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의 글(장진); 죽은 자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죽은 이유, 죽기 전의 상황, 죽은 후 그들의 심정을 추측하는 일 모두--- 왜냐면 나는 지금 겪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린 실존이란 명제에 대해 고민한다.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나의 존재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허나 그 실존이란 단어에 관심을 갖는 것은 죽음이란 예정형 명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단어를 우리 주변의 누구들은 나보다 조금 먼저 겪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모두 실존하고 싶어한다. 살아 있기를 증명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죽기 싫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우린 안다. 그토록 궁금한 살아있음의 확인은 우리가 죽었을 때 비로소 알게됨을--- 그렇기 때문에 우린 살아있는 것도 힘들고 그것의 증명을 위한 죽음 역시 힘든다는 것을 안다. 누군가 자살을 했단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린 바보라고 그를 욕하면서 그의 용기에 대해 스치듯 감탄한다. 자살은 개인의 자발적 선택이며 잘잘못을 가르기 이전에 난 죽어도 할 수 없을 용기의 하나이기 때문에--- 여자 일곱 명이 자살을 했다. 그것은 그 일곱의 여자들이 자신들의 살아 있음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했고 그 결과 살아있기 싫다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죽은 사인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살 동기에 대해 슬쩍 이야기하려 한다. 그녀들이 약을 먹었건 건물에서 뛰어 내렸건 그건 그다지 매력있는 수다꺼리가 아니다. 여자들이 세상 살기 싫다고 죽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세상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멀쩡한 여자들을 죽게 만든 세상은 우리가 그토록 찬양하며 만들어 놓은 세상이었다. 나는 여기서 우리가 믿고 있던 당연함에 대해 그것이 그리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우리가 믿고 만든 규범과 구조들이 우리 옆에 있는 여자를 (솔직히 이건 굳이 여자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죽게 할 수도 있다라는 것. 우리가 생각한 옳음이 가끔은 옳지 않음으로 어느 순간엔가 우릴 엄습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살아있는 한 여인에게 들려주는 죽은 일곱 여인의 사연과 수다. 여자로서 이 사회를 살아가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밤새 떠드는 이야기. "아름다운 사인"은 이런 수다와 조소, 농담과 푸념이 돌아다니는 그다지 순수하지 못한 희극이다. 페미니즘을 전두에 내세운 이야기도 여성의 권익 신장을 외치는 이야기도 아닌 그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다. 아울러 그 재미가 느껴지는 순간 우리가 갇혀 지내던 오랜 고지식함과 구조의 안주에 대해 어렴풋이 고민 하게될 연극이다. 나는 여자를 잘 모른다. 불행히도 여자는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다. 나는 여자도 모르고 사람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잘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을 가끔 해봤는데 결국 난 아무것도 모른다. 여자들이 세상살기 싫다고 죽었다. 나도 언젠가 그런 결론을 내리면 어쩌지? 그땐 제발이지 이 무대 위의 여자들처럼 즐겁게 살던 세상 쉬이 한번보고 떠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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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기획 무대 위엔 자살한 여인들의 부검을 위한 일곱 개의 부검 테이블이 있다. 이 일곱 테이블은 원형 회전 무대 덕에 수시로 움직이며 그 움직임으로 여러 조형과 느낌으로 변한다. 그 뒤쪽으로 부검실과 세상을 상징하는 권위적인 벽면이 서있고 뒤쪽 벽면은 어느 순간엔가 그 여인들의 상대 역활을 해주는 남성의 공간으로 호환된다. 그밖에 무대 장치나 도구들은 단순하며 깨끗하다. 단, 음악적 극 운영을 위한 무대 변환과 장치의 도움들이 대단히 세련되고 윤활스러워야 한다. 빛은 설정된 인공적 빛들이고 장면의 느낌과 상황들에 따라 사실적 설계를 무시하고 언젠든 변할 수 있다. 음악이 크기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멜로드라마적 수반을 현장 연주임을 바라며 무대 노출을 피하기 위해 임의로 공간을 만들어 준다. 무대는 소품적이고 단아한 만큼 그 재질과 느낌을 최대한 고급스럽게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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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흐른다. 어두운 무대 그 위로 불빛, 연하게 들어온다. 침대위의 시체들 침대를 덮은 천속에서 문언가 꿈틀 거림. 하나의 느낌으로 형상화된다. 그 느낌들 사이로 유화이(검시관) 이 나온다. 유화이(검시관) 다른 남자 검시관들과 얘길 나눈다.
[유화이] 괜찮아요. 드시고들 오세요. 속이 조금--- 아니에요--- 그러실 필요없어요. 괜히 맘에도 없는 말은--- 늘 드시는 거 드세요. 우리 애인도 먹는 걸요. 정말로 속이 좀- 네? 후후--- 왜요? 임신이라도 했을까봐요? 속도위반도 요즘은 경력이라던데- 이력서에 한줄 더 늘어나고 좋죠 뭐- 갔다 오세요- 시체들이랑 놀고 있을께요. 세번째꺼- 이하나 둘공까지 봉합됐어요. 오실 때까지 손하나 까닥 않할 꺼에요. 음--- 그냥 마실거나--- 아, 아이스크림 하나 사다 주세요. 하겐다즈 바닐라- 아몬드 발라 있는 거 말고-
남자 검시관들 나간다. 유화이, 서서히 관객쪽으로 시선을 가져가고--- 처음과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이 무대를 흐르고 유화이는 창문을 열었다간 바람 한번 쉬익 들어 마신다.
[유화이] 일곱 구의 시체가 들어왔습니다. 아침 출근하고 얼마 안되는--- 거의 같은 시간대였죠.--- 일곱 구의 시체--- 일곱--- 여자 일곱--- 일곱 모두 자살--- 모두 부검 희망. 시체들의 움직임---
[유화이] 아주 희안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라고 얘기하며 우리 모두는 신기해했습니다. 하지만 잠시후 모두는 그저 우연이라고 얘길하며 슬쩍 웃었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정말 우연이었으니까요. (유화이 슬쩍 웃고--- 또다시 시체들의 움직임. 시체 조숙자, 시트를 제치고 얼굴을 내민다.)
[조숙자] 덥다.
[유화이] 나이 22세.
[조숙자] 오메 덥어.
[유화이] 성명, 조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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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자] 후후--- 됐다. 고마워라. 에고 덥다. 에어콘도 띴나?
[유화이] 겨울 다왔어요.
[조숙자] 속이 타네.
[유화이] (다시 관객석으로) 아, 자주 있는 일이에요. 시체와의 대화. 뭔가 잘 통한다는 얘기일수도 있고---
[조숙자] 통하긴 뭐가 통하나. 덥다카이
[유화이] 농약을 먹었습니다. 현장 즉사였죠.
