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이기는 장사는 없다더니,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들으시면 건방진 소리다 하실지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나이 든다는 게 실감이 나요.
제가 봐도 스무 살 때랑은 달라도 너무 다르거든요.
일단 피부부터가 달라요,
거울보기가 다 싫다니까요.
차돌처럼 매끄럽고 탱탱했던 피부는 오간데 없고,
칙칙한 피부만이 남아서..절 슬프게 합니다.
이젠 뭘 발라도 티가 안나요.
스무 살 시절엔 영양크림 같은 건 엄마 몫이었는데,
이젠 바르기만 하면 얼마나 쑥쑥 잘 먹는지..
그리고 코를 중심으로 점점 영역확대를 해 나가고 있는 이 땀구멍.
어디 그것뿐인가요? 볼 까지 내려오려는 이 다크 서클은 또 어쩌구요?
친구들이랑 술이라도 한 잔 한 다음날은
영락없이 판다곰이 되어 버린다니까요.
어제도 친구들이랑 한 잔 했더니 얼굴이 말이 아닙니다.
우리 '삼삼 판다곰 모임' 중에 한 친구가 결혼을 하거든요.
이 나이에, 그러니까 여자 나이 서른 하고도 세 살이나 더 먹어서
동갑내기 남자랑 결혼하는 게 무슨 벼슬이라고 되는 양..
그렇게 어제 모두들 축하를 해 줬습니다.
다들 미주에게서 희망의 증거라도 발견한 듯한 표정들이었어요.
그리고 나이가 드니까..또 하나 달라지는 것!!
사이즈 포기가 된다는 거예요.
곧 죽어도 자존심은 있어 가지고, 55사이즈를 고집했었거든요.
근데 이젠 66사이즈도 그냥 모르는 척 입게 됩니다.
점점 편한 옷이 좋아지는 거 있죠? 이러면 안 되는데..
얼마 전에도 아이보리 색 스커트를 하나 샀는데,
55사이즈를 입으니까 꽉 껴서..그냥 66으로 샀어요.
근데 그 스커트를 오늘 제 동생이 몰래 입고 나갔네요.
66이라서 컸을 텐데 말이에요.
동생이랑 전 다섯 살 차이가 나요.
얼마나 예쁘고 날씬한지 모릅니다. 동생이라도 부럽다니까요.
뭐 가끔 제 옷장을 뒤져서 아무거나 입고 나가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언니 옷을 몰래 입고 나가고 싶은 그 열정이 부럽기만 하네요.
요즘은요, 절 뺀 세상의 모든 여자가..
다 예뻐 보이고, 날씬해 보이고..행복해 보여요.
반전 없는 내 인생,
오늘도 어제랑 별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내고,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네요. 내 나이 서른넷이 되는 거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가꾸라고,
자신을 가꾸는 일을 포기하는 순간, 사랑도 포기하게 되는 거라고...
- 오늘 등장했던 누군가가
내일 '사랑이..사랑에게' 주인공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