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극장에서는 이재용 감독의 세번째 작품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기자 시사회가 있었다.
<정사>와 <순애보> 두 편만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확립한 이재용 감독의 오랜만의 신작인데다가 전도연과 이미숙,
그리고 TV 스타 배용준의 영화 데뷰작이라는 것 때문에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사회장은
표가 없어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로 들끓을 정도로 대성황이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알려진 대로 프랑스 소설가 쇼데를로 드 라끌로의 '위험한 관계'를 각색한 작품.
<위험한 관계>나 <발몽>.<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도 이 작품을 각색하여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18세기 프랑스를 조선시대로 고스란히 옮겨온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시사가 끝나고 이재용을 비롯한
출연진들-이미숙. 전도연. 배용준. 이소연은 스스로도 완성본을 처음 본 탓인지 다들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특히 현재 한창 대만과 일본에서 떠오르고 있는 배용준의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대만과 일본의 팬들과
각종 매체에서 직접 시사회에 참석,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질문하는 집중 질문하는 모습은 여느 시사회와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다음은 감독, 배우들과 함께 가진 기자 간담회의 주요 내용이다.
Q 배용준에게 영화를 찍기 전과 찍고 난 후의 소감을 말해달라.
A 배용준 영화는 처음이기 때문에 찍기 전에 긴장을 했다.
게다가 이미숙씨와 전도연씨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대 선배들이라 더욱.
하지만 찍으면서는 가족적인 분위기로 일할 수 있었다.
Q 배용준에게 요즘 NHK로 '겨울연가'가 방영되면서 배용준씨의 인기가 상당하다. 영화에 첫 출연한 소감이 어떤지,
그리고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가 일본에서 개봉할 예정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배용준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부족한 면만 보여서 아쉬운 것 투성이다.
하지만 좋은 작품인 것 같고, 내년 정도엔 해외로도 진출할 생각이 있으니 기다려달라.
Q 배용준에게 본인의 인생관과 가치관. 이상형에 대해 말해달라.
A 배용준 인생관. 가치관. 이상형이라..(웃음).
나의 인생관은 뭐든지 항상 최선을 다하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치관은 항상 새로운 것.
남들이 어렵다는 것에 도전하고 싶다. 이상형은.. 자기 발전에 열심히면서 현명한 여자다.
Q 배용준에게 영화 속에 등장한 절정녀와 요부 중 실제로 선호하는 타입은 무엇인가.
A 배용준 정절녀는 정절녀대로, 요부는 요부대로 다 매력이 있다.
Q 이재용감독에게 이 영화는 원작이 있다. 게다가 <위험한 관계>나 <발몽>등으로 이미 만들어 진 적이 있다.
기존의 영화들과 차이점을 두려고 한 게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A 이재용감독 원작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에 원작에 충실하자라는 것이 목표였다.
프랑스에는 살롱문화(18세기 귀족문화의 일부였던 살롱에서 철학과 문학 등의 예술을 논하던 것을 가리키는 말.
하지만 동시에 이런 살롱은 공공연하게 남녀 쾌락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조선시대 같은 때 남녀가 만나는 문화란 많이 달랐다.
오히려 성적으로 더 억압을 받았다고나 할까. 그런 점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Q 이재용감독에게 각각의 배우를 캐스팅 하는데 기준이 있었다면.
A 이재용감독 <정사>때 한 번 작업을 해봤기 때문에 이미숙을 조씨부인으로 캐스팅 하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미숙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굳이 다른 배우에게 맡길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전도연은 단아하고 고운 <약속>의 포스터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캐스팅 했다.
배용준은, 서로 고민을 했는데 언제 한 번은 분장한 모습을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그리고 만약 조선시대에 배용준이라는 사람이 있었다면 바로 조원과 같은 인물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Q 배용준에게 조원이란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한 역할 모델이 있었는가.
A 배용준 그런 건 없었다. 있었다면 감독님이 내 역할모델까지 해줬던 것 같다.
Q 이미숙.전도연에게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씬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실제 조원 같은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말해달라.
A 전도연 매 씬마다 다 어려웠지만 특히 이모님과 대화할 때 NG를 많이 냈다.
그 순간의 숙씨부인 감정을 잘 잡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조원같은 바람둥이가 다가온다면,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냥 받아들일 것 같다.
이미숙 조씨부인은 보여지는 부분보다는 말로써 장면을 만들어가야 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대사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표정관리에 특히 신경을 썼는데 영화를 보니 그런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스스로 내 역할과 연기에 만족한다.
조원 같은 바람둥이가 나에게 접근을 하면 영화 속의 조씨부인처럼 기교로 넘기고 교제같은 건 안하겠다.
Q 이미숙.전도연에게 자신이 맡은 캐릭터들이 마음에 들었는가.
A 전도연 무척 맘에 들었다.
특히 사랑의 무모함이나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맘에 들었다.
이미숙 조씨부인은 여자의 양면성을 다 가진, 질투와 오기가 다 접해진 캐릭터다.
여자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역할일 거라고 생각한다.
Q 이미숙에게 내년이면 연기생활 25년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것에 대한 감회와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0대 초반의 남자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잘 맞추는 비결 같은 것이 있는지 알고 싶다.
A 이미숙 난 어떤 한 장르에 머무르는 연기보다는 여러 역할을 왔다갔다하면서 여러 역할을 해보는 걸 좋아한다.
내년에 연기생활 25년째가 되는건 나도 몰랐는데(웃음), 25년 간 연기를 하면서 뭔들 안해봤겠는가.
하지만 연기를 하면 할수록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지금껏 많이 해왔다라는 것보다는 앞으로도 할 게 더 많다라고 생각한다.
그냥 흐름에 따라서 가장 순발력있게 대처하려고 한다.
Q 이재용감독에게 대사대사마다 이어지는 표정의 변화들이 무척 재밌었는데 이런 건 직접 지시한 것인가.
그리고 그런 상황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건 의도한 것인가.
A 이재용감독 난 배우들 각자가 뭘하고 있는지 아는 캐릭터가 되길 원했다.
그런 웃음이나 상황들은, 의도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배용준이 상상치도 못했던 표정을 지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난 그런 것들이 모두 함께 만들어 낸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