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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도덕과 교육과정 중 정의론에 대한 내용은 고등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 중 도덕 공동체 단원에서 다음과 같이 제시 되고 있다.
정의로운 사회란 첫째, 각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의 자유와 양립할 수 있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를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사회이다. 둘째, 사회 경제적 불평등은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을 보장하되, 후세를 위한 절약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조정되고, 또 불평등의 계기가 되는 지위는 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는 사회이다.
※롤즈가 생각한 기본적 자유 : 투표권과 공직에 대한 피선거권과 같은 정치적 자유, 언론과 집회의 자유, 신체적 자유, 사유 재산을 가질 수 있는 자유, 법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체포나 구금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 등이다.
※특히, 이 둘째 원칙 이른바 ‘차등의 원칙’이라 불리는 것으로서 천부적으로 사회적으로 가장 혜택받지 못한 계층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과 일단 그 조건이 충족된 다음에는 각자의 능력이 업적에 따른 차등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위의 글에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그 원리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모든 사람은 침해되어서는 안될 기본권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공평한 대우를 받아야한다. 사람은 누구나 불공평한 일을 당하면 억울하고 분해한다. 만일, 불공평한 일이 사회에 만연한다면, 사람들은 불행해지고 사회 질서는 근본적으로 파괴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선‘각자에게 각자의 몫을 주는 것’ 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 때, ‘각자의 몫’이라 해서 모두 똑같이 분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에서 말하는 평등은 모든 인간을 획일화 하거나 타고난 재능을 표준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줌으로써 각자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게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둘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 아무리 기본권이 보장되고 공평한 대우를 받는 사회라 하더라도 타고난 조건이 지나치게 열악한 사람들은 좌절감에 빠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는 정말로 ‘공정’하거나 ‘정의로운’ 기회의 제공이 아닐 수도 있다. 이들의 불리한 처지를 어느 정도 보완해 줄 수 있는 특별한 배려의 조치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이루어질 때, 비로서 진정한 ‘기회부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려적 조치들을 ‘역차별적 조치’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 때의 차별이라는 말이 갖는 어감은 부정적이기보다는 따스한 배려의 마음을 담고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제시된 정의론은 대체적으로 잘 설명되어져 있다. 하지만 최소수혜자가 사회적으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으며 롤즈의 정의론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롤즈의 정의론에 핵심인 불합리한 불평등이 없는 사회라는 이상이 나타나 있지 않다. 롤즈가 생각하는 정의가 실현된 사회의 모습에 대한 제시가 없다는 것은 학생들이 왜 롤즈의 정의론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또한 롤즈 정의론이 우리 사회의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매우 미흡하다. 1학년 수준의 학생들이 교과서 내용을 읽고 롤즈의 정의론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수업전 교과서를 읽고 롤즈의 정의론의 내용을 발표해 보라고 하였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의 연구 및 자료 재구성은 무엇 보다 필요한 일이었다. 다음은 도덕 교과의 재구성의 필요성을 역설한 글이다.
교사가 교과서를 있는 그대로 가르친 다는 것은 한때 교과서가 교육의 모든 것인양 여겨졌던 시절에야 통할 수 있다. 교과서는 어디까지나 교육 내용의 일부인 것이다. 교사는 주어진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에서 충분히 지도할 수 있도록 다른 지도 내용도 연구해야 한다. 즉, 구체화된 목표를 기반으로 내용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는 내용이 결정 되었다고 해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는 교사들의 몫이 된다. 학교마다 다양한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학생들의 학습 활동에 흥미 및 참여도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 활동의 성과를 높이는 역할을 결국 단위학교 지도 교사의 몫인 것이다.
나.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 제시된 정의론 및 문제점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도 롤즈의 정의론은 간단하게 서술되어 있다. 내용의 중요도 및 학생 관심도와 수능 시험 출제 비중에 비해 교과서의 설명은 미흡하다. 2008년 이후 출제된 모의고사 문제의 경우 고등학교 교과서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해도 풀지 못하는 내용이 많았다. 수능 시험 문제가 심화되면 될수록 교과서의 재구성은 더욱 절실한 교사의 역할이 된다. 다음은 윤리와 사상에 실려 있는 롤즈의 정의론이다.
