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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舞
갈대
파장
無人島
성탄절 가까운
오랑캐꽃
나무를 위하여
수유나무에 대하여
장미와 더불어
또 한번 겨울을 보낸 자들은
가을에
대 합 실
동해바다
싹
목계나루
목계장터
가난한 사랑 노래
세월
더딘 느티나무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
가을비
그녀네 집이 멀어서
내가 살고 싶은 땅에 가서
새벽 이슬에 떠는 그 꽃들
달
갈구렁달
소백산의 양떼
낙타
떠도는 자의 노래
길
먼 길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따뜻한 다리를 꿈꾸며
여름날
그림
우리 시대의 새
강은 가르지 않고, 막지 않는다
거인의 나라
신경림 시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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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舞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1971.창작과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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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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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깍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빚 얘기
약장수 기타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릴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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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人島
너는 때로 사람들 땀냄새가 그리운가 보다
밤마다 힘겹게 바다를 헤엄쳐 건너
집집에 별이 달리는 포구로 오는 걸 보면
질척거리는 어시장을 들여다도 보고
떠들썩한 골목을 기웃대는 네 걸음이
절로 가볍고 즐거운 춤이 되는구나
누가 모르겠느냐 세상에 아름다운 게
나무와 꽃과 풀만이 아니라는 걸
악다구니엔 짐짓 눈살을 찌푸리다가
놀이판엔 콧노래로 끼여들 터이지만
보아라 탐조등 불빛에 놀라 돌아서는
네 빈 가슴을 와 채우는 새파란 달빛을
슬퍼하지 말라 어둠이 걷히기 전에 돌아가
안개로 덮어야 하는 네 갇힌 삶을
곳곳에서 부딪히고 막히는 무거운 발길을
깃과 털 속에 새와 짐승을 기르면서
가슴속에 큰 뭍 하나를 묻고 살아가는
너 나의 서럽고 아름다운 무인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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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가까운
살아오면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얻었나보다
가슴과 등과 팔에 새겨진
이 현란한 무늬들이 제법 휘황한 걸 보니
하지만 나는 답답해온다 이내
몸에 걸친 화려한 옷과 값진 장신구들이 무거워지면서
마룻장 밑에 감추어 놓았던
갖가지 색깔의 사금파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교정의 플라타너스 나무에
무딘 주머니칼로 새겨넣은 내 이름은 남아 있을까
성탄절 가까운
교회에서 들리는 풍금소리가
노을에 감기는 저녁
살아오면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버렸나보다
시집 ;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 창작과비평사.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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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꽃
간밤에 언덕 위 빈집 문 여닫는 소리 들리고
밤새도록 해수 앓는 소리 들리고
철거덕철거덕 돗자리 짜는 소리 들리더란다
십년 전 농사 버리고 떠난 영감 왔나부다
그래서 날 새면 올라가 보리라고
동갑네들 동트기만 기다렸더니
닭이 울기도 전에 부고 전화부터 왔다
다리 저는 그 영감 간밤에 세상 떴다고
못살아 고향 등지고 떠난 사람은
저승길도 곧장 가기가 서러워
아픈 다리 끌고 절고 고향집 들러 가는가
빈집에서 혼자 밤샘 얼마나 서글펐을까
들여다보는 동갑네들 짓무른 눈에
사랑방 댓돌 옆으로 빈 오줌독
엎어진 검정고무신 한 짝을 비집고
봄이라고 그래도 오랑캐꽃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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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위하여
어둠이 오는것이 왜 두렵지 않으랴
불어닥치는 비바람이 왜 무섭지 않으랴
잎들 더러 썩고 떨어지는 어둠 속에서
가지들 휘고 꺽어지는 비바람 속에서
보인다 꼭 잡은 너희들 작은 손들이
손을 타고 흐르는 숨죽인 흐니낌이
어둠과 비바람까지도 삭여서
더 단단히 뿌리와 몸통을 키운다면
너희 왜 모르랴 밝은 날 어깨와 가슴에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달게 되리란걸
산바람 바닷바람보다도 짓궂은 이웃들의
비웃음과 발길질이 더 아프고 서러워
산비알과 바위너설에서 몸 움추린 나무들아
다시 고개 들고 절로 터져나올 잎과 꽃으로
숲과 들판에 떼지어 설 나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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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나무에 대하여
네가 살아온 나날을 누가
어둠뿐이었다고 말하는가.
