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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들의 가면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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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마피아를 취재하기위해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의 어느 마피아 조직에 잠입해 있던 고려인 프리랜서 기자가 피살되었다. 그의 이름은 ‘빅토르 최’였다.
빅토르 최는 피살되기 며칠 전 한국의 국정원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러시아 마피아를 취재하던 중 뜻밖의 정보를 알아냈다는 것이었다. 기업화를 꾀하고 있는 한국의 거대 폭력조직이 한국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의 어느 마피아 조직에게 특정 후보를 암살해달라는 살인청부를 했다는 제보였다.
러시아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자마자 국정원은 이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확인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곧바로 제보자가 피살된 것이었다.
러시아에서 정부기관 다음으로 막강한 조직은 바로 마피아이다. 러시아 마피아는 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국가경제와 정치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마피아의 암살?폭력?테러에 익숙해져 있고, 그들이 공권력과 깊은 유대를 맺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시민들은 마피아를 증오하면서도, 마피아를 제거할 수 없는 사회의 한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러시아에 신속히 파견된 은요일 요원이 알아낸 사실은, 며칠 뒤 러시아의 마피아들이 모이는 정기적인 가면파티가 열린다는 것과 그곳에서 러시아 마피아가 ‘북극곰’이라는 암호명을 사용하는 살인청부업자에게 한국의 특정 대통령 후보를 암살하도록 의뢰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다국적 살인청부업자 북극곰은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북극곰의 얼굴을 보았거나 아는 사람은 그에게 살해된 사람들뿐이었다. 심지어 북극곰은 연락처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러시아 마피아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는 가면파티를 이용해 1급 살인청부업자인 북극곰에게 살인청부를 의뢰하곤 했다. 특별한 일만 없으면 북극곰은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이 가면파티장에 붉은색 여우 가면을 쓰고 나타나 한 시간 정도 테이블에 앉아 있다 돌아가곤 했다. 누구든 살인청부를 의뢰할 일이 있으면 그 한 시간 사이 붉은색 여우가면에게 접근해 살인청부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타깃에 관한 정보를 넘겨주면 되었다.
그렇게 한번 살인청부를 하고 나면 북극곰은 목표를 해치울 때까지 가면파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북극곰은 따로 연락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한번 살인청부를 하고 나면 살인청부를 중지시키고 싶어도 중지시킬 방법조차 없었다.
이번에도 마피아와 북극곰 간에 분명 그런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게 분명했다. 파티가 열리는 장소에서 누군가가 붉은색 여우 가면을 쓰고 있는 북극곰에게 접근해 한국의 대통령 후보 누군가를 암살해 달라고 의뢰할 것이리라.
은요일 요원은 가면파티가 열리기 전날 가면파티가 열린 건물에 도착해 곳곳을 살펴보았다. 가면파티장은 행사준비로 분주했다. 경비는 그리 삼엄하지는 않은 편이었다. 경비원으로 보이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몇 명 서 있었지만 작업인부들은 어떤 제지도 받지 않고 행사장에 마음대로 드나들며 일을 하고 있었다.
허름한 작업복을 빌려 입고 인부로 위장한 은요일 요원도 별 제지 없이 행사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행사장 안에서는 몇 팀의 인부들이 팀 단위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천정의 조명을 바꾸고, 곳곳에 갖은 치장을 하고, 테이블을 새로 배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작업복 차림으로 공사현장을 둘러보며 고심을 하던 은요일 요원은 갑자기 손뼉을 쳤다. 공사 중인 천장의 조명을 바라보는 순간 은요일 요원은 마피아와 북극곰이 접선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던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후보를 암살하기 위해 살인청부업자에게 살인청부를 하는 일은 조직의 부두목인 슈클로프스키가 맡았다. 슈클로프스키는 저녁 9시쯤 가면파티장에 도착했다. 남들이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준비해온 가면을 자동차 안에서 쓴 뒤 차에서 내렸다.
마피아들의 가면파티장에는 누구나 똑같이 검은 양복에 검은 구두를 신어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파티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우선 밀폐된 탈의실에 들려 옷을 갈아입거나 가면을 쓰고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10년 전통의 이 행사는 참가자들이 대부분 마피아였기 때문에 누가 파티에 참석했는지 알지 못하도록 모임 초기부터 복장과 가면에 대한 규정을 정해놓고 있었다.
슈클로프스키가 이 가면파티에 마지막으로 참석했던 것은 1년쯤 전이었다. 가면파티장은 1년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슈클로프스키는 파티장 안으로 들어서며 홍등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사진을 현상하는 암실처럼 약간 어두운 붉은색 조명이 파티장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다양한 가면을 쓴 많은 참석자들이 최근 마피아와 정부의 동향을 파악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또 술에 취한 일부 마피아 조직원들이 가면을 쓰지 않은 행사 도우미들에게 접근해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슈클로프스키는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의 목적은 분명했다. 붉은색 여우 가면을 쓴 사람을 찾아내 대통령 후보 암살을 의뢰해야 했다.
슈클로프스키는 붉은색 여유 가면을 찾기 위해 파티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으나 그 어디에도 붉은색 여우가면은 없었다. 여우가면 비슷한 것을 쓴 사내가 한명 있기는 했지만 붉은 색이 아니라 회색가면이었다.
스콜로프스키는 북극곰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잡으려고 빈 테이블을 찾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조명이 들지 않은 어두운 구석에서 누군가가 담배에 불을 붙이느라 라이터를 켰다. 그 라이터불에 환하게 드러난 가면, 분명 붉은색 여우가면이었다. 스콜로프스키는 곧바로 어두운 구석에 서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스콜로프스키는 검은 그림자 앞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척하며 라이터를 켜서 어둠속에 서있는 남자의 가면이 붉은색 여우가면이 확실한지 다시 확인했다. 분명 어둠 속의 남자는 붉은색 여우가면을 쓰고 있었다.
거래는 말조차 필요 없었다. 스콜로프스키는 들고 있던 봉투를 붉은색 여우가면을 쓰고 있는 검은 그림자에게 건넸다. 외국의 대통령 후보 암살에 대한 대가는 이미 정해진 시세가 있었다. 봉투 안에는 그 시세에 해당하는 무기명 채권과 타깃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들어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스콜로프스키의 봉투를 받아든 어둠 속의 남자는 말없이 뒤돌아서서 탈의실 쪽으로 사라졌다.
한 달쯤 지나서 러시아 마피아는 숨어사는 한 남자를 찾아내 잔인하게 살해했다. 살해된 남자는 1급 살인청부업자인 북극곰이었다. 러시아 마피아는 배신자에게 반드시 보복을 하기로 유명했는데, 북극곰은 살인청부에 대한 대가만을 받아 챙기고 일처리는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해되었다.
러시아 마피아는 한 달 전 붉은색 여우 가면을 쓰고 마피아의 가면파티장에 나타나 살인청부에 대한 대가와 정보를 챙겨간 사람이 한국의 국정원 요원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문제: 은요일 요원이 러시아의 가면파티장에서 공작을 벌일 때 파티장 안에는 분명 북극곰이 있었다. 하지만 스콜로프스키는 붉은색 여우가면을 쓰고 있는 북극곰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다. 물론 스콜로프스키가 어두운 곳에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는 분명 밝은 불빛 밑의 테이블에 앉아 붉은색 여우가면을 쓰고 있었다. 은요일 요원은 어떤 방법으로 스콜로프스키가 붉은색 여우가면을 쓰고 있는 북극곰을 알아보지 못하게 했을까?
< 펌 : 국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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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총무님~. 머리아픈데 쉬운걸로 문제내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