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님의 육필 연하장
지난 20일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이었습니다. 봄 같은 날씨가 계속되던 겨울 날씨라서 더 춥게 느껴졌습니다. 평상 같으면 걷기 운동이라도 나갈 시간이었지만 한 낮 날씨가 좀 풀리면 걷기로 하고 집 안에 그대로 머물렀습니다.
머물며 긴 투병을 하고 있는 친구가 생각이 나서 연하장이라도 한 장 보내고 싶어 써서 보냈습니다. 친구는 써서 보내는 연하장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리고 나서 내일로 다가선 '작은 설날' 동지를 앞두고 동지에 대해 좀 알아보려고 자료가 있을 만한 책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열어보다가 책갈피에 보관된 반가운 편지 봉투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편지는 고등학교 ㄱ 은사님이 충무교육원 원장으로 계실 때 다니던 직장으로 보내주신 것이었습니다. 서둘러 내용물을 꺼내 보았습니다. 내용물은 은사님이 쓰신 육필 편지 한 장과 은사님이 쓰신 자그만 서예작품이었습니다.
은사님은"지난 일년간 참으로 고마워...매월 보내준 책이며 연말에 보내준 수첩 거기에다 정성어린 정까지 보내주어서 참으로 흐뭇...언젠가 한번 살림하는 집 가보고 싶지만...여러 가지로 할 이야기도 많지만 할 수 없어...글씨 한 장 써보내...."라고 하셨습니다.
은사님은 또 자신이 大智如愚 大巧若拙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도리어 어리석은 것 같이 보인다는 말."이라고 풀이까지 해 주셨습니다. 은사님이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라"고 하신 말씀 같았습니다.
은사님은 이를 "大愚 大智如愚 庚午 新年 菖蒲"라 서예 작품을 만들어 낙관, 편지와 함께 넣어주셨습니다. 대한민국 80원짜리 우표 한 장이 붙은 편지는 1990년 1월3일 온양우체국 소인이 찍힌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은사님이 주신 연하장 나이도 만 14년을 넘어 15년째로 접어든 제법 나이가 든 것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빠르고 간편한 전자 편지나 전자 카드를 많이 이용해 연하의 뜻을 전해왔습니다. 이러한 전자편지나 카드는 자연스레 우편으로 하는 편지와 카드의 자리를 대신해 늘어만 왔습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전자편지나 카드로 축하는 뜻을 전하는 것은 빠르고 간편함이 있는 반면에 정이 없고 형식에만 찬 냉랭한 기운이 돈다는 아쉬움을 새삼 느껴는 분위기가 익어왔습니다.
때문인지 올 성탄과 연말 연시를 앞두고 종전과는 다소 달라져 카드나 연하장을 보내는 흐름이 생겨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스스로 만들어 자신의 뜻과 정을 담아 편지나 카드로 보내는 마음과 손길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은사님, 성탄이 다가오고 한해가 지나가는 연말 또 새 한 해가 오는 연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은사님, 저는 은사님의 주소를 모릅니다. 아니 그간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마도 솔직한 표현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은사님에게 제 손으로 편지를 써서 드리고 카드라도 보내드리며 연하의 뜻을 전하려해도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은사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만 은사님이 손수 써주신 편지와 서예 작품을 소중하게 간직하게 됨을 다시 한번 감사하며 대단히 송구스럽게 여깁니다. 은사님, 주신 연하장에서 "큰 뜻을 품고 더욱 정진하기 바라면서 건강을 빌고"라고 하셨습니다.
첫댓글천규는 은사님으로부터 매우소중한 연하선물을 받았군 나도 이런 육필 연하장을 소중하다고생각하여 김종추군의 경우를 소개한 적이 있지 하지만 육필연하장이 소중하다고 해서 전자우편연하장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그 어느 쪽도 담겨있는 성의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가지고 있지
요즘 컴퓨터가 일반화 되면서 육필로 된 것을 만나기 힘든 세상이 되어 버렸지. 그런데 은사님으로 부터 그런 선물을 받았으니 이는 돈으로 계산 할 수 없는 소중함이 있을꺼야. 이는 천규의 인품을 미루어 알게 하지만 육필로 연하장을 보내고 싶은 제자를 가진 그 분이 존경스럽군
첫댓글 천규는 은사님으로부터 매우소중한 연하선물을 받았군 나도 이런 육필 연하장을 소중하다고생각하여 김종추군의 경우를 소개한 적이 있지 하지만 육필연하장이 소중하다고 해서 전자우편연하장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그 어느 쪽도 담겨있는 성의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가지고 있지
요즘 컴퓨터가 일반화 되면서 육필로 된 것을 만나기 힘든 세상이 되어 버렸지. 그런데 은사님으로 부터 그런 선물을 받았으니 이는 돈으로 계산 할 수 없는 소중함이 있을꺼야. 이는 천규의 인품을 미루어 알게 하지만 육필로 연하장을 보내고 싶은 제자를 가진 그 분이 존경스럽군
"참지혜로운 사람은 지혜를 밖으로 들어내지 않아서 어리석게 보이기 까지한다"...두고 두고 내 맘속에 간직하고 살아야지...
요지음 계절이 계절인지라 몇통의 의례적인 년하장을 받었다.한때는 세모가 되면 닥아오는 새해는 좀더 새롭고 보다 좋은 일들을 기대해 보며 희망에 부풀어 마냥 즐거워 했던 적도 있었던것같다. 그러나 요지음은 꼭 세월의 바뀜을 집고 넘어 가야 할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