몸통 군데군데 썩어
흉한 상처 거멓게 드러나고
팔다리 여기저기 잘리고 문드러져
온몸이 일그러지고 뒤틀렸지만
터진 네 살갗 들치고
바람과 노을을 동무해서
어깨와 등과 손끝에
자잘한 꽃들 노랗게 피어나는데.
비록 꽃향기 온 들판을 덮거나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지는 못해도
노란 꽃잎 풀 속에 떨어지면
옛얘기보다 더 애달픈
초저녁 풀벌레의 노랫소리가 되겠지.
누가 말하는가 이 노래 듣는 이
오직 하늘과 별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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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더불어
땅속에서 풀려난 요정들이
물오른 덩굴을 타고
쏜살같이 하늘로 달려 올라간다
다람쥐처럼 까맣게 올라가
문득 발 밑을 내려다보고는
어지러워 눈을 감았다
이내 다시 뜨면 아
저 황홀한 땅 위의 아름다움
너희들 더 올라가지 않고
대롱대롱 가지 끝에 매달려
꽃이 된들 누가 탓하랴
땅속의 말 하늘 높은 데까지
전하지 못한들 누가 나무라랴
발을 구르며 안달을 하던 별들
새벽이면 한달음에 내려오고
맑은 이슬 속에 스스로를 사위는
긴 입맞춤이 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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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 겨울을 보낸 자들은
살아서 남은 자들은 기쁨에 들떠
창을 열어 따슷한 바람을 맞아들이고,
맑은 햇살을 손에 받고,
문득 잊었던 이름 생각나면 짐짓
부끄럽고 슬픈 얼굴을 하고.
밤이면 서로의 몸 뜨겁게 탐하며,
싹으로 트고 꽃으로 피기 위해서.
머지않아 가진 것 다져 열매도 매여야지.
지상에서 가장 크고 단 열매를.
흙이 되어버린 이들의 이 값진 눈물과
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뜨거운 피를
잊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또 닥칠 비바람을 이기기 위해서
더 단단히 몸을 여미고 죄면서.
잊었던 이름 더 까맣게 잊어
또 한번 겨울을 보낸 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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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내게는 작은 꽃밖에 없다
가난한 노래밖에 없다
이 가을에 네게 줄 수 있는
지친 한숨밖에 없다
강물을 가 들여다보아도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구나
갈대를 스치는
빈 바람뿐이로구나
몰려오는 먹구름뿐이로구나
내게는 힘없는 말밖에 없다
야윈 속삭임밖에 없다
어두워오는 들길에서 네게 줄
피에 젖은 꿈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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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합 실
늘 떠나고 싶었네
늘 돌아오고 말았지만
이 대합실에 서면
꼭
떠나고 싶었네
앞으로도 결국은
돌아오는 이을 되풀이하며
살아야 하겠지만
정말로 정말로
떠나고 싶었네
모든 것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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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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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어둠을 어둠인지 모르고 살아온 사람은 모른다
아픔도 없이 겨울을 보낸 사람은 모른다
작은 빛줄기만 보여도 우리들
이렇게 재재발거리며 달려나가는 까닭을
눈이 부셔 비틀대면서도 진종일
서로 안고 간질이며 깔깔대는 까닭을
그러다가도 문득 생각나면
깊이 숨은 소중하고도 은밀한 상처를 꺼내어
가만히 햇볓에 내어 말리는 까닭을
뜨거운 눈물로 어루만지는 까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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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계나루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 하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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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계장터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 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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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위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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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흙 속을 헤엄치는
꿈을 꾸다가
자갈밭에 동댕이쳐지는
꿈을 꾸다가.....
