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은 모든 생명이 한집 살림하듯 더불어 살자는 뜻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며, 우리 후손에게 건강하고 밝은 생활터전을 물려주고, 농촌과 도시, 이웃과 이웃의 문을 활짝 여는 생명살림의 공동체 운동이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이웃과 함께 나누는 소중한 일을 바탕으로 생명살림운동을 펼치고 있다. 내면의 신성과 하나가 되면 환경, 생태공동체는 모두 해결된다. 최소한 필요한 부분만 쓰고 줄여나가면 도 시와 농촌이, 사람과 짐승이, 생활도구가 모두 한살림을 이룰 수 있다. 89년에 청주한살림이 창립되고 충청권을 관할하다가 2002년에 독립했다. 회원수는 2,400명이고 청주시내 직거래 판매매장이 4군데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실무자는 5명이다. 지역조직으로는 참 적당한 규모다. 나는 이곳에서 실무를 총괄한다. 회원들은 생산지 견학을 한다든 지 어린이 생명학교 등 자체 소모임을 자주 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소모임으로 분평, 금천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명상수련을 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내면의 신성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가족 간 갈등이나 스스로 갈등 문제를 나 자신에게서 찾으므로 관계가 잘 풀려나간다. 한살림 운동은 곧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고 농 업변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살림운동은 한국내에서 그치지 않고 아시아와 세계에 그 파장을 미칠 것을 믿는다.
- 바람직한 도농 직거래의 전형은 없는가?
모든 물질이 지역사회에서 순환되고 교환되는 것이다. 그 지역 농산물이 그 지역 주민, 관공서, 학교 등에 순환되는 것이 바로 전형의 출 발이라고 할 것이다. 관 주도보다는 주민의 의식이 그렇게 흐를 때 가능하다. 학교급식이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
-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나,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할 것인가?
청주 근처 가덕면이 고향이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농촌에 들어가 약초 키우며 농사짓겠다고 결심했다. 농사짓는 것이 좋아보였다. 대학 다닐 때부터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했는데 그 인연으로 충북지역 농민회에서 10여년 활동하다가 90년부 터 청주한살림에서 일했다. 개인 욕심으로는 농촌에 들어가 도시사람들이 언제든 찾아와 더불어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마음 속으로 그런 꿈을 항상 간직하고 있다. 난 지금 내가 하는 일을 후회한 적이 없다. 소중한 일을 하게 되어 너무도 고맙다.
- 한살림은 생산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가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나?
내면의 신성이 역시 중요하다. 도시소비자와 하나가 되는 마음이 중요하다. 돈만 추구하다보면 중도에 포기하게 되고 갈등만 일으킨다. 평화로운 마음만으로 농업에 임해야 한다. 그러면 상황이 바뀌어도 농민다운 삶을 살 수 있다. 투쟁과 분노의 감정만으로는 곤란하다. 자 연에 순응하며 더불어 사는 것이 농업이다. 경쟁의 농업이 아닌 것이다.
- 그럼 도시소비자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가?
도시소비자들도 역시 농민의 삶과 비슷하다. 문화는 누릴지언정 마음은 힘들다. 일하는 양도 농민 못지않다. 도시사람들의 갈등은 외부 요인에서 나타난다.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은 농촌, 농민, 농업을 만났을 때 정화된다. 그러므로 농업과 농촌을 소중한 존재로 바라보아야 한다. 농민과 함께 하고자 노력하면 삶에 동력이 생긴다. 농촌을 믿고 고향과 어머니 같은 생각으로 농촌을 바라보면 좋겠다.
- 편리함만 좇는 현대인들이 환경문제를 도외시한 결과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 주변에서 실천가능한 대안은?
내 장모님은 쌀뜨물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빗물을 받아 빨래를 하고 옥상에 텃밭과 화단을 꾸미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한다. 한살림 회원이 아니어도 환경을 지키는 것이 몸에 밴 분들이 많다. 출발점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나부터 변해야 가정과 지역사회, 나라가 변한다.
-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가장 시급한 정부정책의 변화는 무엇을 꼽을 수 있는가?
어떻게 우리 농촌, 농업을 제대로 기능하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도시사람들이 더 많이 농촌에 오게 해야 농촌이 살아날 것이다. 우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많이 마련해야 한다. 주민 스스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체험마을도 행정위주의 설계는 곤란하 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하고 행정당국은 환경을 조성하는 쪽이어야 한다. 대안학교 같은 것을 지역에 유치하도록 땅을 지원해주 고 정책적으로 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도시의 젊은 사람 중에 귀농 희망자도 많다. 그런 고급인력들이 농촌에 정책하도록 지역사회가 어떻게 도울지 연구되어야 한다. 단순하게 농사만 짓게 하는 것보다 농촌지역에 와서 작은 모임을 한다든지 도시사람들과 교류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 과연 농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농사짓는 의미는 무엇인가?
2,000~3,000평 정도의 땅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농사지으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따라서 집중해서 농사짓는 것이 필요하다. 농사꾼이 라면 3년 동안 죽자사자 농사를 지어보면 자세가 잡힐 것이다.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고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 갖고 살아야 한다. 동학사 상처럼 사람이 곧 하늘이다는 인식을 하면 모든 대하는 것들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은 곧 자연이다. 밥이 하늘이다. 하늘을 모셔서 하는 생산이라는 자각아래 도시사람들을 살린다는 마음이 우선 되어야 한다. 농민과 농사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없어지지는 않는다. 농민은 소중한 존재다. 농민들이 평화롭게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