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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국 활동보조인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를 조사해 분석한 연구결과보고서가 나왔다.
활동보조인연대(준), 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공동대책위원회는 17일 늦은 2시 한성대 에듀센터 교육실에서 ‘장애인 활동보조인 노동조건 및 건강실태 조사 보고·토론회’를 열고 연구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활동보조인 730명에게 본인이 직접 기재하는 방식의 설문지를 나눠주고 이중 응답이 부실한 27건을 제외한 703명의 자료를 조선대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에서 분석해 나온 결과이다.
이번 보고서를 보면 활동보조인의 성별구조는 여성 87.6%(616명), 남성 12.4%(87명)이었고 연령대는 50대(40%), 40대(39.3%), 60대(9%), 20대(5.3%), 30대(4.7%) 순이었다. 즉, 40~50대 여성이 활동보조인의 다수를 점하고 있었다.
남성의 경우 이직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직무만족도가 59.3%로 여성의 64.3%보다 상대적으로 더 낮아 성별 비대칭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아울러 성별 비대칭성은 동성 파견원칙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해 활동보조인은 물론 중증장애인에게도 스트레스를 주고, 활동보조인의 이직의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활동보조인의 월 평균 임금은 75만 1천 원, 주당 근무 시간은 29.7시간, 평균 경력은 2.3년, 소속기관 변경 경험은 48.5%였다.
이러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구조로 말미암아 활동보조 외 다른 노동수입이 있는 경우는 15.2%, 1년간 실업을 경험한 사람은 25.5%, 동거인이 있는 경우 활동보조인 혼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는 12%로 상당수가 다른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만성 근골격계 질환(3개월 이상 지속된 통증이 있는 사례)’의 수준을 조사한 결과 목 20.6%, 허리 18.9%, 어깨 15.8% 순으로 나타났으며 모든 신체부위 중 하나라도 만성 통증 증상이 있는 경우는 39%에 달했다. 또 지난 1년간 하루 이상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다친 경험 또는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13.4%였다. 하지만 산재보험을 통해 보상을 많은 경우는 드물었고 대부분 개인휴가나 자가치료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보조인의 직무 스트레스는 다른 직종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평균 30시간에 불과한 노동시간 때문으로 해석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활동보조를 사회봉사에 대한 관심(69%)으로 시작한 경우가 많아서 일 자체에 보람을 느끼는 경우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연구결과보고서의 내용을 보고한 활동보조인연대(준) 고미숙 집행위원장은 “현재의 민간위탁 방식으로는 확보된 장애인 수만큼 기관운영을 위한 비용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양적 경쟁에 치우치거나 운영비 확보를 위한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하게 되므로 서비스질 하락을 가져온다”라면서 “또한 민간위탁으로 운영부담을 던 정부는 수수료만으로 모든 것들이 알아서 해결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공공적 관리를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고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사회복지를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사업 위주로 판단하고 복지예산을 소모성 비용으로 인식해온 것이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인식”이라면서 “그러나 현재의 조건으로는 활동보조인에게 최소한의 생계임금마저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불안정한 일자리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활동보조인 이서진 씨는 “40시간 교육과정을 수료했지만 서비스 이용자(장애인)에 대한 아무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는 활동보조인은 현장에 투입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라면서 “중개기관은 활동보조인의 신체적 조건이나 건강상태, 원하는 활동이 무엇인가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장애인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활동보조인의 시간이 맞기만 하면 무조건 연결해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활동보조 과정에서 근육통과 관절 염증에 시달린 경험 등을 소개한 이 씨는 “전문가들이 설계한 운동프로그램, 안마서비스나 물리치료를 정기적으로 받기만 해도 활동보조인은 근육의 무리한 사용으로 다치는 일을 크게 예방하고 이용자에게 더 질 좋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각 센터가 속한 지역의 의료인들과 체육인들이 연계된 지역건강지원체계를 시급히 마련하고, 활동보조인과 이용자 모두의 체력적 조건과 건강 상태를 면밀히 평가해 연계하는 중개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활동보조인 김지훈 씨는 “활동보조인을 시작한 2009년에 시급이 6000원이었는데 4년 정도 시급 인상이 없다가 올해 인상된 시급이 6225원으로 물가 인상을 생각하면 인상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앞으로 결혼도 해야 하고 가정도 꾸려야 하는데 이런 시급체계에서 결혼과 가정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 씨는 “개인적으로 이용자가 커피전문점에 있는 빨대를 챙기라고 해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고, 어떤 이용자가 활동보조인에게 은행나무에 올라가 은행을 따라고 시켰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도대체 어디까지가 활동보조의 범위인지 알 수 없으며 아무런 매뉴얼도 없다”라면서 “또한 다른 활동보조인과 대화할 기회도 드물어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뭐가 맞는지, 뭐를 하면 안 되는지 모른 채 하루하루 