지하실 바닥 긁는
사슬소리를 듣다가
무덤 속 깊은 곳의
통곡소리를 듣다가.....
창문에 어른대는
하얀 달을 보다가
하늘을 훨훨 나는
꿈을 꾸다가.....
시선집 / 여름날 / 미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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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두루마기에 지팡이를 짚고
훠이훠이 바람처럼 팔도를 도는 것이 꿈이었다
집에서 장터까지 장터에서 집까지 비칠걸음을 치다가
느티나무 한그루를 심고 개울을 건너가 묻혔다
할머니는 산을 넘어 대처로 나가 살겠노라 노래삼았다
가마솥을 장터까지 끌고 나가 틀국수집을 하다가
느티나무가 다섯자쯤 자라자 할아버지 곁에 가 묻혔다
아버지는 큰돈을 잡겠다며 늘 허황했다
광산으로 험한 장사로 노다지를 찾아 허둥댄 끝에
안양 비산리 산비알집에 중풍으로 쓰러져 앓다가
터덜대는 장의차에 실려 할아버지 발치에 가 누웠다
그 사이 느티나무는 겨우 또 다섯자가 자랐다
내 꿈은 좁아빠진 느티나무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강을 건너 산을 넘어 한껏 내달려 스스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버지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런 자신이 늘 대견하고 흐뭇했다
하지만 나도 마침내 산을 넘어 강을 건너 하릴없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버지 발치에 가 묻힐 때가 되었다
나는 그것이 싫어 들입다 내달리지만
느티나무는 참 더디게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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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
일상에 빠지지 않고
대의를 위해 나아가며
억눌리는 자에게 헌신적이며
억누르는 자에게 용감하며
스스로에게 비판적이며
동지에 대한 비판도 망설이지 않고
목숨을 걸고 치열히
순간순간을 불꽃처럼 강렬히 여기며
날마다 진보하며
성실성에 있어
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보되
새로운 모습을 바꾸어 나갈 수 있으며
진실한 용기로 늘 뜨겁고
언제나 타성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모든 것을 창의적으로 바꾸어내며
어떠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고
내가 잊어서는 안될 이름을 늘 기억하며
내 작은 힘이 타인의 삶에
용기를 줄 수 있는 배려를 잊지 말고
한 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역사와 함께 흐를 수 있는
그런 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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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을 비
젖은 나뭇잎이 날아와 유리창에 달라붙는
간이역에는 찻시간이 돼도 손님이 없다
플라타너스로 가려진 낡은 목조 찻집
차 나르는 소녀의 머리칼에서는 풀냄새가 나겠지
오늘 집에 가면 헌 난로에 불을 당겨
먼저 따끈한 차 한잔을 마셔야지
빗물에 젖은 유행가 가락을 떠밀며
화물차 언덕을 돌아 뒤뚱거리며 들어설 제
붉고 푸른 깃발을 흔드는
늙은 역무원 굽은 등에 흩뿌리는 가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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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네 집이 멀어서
그녀네 집이 멀어서
북적대는 시게전을 지나야 한다
골목을 벗어나면 언덕이 있고
싸리울 하얀 꽃 속에 그녀는 산다
방은 늘 비어 있어 어른대는
살구꽃에 취해 잠이 들었다 눈을 뜨면
꽃 그림자가 방문을 덮는다
그녀네 집이 너무 멀어서
물 머금은 보름달을 등에 지고
내려오는 길은 더욱 멀다
골목을 벗어나고 시게전을 지나서
외진 모퉁이 들여다보면
꼬치집에도 그녀는 없다
기다리며 구석에 앉아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나는 잊는다 그녀의 얼굴을
체취를 잊고 이름을 잊는다
그녀네 집에 멀어서
시게전을 잊고 유행가가 자욱한 골목을 잊고
싸리울 하얀 빈 방을 잊고 비릿한 이불자락을 잊고.....
