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을 열면서
지난 1999년 미국 환경보호단체인 <월드워치>는 「1998년 세계환경보고서」를 통해 세계경제가 지금처럼 성장 중심으로 치닫는다면 자연의 지원체계는 크게 훼손되고 끝내는 경제성장이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50년 간 나무의 소비량이 2배, 종이 6배, 물고기 5배, 수자원 5배, 석유에너지 5배 등 엄청나게 증가했으며, 아울러 공기 및 수자원의 오염 정도도 7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참으로 역사상 전례 없이 빠르게 성장해온 산업경제로 말미암아 천연자원이 끝간데 없이 소비되어 왔다는 말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환경지표가 갈수록 회의적으로 나아간다고 경고했다. 그 구체적인 본보기로는 삼림파괴, 습지축소, 토지훼손, 수자원고갈, 이산화탄소와 기온증가에 따른 이상기후, 일부 동식물의 멸종 등을 꼽았다. 이 보고서는 모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들이 어떤 성장모델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밝힐 것을 주문하고, 환경 친화적 경제성장에 인류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환경 문제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닌 전 세계적인 것이 됐다. 환경 재앙을 알리는 절망적인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특히 세계 각국의 환경 전문가들은 환경 재앙 때문에 인류의 생존이 극히 불안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얼마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유네스코 본부가 일본 환경단체 아사히 가라스 재단과 함께 세계 9개 대륙 613명의 환경 전문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것을 토대로 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 멸망 시점을 12시간 단위로 볼 때 현재의 지구 시간은 9시 4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찍이 환경전문가들은 지구의 환경 상태의 위기를 그 심각성에 따라, ‘전혀 불안하지 않음(0:01~3:00)’, ‘약간 불안(3:01~6:00)’, ‘상당히 불안(6:01~9:00)’, ‘극히 불안(9:01~12:00)’ 등 네 단계로 구분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나타난 ‘9시 4분’은 인류 생존이 위기의 최후 단계인 극히 ‘불안의 초기'에 해당한다.
생존 위기 시계는 조사가 처음 실시된 1992년의 7시 49분을 시작으로 1993년 8시19분, 1994년 8시47분, 1995년 8시 49분, 1996년에는 처음으로 ‘극히 불안’의 단계로 진입해서 9시를 웃도는 등 ‘상당히 불안’의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특히 서유럽 전문가들은 9시 53분에 손을 들어 가장 비관적이었다.
뿐만 아니다. 오늘날 나라 안팎에서 바이오테크의 발전으로 꿈의 세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주장이 약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생명공학 개발이 생태계는 물론 제3세계 민중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미 초국적 기업들은 생명공학과 각종 지적 재산권을 내세워 제3세계 생물의 다양성을 식민지화하는, 이른바 ‘생물 해적질’을 시작했다. 심지어 이 공룡기업들은 인간 생명체와 유전자코드에까지 생물 해적질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틀 안에서 우리들도 주변의 생태계 파괴가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우리처럼 좁은 땅덩어리에서 많은 인구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물자절약, 대체에너지 정책,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어야 한다.
2. 생태계의 보고이자 정화장의 극치인 갯벌
2002년 2월 2일은 세계습지 보호협약인 「람사협약」에 가입한 회원국이 정한 ‘세계습지의 날’이었다. 람사협약 사무국은 이날을 맞이해서 호수, 갯벌, 늪 등 세계습지의 절반 이상이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행위로 말미암아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사무국은 생태계의 콩팥이자 지구의 허파라고 일컫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습지를 제대로 보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 민간 환경단체들도 대규모 간척사업에 대해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공유수면 매립법’을 폐지하고, ‘습지보전법’을 이른 시일 안에 만들며 갯벌 등 연안습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또한 이 단체들은 정부에 새만금 간척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과 강화도 남단 갯벌, 창원 주남저수지, 순천 동천강 하구 등 생태적으로 우수한 조건을 가진 지역들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아울러 촉구했다.
