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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그 섬에 가고 싶다(1편) 글/사진: 이종원
보길도 배에 올라타며 5년전 쯤인가 아내와 딸 정수와 함께 이 섬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그림 같은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고 급기야 예송리 몽돌해변에 이르자 풀썩 주저 앉아 바다가 들려주는 오묘한 소리에 흠뻑 빠져들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우리 식구들은 몽돌밭에 길게 누워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마음껏 자연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선도가 그랬듯이 나에게도 보길도는 이상향의 섬이었다. 그때부터 보길도는 내 마음 한구석을 차지했었던 보물이었다. 매년 찾아가 그 진귀한 보석을 들춰보겠다는 결심을 했건만 벌써 4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만큼 섬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완도의 화흥포 선착장에서 6시 40분 첫배를 탔다. 평일이고 첫배라서 그런지 관광객은 나 혼자다. 철부선에는 노화도, 소화도에서 해산물을 실어 나르는 트럭들이 가득하다. 밤새 고속도로를 달려서 그런지 기사들이 세상모르게 자고 있다. 차를 빼라고 방송도 했건만 묵묵부답이다. 일일이 문을 두드려 간신히 깨운다. 치열한 삶이 묻어 있어서 좋다. 첫배가 좋은 점은 완도에서 보길도 가는 사이에 점점이 찍힌 다도해의 아침풍광에 일출까지 감상할 수 있다. 첫배를 타고 첫 해를 맞이하는 기분은 경험하지 못한 자들은 모른다.
보길도-노화도-소안도가 빙 둘러 싸여 넓은 내해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어느 것이 섬인지 배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섬이 있다.
나는 밭이 육지에만 있는 줄 알았다. 내해의 양식장은 육지의 밭고랑과 다름없다. 철부선은 바다의 밭고랑 사이를 용캐 지나간다. 부부가 나룻배를 저으며 일터로 나가고 있었다. 옅은 안개속에서 그물을 걷는 모습이 장엄한지 모른다. 밀레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이런 그림이 만종이 되지 않았을까?
그 이름도 예쁜 보길도 청별항에 도착했다. 예전의 조용한 포구와는 달리 꽤 많은 건물이 올라가 있었다. 이제 지난날의 추억을 더듬고 새로운 추억거리를 만드는 일만 남았다.
중리해수욕장에서 등교하는 초등학생을 만났다. 파란 해변을 따라 거닐다가 교문쪽으로 방향을 틀고 걸어가고 있었다. 참 부러운 아이들이다. 뛰어놀 공간도 없이 아파트에 갇혀 지내는 정수, 성수가 생각난다. 송림으로 둘러 싸여 있는 보길동초등학교는 대학교 운동장 만큼이나 넓다. 언제든지 고개를 돌리면 섬이 둥둥 떠 있는 바다가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초등학교가 아닐까?
송시열의 글씐바위 윤선도나 송시열은 동시대를 살아간 대학자였다. 당파를 달리하여 치열하게 싸웠건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바다에서 톳을 따는 노파보다 못했다.제주도로 향하다가 보길도에 들른 것도 똑같았다. 윤선도는 말뚝을 박았고 송시열은 비운의 길을 다시 걸어야만 했다. 윤선도는 어부사시가를 지어 보길도의 이상향을 그렸고, 송시열은 숙종의 비위에 거슬려 제주도로 귀향가다가 신세한탄과 임금에 대한 사모글을 바위에 새긴 것이다. 인생의 달관을 맛본 83세 노파의 구구절절한 심성이 바위 전체에서 느껴진다. 여든셋 늙은 몸이 멀고 찬 푸른 바다 한 가운데 있구나. 화려한 윤선도의 흔적을 보는 것보다 노파의 애잔한 심정을 먼저 만나는 것이 예의 일 것 같아 글씐 바위를 먼저 찾았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 탁본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있었슴에도 여기저기 먹물 자국이 보는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이것 탁본한 사람은 송시열처럼 세 번 귀향갈 팔자.' 이렇게 큼직하게 적어놓으면 아무도 그 짓 안할텐데....
중리해수욕장 바다에는 목섬, 남도, 기도, 갈마섬이 둥둥 떠 있고 동쪽에 소안도가 방파제 처럼 길게 이어 있어 아늑하고 포근하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는 족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 있다. 연인과 함께 송림과 바다를 거닐는 것 자체가 추억리를 만드는 셈이다.마을 아낙이 해변으로 밀려온 톳을 다듬고 있었다. 이런 인간적 풍경 때문일까? 어촌마을 보길도가 전원일기의 '복길이'란 이름처럼 정겨운 느낌을 받으니 말이다.
해초류는 해변에서 주으면 그만이다.