현대 철학자 롤즈(Rawls, J.,1921-2002)는 사회적 기본가치(primary social goods)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롤즈는 사회적 기본가치를 인간이 자신의 생(生)에 대한 의도와 목표를 성공적으로 성취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상들로 간주하고 있으며, 권리와 자유, 기회와 권한, 소득과 부 및 자존감 등을 분배의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러한 대상들을 어떠한 기준에 의해 분배할 때 공정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정의론의 핵심적 문제이며, 롤즈는 평등한 자유, 차등, 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롤즈 정의의 원리(참고자료)
롤즈가 주장하는 정의의 원리는 원초적 입장에서 선택되는 ‘정의의 두원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초적 입장’이란 자신의 개인적 특성이나 사회에서의 위치를 모르며 서로에게 무관심한 합리적 당사자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기를 바라는 분배 원칙을 선택하는 가상적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당사자들은 자신이 가장 불우한 계층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불평등한 분배가 모든 사람, 아니면 적어도 최소 수혜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만 경제적 자원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방식을 택한다는 것이다. 원초적 입장에서 선택할 원칙은 다음과 같다.
․ 각 개인은 기본적 자유에 있어서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평등한 자유의 원칙)
․ 사회적 ․ 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가장 불리한 여건에 있는 사람, 즉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어야 하며(차등의 원칙), 둘째, 그 같은 불평등은 기회 균등의 원칙하에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책이나 지위와 결부된 것이어야 한다.(기회 균등의 원칙)
이러한 간단한 원칙의 제시로는 롤즈의 정의론을 이해하기 힘들다. 롤즈의 정의론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적용해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롤즈의 정의론이 우리 사회의 어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도 필요할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종 차별의 문제 등의 예를 교과서에서 적용하여 설명한다면 학생들의 교과서 활용 및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다. 롤즈의 정의론을 아는 것은 도덕교육의 성과로서 큰 의미가 없다. 롤즈의 정의론이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정의론의 내용 중 어떠한 요소가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를 학생들이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500장이 넘는 롤즈의 사상을 반장도 안 되는 분량으로 정리한 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반장으로 롤즈의 정의론을 전달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교사들의 재구성 노력이 없다면 분명 그것은 ‘초코파이를 설명하면서 포장지 색깔 및 크기만 설명하고 마는 것’처럼 의미 없는 수업이 될 것이다. 정의론은 학생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 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 주제이다.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교사들은 관심 유도를 위한 다양한 예시 및 설명 자료를 제작해야 한다. 학생들의 관점에서 논의가 가능한 주제를 찾고 그 주제에 정의론을 적용해 보면서 문제점 및 의의를 탐색해 보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다. 개정 교육과정에 실린 정의론
3. 정의론에 대한 이론적 탐구
학생들에게 정의론을 설명하기 위해 교과서 및 교사용 지도서의 내용만 가지고 설명해서는 학생들에게 정의론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이번 연구의 과정을 통해 필자도 그동안 수업을 해왔던 내용이 많은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현직에서 수업을 하면서 책에 제시된 모든 학자들의 사상에 대해 연구하고 학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잘 못된 방향으로 학습하다 보면 교과서에서 제시 된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학자들을 가르칠 수도 있다.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는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사상이 나온다. 수십권의 책을 쓴 학자들의 사상을 교과서 반쪽으로 정리하여 설명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교과서에 제시된 인물들의 사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먼저 인물이 살았던 시대와 생애를 살펴보고 그 인물의 사상을 정리해야 하며, 이러한 내용을 수업시간에 어떻게 재구성해서 각 학교별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가르칠 수 있는 연구해야 할 것이다.
가. 롤즈의 정의론 연구
롤즈의 정의론은 정의론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으로 지속적으로 다루어 지고 있으며 본수업의 기본 교재가 되는 마이클 샐던의 책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롤즈의 사상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 롤즈의 생애 및 사상
롤즈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변호사이고, 어머니는 볼티모어 지역의 여성운동 리더로서 가정은 부유했다. 어릴 때 동생이 폐렴으로 죽었는데, 롤즈는 자기 때문이라는 자책감에 빠졌고 그로 인해 말더듬이가 되었고 대인기피증으로 고생했다.