[조숙자] 시골에 묵고 죽을게 뭐그리 되나? 그나마 농약은 지천에 깔렸재.
[유화이] 많이 드셨어요. 소주잔 한잔이면 될 것을 막걸리 사발로 하나를 드셨네요.
[조숙자] 실수할까봐.--- 제대로 못 죽으면 다시 그렇게 살아야 돼니까.---
[유화이] 잘하셨어요.
[조숙자] 칭찬이가?
[유화이] 칭찬이에요.
[조숙자] 고맙네--- 덥다.--- 덥다카이.
[한혜선] 그만 좀 보채요.
[조숙자] 깼나?
[한혜선] 네.
[조숙자] 더워 깼제?
[한혜선] 도통 시끄러워서-
[유화이] 네, 맞아요.
[유화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 옥상에서 뛰어 내렸어요.
[한혜선] 학교 옥상 생각보다 너무 낮더라.
[유화이] 나이 18세. 학교 옥상에서 투신자살. 현장에서 즉사.
[한혜선] 머리를 밑으로 내리는게 얼마나 힘들었는데.
[최정미] 떨어지는 동안--- 잠깐이지만 기분은 죽였겠다.
[조숙자] 수업시간에 떨어진기가?
[한혜선] 새벽에 사람 없는 거 보고 뛰었어요. 착지점도 확인했고---
[이수민] 바이킹 같은 거 탄 기분이었겠다?
[한혜선] 몰라요. 바이킹을 안타봐서--- 그런데 나쁘진 않았어요.
[최정미] 나도 그렇게 죽어볼걸 그랬나.
[한혜선] 그러지 그랬어요?
[최정미] 심장이 멎은거 같으면서 맥박이 죄다 머리로 올라가 뛰는 거 같은
[이수민] 댁도 뛰었어요?
[유화이] 최정미, 17세.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가 바다로 빠져 죽음.
[조숙자] 영화찍냐?
[이수민] 무슨 게임 했는데?
[유화이] 왜 하필 바다로 빠져 죽었어요?
[최정미] 킹게임, 이긴사람이 바다로 걸어가라길래 걸어갔어.
[조숙자] 장난하나? 들어가란다고 들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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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나 보죠.
[유화이] 왜 하필 바닷가에서 죽었나요?
[최정미] 앞에 보이는게 바다밖에 없었어.
[조숙자] 니는 바다라도 보였재. 내 앞에는 다 풀밖에 없었다.
[이수민] 들어가서 추웠겠다.
[최정미] 추워서 오들오들 떨었어.
[한혜선] 약이라도 먹고 죽지 그랬어?
[유화이] 진짜로 약먹고 죽으신 분이네요. 이수민씨. 나이 18세. 수면제 다량복용. 직접적 사인은 질식사. 수면제가 기도를 넘어가서 질식 됐네요.
[조숙자] 좋은 기가 나쁜 기가? 수면제를 묵었으면 뒤비자다 죽어야제 우에 목구멍에 걸려 죽나?
[이수민] 그만해요. 안그래도 쪽팔려 죽겠는데.
[최정미] 뭐로 가든 서울로만 가면 되지.
[한혜선] 그래도 여자들은 달라요. 마지막 순간에도 자기 모습에 신경 쓰게 되잖아요.
[최정미] 넌 옥상에서 떨어질 때 겨울보고 입술 바르면서 떨어졌나보지?
[이수민] 틀린 말 아니야. 예쁘게 누워서 곱게 죽고 싶었어요. 내 죽은 모습 보면서 남들이 아깝다고 생각하게. 그런데 숨이 막혀서 이리저리 뒹굴다가 화장 다 지워지고 방정리 다해 놨는데 다시 다 어지럽히고--- --- 눈물 콧물 땀에 침 질질 흘려가며- 맨 처음 날 본 남자는 날 보자마자 그냥 토해버리더라고. 죽을 때까지도 이렇게 되는 일이 없으니--- 후후.
[김귀인] 나는 애초에 숨막혀 죽어서 그런지 편하던데,
[조숙자] 어떻게 죽었길래.
[김귀인] 목을 메었는 데- 뭐, 원체 대중적인 방법이니까- 처음에만 조금 답답했는데.-- 그러다가- 어지러워지고 그러다가--- 몽료해지고- 그러다가본께--- 묘한 기분까지 들고.
[최정미] 목메달고 죽으면 안에있던게 다 나온다던데, 맞어?
[김귀인] 응, 맞어. 뚫린 구멍으로 온갖게 죄다 흘러서 기분은 정말 뭣했어.
[유화이] 김기인?
[김귀인] 귀인. 귀하고 어지럽게 크라고.
[유화이] 아, 그래요? 성명 김귀인. 나이 15세. 목을 메었구요.
[이수민] 줄이 용케 버텼네요.
[김귀인] 나일론이 세긴 세더라구.
[정선아] 일어나 전화를 한다.
[유화이] 뭐하니?
[정선아] 휴대폰 메시지좀 들어보려구요.
[유화이] 그래그래,.
[고은선] 메시지 올거라도 있었나보지?
[유화이] 이름 유선아. 열여섯 살. 욕실에서 동맥을 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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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미] 피색깔이 예쁘겠다.
[조숙자] 아까부터- 야, 이거 변태 아이가?
[정선아] 허허- 죽은지 얼마나 됐다구 핸드폰을 벌써 정지처분 시켰네--- 하여간---
[유화이] 급한거니?
[정선아] 아니요- 그냥 들어볼 게 좀 있었는데-
[고은선] 남자 친구라도 있었나보지?
[정선아] 글쎄요, 그걸 남자친구라고 할 수 있을런지.
음악이 흐른다. 노래.
[유화이] 자연스러운 시간들이에요. 어쩌면 이젠 밖보다도 더 편한 시간들 수 있겠구요. 죽은 시체들이 고개를 들고 통성명을 나누죠. 뭐 짧은 만남이지만 난 이 사람들의 몸을 마지막으로 헤집게 되니가 조금은 특별한 관계라고도 할 수 있죠.
[김귀인] 뭣땀시 그랬냐? 월매나 아팠을까--- 맘상한 거이 많았어? 그래 그렸어?
[고은선] 공부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지.
[조숙자] 공부를 잘했나부다. 그렇게 안보이는 데--- 거 공부도 몬하는 아들이 성적 때문에 죽는다카믄 누가 알아주겠나.
[이수민] 내가 그랬다니까- 학교 다닐 때--- 정말 죽고 싶었는데- 내신이 십등급이었어요.--- 그러니 어떻게 죽어요? 다들 또라이라고 그러지- 십등급은 자살도 못해요.
[고은선] 나는 공부같은거 신경도 안썻는데, 그런게 뭐 대순가?