甫吉島' 큼직하고 길한 섬 보길도. 이름만큼이나 넉넉하고 편안한 섬이 보길도다
통리해수욕장 해변 앞에 둥둥 떠 있는 섬들은 한 폭의 그림이다. 작은 배들이 부표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자연과 인간의 절묘한 만남이다. 내 입에서 시와 노래가 튀어 나올 것만 같다. 윤선도의 글재주 때문이 아니라 풍경이 글을 쓰게 만든 것이 옳은 표현이 아닐까? 나도 여기 살게 해주면 윤선도처럼 어부사시가를 쓸 수 있다고... 백사장 길이 7백m, 평균 수심 1.5m로 수심이 완만하다. 아이들이 100 여미터까지 나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백사장 뒤에는 울창한 곰솔숲 또한 좋다. 주변 바다로 나가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천지다. 하루 두 번 간조 때면 목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굴이나 해조류를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통리해수욕장 곰솔
통리해변 고운 모래해변이 활처럼 휘어져 있다.
예송리해수욕장 통리에서 예송리로 넘어가는 고개길은
조심해야 한다. 멋진 경관에 한 눈 팔다간 용궁으로 빠지기 쉽상이다.
복생도가 둥둥 떠 있고 그 너머에는 영화 '그섬에 가고 싶다'의 배경지인
당사도가 길게 이어졌다. 샛배우재 고개를 넘어서면 정자가 하나 놓여
있고 그곳에서 바라본 예송리 해변이 가장 아름답다.
둥둥 떠있는 배, 양식장, 조막만한 섬들, 호수처럼 아늑하고 정적이 흐르는 바다.
바로 예송리 바다다. 예송리 바닷가는
몽돌로 되어 있다. 파도가 밀려왔다 나가면서 자갈 틈으로 나는 자연의 소리는
일품이다.
'예송리 이장님께
. 얼마나 흐믓한 이야기인가? 돌을 주었다가도 슬며시 놓고 싶은 마력을 지닌 이야기다.
몽돌도 아름답지만 바다를 감싸고 있는 상록수림도 아주 좋다. 수령 200년된 난대림이 반달모양의 해변을 보듬고 있었다. 고기를 끄는 어부림 역할도 함께 한다. 길이 740m, 폭 30m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남도에는 진작에 봄이 찾아 왔다. 동백이 활짝 피어 올랐다. 옥색바다와 붉은 동백, 회색의 그물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곳 예송초등학교는 이미 폐교가 되어 버렸다. 동백나무 옆에는 이승복 어린이가 아직까지 반공을 외치고 있으며 안델센 동상이 외롭게 서 있다. 다시 개교가 되어 아이들이 북적거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예송정민박 바다를 바라보며 윤선도처럼 어부사시가를 쓸 수 있을 분위기의 민박집을 찾았다. 처마밑에서 바라본 풍광이 좋다. 061-553-6494 (3만-4만원)
황칠목 (천연기념물 174호) 다시 청별항을 거쳐 반대편 보죽산가는 해안도로를 달린다. 어찌나 해안풍경이 절묘한지 몇 번이나 차를 세웠는지 모른다. 다소 번잡하게 보이는 청별이나 예송리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한적한 어촌 풍경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장사도, 노록도, 넙도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고 있다. 정자리 우두마을에서 산속으로 200여m 들어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황칠목을 만날 수 있다. 그 동백숲길 역시 숨겨진 명소다. 높이 1.3m, 가슴둘레 1m, 높이 15m의 황칠목이 우렁차게 서 있다. 땔감으로 쓰지 않고 여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마을사람들이 신령목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수피에 상처를 주면 황금빛 수액이 나오는데 옺칠과 함께 고급 도료재를 쓰인다고 한다. 맛이 맵고 독하여 구충제나 낙태약으로 쓰였다고 한다.
보길도 서부해안 드라이브 코스 (12km) 정자리를 지나면 바다에는 올말졸망한 섬들이 드라이브 길을 따라 이어진다. 모래섬, 상도, 미역섬, 옥매도 갈도까지....마치 예송리의 조약돌이 하늘을 날아와 바다물에 쳐 박힌 것 같았다. 조금 더 가면 보길도의 가장 서쪽끝인 망끝 전망대가 나온다. 그 옛날 마을 아낙들이 고깃배가 무사히 들어오는지 근심어린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고 하여 망끝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윤선도가 뭍으로 드나들었던 곳으로 어부사시가의 창작배경지로 추정되는 곳이다. 보기만 해도 절로 시가 나올 만한 경치다. 추자도가 아물아물 보이고 날씨가 좋다면 제주도까지 조망되는 곳이다. 한라산신이 지리산신이 있는 곳으로 놀러 가다가 이곳에서 잠시 쉬어갔다는 전설도 들린다. 그만큼 제주도와 가깝다. 전망대에는 주변 섬 지도가 그려져 있어 손가락으로 집어가면서 섬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특히 이 곳은 일몰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란다.
