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송 안과를 가려고 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건너편 50대 중반의 그녀가 전화기로 대화를 하며 건너오고 있다.
귓등으로 들려오는 그녀의 말은 날씨는 무덥고, 아이들이 투정을
하며 밥을 안 먹어, 반찬에 신경 쓰여 스트레스라는 이야기를 한참
하더니 끊었다.
“어머나, 젊은이는 어떻게 몸 관리를 했기에, 아직도 처녀처럼
군살도 하나 없이 애들 엄마가 몸매 라인이 너무 예쁘네!“
갑자기 아들이 한말이 생각나 묻지도 않는 말을 건네며,
한평생 몸매에 자신이 없어 펑퍼짐한 옷만 입는 나는,
쫄 바지에 쫄티를 입은 그녀의 몸매가 너무 예쁘고 부러웠다.
스트레스라며 시무룩했던 그녀는 방긋 웃으며 내게 답을 한다.
“어머나, 어머니 그래요? 농담이래도 기분은 좋네요,
저도 살찔까봐 운동도 열심히 하고 먹는 것도 조심하며,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감사 합니다 어머니, 호호호“
갑자기 나도, 스트레스 쌓여 죽겠다던 그녀도 기분이 좋아졌다.
‘엄마, 자랑은 하지 말고 칭찬만하세요’
귀에 딱지가 앉게 잔소리하는 아들의 말이 짜증나,
내가 무슨 자랑을 그렇게 했다고 때로는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지만,
세살 먹은 아이한테도 배울 것이 있다고,
모처럼 효과100%로 울적한 이아침 써 먹었다.
우리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버스를 타고 앞으로 뒤로 흔들리는
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문혜 삼거리를 지나 승포회관 앞에서,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창밖의 어떤 여자가 헐레벌떡 땀을 흘리며 뛰어와 차에 오른다.
“어머나, 기사아저씨 돈 지갑을 놓고 왔어요.
다음에 만나서 드리면 안 될까요?“
기사는 황당한지 한참을 대답이 없다.
나는 얼른 그녀에게 차비를 꺼내 손에 쥐어 주었다.
그는 고맙다는 목례를 여러 번 하며 자리에 앉았다.
별것도 아닌 일인데 마음이 뿌듯하며,
보너스로 기분이 업 되어 더욱더 즐거워졌다.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안과로 들어가려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오니 헐레벌떡 그녀가 뛰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약방에서 꾸어왔다며 차비와 보너스로 마스크도 한 장을
건네주며 고마웠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오히려 내가 미안한 입장이 되어 버렸다.
대단한 것도 아닌 말 몇 마디와, 적은 돈을 주고받았을 뿐인데
칭찬과 좋은 일은 배가 되어 돌아오고, 나는 흐믓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2022. 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