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 고속도로
솔숲 이석락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밥줄이던 논에
자갈 다져 겹겹이 길을 낸다
땅이 솟아오를 때부터 혼자서 행복했던 산에
여기저기 맞구멍으로 길을 낸다
경작지가 모자란다 하면서
가로세로 들을 덮어 길을 낸다.
나들목 안 넓은 밭엔 감자도 못 심고
콩도 옥수수도 남의 땅에 기댄다
일년내내 경작해도
하루의 도로 사용료도 되지 못해
옥답은 배가 갈려 죽어나간다
한 달 길을 하루에 오고 감이 좋기는 하다만
열두 식구 보릿고개 넘기려고
둔치 한쪽 자갈밭 쪼던
우리 할아버지
시원하게 뻗어간 길마다 비틀걸음
닳은 지팡이 짚고 허리 굽혀
밀가루 구매권 내밀 때
퀭한 눈에 식은 땀 흘리신다.
주
대진 고속도로: 대전, 진주간 고속도로.
나들목: 인터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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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예지평 2007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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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8
07.09.17 21:48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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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희도 어릴적에는 그런 시절이 있었지요 요즘은 모든게 흔하고 없어서 못먹지는 않은가 봅니다 고운시 감사 합니다 건필 하십시요
지금은 국산보다 싼 값에 잘 먹고 있지만 그것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합니다.
시대의 변화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산 허리 뚝 잘라 명당에 고이 잠드신 조상님들 시끄럽다 노발대발 안 하실런지...솔숲님 이번 태풍에 피해는 없으신지요...
터널이 종일 진동하니 아마도 멀미하실 겁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문전옥답, 큰 길 낸다고 갈아 뭉게 버리는 근대화의 물결이 한편으로는 가슴아프기만 합니다.
총도 없는 우리는 식량무기화의 날이 오면 우리는 산에 바위나 깨어 벅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거지아버지와 아들이 대화가 불현듯 생각 나네요...가진게 암것두 엄쓰니까 설버할 필요두 엄따꽁~~!!
사막화다 빙하가 녹아 땅이 잠긴다 하여 경작지는 줄고 인구는 늘고 먹거리 가지고 전쟁이 나면 바다물 먹고 사는 방법을 찾아야지요.
세상 사노라니 가슴 미어지고 하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어요....자연에 순응하며 살고픈데....
시대에 따르지 않을수도 없고 따르자니 문제가 많습니다.
세월이 가면서 사람도 변하고 산천도 변해 갑니다. 우리 세대가 끝날 무렵에는 또 어떤 변화들이 우리의 옛 그리움을 삼켜 버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땐 농토가 없어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나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