롤즈는 어린 학생 시절 가난한 백인 아이들과 놀면서 계층간의 불합리한 차별에 대해 고민했다. 롤즈는 흑인들과도 친하게 지냈는데, 어머니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말리는 상황을 보면서 평등이 말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교에도 빠졌으나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이후 신은 없다고 인식하고 현실세계에서 이론적으로 유토피아를 세우는 작업에 몰두했다. 월남전 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하버드대학교 입학생들 중 특권계층이 많은 것을 보고, 미국사회의 신뢰 상실에 환멸을 느꼈다. 형식적인 기회균등의 한계를 뼈저리게 깨닫고, 개인의 정의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합리적 재구성이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에 천착했다.
롤즈의 정의론은 1950-60년대 미국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했다. 롤즈의 제자들이 클린턴 정부에 관료로 들어가 의료보험제도 개혁을 추진하기도 했다. 1997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도 열정적으로 저술 활동을 하다가 2002년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저서로는 〈정의론(正義論)〉(1971),〈공정으로서의 정의〉(1958),〈아나키·국가·유토피아〉(1995)등이 있다.
(2) 롤즈 정의론
롤즈 정의론은 모든 사람들이 공공적 정의관을 따르는 질서 정연한 사회를 (the well-orded society)를 배경으로 하는 이상론이다. 롤즈의 정의론은 이상사회를 위해 우리가 선택하게 될 원칙이다. 따라서 롤즈의 정의론은 ‘공정성으로서의 정의’이다. 롤즈는 원칙 설정을 위해 2가지 전제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는 소위 원초적 입장(the orginal position)에 의해 구성된다. 원초적 입장이란 합리적 이성을 가지고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계약 당사자가 되어 계약을 맺을 경우 자신의 가치관과 사회적 지위를 모르는 무지의 베일(the veil of ignorance) 아래에 있다고 가정한다. 이런 상태에서 개인들은 자신에 대한 구체적 지식은 없으나 사회적 기본 가치(the primary social goods : 권리와 자유, 기회와 권한, 소득과 부, 자존감)등을 더 갖기를 원한 다는 것이다. 계약자들은 이 사회적 기본가치의 분배로의 공정성으로서 정의의 원칙을 평가하게 된다.
롤즈의 정의론은 합리적 선택이론이다. 무지의 베일 하에서 계약자들은 자기가 가장 불운한자가 될 것을 가정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가장 다행스러운 대안을 선택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가정 하에서 모든 사람은 다음의 두 가지 원칙에 합의할 것이다.
제 1원칙은 ‘최대한의 자유의 원칙’으로서 각 개인은 모든 사람의 유사한 자유체계와 양립 가능한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가장 광범위한 전체체계에 대해서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 2원칙은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공정한 기회 균등의 조건하에서 모든 사람의 개방된 원칙과 직책과 직위에 결부되어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도록 편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롤즈는 이러한 두 원칙을 축자적으로 구성하여 우선성의 원칙을 적용한다. 그래서 제 1원칙은 제 2원칙에 우선하고 제 2원칙 중 ‘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도록 하는 차등의 원칙에 우선한다. 롤즈는 정의의 두 원칙을 사회제도를 평가하고 사회변동의 방황을 지도해 줄 “영원의 상 아래”에서의 “아르키메데스적 점”으로 간주한다.
롤즈 정의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수용할 수 없는 불합리한 불평등이 없는 상태’라 할 수 있다. 결국 롤즈는 불평등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있다. 롤즈에게 중요한 것은 그 불평등의 생겨나는 과정이 얼마나 공정한가? 그 불평등의 발생에서 불리한 입장이 되는 사람이 과연 그러한 불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다.
(3) 롤즈 정의론 수업을 위한 자료 연구
(가) 주요 개념의 명확화
인문 과목 중 특히 윤리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중요한 단어들의 개념을 명확히 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학문의 과정은 언어로 이루어 진다. 언어에 대한 개념을 분명히 하는 것에서부터 윤리 교육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롤즈의 정의론에서 등장하는 ‘원초적 입장’, ‘무지의 베일’, ‘최소 수혜자’ 등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 원초적 입장 : 롤즈가 주장한 인간의 자연적 모습으로 합리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상대방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는 상태. 여기서 자신의 이익이란 자신의 권리, 자유 등의 기본 가치를 포함함.