[최정미] 학교 폭력 때문일 꺼야. 맞기 싫어서 학교도 가지 싫고 차라리 그러느니 더 잘나가는 얘들과 어울릴 려고 조직도 만들어서 들어가고--- 너 왕따였지? 뭐 많이 맞게 생겼네.
[김귀인] 그렇다고 그런 험한 짓을 해부냐? --- 많이 아팠지?
[정선아] 손으로 요만큼-
[김귀인] 요만큼? 그것보다 더 아팠을텐데.
[유화이] 고통이 심했을 꺼야. 칼도 녹이 슬어서 거칠게 베어졌고 출혈되는 동안 온몸이 심한 경련과 고통--- 소리를 안 내려고 입술을 깨물었는지 입 주위가 피투성이에 아래 입술 안쪽이 길게 찢어졌더군. 이빨 자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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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 그래도--- 알 수가 없잖아요.
[유화이] 뭐?
[정선아] 언니가 살아 있으니까. --- 다 알 수는 없을 꺼라구요.
[유화이] --- 그렇겠지.
[김귀인] 분위기가 이상해져 부리네.
[고은선] 나는 지금 내가 살아있었으면 해. 그럼 다시 오빠들을 볼 수 있을텐데.
[최정미] 사귀던 사람있었어?
[고은선] 아니, 우리오빠들 있잖아, ○○○!!
[조숙자] 가들은 또 뭐꼬?
[유화이] 아참, 여기 또 있었지, 내정신 좀 봐. 이름 고은선. 나이 17세. 모 인기가수의 기자회견장 옥상에서 투신자살.
[한혜선] 뭐야, 너도 투신자살 한거야?
[정선화] 걔내들이 뭐가 좋다고 해체 한다니까 자살을 또 한데? (비꼬는 듯한 어조로)
[유화이] 조용조용.
[유화이] (의자에 앉아 정리.)
[조숙자] 덥다. --- 이래 더버서 우에 일을 하노---
[유화이] 라디오를 켠다.
음악 흐른다
[최정미] 내가 바닷가로 들어가면서 카세트로 틀어놓았던 노래가 뭔줄 알어? "학교"야. (드라마 "학교"의 노래가 은은하게 들리는 듯 하다.)
[이수민] 나도 노래들으면서 갈라고 했는데.
[최정미] 내가 듣기에 좋았던 곡 같어.
[한혜선] 고상떨며 죽었네.
[조숙자] 어차피 죽은 거- 폼은 다 잡았네.
[최정미] 그래. 어차피 죽을 꺼니까--- 그나마 멋있게 죽을 려고-
[이수민] 그러게- 아- 나- 화장도 다했었는데- 마스카라까지-
[조숙자] 인삼밭에서 농약묵고 쫄아 죽나, 바닷가로 들어가서 퉁퉁 불어 물묵고 죽나 삭신은 죄다 흉한기다. 봐라 저따라 핏줄 끊고 핏물에 잠겨 꼴까닥. 저 알라랑 저~기 저 알라랑은 옥상에서 뛰어 내렸으니 길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오징어가 되뿌렀을 꺼고 목매 죽었으니 눈물, 콧물, 침 질질 흐르지- 거기다가 목매 죽으면(사투리로 주~면) 오줌똥 다 나와 가지고 바지 가랑이 다 적신다고 안하드나. 다 똑같은 기다. 뭐 노래들으면서 바다 빠져 죽으면 시체가 금이 되는것도 아이고.
[김귀인] 독했네, 그러니까 그 독한 농약 먹고 그 독한 짓을 해버렸지. 언니, 그러고 잇을동안 언니 가족들은 어째 가만히 있었대요?
[조숙자] --- 비밀이다.
[김귀인]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아요?
[고은선] 유서에 다 써있겠지. 뭐.
[김귀인] 거기 다간 다 썻어요?
[조숙자] 그런거 안썼다.
[고은선] 어머 왜요? 그래도 마지막인데 할말 못할 말 다 갈겨놓고 오시지.
[이수민] 맞어. 나도 한 장은 족히 쓰고 왔는데.
[조숙자] 글재주가 워낙 없어가 쓰다보면 해야 될 말 하고싶은 말들이 죄다 이상하게 될꺼 같아가-
[고은선] 하긴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을 다 써놓았다 하더라도 나중에 읽어보면--- 이게 내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구나- 이게 죽은 이유구나라고 생각을 해보면- 아니더라구 - 그걸 어떻게 글로 쓸 수 있겠어.
[조숙자] 그라고 또 그라데. 글 몇 자 적어놓고 내 죽어쁜지믄 아, 저 가스나가 이래서 죽을라 했구나- 라고 다들 그렇게 믿을 꺼아이가. 근데 그게 싫더라. 그렇게 알고 금방들 잊을까봐- 그게 영 서운하데. 그래가, 아무말 없이 그냥 죽어쁜지면 한참 동안 "저 가스나가 와 죽었노"하고 생각할 꺼 아이가.
[고은선]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았네요. 그럼 난 너무 많이 썼네. 22자 원고지로 1000매 가까이를 썼으니-
[최정미]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
[고은선] 그런데도 나중에 읽어보니까 터무니없이 모자른 거 같더라구-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 한참은 더 써야될 거 같더라구-
[최정미] 팔만대장경 나올 뻔했네.
[한혜선] 여자라 그럴 꺼야--- 아닐 수도 있겠고--- 불빛들의 느낌 바뀌고 음악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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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유서 낭독 장면이다. 하나 둘 자신들의 유서를 얘기한다.
[유화이] 이들의 유서는 이들이 오고 몇 시간이 지난 후에 도착했습니다. 죽은 자의 마지막 이야기. 부검 결과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이곳으로 보내졌고 우린 그 글을 읽어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같은 사람은 살아생전 써보지 못할 글이니까요.
[유화이] 우린 이 글들을 읽어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재미있어 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독자의 반응도 생각하지 않은 가장 순수한 작가의 글이었고 우리 같은 사람은 살아있는 한 이런 글따윈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한혜선] 난 죽기 싫었어. 모두 당신들 때문이야.
[유화이] 우린 이 글들을 읽어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다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들의 마지막 글엔 누군가에 대한 불만과 억울함보단 자신의 자책이 더 많았습니다. 세상 최고의 반성문이죠. 그게 참 재미있었습니다.
[한혜선] 하지만 막상 죽으려고 하니까 당신들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어. 어렸을 때부터 겉보기엔 부족함 없이 자란 나엿지만, 속은 썩어가고 있었던거 알어? "내가 돈을 얼마를 퍼 부었는데 그정도 밖에 안되는거야!!" 이런말들, 숱하게 들었지. 어차피 당신들은 내가 아니더라도 당신들을 돗보이게 해줄 수 있는 아이들은 얼마든지 있을꺼야. 잘 찾아봐.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드는건 뭘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그런거였을 거라는.. 사랑받고 싶었어. 겉으로 보이는 사랑이 아니라 속마음으로 느끼는 사랑.
