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와 국시는 어떻게 달라요?" 식당 간판을 가르키며 아들이 묻는다.
"밀가루로 만들면 국수가 되고, 밀가리로 맹글면 국시가 되는기라!"
표준어와 비표준어를 적절히 구사하여 '국시'가 방언임을 일깨워주는 재체 있는 설명이다.
그 대답에 재미가 붙은 아들이라면 곰탕은 곰고기로 만든 것이냐고 되물을 법하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그런 질문들이 있었다.
그 대답은 1800년대 말의 '시의전서'가 대신해 준다.
"소의 다리뼈, 아롱사태, 도가니, 꼬리, 혀, 양지머리, 곤지소니,와 전복, 해삼을 큰 솥에 물을 많이 붓고
약한 불로 푹 고아야 곰탕의 맛이 진하고 국물이 뽀얐다.
고단백 식품 곰탕은 곰국이라고도 하는데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그러면 곰탕을 '곰고기' 탕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곰탕의 '곰'이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어원설은 크게 한자와 한글, 둘로 나뉜다.
한자어 고음 또는 고탕을 어원으로 꼽기도 하고, 뼈째로 맹물을 끓인 음식이란 뜻의 공탕을 곰탕의 유래로 보기도 한다.
우리말 어원설은 두가지다.
'고다'라는 동사의 변형이라는 주장과 그 명사형 '곰'에 국을 뜻하는 '탕'이 결합된 말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한글이 만들어지기도 전에도 곰탕이 있었다고 본다면 '고음'이란 한자어가 '곰'이란 한글로 바뀐게 아닐까 하는 추정도 가능하다.
곰탕 또는 곰국과 관련해 품게 되는 또 하나의 의문, '탕'과 '국'은 어떻게 다른가?
방언학자의 글을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이기갑 목포대 교수의 '지역 문화와 방언'을 인용해 보자. (국립국어원, '방언이야기')
채소로 만들었거나, 우리 식단에서 오랜 세월 동안 오르내린 것, 가정에서 만든 것, 그리고 순수 우리말로 된 국거리 종류에는 '국'이 붙는다고 한다.
그 반대로 최근에 개발됐거나 상품화된 것, 한자어로 된 말이나 별식으로 먹는 종류에는 주로 '탕'을 붙인다는 것이다.
복국과 복탕, 미꾸라지국과 추어탕' 개장국과 보신탕. 곰국과 곰탕이 그 사례들이다.
지난 4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두 경제 수장이 곰탕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았다.
현오석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살리기' 조찬 회동을 한 것.
그 모습을 보면서 고단백질 고 칼로리 영양식 곰탕 회동을 우리 경제가 원기를 회복하기를 기대하는 독자가 많았을 것이다.
황성규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