해 배운 지식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되었지요.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부모님 차고에서 시작한 ‘애플컴퓨터’는 10년 후 1천4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200억 달러짜리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고, 몇 개월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간 넥스트사와 픽사를 창업했는데, 픽사는 세계 최대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 다시 애플로 돌아왔습니다. 몇 년 전에는 췌장암에 걸려 가까이에서 죽음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인생이 당신의 뒤통수를 때릴지라도 결코 믿음을 잃지 마십시오. 저는 인생에서 해야 할 사랑하는 일이 있었기에,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끊임없이 갈망하며, 바보처럼 도전하라)’, 정말 멋진 경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금지의 원칙’이다. 패배란 단어를 아예 입 밖에 내지 말자.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진짜 패배자가 된다. 신은 고난을 견디는 사람과 함께 한다.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명하고 확실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기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이 이룰 수 있다.
Part Ⅱ : 가족, 너무나 가까운 타인
아버지는 당신의 미래다
자식을 이기는 아버지는 없다. 밖에서는 사악할지 몰라도 자식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라는 이름은 늘 가슴을 시리게 한다. 과거에는 가장이라는 자리에 자연스레 특권과 위세가 부여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능력과 행동 여하에 따라 가족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도 있고, 배척을 당할 수도 있다.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펭귄-위대한 모험〉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한다. 남극에서 겨울을 나는 유일한 새인 황제펭귄은 짝짓기 시기인 겨울이 올 무렵, 조상 대대로 새 생명을 탄생시켜온 ‘오모크’라는 신비한 장소를 찾아가는데, 이들은 1부 1처로 짝짓기를 한 후 알을 낳는다. 알을 낳은 후에 암컷이 먹이를 찾으러 바다로 떠나고 나면 수컷의 목숨을 건 사투가 시작되는데, 영하 20도가 넘고 시속 200㎞의 강한 바람이 부는 곳에서 알을 품은 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돌부처처럼 서서 2개월을 버틴다. 알이 부화되면 어미는 바다에서 돌아와 새끼를 키우고, 지친 아비는 마지막 온 힘을 다해 먹이를 찾으러 바다로 떠난다. 수컷이 바다에 나가 체력을 회복하는 사이 돌아온 어미 펭귄은 그동안 먹은 음식을 토해내 새끼에게 먹인다. 새끼가 완전히 독립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수컷과 암컷은 동시에 먹이를 먹으러 바다에 나갈 수 있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황제펭귄 못지않게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데, 가족을 보살피느라 자기 인생의 의미 같은 건 잊은 지 오래다. 하지만 자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서툰 아버지는 가족 가운데서도 늘 이방인이다. 가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최선을 다하지만, 가족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늘 겉돌기만 하는 것이다. 이제 아버지가 달라지는 수밖에 없다. 참고로 정약용, 이황 같은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여성형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가족 위에 군림하는 호랑이 같은 아버지가 아니었고, 귀양을 가서도 편지를 통하여 집안의 소소한 일까지 챙기고 자식들을 훈육했다. 마찬가지로 21세기의 아버지가 가야 할 길도 바로 ‘엄마 같은 아빠’가 아닐까 생각된다. 한편 지금은 30대인 자식들도 머지않아 늙은 부모가 된다. 그러므로 부모님을 자주 만나고 할 일을 만들어드려야 한다. 부모님 스스로 쓸모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도 감사도 입 밖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나아가 사랑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시간이 없다면 전화라도 자주 하는 게 도리다. 시시콜콜한 수다가 때로는 보약보다 낫다.