[유화이] 우리가 이 글들을 좋아한 이유중에 하나는 참으로 지독하고 강한 어휘들이 나열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그 말들은 살아있는 우린 좀처럼 쓰지 않는 표현들이었죠. 우린 내가 죽는다는 말을 이렇게 쉽게 쓰지 않거든요. 그게 참 신기했습니다.
[최정미] 세상 살기 참 힘들지? 특히 친구들이라고 옆에 있는 그런사람들과는 더욱 살기 힘든거 같어. 그런 게임이나 해서 사람 물먹이고 하는 곳보단. 지금 내가 가려는 세상이 더 낳을거라는 생각을 해봐. 그곳에 있을 때 보다는 행복해 지겠지.
[유화이] 우리가 좋아하는 이 글들 중엔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내용도 가끔 있곤 합니다. 그럼 우린 추측합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이 속엔 무슨 깊은 뜻이 있을까--- 그런 추측들--- 우리의 상상들--- 그런 게 참 재미있습니다. 정답을 영원히 알 수 없을 지도 모르니까요.
[김귀인] 아빠, 야채들은 항상 따로 구분해 둬야돼. 썰어 먹을 거랑 따로 갈아먹을 거랑 따로. 아침마다 야채즙 갈아서 엄마랑 마시는거 잊지마. 그리고 엄마랑 아빠랑 옷한벌씩 사서 장롱 맨 왼쪽에 넣어 뒀어. 어디 나갈 때 후질근 하게 입고 다니지 말고 내가 넣어둔거 입고 다녀. 엄마랑 같이 산책도 자주 다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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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이] 우리가 이 글들을 좋아하는 건 몇 자 안되는 이 글들이 읽은 지 몇 분 안되어 우리 모두를 울릴 수도 있다는 겁니다.
[김귀인] 밖에 나갈 땐 가스밸브 꼭 잠그고 빨래거리는 탈수기에 돌려. 힘자랑 한다고 손으로 쥐어 짜지 말고. 돈주고 샀으면 써먹어야지 탈수기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안돌리면 쓰겠어? 그리고 친척들 전화번호랑 다 적어 놨으니까 무슨일 있으면 전화 꼭 하고, 괞히 아빠 혼자서 고생하지 말고. 나 없다고 울고 하면 안돼, 내가 있어서 아빠가 더 힘들었잖아. 이제, 나 없으면 엄마랑 알콩달콩 잘살아야돼. 나 때문에 공사장 2개 3개씩 다니지 않아도 돼. 엄마랑 아빠랑 둘이 잘살면 되는거야. (고은선, 읽으려고 한다)
[조숙자] 니도 할라하나?
[고은선] 네?
[조숙자] 니는 언제 날잡아 따로 하자.
[유화이] 우리는 이 글들을 좋아했지만 모조리 다 읽은 건 아니였습니다. 가끔은 읽기 힘든 글들도 있었으니까요.
[고은선] 오빠들에게, 오빠. 전 정말로 오빠들이 해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빠들은 언제나 저희들의 우상이고, 저희들이 살아가는 이유에요. 오빠들이 진정으로 그렇게 해체를 하신다니 전 이렇게 오빠들의 곁을 떠나려 합니다.
[조숙자] 뭐꼬? (쟤는 또 뭐냐는 식으로)
[유화이] 우리는 글을 읽을 때 가끔씩 별거 아니라고 생각되는 일을 가지고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정선아] 미안해요.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공부도 --- 생활도 - 엄만 나더러 왜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말도 안하느냐고 얘기하지만 --- 정말로 난 할말이 없어요. 그리고 쓸 말도 없어요. 엄마 때문이 아니에요. 엄마가 재혼했다고 내가 다른 식구가 되었다고 그려는 게 아니에요. 엄마의 행복을 늘 기도해요. 엄마 정말 미안해요.
[유화이] 우리가 가장 솔직하다고 생각했던 이 글들 중엔 알 수 없는 거짓이 흐를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거짓말 또한 지독하게 재미있습니다. 우린 그런 거짓을 남기고 죽을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음악이 멈춘다. 순간 정적.)
[조숙자] 누꼬? 야갸?
[김귀인] 무슨 거짓말을 했다는거야?
[유화이] 애기를 갖은 얘긴 왜 안썼니?
순간--- 탄성 -- 허탈 --- 한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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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미] 그냥 낳지 그랬어. 내친구도 그냥 낳고 잘 살드만.
[정선아] 엄마에게 말하나요?
[유화이] 어쩔 수 없잖아.
[정선아] 죽고싶다.
[조숙자] 니 죽었다.
[김귀인] 그래서 죽었어? 그냥 살지.
[한혜선] 그런거 할 시간도 있었나 보네.
[이수민] 그만해요. 미쳤어.
[조숙자] 됐다. 고마하자. 덥다. 누버 잘란다.
(하나 둘 자리에 눕는다)
[정선아] 엄마한테 말할 건가요?
[유화이 --- 누구--- 아이니?
[정선아] (웃는다) --- 비밀이다. (눕는다) - 안말하면 좋겠다.
(유화이 - 혼자다. 호출기소리 시계를 본다. 전화를 한다.)
[유화이] 네 - 저에요. 검시실이죠. --- 늦을꺼 같아요. 미안해요. 낮에 얘기했잖아요. 오늘 이상하게 많이 들어왔다구. 자요 끝나고 메시지 남겨 놓을께요. 그래요. 미안해요. (전화 끊는다)
[조숙자] 남자가?
[유화이] 네에.
[한혜선] 바빠서 데이트도 못하네.
[최정미] 그런데 늦게까지 일하는게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이수민] 그러게 - 일하는 건데.
[한혜선] 여자잖아. 괜히 걱정시키니까 그렇겠지.
[최정미] 아니 그럼 맨날 이렇게 늦을 때마다 사과를 해야하는 거야? --- 잘못한 거 하나 없이?
[유화이] 여러분들 때문이에요. 이렇게 한꺼번에 들어오니까- 검시 결과도 복잡하고 --- 최정미씨 술먹고 들어갔어요?
[최정미] 맨정신으로 바다로 들어가는 게 그게 그리 쉽나요?
[조숙자] (한혜선쪽을 보고) 술? 저쪼맨난게?
[한혜선] 진짜 덥네요 - 좀
[최정미] 그냥 애들이랑 좀 마셨어요.
[페이지] 010
(전화벨이 울린다. 이수민 받으러 간다. 그러다가 다른 시체들이 말린다. "야~ --- 니가 왜 받어?")