◈ 무지의 베일 : 원초적 입장의 인간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사회적 기본 가치를 분배하는 기준이 되는 원칙을 만들고자 할 때 자신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개념. (현실적 개념이 아니라 가상적 개념임)
◈ 최소 수혜자 : 사회적으로 가장 작은 혜택을 받은 사람들. 도로의 혜택은 장애인 보다는 건강한 사람에게 더 유용함. 공황이나 문화 시설은 돈이 없는 사람보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 더 유리함. 하지만 이 최소수혜자의 개념이 명확하지는 않음. 롤즈는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이 최소수혜자를 구분하는 것이 정의론을 증명하는 것 만큼 어렵다는 비판을 함.
(나) 원칙의 탐색
‘최대한의 평등한 자유의 원칙’은 어떠한 의미 일까? 만약 사람들이 자신이 어떠한 신체조건, 가정환경, 신앙, 가치관을 가지고 태어날지 모른다면 어떤 원칙에 합의할까? 어떤 조건으로 태어나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자유는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 할 것이다. 그가 장애인이거나 부자이거나 투표를 하거나 재산을 모으거나 신체적으로 고통 받지 않을 권리가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본인이 자신이 장애인으로 태어날 상황 (최소수혜자가 될 상황)도 고려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본권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부여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모두가 합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불평등의 원인이 되는 지위의 개방’ 원칙과 ‘최소수혜자의 이익을 위한 차등의 원칙’을 살펴보자. 롤즈는 인간 사회에서 불평등이란 없을 수 없다고 본다. 인간사회에서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 마르크스주의는 역사적으로 실패하였으며 그 인간의 자유를 억합하는 비효율성에 대해 롤즈는 동의하지 않는다. 불평등의 근원이 되는 지위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권리와 자유를 가지는 자리일 것이다. 학급에서 이를 예를 든다면 청소를 감시하면서 청소에서 열외를 하게 되는 실장 등이 이에 속할 것이다. 일단 학급에서 실장이 되면 다른 급우들이 가지지 못하는 많은 기회와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불평등의 원인이 되는 실장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장 후보에 나갈 자유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주워져야 한다. 어떤 학생에게 실장 후보가 될 기회가 주워지지 않는다면 기회를 부여 받지 못한 사람은 선발된 실장에 대해 부당하다고 여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건에 따른 차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만약 어떤 사람에게 차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전체나 최소수혜자를 위할 경우라면 ‘무지의 베일 상태에서 사람들은 이 원칙에 동의 할 것이다.’ 라는 것이 롤즈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무지의 베일 상태에서 본인이 항상 최소수혜자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최소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최소수혜자가 될 경우에 기본권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를 해주는 것을 타당하다고 여길 것이라는 것이 롤즈의 견해이다.
(다)원칙 이해를 위한 다양한 자료의 개발
1) 케익 분배의 문제
롤즈의 정의론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위해 다음의 예화를 생각해보자.
여기 매우 굶주린 4명의 사람들이 함께 케익을 나누어 먹으려고 한다. 모든 ①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배고품을 달래기 위해 케익을 먹으려 한다. 하지만 ②4명이 함께 있기에 4개의 조각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래도 모든 사람의 ③가장 큰 관심사는 자기 몫의 케익을 정당하게 받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양이 아니다. 이럴 경우 케익을 어떻게 분배 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고 케익을 분배할 수 있을까?
먼저 ‘누가 나누어야 할 것인가?’ 라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누가 나누느냐 보다 어떻게 나누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다. 어느 누가 되었건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나눌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실제로 수업을 해 보면 상당수의 학생들이 무게를 단다거나 크기를 자로 정확하게 측량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롤즈의 정의론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그런 물리적 객관성이 아니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과정과 절차인 것이다. 문제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느 누가 되었건 간에 가장 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나누고 나눈 사람이 가장 나중에 자기 몫을 갖는 다면 가장 공정해질 것이다. 자기가 나눈 몫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 이야기에 밑줄 친 부분은 롤즈가 주장한 원초적 상황에서 인간의 모습이다. ①은 자신의 이익 추구 모습이고, ②는 합리적 이성을 지닌 존재의 모습이며, ③은 상대방의 이익에 무관심한 사람의 모습이다.