지난 1999년, <한국해양연구소>는 연안습지의 경제적 가치를 2조 4천억 원으로 추정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초지와 강어귀 해변의 숲과 갯벌 등 연안습지의 경제적 가치 가운데 67%가 육상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홍수 등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해안습지는 생태계의 기초가 되는 지역이며 육지의 각종 폐기물이 분해되는 ‘천연 정화장’이다. 해안습지는 토사를 고정시켜 항구와 수로기능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각종 미생물과 어패류에게 산란과 서식장소를 제공하는 자연에서 가장 생산력이 높은 생태계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전문지「네이처」에 따르면, 갯벌의 생태적 가치는 1㏊당 9,990달러나 되어서 농경지의 1백 배, 산림의 20배, 바다의 1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우리나라 해안 간석지의 35%를 차지하는 서남해안 갯벌의 정화능력은 영국의 갯벌보다 15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얼마전 환경부는 전남 영광군 염산면 하사리 하구 염습지를 비롯해 해남군 산이면 간척지, 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해안 염습지, 장흥군 안양면 수문리 연안양식장 등 서남해안의 대표적인 갯벌 네 곳을 대상으로 환경요인, 생물상과 그 분포, 습지정화능력 등을 조사한 결과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전체 갯벌의 83%가 분포된 서해안은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해안, 독일 북해연안, 아마존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그런데 1970년 27만 4,503ha에 달했던 서해안의 간석지 면적이 1990년에는 7만5,942ha로 줄어들었다. 무려 72.3%의 갯벌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전북지역의 경우, 1970년 당시 2만 1,887ha에 달했던 간석지가 1990년에는 746ha만 남아,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다.
3. 재앙으로 불거질 새만금 간척사업
대규모 간척사업과 습지를 파괴하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재앙을 가져오는가는 시화지구 간척사업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국민 세금을 8,300억 원씩이나 투입한 여의도 면적의 20배나 되는 ‘죽음의 호수’ 시화지구 사례는 여러 지역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새만금 간척사업은 재앙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새만금 종합개발사업은 서해안을 개발한다는 취지로 1975년에 기획되어서 1991년에 착수됐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신시도와 야미도를 거쳐 군산시 비응도에 이르는 총 연장 33km의 방조제 공사는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다.
농림부는 이 사업으로 매년 8만 6천 톤의 쌀을 생산하는 농지와 10억 톤의 물을 공급하는 담수호가 생기며, 항만건설로 서해안 전진기지를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한 걸음 나아가 전라북도는 18조 5,000억 원을 들여 산업 단지, 물류 센터, 공항 등을 두루 갖춘 첨단도시 단지를 조성한다는 개발계획까지 만들어 놓았다. 농공단지 안에는 2011년까지 종합농업 단지와 도시-공업 단지, 근교 원예 단지, 수산개발 단지, 관광 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면에서 사정은 만만치 않다. 애초 8,200억 원 예상이던 공사비는 작년 말 이미 2조 900억 원이나 들었고 새만금호의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적어도 1조 4천억 원이 더 들 것이라 한다. 게다가 복합산업단지를 건설한다는 전라북도의 ‘새만금 프로젝트 2020’에 따르면 공사비는 10조 원에서 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새만금사업이 끝나면 1억 2천만 평의 땅이 새로 만들어진다. 농림부는 이 땅을 농지로, 전라북도는 복합산업 단지로 개발하려고 한다. 하지만 매년 3만ha의 농지가 용도 변경되고 있으며, 버려지는 땅도 매년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산업용지도 마찬가지다. 전라북도에 있는 공업용지의 분양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전국적으로는 5,000만 평의 공단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땅이 없어 공장을 못 짓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간척사업을 벌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더군다나 새만금사업의 미래도 밝지 않다. 우선 바닥이 보이지 않는 예산이 문제다. 1997년까지 모두 6,7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하지만 56%인 3,700억 원이 용지매수와 보상비로 쓰였고, 순수 공사비는 2,900억 원에 그쳤다. 계획대로 2004년까지 공사를 마치려면 매년 3,300억 원의 예산을 들여야 하지만 정부는 매년 2,000억 원 이상을 배정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애초 1998년까지 끝내기로 했던 방조제공사는 2003년까지로, 최종 내부공사는 2011년으로 완료시점을 늦춰 잡았다. 농림부 고위당국자는 “이것도 예산이 순조롭게 나올 때 얘기고 사정에 따라 공사기간은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 사업계획을 수립할 당시부터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타당성 조사도 비용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여기에 환경기초시설에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 2004년까지 7,500억 원을 들여 하수처리장 37곳, 축산폐수 처리장 6곳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지만 재정자립도가 33%밖에 되지 않는 전라북도의 재정상태를 감안할 때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4. 잘못된 사업 선정과 노회한 유종근 지사
