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조선 태종 16년(1416) 안무사 오식의 건의로 5세기라는 긴 세월 동안 세 지역으로 나누어 통치하였다. 그중 성읍은 세종 5년(1423)에 지정된 정의현의 읍치(관아가 있는 곳)로서 산골 마을이면서 읍치였다는 특이성을 갖추고 있다.
아늑한 터에, 주변으로는 마을을 둘러싼 높고 낮은 봉우리들이 의젓하게 감싸고 있다. 또한 길들이 굽이 돌아 나 있고 길과 길이 만나는 지점에 평상과 나무들을 두어 쉼터와 모임 장소로 사용하도록 하였다.
이 마을 민가는 뭍과는 다른 독특한 건축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대개 一자형 평면을 가진 집 2채를 중심으로 몇가지 배치 방식으로 짜여있어 제주도 민속 ·문화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가옥으로는 객주집(국가민속문화재), 고평오 가옥(국가 민속문화재), 고창환 고택(국가 민속문화재), 한봉일 고택(국가 민속문화재), 대장간 집(국가 민속문화재) 등이 있다.
정의현 관청건물이었던 일관헌을 비롯하여 느티나무와 팽나무(천연기념물)·정의향교·돌하르방·초가 등 많은 문화재가 있어, 소박하면서도 멋스러운 풍경과 함께 제주도의 고유한 생활풍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문화재청 문화재 검색 중 제주 성읍마을 발췌문
2020년 제주살이 중 성읍마을은 업무차 자주 들락거렸다.
당시 성읍마을 내 파견 공무원 담당자가 매우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분이셨다.
그래서 일이 훨씬 수월했고 무리없이 진행되었다. 지금은 아마 타 부서로 발령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도와주신 것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성읍마을은 30년 전 우리 부부의 신혼여행지였다.
그때 우리를 안내해 주시던 가이드분이 몇 마디의 제주도 말을 가르쳐 주었는데 아직도 기억하는 한 단어가 있다.
그때 내가 가이드의 말을 듣지 않고 나 혼자 건물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있으니까
"촐랑생이"라고 놀렸다.
그게 뭔 뜻인지는 잘 몰랐으나 육지에서도 저 혼자 잘났다고 톡톡 튀는 행동을 하면 촐랑대지 마라 했기에 대충
그런 쪽일 거라 생각했다. 촐랑생이는 경솔한 사람을 일컫는 제주 방언이다.
성읍마을은 혼자 걸어도 좋고 둘이 걸어도 좋은 곳이다.
호젓한 돌담 골목길을 따라 나지막하게 자리 잡은 초가집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화산석의 검읏검읏한 돌담을 배경 삼아 푸릇푸릇한 유체와 노란 꽃들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제주도가 우리의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지역적 특색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제주도 어딜 가도 검우 테테 한 화산석이 가깝게는 돌담에서부터 멀게는 제주 해안가의 방파제와 갯바위 등이
무대의 배경처럼 펼쳐지고 그 앞으로 초록 초록한 식물들과 옥빛 바닷물과 화려한 색감의 무수한 꽃들 그리고 흙길...
육지에선 보기 드문 이런 독특한 풍경이 제주도란 이미지로 우리의 눈과 가슴에 강열한 인상으로 남는 것 같다.
관광지라면 대개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제주 성읍마을도 그런 점에 있어선 별반 다르지 않다.
멋지고 아름다운 곳마다 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은 그런 곳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업주 대부분이 거기에 살고 있는
토박이 보단 외지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특히 제주도 해안가를 끼고 들어선 숙박업소와 카페들은
더욱 심해서 제주도 사람이 아닌 육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파도가 들이치고 바닷바람이 심한 해안가나 중산간 지역의 척박한 곳은 원주민들이 보기엔
사람이 살 만한 장소가 아니라 여겨왔고 실제로 그곳에 들어가려고 생각도 않고 살았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모르는 외지인들의 눈에 비어있는 그런 땅은 최고의 투자처가 된 셈이다.
매일 거기에 살 것도 아니고 장사를 목적으로 하니 그곳에 살며 겪어야 할 번거로움도 잘 못 느낀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지금은 기계적 장치로 어지간한 어려움 등은 이겨낼 방도가 많아졌다.
그러니 제주도 어딜 가도 치솟는 땅값은 가히 눈부실 정도다.
아주 오래전 지인이 제주도에 부동산 투자하라고 내게 일렀었다.
지금 와 생각하니 그분이야말로 부동산 투자의 귀재였다는 걸 알겠다.
그때 땅 좀 사놨다면 지금은 그때의 수십 배로 땅값이 올라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 그런 복은 애당초 어울릴 수 없는 처지였으니 그저 마음만 헛헛할 뿐이다.
아무튼 성읍마을은 시간을 충분히 갖고 천천히 둘러봐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걷다 보면 지정문화재도 만나고 생각지 못한 제주만의 독특한 풍경들과 마주하게 된다.
내가 머물 당시 코로나로 인해 성읍마을을 오가는 관광객은 찾아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조용한 성읍마을은 그야말로 호젓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다만 사람들이 오지 않으니 상점마다 죽을 맛이라며 울상이었고 어떤 곳은 폐점하기도 했었다.
좌우지긴 사람들은 모이면 시끄럽지만 돈도 함께 들어오는 법인지라 관광지라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게 정상적이다.
그럼에도 나처럼 사람들에게 낯가림이 심한 사람은 그래도 한적한 길 위에 서 있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아침 일찍 성읍마을에 가기를 권한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철엔 마을 투어는 땀 꽤나 흘려야 하니 아침 일찍은 덜해서 좋고 그나마 한산해서 좋다.
이곳을 보고 비자림 숲으로 이동하면 코스가 나쁘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