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이승엽이 삼진아웃을 당하고 병살이 되었음에도 그를 기용하는 뚝심이 있었다. 어제 일본 경기 치르기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올림픽 사이트마다 이승엽은 온갖 욕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바로 어제 홈런을 날리고 난 후, 인터넷 뉴스의 댓글에는 “승엽이 형 미안해요. 제가 형을 사정없이 욕했어요.” 국민 4번타자 이승엽은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고, 웃음이 있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았다.
오늘, 야구에서도 값진 금메달을 땄다. 김감독은 9회에도 류현진을 마운드에 올렸다. 금메달까지 남아있는 아웃카운트는 3개, 하지만 불안했다. 선두타자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고 보내기번트 이후 볼넷을 내줘 1사 만루 득점권 위기가 찾아왔다. 설상가상으로 벨 타석 때 볼카운트 2-3에서 던진 마지막 공을 볼로 판정한 심판의 결정에 항의하던 포수 강민호가 퇴장당했다. 잠시 숨을 고른 한국은 마운드에 정대현을 올렸고 부상을 안고 있는 진갑용이 강민호를 대신해 포수마스크를 썼다.
이젠 승부가 쿠바 쪽으로 기울었음을 야구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대회 내내 접전을 펼쳐왔던 한국이 마지막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정대현은 구리엘을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하고 치열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일본야구의 1/100밖에 되지 않는 야구가 아시아 강호 일본, 야구의 종주국 미국, 아마추어 최강국 쿠바를 모두 좌초 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선수와 김감독의 용병술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