박정희 대통령은 국토를 넓히고 식량을 자급자족하기 위해 필요한 농지를 확보하려고 간척사업을 시행했다. 1974년 계화도 간척사업을 시작으로 6개 지역, 7만 5,200ha의 땅이 마련됐다. 새만금 종합개발사업도 영산강 사업지구와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 시절에 마련된 「서남해안 간척 장기구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사업비부담 때문에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새만금사업은 13대 대선을 한 해 앞둔 1986년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두환 정부와 민정당은 1986년 6월 전북지역 주민들의 표를 모으기에 혈안이 됐고. 전북 무주 출신인 황인성 농림수산부장관은 “전북이 발전에 뒤처져서 어느 지역보다 주민들의 개발욕구가 거세기 때문에 새만금 사업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농수산부는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고 곧바로 개발계획의 초안을 마련했고, 이듬해인 1987년 3월부터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선거전까지 11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최종 개발계획을 발표하기엔 무리라는 의견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약발을 받지 못했다. <농어촌진흥공사>(이하 농진공)가 전체 기본계획을 세우고, 타당성 조사를 농림부 관료를 지낸 한갑수 전 의원이 운영하고 있던 <한국산업경제연구원>에 용역을 줬다. 사업규모로 볼 때 1-2년 정도 예상된 타당성 조사는 이례적으로 7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물론 경제성이 있다는 ‘정치적 결과’가 나온 것은 자명하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전두환 정권은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새만금 사업추진계획을 국책사업으로 전격 발표했다.
이처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게 바로 새만금간척사업이다. 잘못된 이 사업에 기름을 부은 자가 바로 유종근 전북지사였다. 1987년 대선에서 평민당 김대중 후보의 정책기획을 담당한 유지사는 새만금개발공약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런데 환경단체의 빗발치는 함포사격에 주눅이 들었던 유지사는 1999년 1월 기자회견에서 새만금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는 설사 방조제 구축을 현 상태에서 중단한다 하더라도 간척지를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새만금사업 전면 재검토 발언’을 뒤집은 셈이다.
한 술 더 떠서 1998년 9월 14일 유지사는 임실군에서 ‘도민과의 대화’가 라디오로 생중계 되는 자리에서 “새만금 사업의 백지화를 주장하는 극히 일부의 환경론자들은 환경운동을 자신들의 정치적 경력을 쌓아 나가는 도구로 활용하는 사람들”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뿐만이 아니다. 그는 환경문제를 핑계로 삼아 새만금사업을 막으려는 사람들은 전북이 아닌 인근 다른 지역 사람들로서 전북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사람들이라고 못 박았다. 지역감정마저 건드렸다. 또한 지난 1999년 10월엔 유지사가 부안군을 찾아가서 주민 600여 명을 앞에 놓고 “새만금사업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을 고려할 때 우리는 불과 몇 달 사이 유지사의 화려한 말바꿈(?)에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노회한 유지사가 그토록 열성을 바쳐가며 추진해 왔던 이 사업에 대해 갑작스럽게 재검토하겠다는 진짜 이유를 짚어볼 수 있다.
그가 누구인가? 대통령의 경제고문이며, ‘국민의 정부’ 실세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형제와 친분이 있으며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도 잘 아는 사이”라고 말한 그는, 지금까지 지방행정 관료이면서도 줄곧 중앙부처를 무시하는 행동을 해왔다. 얼마 전 새만금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힐 때도 그는 관련 부처와 협의하거나 ‘건의’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때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농림부와 건교부 공무원들은 격한 표현을 쏟아놓았다. “도지사가 국가사업에 ‘감놔라 배놔라’ 간섭할 수 있는 것인가? 중앙부처 공무원으로서 모멸감을 느낀다.”
엄밀히 말해 새만금 간척사업의 주체는 농림부이며, 전라북도는 고작 용지보상과 어업보상 업무만을 위임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유지사는 복합산업단지 조성계획을 관련부처와 협의도 없이 발표하는 등 월권행위를 계속했다. 감사원조차도 국채사업에 혼선을 초래해서 국제적 신인도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질책했다.
