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디자인 베끼기 논란] 현대車인지 혼다車인지… [조선일보 2006.01.05 20:26:17]
뉴 싼타페·그랜저TG 등 최근 출시된 국산 신차(新車)들의 디자인이 외국산 자동차와 유사해,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 ‘디자인 베끼기’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형 ‘싼타페’는 두툼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등 앞모습이 닛산의 SUV인 인피니티 FX와 닮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체 기사보기]
물론, 현대 자동차 측은 표절이 아니라고 말한다.
“멀리서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가까이서 뜯어보면 두께나 곡선이 다르다... 요즘 자동차 디자인은 서로 닮아가는 추세”라고.
한국의 자동차 디자인 표절 시비는 오히려 80-90년대보다 현재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최근 출시된 기아 자동차의 "로체" 역시 마찬가지.
기아 자동차의 로체(해외 수출명 "마젠티스")
닛산의 인피니티 Q45
로체의 뒷모습.
Saab 9-3의 뒷모습.
업계에선 '한국 자동차 업체가 자체 디자인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하지만, 대량생산 자동차의 경우 세계적인 자동차의 디자인을 모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이근 교수는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수십만 대를 팔아야 하는 대량 생산 차는 디자인이 우수하다고 검증된 차들을 모방하는 것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유명했던 디자인 표절 시비는 LG 그룹에서 분사한 GS에서 크게 일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GS 그룹의 로고가,
무역회사인 삼이 실업의 로고와 유사하다는 것.
2005년 한해 내내 삼이 실업과 GS 그룹은 상표권 분쟁을 벌였으나,
사실 GS 그룹 로고는 표절작이라 하기 어렵다.
위는 독일의 고대 알파벳을 서체로 만든 fette fraktur.
GS는 분명히 이 fette fraktur 서체의 대문자 S에서 디자인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저작권 문제도 다 해결했음이 입증됐다. 삼이 실업은 이에 대한 명확한 반박을 못한 상황.
문제는 이번 GS 로고 디자인을 랜도(Landor)라는 미국 디자인에서 맡았는데, 과거에도 이런 어정쩡한 표절 시비가 일었다는 것.
90년대 랜도 사에서 제작한 LG 그룹의 로고,
미국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복지 교육기관인 CPS의 로고.
로고 표절 시비로 가장 유명한 것은 MBC 방송국의 새로운 기업 로고.
2005년 새롭게 바뀐 MBC의 로고가,
다국적 금속 제련 기업, 보디코트 사의 로고와 같다는 비난이 일었다.
캐나다의 조립 PC 업체인 MDG와 비교하면 더욱 비슷하다. (물론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기업이 법적인 문제를 무릅쓰고 디자인 표절을 감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표절 시비가 많이 일어나긴 하지만, 실제로 법적으로 제재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음반이나 개인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서태지의 7집 앨범 자켓,
인물?의 소재를 명백히 베꼈다.
음반 자켓과 관련해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더 있다.
SG WannaBe, 김종국, Vibe, MTOM, 넷 뮤지션들이 공동 작업한 디지털 앨범 "Big 4 of Voices" 앨범. (멜론과 벅스 등에서 판매)
미국의 인기 드라마인 "Queer as Folk" 홍보 디자인을 그대로 베꼈다. (드라마 팬들의 항의로 "Big 4 of Voices" 앨범 제작사는 재빨리 표지를 변경.)
이현도의 최신 앨범 자켓,
"The Hiphop Box"라는 힙합 명곡 모음집과 비슷하다.
대규모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이 표절로 밝혀지기도 했다.
2004년 정통부가 주관한 세계 우표 디자인 공모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학생 김씨(25)의 작품
미국 디자인 회사인 그레트만 그룹의 디자인 작업물과 매우 흡사하다. (수상자인 김씨는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정통부는 수상을 취소했다.)
38회 산업 디자인 대상을 받은 금호 타이어 지면 광고.
메르세데스 벤츠의 지면 광고와 동일한 컨셉이다.
사실 한국은 '모방 디자인'을 거의 매일 안고 사는 편이다.
새우깡은 일본 과자 봉투와 닮았고,
박카스 역시 마찬가지로 일본 제품과 유사하다. (둘다 출시가 굉장히 오래된 제품들인데, 어느 쪽이 디자인 모방을 한 것인지 조금 혼동스럽다.)
카트라이더(왼쪽)는 닌텐도 사의 마리오 카트를 많은 부분 베꼈다. (디자인은 상당 부분 다르나, 게임성에서 표절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
어린 시절부터 우린 노골적으로 복제된 디자인을 한국 것으로 착각하며 자라기도 했다.
1980년대 방영된 스페이스 간담 V.
위 로봇 디자인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발키리 전투기를 그대로 베낀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유독 디자인 표절에 능하다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 좋다.
독일 산업 디자이너인 리도 부쎄(Rido Busse) 교수가 1977년부터 디자인 복제품, 표절품을 고발하는 "플라기아리우스 시상식(Aktion Plagiarius)"을 만들어 매년 디자인을 표절한 제품들을 기리고 있다.
몇가지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원제품: Trietex GmbH, Efringen-Kirchen, 독일 표절작: Producer: Qing Ying Enterprise, 중국
원제품: VEGA Grieshaber KG, Schiltach, 독일 표절작: Beijing Ripeness Sanyuan Instrumentation Co. Ltd., 중국
원제품: Koziol >> ideas for friends GmbH, Erbach, 독일 표절작: Sagad S.C., Kobylka, 폴란드
원제품: Take2 Designagentur GmbH & Co. KG, 독일 표절작: Boehringer Ingelheim Pharma GmbH & Co. KG, 독일
원제품: Producer: Aloys F. Dornbracht GmbH & Co. KG, 독일 표절작: Producer: Perfect Design Creator Intl. Co. Ltd., 대만
원제품: Prolyte Products, 네덜란드 표절작: Milos, 체코
원제품: 루디 스포츠, 독일 표절작: Funcenter Industiral Inc., 대만
원제품: 알피(Alpi) 사, 독일 표절작: Tarzhon Dongbaro Plastic, 중국
원제품: Brabantia 네덜란드 표절작: BLOKKER, 네덜란드
원제품: OXO International, 미국 표절작: KAKUSE, 일본
원제품: Brabantia, 네덜란드 표절작: Leifheit, 독일
한국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만큼 다른 나라에서도 디자인 표절이 수도 없이 많이 자행된다는 뜻이다.)
위 표절작들을 만든 회사는 아래와 같은 트로피를 수상한다.
그러나, 직접 수상하는 회사는 단 하나도 없어 표절을 당한 회사들이 대신 받아간다고.
최근엔 북경 올림픽 마스코트가 일본 만화를 표절했다는 의혹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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