이러한 예를들어 설명한 것은 매우 유용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롤즈의 원초적 입장과 무지의 베일, 그리고 그 상황에서 합의 될 수 있는 정의의 2가지 원칙에 대해 체계를 가지고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실제로 많은 부분을 정할 때 유용하다. 특히 분배의 문제에서 참여는 하지 않고 불만을 많이 제기하는 사람과 함께 무엇인가를 분배해야 할 경우 불만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된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파악 할 수 있는 것은 롤즈가 원하고자 하는 것이 케익 분배의 객관적 평등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사람이 하는 일이라 약간의 불평등한 분배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 어쩔 수 없는 불평등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동의하고 수용 할 수 있을 것인가가 롤즈의 고민이었던 것이다. 다음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수업 할 때 한 학생이 한 일이다.
자신의 집에서 항상 동생과 라면을 끓여 먹을 때 동생과 싸웠다고 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라면을 끓이고 분배하고 나면 동생은 끝없이 언니가 더 많은 몫을 차지하는 것이 잘 못되었다고 투덜 되었다. 본인은 정말로 공정하게 했지만 동생이 너무 우겨서 동생에게 먼저 선택하게 했더니 더 이상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생과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했다.
어찌 보면 너무나 개인적이고 유치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분명 정의 의 문제가 공정의 가치가 제시되어 있다. 롤즈가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몫을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정당한 자신의 몫을 받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과정을 조절하는 것은 분명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에도 유용할 것이다.
2) 달리기 시합의 문제
최소수혜자의 이익에 부합할 때 허용하는 조건부 차등의 원칙이 적용 될 수 있는 사례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령 달리기 시합을 한다고 했을 때 건강한 사람과 장애인이 같은 조건으로 달린다고 한다면 장애인은 우승에 대한 실질적 기회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이럴 경우 장애인을 최소수혜자로 본다면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어느 정도 앞에서 출발 시키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타당할 것이다.
위 이야기의 경우 장애인을 최소수혜자로 보았으며 장애인을 앞에서 출발 시키는 이유는 그에게 실질적 우승의 기회를 주어 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 문제는 다시 형식적 자유와 실질적 자유의 개념으로 발전 할 수 있다. 장애인과 일반인이 동등한 조건에서 출발한다고 한다면 장애인과 일반인 모두에게 우승의 가능성이 개방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장애인이 그의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더 많은 노력을 했을 경우 우승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는 앞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경우 이는 차등이다. 하지만 이 차등은 공정한 개방과 최소 수혜자의 이익을 위한 원칙에 의해 정당화 될 것이다.
3) 장애인 학교 학생 및 과학고 등 특목고 학생에 대한 국가의 차별적 지원
조건부 차등의 원칙이 현재 적용되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고 그 원칙이 정당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어느 사회학자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일반계 고등학생 한명을 교육 시키는데 국가가 지원하는 비용이 약 80만원 일 경우 (이는 학교 운영비, 교사 월급비, 시설 관리비등 모든 금액 포함), 청원학교 학생의 경우 약 600만원 정도가 소요되며(약 8배) 과학 고등학교의 경우 400만원(약 5배)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현상은 롤즈의 정의론에 의거해 보았을 때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먼저 청원학교 학생의 경우 국가가 그들에게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해 주는 것은 그들을 최소수혜자로 보며, 그들에게도 실질적 기회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동의 하였고 쉽게 이해하였다. 그렇다면 과학고 학생들의 문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과학고 학생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분석이 필요하다.