보옥리 뾰족산 망끝을 지나면 보옥리 해변이 나온다.보길도에서 가장 바람이 세차다는 것을 말해주듯 든든한 방파제를 가지고 있다. 마을의 수호신처럼 자리잡은 보죽산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원래 이름은 뾰족산(195m). 아마 우리말을 한자어로 표기하려 한 것이 보죽산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산은 보는 위치에 따라 색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그 신비감을 더해준다. 삼각자를 세워 놓은 것 같은 산은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급해 오르는데 그리 쉬운 코스는 아니라고 귀뜸해준다. (왕복 40분) 힘든 만큼 그 위에서 바라본 경치는 끝내 준다고 한다. 다음엔 꼭 가야지. 공룡알 해변 뾰족산 바로 아래에는 공룡알 해변이 있다. 전국의 수많은 몽돌해변을 보았지만 공룡알해변처럼 신기한 곳은 없다. 수박통만한 돌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어떤 파도가 몰려 왔길래 이렇게 오묘한 모양새을 만들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해질무렵 반짝반짝 빛나는 공룡알과 뾰족산은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엄마 공룡인 뾰족산이 공룡알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닷물은 양수라고 불러볼까?
방풍림은 수백년 묵은 동백이었다. 세월의 무게 때문일까, 세찬 바다바람을 견디어온 흔적일까. 굵은 동백나무는 이리저리 구부러져 있었다. 이 안에 들어서면 하늘 한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로 가득차 있다. 이곳에서 붉은 봄빛깔을 뚝뚝 떨어 뜨리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흔적을 넋이 빠져라 지켜 보았다. 뾰족산이 어미공룡이고, 공룡알까지 품었으니 이 붉은 동백숲은 뭐라고 할까? 생명을 분출하는 자궁이라고 해두자.
어부사시가 때문일까? 바다에서 땀흘리는 분들을 보면 왠지 모를 경애감이 든다.방송 촬영때문에 고깃배를 몇 번 탄 적이 있었다. 칼바람과 노동에 시달리다보면 바다가 그렇게 미울 수 없다. '바다에 대한 낭만의 글을 쓰는 사람은 실체를 모르면서 허상만 극적거리는 이율배반자야. ' 그런 바다를 보둠고 살아가는 사람들.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보길도 하이킹코스 중리해수욕장까지 자전거길을 잘 만들어 좋았다. 이길은 승용차는 들어갈 수 없으며 오로지 자전거만 가능하다. 바다를 끼고 도는 코스가 참 좋다. 1) 2시간코스:
청별선착장 - 고산 유적지 문의: 061-553-5908
모놀과 정수 .....여행작가 이종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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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쩜이리도.... 한글한글이 발길을 이끄는듯 하네요... 다시 찾고 싶은곳입니다... 잘 봤습니다 행님 ^^
덕분에 앉아서 좋은곳 많이 가보구 여행코스도 알아갑니다..감사합니다..^^
결혼전에 친구들과 휴가를 연속 2년을 다녀왔었죠..정말 다시 찾고 싶은 곳입니다..잘~~봤습니다!!
대장님의 사진 솜씨, 글솜씨......안갈수가 없게 만드네요...가고싶어라~~
어느날 불현듯 찾아온 친구들과 함께 예정에도 없는 여행을 떠나서 보길도 섬까지 돌아보고 왔답니다. 후박나무 숲이 우거진 몽돌해변이 아직도 눈에 선한듯 하답니다.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의 한장면을 보는듯 하네요. 저길을 가며 웃고 떠들고 했었는데.............. 엘리사벳, 루시아 그날을 기억하나요. ㅎ ㅎ ㅎ
참! 좋은곳 입니다. 혼자의 여행을 좋아 하다보니... 더 그러하겠지요! 바로 앞의 노화도와 보길도가 그리 틀리니..불과 몇 백미터의 차이인데.. 그 풍광과 지세(산세)가 그러하고 모든게 제주와 육지의 반을 섞어 놓은듯 풍광! 바다 색깔! 식물들, 돌맹이 하나! 모든게 여행자에게 새로움을 주는곳! 정말 좋습니다.
배타기전 산 장대라는 말린 생선을 코펠에 살짝 쪄서 달디단 소주한잔..바닷가에서 먹는 소주는 왜그리 취하지 않는지..보길도 중리 해수욕장에서 파란 바람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잠시 꺼내보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