[이수민] (그제서야) 어머나-- 버릇이 돼나서. (유화이 - 씨익 웃으며 받는다.)
[유화이] 네 - 아니요. 내일 별다른 건 없는데 - 오늘 안에 다 끝내죠. 학교에서 투신자살한 시체가 조금 복잡하지 다른 건 - 그냥 단순 - 누구한테 맞은 흔적이 있는거 같은데 - 그래요 - 어, 난 괜찮아요. 정말로 천천히 드시고들 오세요.--- 후후후 - 남자들이 무섭지 시체는 안무서워요. 네. (전화끊는다)
[이수민] 먹고와요 --- 우린 가만히 있을 게 -
[조숙자] 니 죽었다. 오데 갈라했나?
[최정미] 언니는 매일 이러는 거야?
[유화이] 거의 매일들 죽으니까.
[최정미] 아니 - 내 말은 매일 남자들이 야참 먹으러 가고 아가씬만 이렇게 혼자 있냐구.
[김귀인] 산 사람도 도둑질하는 세상인데 죽은 시체라고 가만히 두겠어? - 누군가는 지켜야지.
[최정미] 그걸 왜 여자가 해야 하냐구! 내 말은 !- 여자가 뭐야. 봉이야? --- 봉 아니잖아. 남자 여자 - 응? - 그거 딱 두 개야! 그거말고 또 있어? - 없잖아! 산사람 죽은 사람 그것도 딱 두 개. 그거 말고 또 있어?
[김귀인] 죽다가 살아난 사람.
[최정미] 쟤는 왜저래 자꾸. 그러니까 내 말은 --- 다 똑 같애. 맨날 여자야. 응 뭐야 이게 - 우리 왜 다 여자니? - 열받게. 여자만 죽었네. 왜이래 이거 짰냐! 안짰잖아! 근데 왜이래!
[한혜선] 어떻게 좀 해봐요?
[조숙자] 나는 차라리 살아있는 게 낫다.
[최정미] 뭐요? --- 이거 왜이래요? 나도 죽었어 - 나도 죽었다고. 내가 내발로 바다 들어가 죽었는데 누가 뭐라그래.
[이수민] 이래서 즉사가 낫나봐. 병원 가다가 죽으면 저렇게 돼.
[최정미] --- 나도 --- 나도 한방에 죽을 수 있었네! 바닷가로 들어가봐요! 한번에 죽는게 가능한가.
[김귀인] 그러게 뭐하러 바다로 들어가서 죽는데.
[최정미] 쟤는 왜자꾸 내말에 토를 다는거야! 그럼 죽을데가 어디 많은줄 알어?
[이수민] 아니 도대체 무슨 말들을 하는 거야. 이봐요 그러니까 요점이 뭐에요?
[고은선] 저 검시관 아줌마가 왜 여기 혼자 지키는거냐는 거겠지.
[최정미] 맞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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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이] 밤엔 원래 뭘 안먹어요. 그래서 이렇게 있는 거구요.
[최정미] (할말이 별로) - 그래도 --- 뭘 좀 먹지?
[한혜선] 맞어. 뭐라도 먹어야 일을 하지.
[조숙자] 니가 젤 오래 부검한다 했제?
[한혜선] 네?
[조숙자] 시간 아끼게 야 먼저 하소.
[유화이] (웃는다)
[정선아] 그런데요 - 정말로 --- - 이상하네요. --- 우리 다 여자잖아요.
[조숙자] 와 머슴아 하나 없어가 심심하나?
[이수민] 정말 그러네. 원래 이런 일이 종종 있나봐요?
[유화이] 글세요. 가끔 --- 물론 이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 우연이겠죠.
[고은선] 우연? 아 - 우연 -
[정선아] 만약 정말로 우연이라면 - 우리가 이렇게 있는 건 진짜 우연이다.
[유화이] 무슨 말들이에요?
[이수민] 이 언니는는 우연이라는데 뭘 그리 우연하게 생각하니? 호 호 호 - 참 우연스럽기도 하지
[최정미] 너무 그러지마 저 언니가 설마 우연인줄 알고 그랬어? 우연히 알면서 왜그래?
[조숙자] 여기 우연은. 와 이리 덥노? 이 땀- 이기 우연이가? (유화이 - 마치 자신을 놀리듯 느낀다.)
[유화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예요?
[고은선] 언니,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유연히 이렇게 된거야.
(음악 노래. "우연?" 모두, 침대에 누워 있다. 김귀인 - 일을 하고 있는 유화이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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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인] 바뻐요?
[유화이] 좀 - 되잖아요.
[김귀인] 근데, 나 뭐 좀 물어볼께요. 내 속 다 뒤집어 봤을 때 혹시 뭐 이상한거 없었어요?
[유화이] 네?
[김귀인] 아니, 그냥 혹시나 해서 --- 물어 보는 건데---
[유화이] 저희는 대부분 위와 장안에 있는 음식물만 검시했어요. 뭘 잘못드시지 않았나 해서-
[김귀인] 아 - 그려요.
[유화이] 그런데 --- 김귀인씨는 좀 다르더군요.
[김귀인] 예? - 그게 - 무슨 -
[유화이] 물혹 같은 염증들이 모든 장기에 펴져 있더군요. 폐, 간, 대장까지 --- 다른 검시관들이 그러더군요. 왜 죽었을까, 굳이 자살하지 않더라도 두 달을 버티기가 힘들었을 텐데 라구요.
[김귀인] 맞죠? - 그거이 암덩어리들이 맞죠? - 됐어요. 그게 알고 싶었어요. 이젠 됐어요. 혹시나 했어요. 혹시 잘못 판정 난 것인데 나가 지레 죽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고 - 이제야 마음이 좀 편해지네. --- 그래요. 한 두 어달 더 살다와오 변한 건 없었겠죠. 이렇게 죽으면 우리아빠가 괞히 더 힘들지 않아도 돼잖아요. 나 때문에 괞히 더 힘들어지고 없는 형편에 이것 저것 다 팔고 하다가 나중에 나 죽고 나면 남은 것도 없고, 지금 옴짝 달싹도 못하는 우리 엄마 뒷바라지 하는것도 힘들어 질텐데요. 미리 가는 것도 괞찮겠죠.
[유화이] 그걸 누가 바랄 꺼라고 생각하죠?
[김귀인] 무슨 소리예요?
[유화이] 아픈 건 죄가 아니잖아요?
[김귀인] 죄일수도 있죠.
[유화이] 귀인양 아빠분이 만약 그런 경우라면 어떻게 하셨을 거라 생각하세요?
[김귀인] 그만해요? - 나는 머리도 나빠서 머리 좋은 사람이랑 길게 얘기하기가 좀 그래요.