5. 잘못된 환경평가
애시당초 정부가 이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할 때 환경단체 등에서 이런 저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역정서를 등에 업은 정치권의 압력에 따라 공사를 서둘렀다. 그런데 1990년에 와서 간척의 경제성을 우려하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터져 나왔다.
‘제2의 시화호’로 전락할 공산이 큰 새만금호의 면적은 시화호의 두 배에 이른다. 모두 33km의 방조제 가운데 지금까지 물막이가 된 새만금 방조제의 안쪽 바다에서는 벌써부터 해수의 순환이 원활치 못하다. 더군다나 유기 물질의 농도가 높아져 바닷물 위에 거품이 이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새만금호로 유입되는 물은 만경강과 동진강으로부터 오게 되어 있다. 전주시, 익산시, 정읍시 등에서 1백 60만 명이 쏟아내는 생활하수 그리고 전주공단과 익산공단의 오폐수, 김제와 부안 등지에서 나오는 축산폐수와 비료 등이 두 강을 통해 대량으로 흘러든다. 1996년 7월 환경부의 발표를 보면, 새만금호에 물을 공급할 만경강과 동진강 하류의 질소 농도는 각각 연평균 각각 12.8 mg/ℓ, 4.6 mg/ℓ로, 농업 용수의 수질 기준을 각각 12배, 4배 이상 초과하는 수치다. 또한 인의 농도 역시 만경강 하류가 지난해 연평균 0.6 mg/ℓ로 농업용수 수질 기준을 6배나 웃도는 수치로, 오염 정도가 극심하다.
김범철 강원대 교수는 “상류에 하수 처리장을 건설한다해도 부영양화의 원인 물질인 질소와 인은 처리과정에서 보통 20~30% 밖에 제거되지 않는데다가, 호수를 썩게 하는 질소와 인은 하수 처리장이 거의 가동되지 않는 홍수 때 대부분 호수로 유입된다.”고 말했다. 농업용수는커녕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새만금 간척사업공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도처에서 환경영향 평가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새만금호의 물을 희석시킬 금강 강물은 이미 오염도가 크게 높아졌다. ‘농진공’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금강에서 물을 끌어오면 새만금호의 수질을 농업용수로 적합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 3ppm, 질소 1mg/ℓ로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크게 헛짚고 있다. 금강 하류에 있는 하구둑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은 1996년에 이미 연평균 4.6ppm, 질소는 3.3mg/ℓ나 됐다. 새만금호에 방류하게 될 경우 금강 강물은 희석수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오염수’로 둔갑할 공산이 크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예측이다.
심지어 얼마 전 국무총리실 수질개선 기획단의 「수질예측보고서」는 1조 4,000억 원의 수질 개선비를 투자하더라도 2001년 새만금호 수질은 농업용수 수질기준에 미치지 못하며 시간이 갈수록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길한 전망은 계속된다. ‘농어촌연구원의 「새만금호 수질예측보고서」는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이 당초 예측한 농업용수 수질기준(화학적 산소요구량 8ppm 이하)의 3.5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부영양화의 원인물질인 총인(總燐=TP)의 경우 농업용수 기준의 12배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더구나 이와 같은 수질 예측은 유역하수처리장에 국내에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은 고도처리시설을 설치하고 금강호로부터 연 4억 7천만 톤의 희석수를 끌어들이는 등 당초 계획에는 없던 5천억 원의 추가 수질투자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러한 추가수질투자액까지 합칠 경우 새만금호 유역의 수질보전을 위한 투자예산만도 자그만치 1조 원을 웃돌게 된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사업시행자인 ‘농진공’ 산하 농어촌연구원이 조사한 결과로서, 농업용수의 수질을 충분히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당초의 주장을 스스로 번복한 셈이 된다.
