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쉐펑의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힘』 - 언제 봐도 수학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방랑객]

"정말이지, 언제 봐도 그렇다. 수학은 책 제목과 달리 내게 너무 멀리 있는 듯하다."

수학. 언제 봐도 참 만만찮은 과목이고 학문이다. 특별히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두 가지쯤 수학에 대한 악몽을 가지고 있을 듯싶다. 얼마나 힘들어 했으면 대입수능에서도 문·이과를 수학 과목을 나누어놓았을까 싶다.

그런데 이런 골치 아프고 지긋지긋한 수학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니 머리는 더욱 지근거린다. 요즈음은 그런 책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괜한 호기심이 발동해서 책을 집어 들어보지만 솔직히 머리 아프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류쉐펑의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힘』도 그런 책 가운데 하나이다. 책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수학적 원리로 설명함으로써 수학에 대한 재미를 일깨워주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뭐랄까, 나의 수학적 재미는 여전히 동면중이다. 깨어날 줄을 모른다.

어떻든 우리가 그저 생각 없이 가볍게 지나치는 주변의 많은 일들이 수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많은 수학 관련 책들이 이미 일상생활 속의 다양한 단편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수학적 원리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독특하다. 일상생활 속에 다루어지는 기기나 관념들에 수학 이론이나 모형이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학생들에게 특정한 수학적 모형을 설명하기 위해 일상 속의 문제가 동기유발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방식을 택한 것은 이 책은 말하자면 우리 같은 일반 독자들보다는 수학을 전공하려는 사람이거나 조금 범위를 넓히면 대학생들을 독자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책은 3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각각은 다음과 같다.

part 1. 사고편 : 이성적 사고로 세상을 통찰하는 법

part 2. 방법편 : 난제를 해결하는 전략과 기교

part 3. 학습편 : 잘 배우고 명확하게 표현하기

1편에서는 사고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이를 수학적 원리 속에서 구명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확률, 최소제곱법, 연립방정식, 합성곱, 컴퓨터의 프로세서, 희소성, 조건부 독립 등의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다, 물론 그 각각에 대해 간단한 일상 속의 사례가 제시되고 있다.

2편에서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의 수학적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양성 피드백과 음성 피드백, 최적화, 혁신적 사고, 큰 수의 법칙, 1부에서 제시된 최소제곱법의 다른 활용, 시행착오, 형태변환 등이 난제 해결의 전략과 기교로 제시되고 있다.

3편에서는 학습하는 방법에 대해 수학적 이론을 접목하여 설명하고 있다. 주동적 예측과 편차를 통한 학습법, 최적화된 학습 모델, 핵심부터 명확하고 간단하게 표현하기 등이 제시되고 있다.

요약하면, 1부에서 사고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쌓고 2부에서 수학 이론의 활용에 대해 익힌 다음 3부에서 이를 각자의 학습에 활용하라는 나름의 의도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독서를 취미로 하는 내게는 이해하기가 그리 용이하지 않는 곳이 더러 있었다.

특히 수학적 이론을 학습에 활용하는 3부는 오히려 대학생들의 학습을 더욱 어렵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영민한 두뇌는 내가 염려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책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내용을 잘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나름대로 수학적 사고를 유발하려고 다양한 사례를 동기유발 자료로 활용하고, 설명 역시 평이하게 하려고 했지만, 관련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닌 독자들은 난해한 수학 공식이나 이론에 허우적댈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아쉽다.

다만, 저자가 중국인이어서 중국의 고사가 인용되기도 하고, 중국의 현자들을 인용하기도 해서 다른 수학 관련 저서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덕분에 중국 고사 또는 현자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이 다행히 이 책이 주는 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