[조숙자] 그래도 니는 복받았다. 커서 좋을거 하나도 없다. 직장도 얻기 힘들고, 그나마 직장이라고 다니면은 월급도 쥐꼬리 만한데다가 사장 면박만 받고, 나는 면목 없어서 부모님 찾아 뵙지도 못했어야. 부모한테 사랑받고 걱정받고 살았으니 그게 복이다. 나는 뭐꼬, 인삼밭 주인 딸내미한테 내 남자친구도 뺏기고 - 울다 삭히다 죽엇다.
[유화이] 울다가 삭히다가 --- 그러다가 죽었다구요?
[조숙자] 인삼밭에 누워가 뒤집히는 창자를 움켜쥐고 막 죽어 가는데 -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데. 내 지금 뭐하는 기지? 내 지금 죽나? --- 내 지금 --- 그냥 이리 죽는 기가? --- 하, 억울하데. 참말로 잠깐동안 억울하데. 이놈의 몸뚱이는 뭘 묵고 이래 쌩쌩해가 그 흔한 감기 한번을 안 걸리나. 그래 내 암걸렸다하면 그 남자 내 손잡고 울면서 이래 말할 끼다. "이럴 줄은 몰랐다. 각시야 니가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니 이름으로 생명보험이라도 몇 개 들어놓는 건데" --- 에고 - 담배 없나?
[이수민] 지금 피워봤자 암도 안 걸려요. 참아요.
[한혜선]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으면 좀 달랐을까? 이 나라 말고 다른 나라 사회에서였으면 좀 달랐을까?
[조숙자] 됐다. 죽어도 여기가 낫다. 내는 영어도 몬 하는 데 - 어데 가서 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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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미] 왜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한혜선] 이렇게까진 안됐을 꺼야 --- 여기가 아니었다면.
[이수민] 우리가 정말로 그렇게 잘못 살은 걸까요?
[최정미] 잘 살았으면 스스로 목숨은 안끊었겠지.
[한혜선] 여기가 아니었다면 달라질 수도 있었을꺼야?
(음악. 시체들 모두 무대 앞쪽으로 나와 있다. 노래한다. 무대 뒤로 조숙자의 남, 나타난다.)
[조숙자남] 와이카노? 니가 봤나?
[조숙자] 본사람 숫하다.
[조숙자남] 어떤놈이 그라노? - 내 죽이삔다.
[조숙자] 본 사람들 다 죽일라 하믄 니 동네 사람 싸그리 다 죽이야 할끼다.
[조숙자남] 와이카노? 자꾸. 그놈아들 말을 믿나? --- 다 구라다. 니가 봤나?
[조숙자] 내도 봤다.
[조숙자남] 봤나?
[조숙자] 봤다.
[조숙자남] 언제 봤나?
[조숙자] 경운기 고친다꼬 대구간다한 날 - 해운대 가서 둘이 키스하는거 까지 다 봤다.
[조숙자남] 니는 거기 왜갔나?
[조숙자] 니 볼라고 갔재. 다들 자가용 끌고 뒷문으로 나오는데 경운기타고 정문으로 나오는 사람은 니들 두 년놈밖에 없더라.
[김귀인] 그러게 그런걸 물어보는 건 좀 그러네. 저렇게 성질 내는거 보니까 전적이 있는거 같은데?
[한혜선] 야!
[김귀인] 한 너 다섯 정도는 되는가?
[한혜선] --- 이거 인터뷰가 왜이래요? 성공시대 분위기에서 갑자기 피디 수첩으로 바뀐 거야 뭐야?
[고은선] 어머, 넘나보네
음악 경쾌히 흐르면 다른 인터뷰로 넘어간다. 목소리는 음성 변조된 소리다.
[유화이] 같은반 애들 중에서도 그런 친구들이 많나보죠?
[정선아] 한- 대여섯명-
[김귀인] 긍께, 돈이 없어서 그 짓꺼리를 하는 것인가?
[정선아] 그런 애들도 있고 그냥 재미로 그러는 애들도 있고.
[최정미] 와우- 그런 거에서도 사랑을 느끼는 그런 수도 생기냐구?
[정선아] 사실 전 경험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설마 그렇게까지야 되겠어요?
[고은선] 왜, 사랑네는 담벼락도 없다고 하잖아요.
[유화이] 자- 자 그렇다면 친구들이나 같은 나이 또래의 그런 식의 성문화에 대해서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선아]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이 연세가 오십이에요. 저희 담임 선생님이 마흔이시구--- 뭐 그런 거죠. 어떤 마흔은 돈을 주고 우리 나이의 여자를 사고 어떤 마흔은 돈을 받으면서 우리 나이를 가르치죠. 제 대답이 좀 어렵나요?
[페이지] 020
모두 골똘히 생각한다. 음악이 흐른다. 노래. (울리는 전화벨이 불이 들어온다. 유화이 전화를 받는다.)
[유화이] 네- 왜 안자구--- 왜요?--- 왜 잠이 안와요? --- 어떻게 하죠?
[조숙자] 약줘라 약. 농약 먹으니까 잠 잘오데.
[유화이] 사람들 아직 안왔어요. 조금 있어야 될 꺼에요. 원래 야참을 거하게들 드셔서---
[한혜선] 착하네 꼬박꼬박 존대말을 쓰고-
[이수민] 뭐야? 애인이야?- 난 아버지랑 통화하는 줄 알았어.
[최정미] 전화 끊으면 또 달라져요.
[유화이] 하나도 안무섭다니까요. 시체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공포스럽거나 음산한 게 아니에요.
[조숙자] 잘한다. 이쁘다케라.
[이수민] 시체도 시체 나름이라고 하세요.
[최정미] 놀러 오라고 해. 얼굴 한번 보게.
[김귀인] 노래 한마디 시켜야지.
[조숙자] 관광왔나?
[유화이] 미안해요. 매일 - 내일은 괜찮을 꺼에요. 비번이니까.
[조숙자] 비번은 뭐꼬?
[한혜선] 노는날.
[조숙자] 공휴일?
[한혜선] 그냥 들어요.
[유화이] 그 얘긴 다된거 잖아요. 나 -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면서 즐겁게 살아요. 이 일이 뭐가 어떻다구요. 이젠 왜 당신까지 이래요?
[고은선] 뭐야? 싸우는거 같은데?
[이수민] 사랑싸움이야 할수록 좋지.
[최정미] 사랑싸움이 아닌데---
[유화이] 알았어요. 내일 얘기해요.-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구요. 여긴 사람들도 있고- 괜히- 아, 아니 혼자 있는 거 맞아요. 아니, 듣는 시체들도 많고 하니까---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전화 끊어졌다)
[유화이] 나더러 미쳤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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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화이] 당신들 때문이에요.
[한혜선] 결혼 할 사이인가보죠?
