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아라중학교 학교운영위원회가 졸업앨범 공개입찰을 적극 추진해 결국 1권당 1만5천원에 업체와 계약을 맺자 다른 학교들도 사실확인에 나서는 등 파장이 클 전망이다.
제주시의 경우 벌써부터 졸업앨범 계약을 마친 3개 중학교와 아라중, 3학년이 없는 한라중을 제외한 8개 중학교가 앨범계약을 보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서귀포시 모 중학교는 이미 4만여원에 졸업앨범계약을 맺었으나 지난 달 22일 아라중의 '믿을 수 없는' '초저가' 계약 성사로 학교운영위 회의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등 '계약 재검토'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재로선 아라중의 앨범공개입찰 결과에 대해 관망 상태이다. 이는 도내 대부분 학교의 앨범을 '독점' 계약해온 제주앨범인쇄협동조합측이 비조합원인 M업체의 수주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을 제시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제주시 A중학교의 학교운영위원은 "1만5천원에 졸업앨범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면서 "그러나 도내 다수 학교의 앨범을 제작해온 앨범조합 측에서 그 정도의 가격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4만여원에 앨범계약을 맺은 학교의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들의 추이에 따라선 십수년 전부터 중소기업육성촉진법에 의해 조합과의 수의계약방식을 '관례'적으로 인정해왔던 학교들의 추가 행동도 예상된다.
사실 지난달 말 결정된 아라중의 졸업앨범업체 선정은 입찰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는 사건이었다. 이를 두고 주변에선 이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사진앨범조합의 고육책이라느니 그래도 제작원가를 면밀히 계산한 데 따른 최소가라는 식의 평가가 나왔다.
제주도 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 관계자의 "아라중의 졸업앨범 낙찰가가 낮게 책정된 것은 '경험없는' 업체가 맡는 것보다 학교나 학생들을 위해 앨범제작을 전문으로 해온 우리(조합)가 맡는 게 나아서 손해를 감수했기 때문"이란 설명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제주지부의 한 관계자는 "아라중의 졸업앨범 공개입찰 결과를 상당수의 학교운영위원들이 잘 알고 있지 못한 듯하다"면서 "9월초 개학에 맞춰 설명문을 보내는 등 앨범가를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낮추어 학부모와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홍보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시 모 고등학교의 학교운영위원 K씨는 "졸업앨범뿐만 아니라 한 해 수십억원을 절약할 수 있는 동하계 교복과 체육복 가격의 '거품'을 없애기 위해 학교운영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일부 업체들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우리들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로선 '공'이 사진앨범조합을 비롯, 학교물품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에 넘어간 상태이다. 학교와 학부모의 '깨어난' 의식에 업체들이 공정하고 타당한 가격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할 경우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공동구매'와 '공개경쟁입찰' 방식의 전면 도입 등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