이쯤에서 ‘농진공’의 실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간척지 개발사업의 역사는 곧바로 ‘농진공’의 역사라고 말을 해도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 간척사업을 도맡아온 ‘농진공’은 자체사업 가운데 간척사업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핵심사업이다. 나머지 사업들도 상당수가 간척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된다. 따라서 살아남기 위해 간척사업의 경제성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얼마 전 감사원 특감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농진공’의 새만금 사업과 관련한 몇 가지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1998년과 2004년에 각각 완공하기로 계획했던 방조제와 내부시설 공사는 지금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 새만금사업을 착수할 당시 ‘농진공’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두고두고 해먹을 수 있는 사업”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또한 공식적으로 8,200억 원이었으나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5조가 들지 10조가 들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돌았으며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부안 쪽에서부터 방조제 공사를 시작한 것도 문제다. 기반시설이 거의 없는 부안 쪽 구간부터 공사를 했다. 보다 기반시설이 갖춰진 군산 쪽에서 먼저 시작했다면 사업규모를 훨씬 줄일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안 쪽에서부터 공사를 시작하면 공사를 도중에 중단하고 싶어도 중단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당시 현장 책임자가 말했을 정도다.
또한 물막이공사의 진행은 유역 내 환경기초시설의 설치와 보조를 같이 해야 한다는 게 시화호의 교훈이었다. 그러나 새만금공사도 시화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는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에 환경기초시설이 다 완료되기 전에 물막이 공사를 먼저 끝내면 가둬놓은 물에다가 구정물을 계속 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하수처리장과 축산폐수 처리장이 갈수기를 기준으로 건설되고 있어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도시지역의 하수관로가 부실해 오폐수가 담수호로 고스란히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며 유입하천 상류지역에 처리장을 짓는 현행 방식으로는 새만금호의 오염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농진공은 오염 부하량을 줄이기 위해 양식장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백지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더라도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8.3ppm까지밖에 떨어지지 않아 결국 공단-도시면적을 15%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게 농어촌연구원의 견해다. 게다가 이같은 권고도 4천억 원 가량의 추가수질개선예산을 들이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새만금지역 갯벌 6,000만 평은 하루 10만 톤의 처리능력을 갖춘 하수종말처리장 40개의 기능을 한다. 해일의 충격을 완화하고 부유 물질과 토사를 고정시켜 연안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수로와 항구가 매립되는 것을 막는다. 갯벌을 보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손실비용으로 포함시킬 경우 이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연구도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만금호가 물막이 공사도 하기 전에 농업용수로 쓸 수 있는 한계 수질인 4급수로 전락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물막이가 끝나 호수 물은 정체되고, 간척지에 농경지나 공단 등이 들어서면 시화호의 경우처럼 호숫물은 극도로 오염될 것이다. 환경부와 농림부 그리고 건설교통부 등은 지난 1998년 9월 이같은 농어촌연구원의 「수질예측보고서」를 놓고 새만금 수질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협의를 가졌을 정도다.
농어촌연구원 담수호 연구실이 작성해 이날 공개한 「새만금호 수질예측 및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4억 7,000만 톤을, 금강 상류 용담댐으로부터 연간 1억 4천만 톤의 희석수를 각각 공급받는 최선의 대책을 강구할 경우 새만금호의 물막이공사(2001-2003년 예정) 직전 오염도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으로 6.2ppm(6~8ppm이 4급수)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위해 현재 13개소뿐인 새만금 유역 환경기초시설을 37개소로 확충하고, 인공습지(180만 평)를 조성해야 하며, 국내에서는 전주 및 익산 하수처리장 외에는 아직 적용된 곳이 없는 고도 정수처리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한 호수의 용량도 당초 계획보다 훨씬 줄여 호숫물의 체류 일수를 단축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농진공’은 새만금호의 목표수질을 농업용수로 쓸 수 있는 한계수질인 화학적 산소요구량 8ppm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책은 한시적인 것이다. 