[유화이] 으 응.
[고은선] 이런 일하는걸 안좋아하는가 보죠?
[김귀인] 하기야 여자가 시체 헤집어 놓는 일은 한다는데 누가 좋아하겟어?
[이수민] 무슨 일이면 어때요? 여자가 직장을 갖고 일을 한다는게 얼마나 행복한건데.
[조숙자] 행복한기 뭐 그거뿐이가? 집안 살림 잘하고 얼라들 잘 키우는 것도 표창감이래이.
[이수민] 그거만 하니 그거밖에 모르죠. 사회는 뭐 남자만 돌리나요?
[조숙자] 그래가 니는 선생이랑 그래했노?
[이수민] 뭐라구요? 그래서 언니는 자기 애인을 다른사람한테 뺏겨요?
[조숙자] 니 지금 뭐라캤나?--- 싸우자 니.
(조숙자와 이수민 - 치고박고 싸운다. 모두들 뜯어 말리면서 난장판이 되고)
[유화이] 제발 - 그만 좀 하라구요- 뭐하는 짓들이에요?
[조숙자] 선생님아 말 좀 해주라. 내 뭘 잘못했나?
[이수민] 정말 웃겨- 나는 뭐 죄져서 여기 있나--- 선생님 말씀 좀 해보세요? 누가 잘못했나.
[유화이] 하나만 말해두겠는데요--- 지금 다들 죽으신 거죠? 스스로들--- ? 아무리 우는 소리하고- 한품고--- 눈물짜고--- 비극의 여주인공인양 폼 잡아도- 아시겠어요? 스스로들 - 살기 싫어서 죽으셨다구요. (시체들 순간 멍하다. 힘없어진다. 각자 제자리. 정선아, 혼자 서있다가 전화기로 간다.)
[유화이] (화를낸다) 호줄기 끊어 졌다면서 어디다 그렇게 전화를 하니? (정선아- 힘없이 불쌍하게 자기 자리로 간다. 시체들 정선아를 중심으로 슬슬 모여 둘러앉아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궁시렁 궁시렁 대고 있다.)
[유화이] 결혼 얼마 안남은 여자들- 이런 히스테리 조금씩은 있잖아요. 이것저것 준비하랴. 바뀌는 신분 달라질 인생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 이해하세요. (시체들 계속 궁시렁 궁시렁--- 유화이, 그 궁시렁 잡음들에 더욱 신경이 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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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이] 그만들 좀 하시라니까요.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한데 더 어지럽게 만들지말구요.
[고은선] 머리 복잡할 게 뭐가 있어요? 엎으면 되지.
[유화이] 뭐요? --- 아무 문제없이 잘 준비하는 사람한테 뭘 어떻게 엎으라는 거에요? (시체들, 손바닥으로 엎는 듯한 손짓들--- )
[유화이] 대강들 하시고 이제 좀 누우시죠. 시체면 시체답게 시체 본연의 모습으로- 다른 검시관들 올 시간이에요. (시체들 빈정대듯 자리에 눕는다. 누운 상태에서 음악--- 노래 몇소절- 유화이를 공격하는 투의 가사로 흐른다. 유화이 신경이 곤두선다.)
[유화이] 한가지 얘기해드릴까요? - 내 한달 월급이 얼만 줄 알아요? --- 보통 남자 회사원들보다 많아요. 이일은 늙어 수족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할 있고 괜찮으면 개인 병원으로 나갈 수도 있죠. 그리고 난 결혼을 앞두고 있고 상대는 건강하고 능력있는 남자에요. 난 부러울 것 없이 복에 겨워 살아요. 후후- 당신들은 지금 거기 그렇게 누워 있어요. 줄맞춰서 그렇게 --- 알콜냄새 범벅인 채로 그렇게---
[한혜선] 그럭저럭 그렇게 살다보면 그럭저럭 행복해질 수 있을 꺼라고 생각하나보지?
[유화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에요?
[한혜선] 어쩌면 지금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에요.
[유화이] 전부가 아니면요? --- 난요 뭐 그다지 커다란 꿈이 있거나 어떤 거창한 희망에 부풀어 살지 않아요. 그저 내게 올만한 행복, 와도 될만한 꿈들에 대해서만 기대하죠. 그거에 뭐그리 겁먹을 필요 있겠어요. 그리고 어쩌면 그게 가장 소중한 삶 아닌가요.
[한혜선] 그 소박한거 마져 무너져 내릴 때 당신도 죽을 수 있어요.
[유화이] - 난 아무리 그래도 죽진 않을 꺼에요. 그런 것들이 내가 죽는 이유가 될 순 없다구요,
[한혜선] 당신이 선택한 세상이 아냐. 그저 당신 혼자 거기서 뒹굴고 있는거지. 그러다보면 그렇게 거기서 힘없이 뒤굴다보면 세상을 끝내는 거 만큼은 당신 손으로 하고 싶을 때가 오게 될 껄.(창문 내다보며) 여기는 확률이 반반쯤 되겠는걸- 옥상에서 떨어지면 확실한데-
[유화이] 뭐요?
[최정미] 낭만 있게 죽는 방법도 생각해봐요. 당신의 일이 무너지고 당신의 꿈을 등에 업고 가야할 남자가 그 꿈을 팔아 치우게 되면 그리고 당신 살고 있는 세상에서 당신이 자신있게 서 있을 수 없게 될 때--- 바닷가 근처에 가지마세요. 들어가고 싶어질테니까. 물이 너무 더럽드라구요.
[조숙자] 죽자고 맘먹으믄 누구나 죽을 수 있을기다. 너무 어렵게 생각말고 편안하게 죽으래이. 농약은 구하기 힘들끼고 어울리지도 않으니까 그냥 누구 말대로 대중적인 방법으로 목매는 게 괜찮을지 싶은데.
[김귀인] 가장 대중적이지, 암. 꼭 내가 이렇게 죽었다고 하는 얘긴 아니지만 아마 제일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원한다면 매듭법이랑 끈길이 재는 것은 좀 가르쳐 드릴수도 있어요. 여자는 말이예요, 아직까진 스스로 죽어줘야 할 거 같습니다. 아직까진 편안히 있다가 할거다하고 끝나기에 부족한 것이 많은 세상이라 운동차원에서라도 스스로 죽어줘야 겠습니다. 우리가뭔데, 어차피 살다보면 자연히 죽고 싶은 맘이 들거고 그러면 우리 생각이나서 우리가 죽은 방법으로 하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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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이]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 난 늙어 죽을 꺼야. 그리고 난 내일도 지키고 내 남자도 지키고 내 인생 모두를 그렇게 즐기다 늙어 죽을 꺼야. 당신들은 실패야. 실패한 인생이라구. 자신없고 깨져버린 인생, 더 이상 갈곳 없어서 비틀대다가 결국 스스로 죽어버린 최악의 인생들이라구 알아?