댁의 형제는 평안하십니까?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는 인생의 가장 큰 경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을 비교 당하며 살아가야 할 인연 중 인연이고, 자칫하면 남보다 못한 악연이 될 수도 있는데, 형제간의 분쟁에서 자유로운 재벌가도 매우 드물다.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인 정몽구, 정몽헌 형제의 갈등은 말 그대로 ‘왕자의 난’이었는데, 정몽헌 회장의 돌연한 죽음으로 화해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끝이 났다. 한화그룹의 김승연, 김호연 형제는 3년간 무려 31차례나 재산권 분쟁에 대한 재판을 벌였다고 한다. 1천7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동생들을 처벌해달라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은 형제들에 대한 피해 의식과 소외감에 고통 받은 듯싶은데, 아들을 지원하느라 그의 그룹 내 지분이 급속히 축소되었고, 가뜩이나 심사가 복잡한데 맏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회장직을 교체하자 울컥하는 마음에 ‘권총’을 뽑은 것으로 보인다.
형제간이라 해도 사소한 일이나 무심코 던진 한마디의 말이 평생 상처로 남는데, 이러한 상처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암 덩어리처럼 증식을 거듭하며 우리를 괴롭힌다. 서운한 감정을 가슴에 담고 고통스러워하지 말자.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묵은 감정의 때를 씻어 버려야 한다. 늦을수록 상처를 치유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자존심만 생각할 때가 아니다. 형, 동생 할 것 없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용서와 배려는 인생을 사는 슬기로운 덕목이다.
수사자의 최후와 한국 남자
TV에서 방영하는 동물 다큐멘터리를 통해 본 아프리카 수사자들의 최후는 처참하기 짝이 없다. 젊은 수사자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고, 무리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황제다. 하지만 일단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 그렇게 비참할 수 없다. 참고로 암사자는 나이가 들어도 무리에서 함께 생활하지만, 수사자는 무리에서 쫓겨난 뒤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노년의 삶이 고단한 곳은 없다. 특히 나이 든 남자의 운명은 수사자 못지않다. 생업 전선에서 밀려난 지 오래고 정 붙일 곳이 없어 늘 외롭다. 가족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기도 쉽지 않고, 집안일도 서투르기만 하다.
한편 나이 든 가장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하다.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결혼시키느라 남은 돈이 별로 없다. 노후에 믿을 것은 연금뿐인데 이 또한 불안하다. 늙어서 빈털터리가 되면 삶 전체가 비참해진다. 병원조차 제대로 갈 수 없고, 가족도, 친구도 멀어지고 주위의 천대를 받으며 쓸쓸히 생을 마감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므로 자식이 20세가 되는 날부터 자식을 남이라고 생각하자. 어설프게 자식에게 가진 재산을 다 퍼주고 나중에 설움을 받느니, 좀 야박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죽는 날까지 따로 전대를 차고 있는 편이 훨씬 낫다. 그리고 쓰고 남은 돈은 자식 대신 사회에 환원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Part Ⅲ : 따뜻한 세상을 위하여
“I am sorry”
성공한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무엇일까? ‘미안합니다’란 짧은 한마디인데, 이 말은 성공적인 결혼생활에도 필수적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미안하다’는 말에 대단히 인색하다. 이 말을 하면 자존심에 큰 손상이라도 입는 줄 안다. 한편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하기에 따라 듣는 이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다. 반면 듣는 사람을 배려한 언어는 세상을 평안하게 한다. 참고로 프랑스는 최초의 고용계약제도에 대해 “2년이 지나면 해고할 자유를 준다”고 명시해 국민의 원성을 사 폭동까지 치러야 했다. 반면 독일은 똑같은 내용을 “임시직으로 써보고 2년 후에 채용할 수 있다”고 명시해 별문제 없이 넘어갔다. 아무튼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럴 때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과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시대를 사는 가장 위대한 언어는 “고맙습니다”와 함께 “미안합니다”가 되어야 한다.
