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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 기장 토박이 수산공무원 출신
- 통발 낚시·미역 말리기 등
- 이색적인 현장 체험 소개
- 코스 발굴하고 외국어 배워
- 지역 관광 활성화 기여 다짐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변과 송정포구를 지나면 기장군 기장읍의 갈맷길인 해안 산책길이 시작된다. 이 길에서 처음 만나는 마을이 공수마을이다. 기장 미역 생산지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낚시, 해조류 말리기 등 어촌의 다양한 생활방식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특히 전통어업법인 후릿그물체험을 하므로 많은 사람이 호기심을 갖고 찾아온다.
바다해설사 김경호(63) 씨가 동행하는 어촌체험 프로그램도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다해설사는 어촌체험마을의 가이드와 같다. 바다 환경의 생태와 원리, 각종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썰물 때는 게도 잡아 볼 수 있고 미리 바다에 던져 놓은 통발을 직접 끌어올려 그 속에 걸려든 문어, 해삼 등 다양한 해산물을 볼 수 있어 학생들이 아주 좋아해요. 공수마을 해안을 한 바퀴 돌다 보면 곳곳에 다시마와 미역이 가득 널려 있는 풍경도 볼 수 있어요. 우리가 가볍게 보고 지나친 어촌마을과 주변의 풀, 생물, 인공구조물 등의 숨겨진 이야기 등을 알려주고 체험까지 하면 3~4시간이 걸려요."
부산 기장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김 씨는 수산청 본청과 국립수산진흥원 등에서 20여 년간 근무했다. 1994년 명예퇴직한 뒤 고향인 기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그는 2010년 바다해설사 양성과정을 수료해 지금까지 바다해설사 활동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협회는 어촌의 인문·자연 자원을 해설·안내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 어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바다해설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김 씨를 포함한 24명의 바다해설사가 활동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김 씨가 유일하고 경남 4명, 전남 4명, 경북 4명, 인천 3명, 제주 1명 등이다.
"수산청에서 20년간 공무원 생활을 한 것이 해설사 활동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요. 바다해설사를 시작한 지는 만 4년 정도 됐는데 현직에 있을 때 배운 업무 지식을 활용할 수 있어서 보람도 느껴요."
김 씨는 학생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이 일대 바다의 특징을 설명하고 해동용궁사,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관, 대변항, 기장 죽성리 왜성 등 주변 관광지들을 안내하기도 한다. 대변항 어판장에서는 시식용 멸치를 맛볼 수 있고, 대변항에서 영화 '친구' 촬영지를 지나 북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기장읍 죽성리가 나온다. 해안도로가 끝나는 곳에 고산 윤선도 선생이 7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던 두호마을이 나온다.
그는 현재 기장군 대변 시랑리 일대에 추진 중인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으로 체험장소인 갯벌이 일부 잠식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관광단지가 조성돼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모이면 기장의 어촌관광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동부산롯데몰이 문을 열면서 일본인 관광객의 방문이 늘고 있는데 앞으로 동부산관광단지가 정식 오픈하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돼요. 사람들이 어촌 체험 관광을 함으로써 어촌 주민의 소득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에 대비해 김 씨는 기존 문화자원 외에 새로운 지역 문화자원도 직접 발굴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기장군 죽성리 일대의 탐방 코스와 영화 촬영지 투어를 활용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바다를 제대로 안내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일본어와 중국어도 배웠다. 그는 "단순히 어촌문화를 전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촌관광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해설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기장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와 문화 자원이 풍부해 어촌체험 관광지로서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곳입니다. 여생을 바다해설사에 바치기로 다짐한 만큼 올해는 대학원 수산학과에 진학해 염생식물(소금기가 많은 땅에서 자라는 식물)에 대해 공부할 계획입니다. 염생식물을 지역 수익사업으로도 활용하고, 사람들에게 더욱 재밌고 유익한 해설을 전하고 싶습니다." 일반인도 바다해설사의 해설이 필요하면 해양수산부가 운영하는 바다관광포털 '바다여행사이트(www.seantour.com)'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