수자원 공사측은 현재 건설중인 용담댐 물을 2007년 이후로는 새만금 유역인 만경강으로 흘려보낼 형편이 못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는 금강 하구둑 물의 오염도가 이미 1997년 현재 화학적 산소요구량 6.7ppm에 달한 상태여서 희석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수질예측은 물막이공사가 끝나기 전까지의 것이어서, 방조제 공사를 완료해 물의 흐름이 막히고, 간척지에 대한 개발이 시작되면 수질오염은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1998년 10월 감사원의 「새만금 간척사업 특감결과」도 만만치 않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간척사업은 그 시공이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환경기초시설도 크게 부족해서 지금 상태대로 공사를 진척시킬 경우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조성중인 3천 6백만 평 규모의 담수호는 제2의 시화호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주, 익산, 김제, 정읍 등 인근 도시에서 유입되는 생활하수가 하루 57만 톤에 이르는데다, 당초 농지와 준농림지로 계획됐던 지역을 상업용지로 전용하는 등 몇 가지 문제는 수질오염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 한 수질요염이 대청호와 충주호의 4.6-8.5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갈수록 문제는 배배 꼬인다. 정부가 새만금간척 종합개발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면서 매립지에 농수산 중심의 단지나 복합산업단지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진공’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수익률을 허위로 부풀려 발표했던 것으로 밝혀져서 충격을 주고 있다. ‘농진공’은 1989년 11월, 새만금 간척사업 기본계획을 확정할 당시 실제 어업보상비 1,213억 원보다 259억 원이 적은 954억 원만 계상하고, 농촌 도시 기반시설비 229억 원의 상당부분을 산정하지 않은 채로 경제성을 분석해 내부수익률을 13.5%로 부풀려서 사업시행의 타당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재검토 결과 실제 내부수익률은 9.9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정부투자 사업의 경우 경제적 타당성의 기준은 내부수익률이 13.0% 이상 되어야 투자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또한 ‘농진공’이 관광시설 투자비용을 누락한 채 관광수익 2,095억 원만 계상했으며, 수질오염으로 인해 양식이 곤란한 담수어 양식 수익을 매년 최대 820억 원씩 잡는 등의 방법으로 수익을 과다 계상한 사실도 밝혀졌다.
게다가 ‘농진공’이 농수산단지 조성에 대한 타당성이 없게 되자 1994년부터 복합산업단지 조성으로 변경해 추진하고 있으나 이 역시 비슷한 수법으로 수익과 비용 산정을 부적정하게 계상한 사실도 밝혀졌다. 특감 결과에 따르면, 당초 농업용지 조성용으로 계획된 간척사업이 지난 1994년 건설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도 없이 산업단지 조성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돼 지반조성과 토사확보 예산추가 등 총사업비 규모가 11조 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사원은 정부측에 이 사업을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새만금사업에 이와 같이 심각한 문제가 있다. 따라서 사업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더군다나 새만금 개발사업을 얼렁뚱땅 추진한 경위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사업을 계획하고 수행한 농진공, 공유수면의 매립을 허가해 주고 이 사업을 주관한 농림부, 사업을 유치한 전라북도, 공유수면 매립정책을 총괄한 건교부, 환경영향평가를 한 기관과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 준 환경부 등 모든 부서에 대해 관련 여부 및 책임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 아울러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에 정치권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도 차제에 밝혀야 한다.
6.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자
우리나라의 갯벌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천연자원이다. 특히 갯벌은 정화능력이 뛰어나며 동시에 생태계의 보고이다. 갯벌은 천연자원으로서의 희귀성뿐만 아니라 ‘미래가치’에 있어서도 엄청난 경제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일찍이 독일은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정성을 쏟아 가꾸고 있으며, 미국과 네덜란드는 이미 건설된 방조제를 없애기까지 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1천 년이 넘게 간척사업을 일상화한 나라의 자존심을 버리고 1992년부터 둑을 허물어 간척농경지를 습지로 되바꾸는 「자연회귀 마스터플랜」을 진행하고 있다. 토지활용 이익만 생각해 경제적이라고 판단했던 간척공사는 완공 뒤에 제방보수유지비와 물을 퍼내는 비용으로 해마다 1천억 원씩이 들고 있다. 심지어 물을 퍼내는 바람에 토사가 유실되어 지반이 내려앉았으며 담수호로 쏟아져 들어오는 농약과 유독성 화학물질 때문에 귀중한 생물종마저 사라졌다. 이에, 네덜란드는 2005년까지 국토 면적의 1.76%나 되는 2억 2천만 평을 간척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 농림부는 간척사업들 가운데 최초로 영산강 4단계 사업계획을 ‘백지화’시키는 큰일을 해냈다. 영산강 계획은 1조 9,6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8개의 방조제, 64km를 막아 1억 3,728평을 매립하는 것으로 짜여 있었다.
