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수아법사청송법화경가(唐修雅法師聽誦法華經歌)***
뫼봉 색조 침침한데 소나무에 엉긴 안개,
빈 숲 아래 여기저기 평탄찮은 바위덩이.
반석 위로 가부좌승 석장 하나 비껴 놓고,
백련경을 송하는데 새벽부터 해 저물 녘.
오른쪽엔 범 발자국 왼쪽으론 이리 자취,
열 조각에 다섯 조각 기화 묘초 흩날리네.
우연히도 서로 보니 아직 깊이 알지 못해,
알진대!
예전 사람 이란 말가 지금 사람 이란 말가,
담언이란 말이던가 담익이란 말이던가.
내 이 경전 말 듣건대 깊은 참뜻 있다 하니,
깨달음의 황제께서 오묘하다 칭하셨다.
눈을 닫고 마음 앉혀 자세히들 들어 보라,
참된 선정 우락덩이 방울져서 스며든다.
이것이 곧 부처님 뜻 이것이 곧 조사 골수,
나의 참된 마음이요 경전 속의 참된 의미.
손 퉁기면 알 것이고 손을 들면 알 것인데,
그대 앞의 지금 바로 이것임도 못 깨닫네.
참 크기도 하여지다 참 기특도 하여지다,
공왕께서 무리중생 얻어지게 하는구나.
일만 팔천 모든 국토 밝디밝게 비춰 주니,
비추는 곳 국토마다 황금빛을 짓는도다.
사생 육도 달리 없고 한 빛 줄기 가운덴 걸,
미친 이는 돌아서며 미륵에게 되묻는다.
나도 역시 당년에는 텅 빈 진리 배워서는,
단박 무심 얻고 나서 곧장 쉬려 하였더니,
이 경전의 외는 소리 오늘 직접 들어 보니,
당나귀가 끄는 수레 바른 과녁 아닌 것을.
나도 역시 당년에는 산문 밖을 나서잖고,
한 걸음도 세상 티끌 안 젖고자 하였는데,
이 경전의 외는 소리 오늘 직접 들어 보니,
걸음 걸음 딛는 곳이 보물 창고 였던 것을.
나도 역시 당년에는 읊조리기 좋아함에,
가만가만 더듬는 것 선정 방해 한댔더니,
이 경전의 외는 소리 오늘 직접 들어 보니,
붓과 벼루 어이하여 참된 성품 방해되리.
나도 역시 당년에는 아이들과 놀이하며,
그렇게들 지낸 시간 허비했다 하였더니,
이 경전의 외는 소리 오늘 직접 들어 보니,
모래톱을 쌓던 것도 작은 일이 아니로세.
지난날에 내가 일찍 산과 물로 노닐 적에,
다른 곳의 산과 들은 타향이라 여겼더니,
이 경전의 외는 소리 오늘 직접 들어 보니,
산과 하천 둘러봄에 한 치 땅도 없던 것을.
예전에는 내 마음이 허둥대던 잔나비라,
쇠사슬로 얽어 매어 구속하려 들었더니,
이 경전의 외는 소리 오늘 직접 들어 보니,
시방 세계 어느 하나 끄달릴 것 없던 것을.
이 경전의 한 구절을 선사께서 욀 때마다,
구절구절 우락덩이 농익어서 씹혀 오니,
그 우락의 맛이란 게 진기하고 감미로와,
입술에도 있지 않고 치아에도 있지 않고,
수고로운 중생들의 마음에만 젖어드네.
이 경전의 한 구절을 선사께서 욀 때마다,
구절구절 허연 소가 걸음걸음 움직이니,
그 흰 소의 걸음걸이 빠르기가 바람 같아,
서쪽에도 있지 않고 동쪽에도 있지 않고,
덧없는 삶 중생들의 날마다에 있더구나.
매일 쓰되 모르나니 그 얼마나 괴로운가,
술로 가득 오장이요 밥이 그득 육부로다.
장자 소리 다급해도 돌아볼 리 만무려니,
그가 바로 귀머거리 그가 바로 눈 뜬 소경.
세속인 중 어느 누가 귀가 밝지 않으리오,
귀는 밝되 경전 앞만 다가서면 귀머거리.
세속인 중 어느 누가 눈이 밝지 않으리오,
눈은 밝되 경전 앞만 다가서면 당달봉사.
귀 밝을 곳 귀 먹은 채 눈 밝을 곳 눈 감은 채,
도르랜가 물결인가 태어나고 죽어가고.
세속인 중 혹시라도 선사 음성 들을지나,
누가 있어 혹시라도 선사 마음 알겠는가.
세속인 중 혹시라도 선사 모습 볼지라도,
누가 있어 혹시라도 선사 이름 알겠는가.
선사 이름 의사 대왕 부처님령 시행하니,
다가와서 중생들의 마음의 병 치료하네.
미혹된 자 깨워 주고 미친 자는 안정시켜,
때 낀 자는 깨끗하게 삿된 자는 올바르게,
평범한 이 이끌어서 성스럽게 올려주네.
이 같기에 사람에다 하늘마저 공경하며,
또한 용이 찬탄하고 귀신마저 찬탄하며,
더군다나 부처님도 찬탄하여 읊조리니,
깨달음에 등진 이들 온갓 티끌 야합한 이,
어찌 아니 조아리고 어찌 아니 귀의하리.
번역/현진스님 [치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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