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부 계속되는 위협 3편
나는 아무리 내 몸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고 할 지라도 독질여를 맞
은 이상 내 몸 안에 어떠한 종류의 독물질이 부유하면서 여러 혈관을 통
해 내 몸을 헤집고 다닐지 모르는 상황을 방치하고 지켜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상처를 조금 짼 후에 입으로 피와 함께 독
을 빨아내어야만 가장 안전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해독제를 사용한다
고 하더라도 어떤 독이 사용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해독제
를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결코 상황은 만만하지 않았다.
내가 그 독질여를 맞은 부위가 나의 오른쪽 허벅지, 그것도 안쪽의 허벅
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보자.
그 부위에 난 상처에 직접 입을 대고 빤다는 것은 요가를 전문적으로 배
워온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가능할지 가능하지 못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
황이다. 그런데 설마 몸도 유연하지 않은 내가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까?
결론은 절대 불가능이라고 하는 아주 일반적인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자니 어마어마하게 찜찜했고 또 어떤 치명적
인 결과를 가져올지도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방치할 수는 없는 노
릇....
그렇다면 결론은 단 하나!!!
누군가가 대신 입을 대고 빨아주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 바로 그 한가지
남은 결론이다.
그 방법이 내가 요가를 배워서 나 스스로 빨아내는 방법보다 더 효율적이
면서 안정적인 방법임에 틀림이 없었다.
나는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
렸다.
우선 지혈상태는 완전히 마친 상태였다.
피가 나오는 것을 멈추게 하기 위한 지혈이라기 보다는 독이 더 이상 퍼
지지 않게 하기 위한 지혈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 과정인 누군가가 내 허벅지에 '입을 대고' 빨아낸다는 과
정에서 우리는 현실과 이상의 크나큰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우선 주변을 돌아보았다.
지금 현재 대부분의 다물회원들과 성기사단들은 자신들의 일을 하느라고
바쁘다.
바로 어딘가에 있을 침입자에 대한 경계와 부상자의 후송이 그 것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저 사람들과 나는 별 친분도 없는 사이인데 그런 것을 부
탁할 수는 없었다.
그 다음.....여자들은 완전하게 제외되었다.
상상을 해보자...
어떤 여자가...그게 누구든지 나의 허벅지...그것도 '안쪽'의 허벅지에
입을 대고 피를 빤다......
.............................
.................................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자유자재로 그려낼 수
있는 나이정도는 되었으니 마음껏 해보자....바로 상상하고 있는 그 상황
이 연출되고 만다.
그렇다고 남자가 한다?
이건 조금 더 심각한 오해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루트였다.
나도, 빠는 사람도 변태는 아니란 말이다.
그럼...........이걸 대체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으으......나한테 독질여를 던진 그 놈.....잡히기만 해봐라.....반 죽여
버리겠다.
우선 나는 어쩔 수 없이 찜찜하고 후에 어떤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지
는 모르지만 그냥 방치하기로 했다.
우선 독이 퍼지지는 못하니까 천천히...하면 안되겠군....빨리 독질여에
묻어있는 독의 성분을 분석해서 해독제를 만들어서 복용하던지........해
야겠다.
"견딜수 있겠어?"
우찬이 조금은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독에 대한 걱정을 하는 거겠지.......조금은 생각이 있는 놈이니까...
"뭐...몇 일 동안 별일이야 있겠어?...금방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 것으
로 보아서 누군가를 죽이거나 하는 용도의 독은 아닌 것 같고.....협박
용 같은데............."
"으음.........어떤 독을 사용했는지 안다면 금세 해독을 할 수 있을 텐
데요... ...그냥 일반적인 소설에서처럼 무작위로 안티포이즌을 사용한다
고 해서 다 풀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곤란해요...."
아키코상의 한마디였다.
"그러게 말이야.......지금 같은 부위에서는 누군가가 입을 대고 빨 수
도 없는 노릇이잖아. 아님 빨대를 대고 빨아본다면 모르지.."
"으윽....."
정문일침이라고 하던가? 방금 전의 키타가와의 한마디는 정말로 그러했
다.
"뭐 별일 있겠어? 그것 보다.........그 침입자... 확실히 은신(隱身)술
의 고수였어. 거의 초절정급의..."
"으음...."
모두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은신술은.....웬만해서는 심안으로 감지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어느 '경
지'의 이상으로 올라서면 절대 감지가 불가능해요...."
"설마 이번에도 네크로맨서들일까?"
"설마...그렇게 당해놓고?"
"그렇게 때문에 이런 치졸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뭐....밝혀지기 전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어쨌든........."
"주변을 지켜야지....."
우찬은 긴급하게 편성되었던 다물회원들을 적절하게 재배치 시켰다.
우선 아무리 넓은 뜰이라고 하더라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숫자가 배치
되어 있다면 효용성이 무척이나 떨어지고 자리도 좁다...게다가 이 대련
장이 있는 장소는 빌딩안의 바깥공간이기 때문에 그리 넓다고 할 수는 없
었다.