음악. 노래 유화이와 시체둘과 주고 받는 싸움
[정선아] 언니도 죽을 꺼야. 나처럼 말못할 사연 가지고 바보같은 표정을 가지고 그렇게 죽을꺼야.
[유화이] 닥쳐, 닥쳐--- 제발 조용히해. 너희들은 죽었어. 죽었으면 그냥 죽은 시체답게 누워서 꼼짝들 말고 있으라고. 움직이며 떠들 수 있는 것도 살아 있는 자들의 특권이야. 당신같은 사람들은 누릴 수 없는 거라구. (모두 눕는다)
[고은선] 결국 우릴 부른건 언니였잖아요. (정선아도 눕는다)
무대 뒤로 유화이의 남자 나타난다
[유화이] 다 들었어요?
[남] (고개끄덕)
[유화이] 신경 쓰지마요 말도 안되는 소리에요.
[남] 신경 안써.
[유화이] 왜그래요. 기분 나빴죠?
[남] 신경을 안쓰는 일에 관해선 아무 신경도 움직이지 않아. 기분 안나빠. 좋아.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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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유화이] 그래요
[남] 사실 겁나는게 있어
[검시간] 네?
[남] 당신이 나를 통해서 세상의 남자를 볼까봐. 나와 겪는 일들을 통해서 이 세상을 모두 다 겪을까봐. 그게 좀 겁나.
[유화이] 그게- 무슨 말-
[남] 당신이 맘속에서 늘 가지고 있는 말들이지. 당신 늘 겁내했던거. 당신을 통해서 내가 여자를 다 알아버릴까봐 걱정했잖아. 당신과 함께 겪을 인생을 통해서 세상 인생살이를 다 겪는건 아닐까 걱정했던 거, 그거랑 똑같지.
[유화이] 당신--- 그거 아니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내가 뭘 바랄 것 같애. 내가 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애.
[남] 그걸 내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유화이] 당신만큼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남] 그럼 그런 생각하지마.
[유화이] 당신은 내가 이일을 하는 게 못마땅해. 난 그런 당신을 이해할 수 없고. 그로 인해 난 좋아진 당신 식구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당신과 나 서로 미안해하잖아. 그거면 됐어. 그렇게 미안해하고 조금씩 나아져 가면 된 거잖아.
[남] 나, 누구랑 좀 닮지 않았어?
[유화이] 당신 누구랑 좀 닮았어
[남] 당신도 누구랑 좀 닮았어
[유화이] 당신 누구랑 닮은 거 같아.
[남] 오늘 당신이 만난 일곱여자들- 그 주위에 있던 남자들의 모습?
[유화이] --- (고개 끄덕) 닮았어---
[남] 당신 누구랑 닮은 거 같아.
[유화이] 당신,정말로 그 남자들과 닮았어.
[남] 당신과 난 일곱 여자들--- 그 여자들과 당신 참 많이 닮았어.
[유화이] 당신 왜 그 남자들과 닮게 보이지?
[남] 어쩔 수없이 당신도 그 여자들과 닮았군.
[유화이] 내가?
[남] 당신도 거기 어디쯤엔가 누울 거 같아.
[유화이] 그게 무슨 말이야
[남] 왠지 그럴 거 같다구.
[유화이]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구?
[남] 당신은 어떻게 죽을 거지?
[유화이] 난- 난 안죽어.
[남] 내가 죽게 할지도 몰라. 혹은 이 세상이.
[유화이] 아니야. 그래도 난 안죽어. 어려움없이 편할 거라고만 생각해 본적 없어. 그래도 저 여자들처럼 그렇게 죽어서 이렇게 비참하게 해부나 당하고 있진 않을 꺼야. 난 안죽어.
[남] 그래 당신은 안죽어.
[유화이] 그래 난 안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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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그래 --- 당신은 안죽어 --- 그래 괜찮아 - 괜찮아 --- ---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아.
음악. 유화이의 노래. 유화이 책상에 엎드린다. 남, 사라진다
[조숙자] 인자 가자. 시간들 됐다.
[김귀인] 그런데요. 참 서운한게 많아요. 이렇게 그냥 가려고 하니까.
[조숙자] 적당하다. 많지도 적지도 않게--- 그냥 살던 세상 쉬익 한번보고 가는 거 아이가.
[최정미] 음악 소리 들려요?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최정미] 분위기 있다.
[이수민] 우리--- 욕하는 사람들 참 많을 꺼야. 여하튼 못난 사람들이잖아.
[고은선] 맞어. 우릴욕하기도 하겠지만, 우릴 이렇게 만들어놓은 세상도 함께 욕할꺼야.
[한혜선] 여기가 세상이었어. 꿈도 아니고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닌- 이게 정말 세상이었나봐.
(정선아, 유화이 머리에 입을 맞추고 헝클어진 유화이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핀을 꼽아 주고 눕는다. 남자들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유화이] 오셨어요. 맛있게들 드셨구요? 정말 사가지고 오셨네요? --- 괜찮아요. 아몬드 있는 것도 - 잘 먹어요. 그러세요- 담배 한 대들 태우시고 천천히 하죠- 창문이요?- 좀 더워서- 네? 머리핀요? 아 --- 그냥- 곁머리가 흘러내려서--- (유화이 다시 시선 관객쪽으로 돌아오고 손을 올려 창문을 닫으려고 한다.- 그러다간 다시 공기 한번 더 느끼고--- )
[유화이] 일곱 구의 시체가 들어왔습니다.--- 거의 같은 시간대였었죠. --- 일곱 구의 시체 --- 여자 일곱 --- 일곱 모두 --- 타살 --- 참 재미난 우연이라면 우리 모두는 웃었습니다.
첫댓글 이런 ㅠ.ㅜ 볼수없어서 안타깝다
오~우! 희진이 땡큐~다시올렸구나~!잘봤어!
네,ㅎ
유경이 대신해서 제가 올려요, 유경이는 희진이꺼 하고싶데요,
많이 달라진게 없는거같다 희진아. 그리고 나 독백 너무많아ㅠ
재미있고 좋네,,그런데 희진아, 내가 김귀인역할인데,,김귀인 나이도줄이고, 사투리도 없앤것같네,,그런게 좋아서 고른건데,, 그리고, 김귀인 대사 중에 사투리가 있는부분도 있고, 없는부분도 있더라, 정확히 캐릭터가 어떻게 되는거야?
아, 그리고 김귀인,,(김귀인위주로 읽는바람에;미안합니다,,)암세포맞냐고 유화이한테 물어봤는데,,생전에는 암걸려서 아빠가 막 살수 있다고 그렇게 나와있네,,말이 안되는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