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0 격리전 마지막 검사를 위해 보건소로 향한다. 금요일인데도 보건소에는 검사를 받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벌써 5번 째 검사지만 오늘이 가장 사람들이 많은듯 하다.
크게 걱정되는 마음도 없이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보건소에서 나와 탄천으로 눈을 돌리니 봄꽃이 환하다. 불과 나흘 전인 월요일에 네 번째 검사를 받고 돌아가는 길의 봄꽃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만개한 모습니다.
개나리는 완전 만개해서 탄천둑이 노랗게 변했다. 벚꽃은 중간중간 아직 덜 핀 나무들이 보이지만 대부분의 꽃이 살이 통통한 모습이 활홀하기만 하다. 특히 보건소에서 차병원까지의 불과 100여 미터에 이르는 둑방길의 벚꽃은 쌍계사 입구 못지 않다.
탄천을 거쳐 지하도를 나와 사잇길 인근의 벚꽃도 언제 이렇게 피었나 싶게 절정을 맞고 있다.
오늘은 오목에서 알까기로 종목 변경이다.
동생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치고 즐기는 아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저녁 7시가 넘어 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다.
음성이란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결과를 받고 보니 감정이 새롭다. 우리집을 풍비박산 직전까지 몰고 갔던 코로나와의 전쟁(?)이 이 문자 하나로 종지부를 찍게 되는 셈이다.
"아빠, 정말 대단하다."
"아빠, 아이언 맨이네요."
혼자만 살아남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제 내일이면 장장 24일 간의 자가격리도 해제된다.
그동안 애써주었던 모니터링 매칭 공무원인 최선생님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장장 24일 간 내버려 두었던 수염을 깎았다.
아이들 말마따나 10년은 젊어 보인다.
지난 24일 동안의 일들이 머리를 스친다.
3/4 목 저녁 지원 양성 판정
3/5 금 가족전원 검사. 저녁에 민회 확진.
3/7 일 지원, 민회 생활치료센터 이송.
3/8 월 재원 확진.
3/9 화 재원 치료센터 이송.
3/10 수 아내재검. 음성.
3/12 금 아내 또 재검. 확진판정.
3/13 토 아내 성남의료원 이송.
3/15 월 지원, 민회 퇴소해 귀가.
3/17 수 재원 퇴소해 귀가.
3/23 화 미영 퇴원 귀가.
3/26 금 5번 째 검사. 음성.
3/27 토 정오 격리 해제
3/29 월 25일만의 출근.
처음 경험하는 가족들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힘든 나날들이었지만 지나고보니 힘들었다기 보다는 - 감염방지를 위해 살아남으려고 -내일은 뭘 해야 하지? 를 궁리하며 하루 하루를 보냈던 한 달이 아니었나 싶다.
무사히 돌아와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첫댓글 모두가 아프고 힘들었지만 아빠의 고생보단 덜 했지 싶어요, 고생 많으셨어요 사랑합니다 아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