용서를 생각하다
우리는 가족, 친구, 직장 등 수많은 네트워크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분노할 일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노는 치명적인 독약이다. 화를 내면 나쁜 호르몬이 대량으로 분비되어 자기면역력을 약화시키고, 병이나 노화를 촉진한다고 한다. 참고로 ‘분노의 감정’은 너무 강력해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가라앉힐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매사에 자신이 있는 사람, 여유가 있는 사람은 결코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이 말은 곧 분노를 터트리는 것은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자기 안에 분노의 재료를 많이 껴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흔히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나는 것은 상대방의 내부에서 자신의 나쁜 점을 발견했을 때인데, 이럴 때에는 ‘이 사람은 나의 나쁜 점을 깨우쳐줬다’고 여기며 분노를 가라앉혀야 한다. 아무튼 행복의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용서의 다리’를 반드시 건너야 하는데, 자기 자신부터 용서해야 남도 용서할 수 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골프 선수 최경주는 기부 부자다. 무명 선수 시절에도 아내와 아이 손을 잡고 신문사에 찾아와 흔쾌히 수재의연금을 건네기도 했다. 2007년 11월에는 각종 상금으로 모은 100억 원으로 ‘최경주 재단’을 출범한 데 이어, 이천 냉동 창고 화재 피해가족에게 3억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기부는 어찌 보면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기부하기는 쉽지 않다.
한편 언론인 코너 오클리어리가 쓴 『아름다운 부자 척 피니』란 책은 문학작품보다 더 감동적이다. 기업인 척 피니는 25년간 4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돈을 기부하면서도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비밀을 철저히 지켜왔다. 그는 집도 차도 없고, 비행기는 언제나 이코노미석이다. 직원들과 함께 출장을 갈 때에도 직원들은 비즈니스석에 태우지만, 자신은 이코노미석을 고집한다. 15달러짜리 싸구려 시계를 차고 허름한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검소한 사람이다. 그런 척 피니는 자식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준다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인 자신의 방향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미국 최대의 경쟁력은 부자들의 자선 행위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내가 두 발을 딛고 있는 사회의 협조를 받아 부자가 되었으므로, ‘내 재산 중 상당 부분은 사회의 것’이란 생각이 정착되어야 한다. 참고로 척 피니의 선조가 살던 아일랜드에는 다음과 같은 금언이 있다고 한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Part Ⅳ : 30대, 아직 젊은 그대
내 인생의 오후
정신의학자 이시형 박사는 다가오는 고령화의 충격을 이기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에이징 파워(Aging Power)’를 기르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나이가 들수록 강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정년인 55세부터 아직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75세까지의 고령자를 ‘YO(Young Old)’ 세대, 즉 ‘신중년’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규모는 약 620만 명으로, 이들의 파워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YO세대는 중년으로서의 올바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충분히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고 있으니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제부터는 평생 현역 시대다. 30, 40대는 물론 50세가 되어서도 책상 앞에 앉아야 하고, 60세에도 새로운 직장생활을 시작할 용기와 배짱이 있어야 한다. 참고로 앤 모로 린드버그는 『바다의 선물』이라는 책에서 50번째 생일을 맞이해 바닷가에 앉아 인생을 사색하며 다음과 같이 읊조린다. “오늘부터 내 인생의 오후가 시작된다.” 늙어간다는 우울한 기분에 갇혀 있지 말고 햇빛 속으로 걸어 나오라. 찬란한 인생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길게 보고 삽시다
인생 후반기에 불꽃을 피우는 사람들이 훨씬 멋지고 아름답다. 고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80세가 넘어 재선에 성공해 미국의 자부심을 빛냈다. 중국의 실권자였던 등소평은 90세에 가까운 나이에 남방순례를 하면서 실용주의 노선에 입각한 개혁조치로 중국 경제 발전의 기틀을 닦았다. 또 공자는 51세에 벼슬길에 올라 평생을 현역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조선 후기의 북학파인 박지원, 유득공, 박제가, 이제무 등도 50대 중반에 책을 저술하고 활발한 활동에 나섰다. 그 당시 50대는 오늘날로 치면 70대에 해당한다. 우리의 인생은 한 번밖에 없고, 연습할 수도 반복할 수도 없는 일회성의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날마다 허둥대며 살아간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나이가 주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주어진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떠날 때와 남을 때
우리나라 기업인은 떠나기 위한 준비에도 서툴고 후계자 양성에도 관심이 적은 편이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려고 하니, GE를 물려받고 물려준 잭 웰치처럼 원활한 세대교체는 아예 꿈도 못 꾼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정권교체가 되면 밀어내려는 사람과 버티려는 사람 간의 갈등이 심각해진다. 밀려나는 사람은 후임자에게 저주를 퍼붓고, 새로 임명된 사람은 점령군 행세를 하며 기존의 관행을 송두리째 뒤집고 전임자를 매도한다. 건전한 세대교체를 남에게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하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를 일으킨 업적에도 불구하고 떠날 시점을 잡지 못해 믿었던 부하에 의해 비운을 맞았다. 전문 경영인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SK그룹 S회장과 현대그룹 K부회장이 불명예 퇴진을 한 것은 자신의 힘을 너무 과신했거나 아니면 제때 떠날 용기를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여 진다. 떠나는 것은 두려워할 일도 슬퍼할 일도 아니다. 남아 있는 사람도 어차피 떠날 사람이다. 세대교체는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자연스러운 일이고, 우리 삶의 일부다. 세월이 전해주는 이런 메시지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자기가 만든 덫에 자기가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인간이 봐야 할 것은 언제나 미래다.