첫째. 과학고등학교 입학생이 되는 것이 불평등의 대상이 되는 지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보기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더 좋은 교실, 적은 수의 학생, 더 많은 실습 기자재 같은 것을 부여 받는 다고 했을 때, 분명 불평등의 지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며 그 불평등의 지위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 되었는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중학교 학생들에게 성별이나 출신 지역 때문에 과학고를 입학할 자격을 부여하지 않은 적은 없다. 모든 학생들은 과학고등학교에 입학 할 수 있는 기회가 동등하였다. 동등한 욕구(자유)가 많은 경우 경쟁은 불가피 하며 경쟁의 기준은 합리적이어야 할 것이다. 고등학교 입학 자격에서 성적이라는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 한 것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둘째 과학 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게 부여하는 혜택이(조건부 차등) 과연 최소수혜자 및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한 것인가? 분명 과학고등학교의 목적은 과학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개인에게 좋은 대학 진학과 성공이라는 영광을 주기 위함은 아니다. 과학자의 연구는 우리 사회 전체의 이익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여는 준명 최소수혜자들에게도 이익을 줄 것이다. 따라서 과학고등학교의 목적이 공동체의 이익(최소수혜자들의 이익 포함)을 위함이고 과학고등학교의 입학 기회가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하게 개방 되었다면 분명 타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탐구하였을 때 몇몇의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만일 과학고등학교의 학생 중 과학자가 되지 않고 의대에 간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정의로운 것입니까?”
학생들의 질문은 롤즈 이론의 현실 적용의 한계를 명확히 지적해 냈다. 최소수혜자의 이익을 목적으로 차등을 받은 사람이 그 차등의 이익을 자신을 위해서만 쓸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이 문제를 통해 우리는 도덕 교육이 열려 있는 교육이며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사고가 필요한 교육임을 확인하였다. 롤즈의 정의론의 이론적 한계 및 그 적용의 현실적 한계까지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교육이 된 것이다.
실제로 위 내용은 아직도 지속적으로 특목고의 지위 문제를 다룰 때 문제가 되는 내용이다. 학생들과 토론을 통해 본교에서 제시해본 답은 다음과 같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인생의 진로를 선택할 기본적 자유가 있다. 청소년기는 인생이 완성된 시기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목표가 달라 질 수 있다. 따라서 과학고에 다녔고 혜택을 받았다고 해서 꼭 과학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어느순간에도 무엇이 될지는 개인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받은 차등의 근거가 공동체 및 최소수혜자를 위해 부여된 것이기 때문에 만약 과학고 출신의 학생들이 다른 진로를 선택하고자 한다면 과학고를 다니면서 받게 된 사회적 차등의 몫에 대해서는 사회에 환급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과학고에 다니다가 의대 및 비 과학 계열로 진학한 학생의 경우 400만원 -80만원의 금액을 국가에 환급하게 하는 것이 정의로울 것이다.
이러한 결론이 도출되기까지에는 교사의 다양한 질문이 있었다.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문제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서 문제 해결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제시 되었다. 이 때부터 학생들은 정의론의 문제가 자신과 구원한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문제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4) 전문계 학생들을 위한 특별 전형은 타당한가?
전문계 학생들이 있는 종합고등학교이기에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전문계 특별 전형 및 농어촌 지형 특별 전형의 문제에 대해 분석해 보게 되었다. 과연 전문계 특별 전형과 농어촌 지역의 특별 전형은 정의로운 것인가?
만약 전문계 고등학교의 학생과 농어촌 지역의 학생을 최소수혜자로 본다면 그것은 타당할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이 과연 최소수혜자인가? 라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전문계 학생들의 경우에는 당연히 정의로운 제도라고 했지만 인문계 학급의 학생들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럴 경우 자신이 인문계 학생이 될지도, 전문계 학생이 될지도 모른다고 가정 했을 때 과연 전문계 특별 전형을 옳은 제도라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물어 보았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이 한쪽으로 통일되지 않았다. 이 문제의 탐구를 통해 학생들과 얻어낸 성과는 다음과 같다.
롤즈의 정의론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최소수혜자를 정하는 일이다. 최소수혜자의 개념은 너무나 애매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많지만 몸이 불편한 사람과 돈은 없지만 몸이 건강한 사람 중 누구를 더 최소 수혜자로 보아야 하는가?
또한 무지의 베일이라는 개념이 현실적으로 적용되기는 힘들다. 원초적 입장에서 자신의 이익의 추구를 가장 중시하는 사람들이 과연 자신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예상 되는 모든 상황에 대해 균등하게 고려한다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