당초부터 이 세상에 없는지도 모를
그녀네 집이 너무 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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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땅에 가서
이쯤에서 길을 잃어야겠다
돌아가길 단념하고 낯선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들리는 말 뜻 몰라 얼마나 자유스러우랴
지나는 행인에게 두 손 벌려 구걸도 하마
동전 몇닢 떨어질 검은 손바닥
그 손바닥에 그어진 굵은 손금
그 뜻을 모른들 무슨 상관이랴
시집 ; 뿔 / 창작과비평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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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이슬에 떠는 그 꽃들
오래 전에 잊혀진 고도
허물어진 성문 아래 좌판을 차리리
금잔화와 맨드라미와 과꽃
씨앗 몇 봉지 놓고.
진종일 기다리면 먼데 사는
두메 늙은이 하나 찾지 않으랴.
풍습도 말도 늙은이의 손에 들린
꽃씨를 좇아 나도 가야지
낡은 내 몸에서 시원스레 빠져나와서.
절뚝이는 늙은이의 그림자도 되고
벗도 되고 심술도 되어
한 해쯤 울 안 울 밖을 맴돌다 보면
봉창 밑 작은 뜰에 꽃들이 피어나겠지.
나는 슬퍼하지 않으리
내가 돌아가 들어앉을 몸이 어느새
지상에서 사라져 없다 하더라도.
새벽 이슬에 떠는 그 꽃들 이미
아름다운 내 집이 되어 있으리.
작가세계.(2003.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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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은
질척이는 골목의 비린내만이 아니다
너절한 욕지거리와 싸움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은
이 깊은 가난만이 아니다
좀체 걷히지 않는 어둠만이 아니다
팔월이 오면 우리는 들떠오지만
삐걱이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아니면 소줏집 통걸상에서
우리와는 상관도 없는 외국의 어느
김빠진 야구 경기에 주먹을 부르짖고
미치광이 선교사를 따라 핏대를 올리고
후진국 경제학자의 허풍에 덩달아 흥분하지만
이것들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은
이 쓸께 빠진 헛웃음만이 아니다
겁에 질려 야윈 두 주먹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은
서로 속이고 속는 난장만이 아니다
하늘까지 덮은 저 어둠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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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달이 시원스레 옷을 벗었다
첨벙첨벙 수로 속에 들어간다
희뿌연 젖가슴을 드러낸 채 멱을 감는다
가없는 옥수수밭에 바람이 인다
수로에서 나왔지만 옷이 없다
내놓을 수 없는 곳만 손으로 가리고
초가집을 찾아 들어가 숨는다
달이 초가집 속에 갇혔다
초가집이 환하게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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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구렁달
지금쯤 물거리 한 짐 해놓고
냇가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볼 시간......
시골에서 내몰리고 서울에서도 떠밀려
벌판에 버려진 사람들에겐 옛날밖에 없다
지금쯤 아이들 신작로에 몰려
갈갬질치며 고추잠자리 잡을 시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로 외쳐대고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몸짓으로 발버둥치다
지친 다리 끄는 오르막에서 바라보면
너덜대는 지붕 위에 갈구렁달이 걸렸구나
시들고 찌든 우리들의 얼굴이 걸렸구나
*갈구렁달 : 황해도, 충청도 바닷가에서 쪽박같이 쪼그라든 달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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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의 양떼
소백산자락의 목장에서 양떼를 모는 개는
이상하게도 영어만 알아듣는다
뒤로 가 하면 우두커니 섰다가도
고백 하면 재빨리 천여 마리 양떼 뒤로 가 서고
몰아라 하면 딴전을 피우지만 캄온 소리엔 들입다 몬다
미국서 훈련받은 개들이라 날쌔고 영악하기 사람 빰쳐
양치기들은 종일 시시덕거리고 장난질이나 치며
몇 마디 영어로 명령만 내리면 된다
모르고 있었을까 정말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까
영어만 알아듣는 개한테 쫓기는 것이
양떼만이 아니라는 걸
우리들 울부짖음에는 눈만 멀뚱거리다가도
캄온 하는 명령에는 기겁을 해서 양떼를 몰고
스톱 하고 호령하면 목숨을 걸고 세우는 것이
개만이 아니라는 걸
또 개를 영어로 부리며 시시덕거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양치기만이 아니라는 걸
두려워하게 된 것이 양떼만이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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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시집 ; 낙타 /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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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자의 노래
