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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구시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권영호
달구벌수필문학회 | |
'무의미와 카오스로 가득 찬 삶 속에서 의미와 로고스를 찾아서...'
문학동아리 ’달구벌수필문학회’는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 동인이다. 6년이란 긴 세월을 숙성시켜 최근 동인지 '수필과 지성' 창간호를 선보였다.
대구작가콜로퀴엄 수필스터디로 출범한 달구벌수필문학회는 수필가 장호병 씨를 지도교수로 매월 두 차례 심도있는 작품 평가를 통해 참신하고 개성있는 수필 쓰기의 질적 발전을 모색해 왔다.
처음에는 동인 이름이 '지산수필'이었으나, 동인지 창간호를 준비하면서 ‘달구벌수필’로 문패를 갈았다. 현재 달구벌수필문학회는 송복련 초대 회장을 비롯한 26명의 회원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저마다 거친 황무지를 개간하며 옥토를 마련하기 위해 문학적인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래서 송복련·오재광·피귀자 회원의 등단에 이어 강수정 회원이 김유정문학상과 평사리토지문학상을, 다음해 강대아 회원이 김유정문학상 수필부문에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또 송복련 회원은 신문칼럼 연재로, 김은영 회원은 대구문협 간사로, 이정숙 회원은 시흥문학제에서 수필부문에 대상을 받는 등 회원들의 활동도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은종일 회원은 가톨릭 평신도선교사와 장례지도사로 봉사활동에 바쁜 가운데 수필집 ’거리’(북랜드)를 출간했다.
회원들은 독특한 재주와 다양한 끼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달구벌수필문학회는 결코 혼잣소리 만을 내는 건반이 아니다. 30대 김영희 회원과 60을 넘긴 원용수 회원 사이에는 나이의 장벽이 없음을 노래방에 가보면 안다.
문학에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을 피부로 느끼며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막내가 노래를 하면 언니인 박정애·박태임 회원은 덩실덩실 춤을 춘다. 야무지게 달구벌의 살림을 꾸리고 있는 최란,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정경, 구미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순화·임수진, 아직 소녀같은 순수를 지닌 김산옥. 이들의 끼와 열정은 흑백 건반의 고유한 음색이 되어 달구벌이란 보다 큰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학회의 여성화가 두드러진 가운데 은종일(한전 경북지사장 역임)·원용수(교직 퇴임)·허재복(대구교대 교수)·박대환(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지현태(변호사)·박태우(경향신문 기자) 등 남자 회원들의 울타리도 든든하다.
수필의 맛은 여행이라고 했던가. 문학기행은 재충전의 기회이기도 하다. 마음 맞추어 떠날 때는 육십을 넘긴 선배도 삼십대의 후배도 한마음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 견학, 정지용 생가 방문과 경주 남산으로의 문학기행은 잊을 수가 없다.
천년의 향기를 지닌 마애부처와 보살상을 보면서 이들이 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미륵골 보리사 석불좌상에서 드린 간절한 염원 덕분인지 이듬해 김영순·오미현· 임수진·이순화·임은주·신은순·은종일 회원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등단을 했다. 다음해에는 박정애·강은미 회원이 등단의 절차를 밟았다.
잊지 못할 여행이 또 하나 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태백산의 주목을 보러 떠난 일이다. 새벽녘 서쪽으로 지는 달과 동해로 떠오르는 해를 동시에 바라보는 감격을 누리며 누가 글쟁이 아니랄까, 그 풍경을 다음 과제로 떠안았다.
회원들은 눈보라 속에서 밀어주고 끌어주며 정상의 천재단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던 기억은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좋은 수필은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는 데 회원들은 뜻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성형외과 교수인 박대환 회원은 "아름다움은 분내보다 땀내음에서, 자로 잰 듯한 규격적인 미(美)보다는 진지한 삶에 근거를 두었을 때 더욱 빛난다"고 한다. 오재광 회장은 “저마다 살아가는 길은 다르지만 수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너와 나가 없다"고 강조한다.
동인지 2집,3집도 멀지 않았으며, 창작의 샘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두레박을 내려야 하는 것이 회원들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대구 수필계의 평균연령을 조용히 낮춘 피아노 위의 흑백 건반들. 그들의 화음이 '수필과 지성'을 통해 매년 시민들에게 다가설 것이다.
-조향래기자 / 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