새만금 종합개발사업에 대해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대안을 모으기 위해 <경실련>과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은 시민단체와 교수, 민간 연구기관 등이 공동으로 결성한 ‘새만금 백지화를 위한 시민위원회’는 2000년 9월 9일, 서울 종로성당에서 토론회를 주최한 바 있다. 이 토론회에서 연구-논의된 바에 의하면, 새만금 종합개발사업은 투자비용이 개발 뒤 얻는 이익보다 커 경제성이 없으며, 조성되고 있는 새만금호는 현행 방식으로는 시화호처럼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계획 자체를 변경해야 한다고 한다.
이 토론회에서 신효중 교수(강원대 농업자원 경제학과)는 지난 1986년~1989년 농진공이 실시한 새만금사업 경제적 타당성 조사는 갯벌의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갯벌로 보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손실 비용으로 포함시킬 경우 새만금사업은 경제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또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생물자원의 이용 분야가 넓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갯벌을 후손에게 몰려줬을 때의 상속가치도 상실되는 편익으로서 반드시 비용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주장으로 생태경제연구회(회장 조승헌)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다는 새만금 민․관 공동조사단의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회는 공동조사단이 작성한 보고서들 중 경제성 분과위의 보고서를 정밀하게 검토한 결과,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2조 7천억-4조 9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이 연구회는 조사단이 편익항목에 포함시킨 담수호 창출 효과와 새만금 갯벌회복 효과 등은 설정 자체가 잘못된 데다 생태계 변화를 잘못 예측한 것이기 때문에 편익항목에서 빼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를 적용하면 총편익 대비 총비용(B/C)의 비율은 기존의 3.66에서 0.56으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단체는 사업시행 주체인 ‘농진공’이 지난 1989년 새만금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와 환경 영향 평가를 수행했기 때문에 이 사업이 이미 그 공정성을 잃었음을 지적했다. 이어서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타당성과 환경에 끼치는 영향 등을 객관적으로 다시 조사해 사업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상식을 벗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짓이 연거푸 터졌다. 얼마 전 새만금사업의 타당성 여부가 공동조사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에 농업기반공사 문동신 사장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지금 중단하면 방조제 유실 등 더 큰 생태계 재앙이 초래되고 막대한 국고낭비와 공약사항 불이행으로 인한 국민불신이 초래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게다가 새만금 간척사업의 중지를 요구하는 ‘부안 지역 1천인 반대선언'에 맞불을 놓기 위해서 농업기반공사가 이 사업에 대해 이례적으로 언론사에 협조공문을 띄워서 새만금 반대운동에 관한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문제를 덧나게 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2000년 9월 초에 새만금사업 공사대행을 맡고 있는 농업기반공사가 6천만 원을 들여서 홍보용으로 ≪농업기반신문≫을 일시적으로 만들었다. 새만금사업에 대한 4쪽 짜리 기사가 실린 신문을 모 중앙일간지 간지 속에 넣어 서울의 강남 지역에 17만 부 가량 뿌렸고, 지난해 10월에도 서울과 분당지역에 35만 부를 배포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린이용 책자까지 제작해서 배포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사 내용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데 있다. 1991년 11월 28일에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2001년 8월 발표된 민관 공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단장의 독단에 의해 결론이 왜곡된 것이라는 환경단체 추천 위원들의 문제제기에 따라 최종결론이 유보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신문은 사업의 결론이 난 것처럼 보도하고, 조사기관에서 오류가 인정돼 자진 폐기한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소개하는 등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는 등 쌩뚱같은 거짓을 꾸며 내었다. 소가 짖고 개가 웃을 일이다.
이에 대해 ‘새만금 살리기 33일 밤샘농성’ 중인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현지 농민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반대여론을 받아들여 재검토중인 국책사업에 대해 농업기반공사가 국민의 세금과 마찬가지인 예산을 들여 일방적인 홍보에 나서는 것은 편법이자 월권행위”라면서 크게 반발했다.
또한 2000년 10월 전북도의회는 도민들을 상대로 ‘100만 도민 서명운동’을 하는 등, 사업 강행에 힘을 실어주는 여론을 조성했다. 더군다나 행정조직도 발 벗고 나서서 도민들의 서명 참여를 종용했다. 뿐만이 아니라 교육청까지도 어린아이들에게 서명하도록 해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무엇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한심한 작태다.