외진 별정우체국에서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서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다시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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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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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 가을 숲에서 )
버릴 것은 버리고 줄일 것은 줄이자
아까울 것 없다 자를 것은 자르자
어둡고 먼 길을 떠나야 하니까
다가오는 어둠 끝내 밝지 않으리라
생쥐들 설치는 것쯤 거들떠도 볼 것 없다
불어닥칠 눈보라와 비바람 이겨내자면
겉에 걸친 것 붙은 것 몽땅 떨쳐버려야지
간편한 맨몸으로만 꺾이지도 지치지도 않고
먼 길 끝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느냐
다 버리고 가지와 몸통만이 남거든
그래 나서자 젊은 나무들아
오직 맨몸으로 단단한 맨몸으로
외롭고 험한 밤길을 가기 위해서
시집 ; 쓰러진 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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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어려서 나는 램프불 밑에서 자랐다,
밤중에 눈을 뜨고 내가 보는 것은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다.
조금 자라서는 칸델라불 밑에서 놀았다,
밖은 칠흑 같은 어둠
지익지익 소리로 새파란 불꽃을 뿜는 불은
주정하는 험상궂은 금점꾼들과
셈이 늦는다고 몰려와 생떼를 쓰는 그
아내들의 모습만 돋움새겼다.
소년 시절은 전등불 밑에서 보냈다.
가설극장의 화려한 간판과
가겟방의 휘황한 불빛을 보면서
나는 세상이 넓다고 알았다, 그리고
나는 대처로 나왔다.
이곳 저곳 떠도는 즐거움도 알았다,
바다를 건너 먼 세상으로 날아도 갔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들었다.
하지만 멀리 다닐수록, 많이 보고 들을수록
이상하게도 내 시야는 차츰 좁아져
내 망막에는 마침내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의
실루엣만 남았다.
내게는 다시 이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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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다리를 꿈꾸며
꽃상여 같은 가슴 뒤흔들고
오래 함께 있어야 할 사람들이 사라진다
언제 무엇이 산산조각난 시계가 될지 모른다
겨울나무만큼 여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가 기울 때처럼
발 아래 땅이 허물어지는 기분을 어찌 견뎌야 할지
삐걱거리는 다리마다 문마다
저승으로부터 울려오는 오열이 흐른다
죽음보다 뼈아픈 슬픔을 이기려는 울음소리가
창밖 강물이 깃발처럼 굽이친다
사라진 자들이
희망의 호롱불을 켜라 한다
사람과 사람이 손을 잡듯
삶을 이어주고 만나게 하는
부드러운 다리를 만들라 한다
따스해서 끊어지지 않는 다리
헤어져도 헤어지지 않는 다리를
뭐든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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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마천*에서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 줄기 지났나보다
차가 갑자기 분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 마천: 경남 산청군에 속하는 지리산 아랫마을.
길 / 창작과비평사, 1990
시하늘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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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옛사람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때가 있다
배낭을 멘 채 시적시적
걸어들어가고 싶은 때가 있다
주막집도 들어가보고
색시들 수놓는 골방문도 열어보고
대장간에서 풀무질도 해보고
그러다가 아예 나오는 길을
잃어버리면 어떨까
옛사람의 그림 속에
갇혀버리면 어떨까
문득 깨달을 때가 있다
내가 오늘의 그림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나가는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두드려도 발버둥쳐도
문도 길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오늘의 그림에서
빠져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배낭을 메고 밤차에 앉아
지구 밖으로 훌쩍
떨어져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길 / 창작과비평사,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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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새
훌쩍 날아올라 온 마을을 굽어본다
더 높이 날아올라
산 넘어 강 건너 이웃 마을까지 내려다본다
더 높이 오르고 더 멀리 나니
바다가 보이고 이웃 나라가 보인다
마침내 하늘 끝까지 날아오른다
내려다보니 세상은 온통
검은 땅과 푸른 물뿐
그래서 새는 쇳된 소리로 노래한다
세상은 온통 검은 땅뿐이라고
세상은 온통 푸른 물뿐이라고
제가 나서 한때 자라기도 한
더 어두운 골과 깊은 수렁
점점이 핀 고운 꽃들은 보지 못하는
높은 데로만 먼 데로만
날아오르는 우리 시대의 새여
시집 ; 쓰러진 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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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가르지 않고, 막지 않는다
강은 가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가르지 않고
마을과 마을을 가르지 않는다.