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 활동보조위원장은 “현장에서 나타나는 성폭력, 언어·신체적 폭력 등 반인권적인 사례들과 활동보조 업무 조건상 나타나는 근골격계 질환, 관절 질환, 불안정한 시급과 조건 등은 사실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더구나 지난해 시행된 장애인활동지원법은 노동을 통한 대가를 최저임금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잡아매는 등 이러한 병폐를 합리화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 김주영 활동가 등 최근 잇따른 장애인들의 죽음을 언급한 박 활동보조위원장은 “제도 개선만으로 앞으로 이러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이 없다”라면서 “결국 제도를 넘어서지 않고는 이런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기에, 제도를 넘어서는 우리의 활동이 담보되어야만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 의료연대 돌봄지부 차승희 지부장은 "현재 돌봄서비스 영역은 서비스를 받는 대상만을 기본으로 여기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심도 있게 다루지 않는 채 노동자만의 희생을 담보로 서비스질의 문제를 돌봄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게 현실"이라면서 "앞으로 돌봄지부는 간병, 요양, 장애인활동보조인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당사자들을 조직하고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제도 개선과 예산 반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공공연구소 제갈현숙 연구위원은 "돌봄을 시장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인간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지게 되며, 이용자도 마찬가지"라면서 "더구나 이용자가 '나 때문에 네가 먹고산다'라는 잘못된 소비자주의로 빠지기도 하는데, 바우처는 공공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 연구위원은 "결국 돌봄 노동에서 이윤이라는 요건을 만드는 부분을 빼야 한다"라면서 "사회적 목적을 가진 시민단체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외국의 경우에는 비영리단체에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의 전달체계가 가능하기에 그렇게 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한국 현실에서는 공공전달체계로 가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김인천 사무관은 “그동안 활동지원제도에 대한 여러 연구가 있었으나 대부분 기관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연장선상에서 활동보조인에 대한 일부 조사를 했을 뿐 활동보조인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는 없었다”라면서 “특히 올해 국정감사에서 활동보조인 노동조건에 대한 지적이 나와 공휴일과 야간에 일할 때 근로기준법에 맞게 150%의 할증 수가를 적용하는 문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 사무관은 “이에 현재 112%인 할증 수가를 내년에는 120%로 올리기로 하는 등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라면서 “이밖에 수가 3% 인상, 원거리 교통비를 4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인상하고 지원 대상을 도서·벽지 지역에서 읍면 지역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고시를 다음 주 중에 행정 예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사무관은 “아울러 활동보조인의 양성과 보수교육의 체계화를 위해 노동부 직업훈련 과정과 연계하는 방안, 장기적으로는 국가자격증 또는 국가공인 민간자격증으로 가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면서 “또한 내년 활동지원기관 평가 시에 활동보조인에 대한 편의 제공 여부도 평가 요소 중의 하나로 넣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질의응답 시간에 박 활동보조위원장이 김 사무관에게 “올해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이 800억 원이 불용될 것이라는 기사를 보았는데 사실이냐?”라고 물었다. 김 사무관은 “예산 담당은 아니라서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700~800억 원가량이 불용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하자, 박 활동보조위원장은 “앞으로 복지부가 돈이 없어서 못한다는 말은 하지 말라”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어 한 참가자가 김 사무관에게 “내년부터 근로기준법에 따라 월 208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사무관은 “국정감사에서 월 208시간 이상 일하는 활동보조인들이 있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와 조사를 해보니 부정급여 내역이 발견돼 최근에 활동지원기관에 이를 알린 것”이라면서 “월 208시간 초과 근로 제한에 대한 방침은 복지부 내에서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라고 밝혔다.
김 사무관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개선위원회(아래 개선위원회)에 활동보조인의 참여를 보장해달라는 다른 참가자의 요구에 대해서는 “그 문제는 개선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논의해 결정할 사항이며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할 수가 없다”라면서 “앞으로 수급자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기에 다음에 개선위원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회의는 잡히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활동보조인 관련 예산을 별도로 분리해야 활동보조인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등의 제안이 쏟아졌다.
한편, 활동보조인 노동조합을 추진 중인 활동보조인연대(준) 고미숙 집행위원장은 “활동보조인 노동조합을 결성했을 때 교섭대상이 복지부인지, 지자체인지, 활동지원기관인지 모호하다”라면서 “우선은 활동지원기관을 각 시군구에서 지정하게 되어 있어 지자체를 교섭대상으로 보고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는 활동 등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