Part Ⅴ : 노후 30년 준비됐나요?
펀드를 믿지 마세요
주식투자는 정말 어렵다.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간접투자라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족집게라고 소문난 펀드매니저가 사실은 다트게임 확률보다 못하고, 유명한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계속해서 높게 나타날 확률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에 불과하다면 과연 믿겠는가? 참고로 증시의 최대 악재는 투자자들의 마음속에 있는 ‘욕심’이다. 따라서 주식으로 저축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장기투자에 나서야 한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니 매년 투자수익률이 1%씩만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노후에는 재산 격차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아무튼 돈은 허겁지겁 좇아가면 잡을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돈’이 더 중요하다. 즉 자제심, 평정심, 인내력, 용기 등 마음이 곧 돈이라는 얘기다.
사무라이와 가치투자
16세기 일본에서는 ‘신음류(新陰流)’라는 독특한 검술이 등장했다. 이 방법을 쓰는 사무라이는 결투를 할 때, 발걸음부터 눈의 깜박임까지 상대방의 모든 움직임을 똑같이 따라해 적을 곤혹스럽게 하고, 인내심을 잃은 적이 공격에 나서 방어벽을 허물어뜨리면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치명적인 반격을 가한다. 로버트 그린은 『전쟁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뛰어난 사무라이는 칼을 잘 쓰는 사람이라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평정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는데, 주식투자는 기술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사무라이 검법과 닮았다. 참고로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는 13년간 2,700%, 연평균 29%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그가 운용을 맡았던 마젤란 펀드에 투자한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손해를 봤다고 한다.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좋았던 1~2분기 후에 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수익률이 부진했던 1~2분기 후에 투자자금을 회수한 탓이다.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가치투자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고수익을 얻기 위한 2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는 주식투자를 쇼핑하듯 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식을 살 때의 가격이다. 둘째는 시장에 최대한 오래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싸게 사서 오래 보유하라는 얘기다. 그것이 가치투자의 핵심이다. 주식투자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정신과 영역이라 성격과 인생관부터 바꿔야 길이 열린다. 이는 자신의 마음부터 평정해야 진정한 사무라이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노후 30년 준비됐나요?