7. 글을 마무리하면서
따라서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반대의 봇물이 터져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새만금사업 즉각 중단을 위한 전북사람들> 등 200여 개의 환경-시민단체는 2000년 10월 서울 조계사에서 ‘새만금 갯벌 살리기 33일 밤샘농성’을 벌였다. 이어서 그동안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 왔던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가톨릭농민회> 등 5개 농민단체들도 반대하고 나섰다. 그들은 새만금간척사업이 농토확장이라는 기초적인 목적도 달성할 수 없는 무모한 사업이라고 못박았다. 뿐만 아니라 농지확보와 식량생산에서 비효율적이며 어장을 비롯한 환경 전반의 파괴로 이어지는 이 사업을 즉각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11 개 인권단체들은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성명서에서 “대통령과 전라북도가 정략적인 차원에서 사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갯벌 전문가와 갯벌에 관심이 많은 인사들이 총망라된 <새만금생명학회>도 만들어졌다.
외국의 환경 관련인사나 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연구소인 ‘월드워치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이 몇 해전 새만금 갯벌사업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항의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는 우리 관료들의 무식함을 ‘죄악’이라고 호되게 꾸짖었다. 또한 지난해 8,000억 원을 퍼부어 일본판 새만금 사업으로 불리는 시마네현 나카우미 간척사업을 37년 간의 투쟁 끝에 백지화시킨 호보 타케히코 교수는 “한국도 한번 시작된 공공사업은 멈추지 않는다는 잘못된 관행이 뿌리 깊은 것 같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환경파괴를 반대하는 운동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관료들의 우직함과 그들이 만든 정책의 경직성이라고 못박았다. 새만금간척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호보 교수는 엄청난 규모에 놀랐고, 지도를 바꾸는 이런 대규모 국책사업을 벌이면서 환경 등 기초 연구조사가 너무 부족한 데 또 한번 놀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11월 16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는 세계 람사회의가 열렸다. 이 세계습지회의에는 71개국 110명의 NGO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참석자 전원이 만장일치로 새만금 간척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기상투자는 40배의 반대급부를 되돌려준다는 보고서가 있다. 그렇다면 환경투자가 훨씬 더 많은 혜택을 우리에게 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새만금사업이 지니는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마땅히 국정조사권을 여야 공동으로 발동해서 진상을 샅샅이 조사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 사업을 질질 끌게 해서 엄청난 세금을 날린 장본인들을 색출하여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2001년 예산에 1,000여억 원의 새만금 사업비를 확보해 준 여야의 망국적 작태는 마땅히 규탄 받아야 한다.
얼마 전 한국 갤럽과 문화방송이 이 문제에 대해 공동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102명 대상 가운데 66%가 반대했고 83%가 지금 강행에 반대했다. 3만ha를 조성하여 경제적 수익을 얻는다며 호들갑을 떨던 식량안보의 허구성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쌀 생산은 넘치고 쌀 소비는 격감하고 재고량은 급증해서 저장에 골치를 썩고 있는 실정인데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가중될 게 뻔하다. 더군다나 쌀을 얻기 위해 엄청난 농약과 비료가 소비될 것이며, 새만금호 정화시설의 확충에 드는 경비는 천문학적 액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눈앞의 자투리 이익에 연연해서 ‘제2의 핵폐기장’을 만들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환경 IMF 시대를 떨쳐버리고 녹색 희망을 추스리기 위해서는 람사협약을 존중해서 새만금 갯벌을 ‘습지보전 지구’로 정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환경 파괴 정책에 앞장 섰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원칙과 신뢰, 변화와 참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노 당선자는 새만금사업에 대해 이미 김대중 정권에서 결정한 것이니 재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래선 안 된다. 반개혁적인 환경정책을 공약했다고 환경단체들로부터 담금질을 당한 노 당선자는, 지금이라도 원칙과 변화를 껴안고 지속 가능한 삶의 질을 위해서라도 큰 결단을 헌걸차게 내려야 할 터이다. 또한 청맹과니 국회는 환경보전과 어민들의 텃밭에 적극적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물때썰때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모두는 더 이상 생태계의 소드락질을 용납해서는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