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사진첩에서 무언가 찾다가 <김소진>과 찍은 사진을 보고 한동안 멍한 생각에 빠졌습니다. 95년 10월 22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 4차까지 술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한 기억만 남기고 저 세상으로 떠난.....모 문학회 모임에서 처음 만나 거의 둘이 시간을 내어 9시간 가까이 이야기 나누고 사진 찍고, 특히 내가 나이는 다섯이나 많지만, 문학적 성취나 인간 됨됨이가 훨씬 여문 작가를 보고, 정말 닮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작가의 초상을 발견했는데.... 일본 여행중 부음을 들은 그리운 김소진. 부인 사랑의 절절함을 수줍게 말하던 김소진. 고독했지만 옹골찼던 모습에 새삼 김소진이 그리워집니다. 딱 한 번 본 사람인데.....(하지만 그를 만나기 전 읽은 작품들로 하여 이미 나는 그의 정신영역의 포로가 되어 있었지만, 그리움에 다함이 없어 오늘 그의 행적을 메모리해 봅니다.)
김소진
■ 프로필
1963년 강원도 철원 출생
1982년 서울대 영문과 입학
1990년 <한겨레신문> 기자로 입사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쥐잡기'로 등단
1993년 소설가 함정임과 결혼
1997년 사망
■ 작가 이야기
과거와 현실의 연관 속에 겸손하고도 당당한 작가
김소진은 과거와 현재의 겹쳐 읽기에 능한 작가이다. 그래서 김소진의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새 기억의 문 안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기억의 창고에는 누추한 아버지와 가난한 유년 생활과 가열차던 학생 운동 시절이 쌓여있다. 아버지는 주로 아들의 등록금을 창녀에게서 구걸하거나 쥐 한 마리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아들을 노름판의 속임수나 도둑질의 공범으로 활용하는, 결코 긍정적일 수 없는 인물이다. 아버지는 연약하고 무능하며 무엇보다도 정당하지 못해서 마음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던 존재이다. 부정적인 아버지의 곁에는 억척스러운 어머니가 동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기 어려운 존재로 그려져 있다.
이들과 함께 보내야 했던 유년 시절은, 비참하고 어려운 시절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화자로 설정되는 아들은 어릴 적에 일찌감치 비행을 저지르거나 강렬한 반항심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이 가족을 둘러싼 가난에서 그 원인을 캐낼 수 있다. 그런데 화자는 어릴적 가난을, 현재의 산동네에서 발견하고 기지촌에서도 발견한다. 선술집과 대학가 주변의 지저분한 여관과 신변의 위협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하숙집에서도 발견한다. 이러한 발견은 그릇된 사회 질서에 대한 용감한 저항으로 작품 속 화자를 내몬다. 김소진의 소설에서 종종 발견되는 80년대 학생 운동에 대한 반추는 이 시절에 대한 회고에 해당한다.
그러나 김소진은 이러한 과거적 요인을 과거의 문제로만 남겨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잔뜩 과장하여 일방적 피해의식이나 낭만적 회귀의지를 피력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초라한 아버지일 수밖에 없는 자신과, 가난한 환경을 헤매야 하는 자기 가족의 처지, 그리고 변절자의 화려함과 대비되는 일상인으로서의 초라한 위치를 자각시키는 데에 전력한다. 이처럼 김소진의 소설에는 이러한 현재의 상황이 과거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전언이 숨어 있다. 아니 김소진은 자신이 회고하는 과거적 상황에서 현실의 상황과의 연관성을 찾고, 그 연관성에서 조용히 문제의식을 내비친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소진은 겸손하면서도 당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그의 소설을 신뢰하게 만드는 가장 커다란 요인이다. (김남석/문학평론가)
■ 김소진의 총 15권의 책을 발행일 역순으로 배열하였습니다.
1. 열린 사회와 그 적들 -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2002-07-23
작가 김소진이 세상을 뜬지 다섯 해째. 그가 남긴 소설과 산문을 모아 엮은 김소진 전집이 나왔다. 이 전집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그의 흔적들을 한데 모음으로써 그새 풀이 자라고 있는 관목들이 우거진, 김소진에게로 가는 길을 닦기 위한 노력의 결정이다.
2. 그리운 동방 -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2002-07-23
3. 신풍근 배커리 약사 -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2002-07-23
4. 장석조네 사람들 -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2002-07-23
5. 자전거 도둑 -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2002-07-23
6. 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 -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2002-01-01
7. 열한 살의 푸른 바다 - 김소진 지음 / 국민서관 펴냄 / 1999-10-01
8. 한국독립선언서 연구 - 김소진 지음 / 국학자료원 펴냄 / 1999-03-01
9. 고아떤 뺑덕어멈 - 김소진 지음 / 솔 펴냄 / 1999-01-01 / 품절
10. 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 - 김소진 지음 / 하늘연못 펴냄 / 1998-12-01
11. 달팽이 사랑 - 김소진 지음 / 솔 펴냄 / 1998-07-01
단단한 문장력으로 서민의 애환을 절실하게 그려 문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아깝게 요절한 작가 김소진의 짧은 소설을 묶었다. 「민물고기 전시회」, 「꼽추의 사랑」, 「나비꿈」 등 34편이 수록되었다.
12. 아버지의 미소 - 김소진 지음 / 솔 펴냄 / 1998-04-01
13.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97) - 현대문학 펴냄 / 1997-10-01
14.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 - 김소진 지음 / 강 펴냄 / 1997-05-01
1997년 35세의 젊은 나이로 안타깝게 요절한 작가의 마지막 소설집이다. 마지막으로 남긴 중단편 11편을 묶은 유작소설집은 당대 민중들의 삶을 구어체의 아름다운 우리말로 살리면서 해학적으로 그려낸다. 소비와 욕망이 키워드가 된 현재 한국의 서울에 살면서 작가는 초라하고 버려진 것들에 시선을 보내는 데 탁월한 리얼리스트로서의 면모가 편편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