금전적으로만 보면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노후에 대해 믿음과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다. 현금 1억 원 이상, 총 재산 5억 원 정도를 보유해야 넉넉한 노후를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노후에 돈 걱정 없이 살려면 은행에 8억 3천만 원 이상을 넣어둬야 금리 4%를 기준으로 할 때, 세금 떼고 도시근로자 평균 지출금액인 연간 2천772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참고로 그동안 지도층 인사부터 서민들까지 부동산에 그토록 목매었던 이유도 노후에 대한 불안심리가 빚은 왜곡 때문이다. 금리가 떨어지고, 주식시장은 불안하고, 실물은 더 위험하니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춘 부동산에 집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부동산 추락에 대비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자, 도쿄에서 1시간 이상 걸리는 신도시는 텅텅 비다시피 했다. 우리나라도 그럴 조짐이 다분하다. 아울러 저축의 시대도 끝났고, 투자의 시대가 열렸다. 더 늦기 전에 투자행 열차에 올라타야 풍족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돈 없이 젊은 시절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돈 없이 노후를 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Part Ⅵ : 공자의 열정이 그립다
공자의 열정이 그립다
공자는 당시 평균 수명이 훨씬 지난 나이인 55세에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기 시작해 14년간 모함을 당하고, 적에게 포위되거나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객을 만나 죽을 고비를 수 차례 넘겼고, 식량이 떨어져 아사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또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노숙자 생활을 하다가 “상갓집 개”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자는 14년간의 수난을 거쳐 유가철학의 대가로 우뚝 섰다. 한 마디로 난세 한복판에 뛰어들어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이 땅에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영원한 청년 정신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열정이 사라지고 있다. 지도자층은 그동안 에너자이저(energizer) 역할을 하는 대신 국민을 분열시키는 데 급급했고, 기업은 투자를 외면하고, 국민은 희망에 등을 돌렸다. 잘나가는 기업의 직원이 정년이 보장되는 교사가 되겠다며 사표를 던지고, 일류대학교 공대 학생이 한의사나 수의사가 되겠다며 자퇴하는 일은 이제 뉴스 축에도 못 낄 정도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의지에 격려를 보내고 싶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과거 일본의 경우도 최고의 인재들이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을 많이 주는 정부로 몰려 활력을 잃었었다. 동양철학자 진현종 씨는 “공자의 위대함은 패션(Passion)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패션이라는 말에는 열정이라는 뜻 외에 수난이라는 뜻도 있다. 즉 수난을 견디지 못하면 열정이라 할 수 없고, 열정이 없는 수난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편안한 길을 거부하고 가시밭길을 헤치며 좁은 문을 찾아 헤맨 치열한 ‘공자 정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책 좀 읽고 삽시다
경기불황에 지치고 스트레스에 짜증나기 쉬운 요즘, 책을 가까이 해보면 어떨까?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데 책만 한 벗이 없다. 일본 유수의 신문사 사장은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양국의 독서량 차이 때문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국여론조사기관 NOP월드가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주당 독서 시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책과 신문 및 잡지를 포함한 한국인의 주당 독서시간은 3.1시간으로 30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이는 주당 10.7시간을 기록한 인도인들의 독서 시간의 3분의 1에도, 30개국의 평균인 6.5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한편 신문 읽기는 가장 쉬운 독서 중 하나다. 성공한 사람 중에도 신문 마니아가 많은데, 이 사람들은 신문에서 정보를 얻어 활용한다. 북유럽의 선진국 노르웨이는 인구 1천 명당 700명 이상이 신문을 구독한다. 일본은 653명, 영국은 4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200명 정도만이 신문을 구독한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인터넷 초강국’이라고 하지만, 독서에서는 아직 후진국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은 신문 읽기가 주는 지적이고, 문화적인 취향, 그리고 생각하는 공간의 역할까지 대신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독서대국인 일본은 2005년 286명의 중의원과 참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손잡고 ‘문자ㆍ활자문화 진흥법’을 만들었다. 왜냐하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CD, DVD 등이 범람하고 온라인 게임에 빠진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활자 이탈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법안의 통과를 계기로 일본은 신문을 학교 수업에 적극 활용하고, 신문사 주도로 대대적인 독서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불황으로 책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울수록 책을 더 가까이 해야 한다. 생활비 중 남는 돈으로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책값을 먼저 떼어놓고 생활비를 써야 한다. 왜냐하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하기 때문이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바빠서 책을 읽지 못한다고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성인 남성은 1주일에 15시간 40분, 성인 여성은 23시간20분을 TV 앞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이 허비한다. 이제는 바보상자를 거실에서 몰아내고 그 자리에 책장을 둬야 한다. 책 속에 길이 있고 생명이 있음을 잊지 말자.
첫댓글 힘들때 힘이되는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