제 몸 위에 작은 나무토막이며
쪽배를 띄워 서로 뒤섞이게 하고,
도움을 주고 시련을 주면서
다른 마음 다른 말을 가지고도
어울려 사는 법을 가르친다.
건너 마을을 남의 나라
남의 땅이라고 생각하게
버려 두지 않는다.
한 물을 마시고 한 물 속에 뒹굴며
이웃으로 살게 한다.
강은 막지 않는다.
건너서 이웃 땅으로 가는 사람
오는 사람을 막지 않는다.
짐즛 몸을 낮추어 쉽게 건너게도 하고,
몸 위로 높이 철길이며 다리를 놓아,
꿈많은 사람의 앞길을 기려도 준다.
그래서 제가 사는 땅이 좁다는 사람은
기차를 타고 멀리 가서 꿈을 이루고,
척박한 땅 밖에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강 건너에 농막을 짓고 오가며
농사를 짓다가, 아예
농막을 초가로 바꾸고
다시 기와집으로 바꾸어,
새터전으로 눌러 앉기도 한다.
강은 뿌리치지 않는다.
전쟁과 분단으로
오랫동안 흩어져 있던 제 고장 사람들이
뒤늦게 찾아와 바라보는
아픔과 회한의 눈물젖은 눈길을
거부하지 않는다.
제 조상들이 쌓은 성이며 저자를
폐허로 버려 둔 채
탕아처럼 떠돌다 돌아온
메마른 그 손길을 따듯이 잡아 준다.
조상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하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수없이 건너가고 건너온
이 강을 잊지 말란다.
강은 열어 준다, 대륙으로
세계로 가는 길을,
분단과 전쟁이 만든 상처를
제 몸으로 말끔히 씻어 내면서.
강은 보여준다,
평화롭게 사는 것의 아름다움을,
어두웠던 지난 날들을
제 몸 속에 깊이 묻으면서.
강은 가르지 않고, 막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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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나라
모두들 큰 소리로만 말하고
큰 소리만 듣는다.
큰 것만 보고 큰 것만이 보인다.
모두들 큰 것을 바라고
큰 소리를 좇는다.
그리하여 큰 것들이 하늘을 가리고
큰 소리가 땅을 뒤덮었다.
작은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아무도 듣지를 않는
작은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아무도 보지를 않는
그래서 작은 것 작은 소리는
싹 쓸어 없어져버린 아아
우리들의 나라 거인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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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 소개
출생 1936년 4월 6일
출신지 충청북도 충주
직업 시인
학력 동국대학교
데뷔 1955년 문화예술 '낮달'
경력 2001년 화해와전진포럼 상임운영위원
1996년 격월간 세상의 꿈 편집기획위원
수상 2007년 제4회 스웨덴 시카다상
2002년 만해문학상
대표작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이었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위키백과 신경림(申庚林 1936년 4월 6일 ~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충청북도 중원에서 태어났다.
1960년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표작으로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과 '목계장터'
첫댓글 한 번씩 읽어보고 가면 더욱 좋은 기행이 될 것입니다.
아는 많큼 보입니다.
주옥같은 신경림의 시를 읽고
그의 행적을 따라간다면 ,
한층 공감대가 형성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