우찬은 건물 전체에 적절한 인원들을 배치시킨 뒤에 마이에게는 정문 쪽
을, 카오리에게는 후문 쪽을 부탁했고 민경훈과 운사인 정인현에게는 옥
상 쪽을 부탁했다. 상대가 얼마나 빠른지는 몰라도 이 빌딩의 높이를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점프실력을 지니지 않은 이상 아직은 빌딩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물론 건물의 옥상에서 정밀하게 던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
지만 내가 발견한 독질여에 붙어있는 가느다란 실은 그러한 가능성을 없
애주었다.
이기어검술을 사용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것과 또 이기어검술을 사용
한 독질여의 공격이었다면 이런 작은 상처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
적인 견해였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만독불침이나 금강불괴 따위의 경지에 아르지는 못
했기 때문이다.
뭐 안타까운 이야기일 뿐이다.
....................................
.........................................
그런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내 몸에 있는 수많은 상처와 오른쪽 허벅지
에 나 있는 깊은 상처에 나는 끙끙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하아......................"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독의 성분이 밝혀지는 순간 나의 해독약의 종류 또한 밝혀지게 되리
라....
그 날을 기다리는 것이 지금 내 우선 해야 할 일인 것이다.
때는 6월 13일...........
마침내 내 몸 안에 상주하면서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나에게 악영향
을 끼치고 있던 독의 성분이 밝혀졌다.
하지만 아는 것이 병이라고 했던가?
지금 그 속담이 나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아키코상 왈(曰).
"상당히 희귀하네요. 어떻게 시독자는 이런 독을 조합할 생각을 했을까
요? 정말 누군지 얼굴한번 보고싶네요.........."
"어떤 종류의 독이 사용되었는데요?"
내가 독에 당한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뒤라 나의 관심사는 저절로 독
에 대한 지식으로 옮겨갔고 그 옮겨갔던 관심사에 따라 상당량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으니 독의 이름을 말한다면 거의 대부분 알 수 있을 것이
었다.
"에 그러니까 정말 희귀하게도 재료는 히말라야의 높은 산 속에서만 살면
서 거의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구천역사(九天逆蛇)라는 이름의 극
악한 독사의 독주머니와 사하라 사막에 서식하고 있는 모든 전갈들 가운
데 가장 특이한 형태..........그러니까 두 개의 꼬리를 지닌 쌍미전갈이
라는 이름의 스콜피온의 독이 주원료로 하여 잡다한 독이 들어갔는데 그
가운데 배합이나 비율의 조절이 조금만이라도 실패했더라면 투입되는 즉
시 사람 따위는 죽지 않는 것을 신기하게 여겨야 할 정도니까요..물론
그 투입되는 대상은 어느 정도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
겠지만요........물론 이 것은 비율이 잘못 조합되었을 때의 이야기에
요."
"그럼....제대로 비율이 맞아 떨어진다면요?"
"글쎄요........투입 된지 1달 뒤에 사망........할지도 몰라요.."
"................아하핫....재미있는 농담이었어요..아키코상."
후우...나는 또 언제나의 아키코상의 마이 페이스에 말려들 뻔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수없이 많이 당해왔던가....이번에도 처음에는 철렁
했지만 면역이 되었기 때문에 곧 냉정을 되찾고 농담으로 치부하고 웃음
으로 대답할 수 있었다.
"저기....이번에는 농담이 아니에요..."
아키코상의 얼굴에는 어느새 그림자가 져있었다.
어두운 얼굴....동시에 내 마음도 어두워진다.
설마..........
"정말인가요?"
덩달아서 내 목소리도 진지해진다.
나는 이 다음순간에라도 얼른 아키코상이 웃으며 농담이에요..하기를 바
랬다...........
"안타깝지만.......그리고..그 해독제를 어디서 구할지....더욱 막막하고
요...."
아키코상과 나만이 앉아있는 이 자리에는 어느새 무거운 적막감과 암울
한 미래가 자리를 비집고 들어차 있었다.
"해독을 하기 위한 약을 제조하는 것 자체도 어려울뿐더러 그 제조를 위
한 약을 구하는 것 역시 극악의 난이도를 포함하고 있어요....정말.....
미안해요..."
아키코상이 미안해할 것은 없다.....
구천역사의 독주머니와 쌍미전갈의 독.............
나도 이름은 들어본 독이다.....아마도 목격한 책의 이름이 '세계의 극악
하고 휘귀한 독들; 이라는 이름의 책이었다...물론 그 책은 영어로 된 책
이었다.
그리고...그 각각의 독들의 무서움도..........
"하지만 그 해약을 위해서 필요한 재료들의 이름은 알아요....만일 재료
만 구해본다면 제가 어떻게든 해약을 구해볼텐데....."
나는 그 다음의 말이 별로 귀에 울리지 않았다.
어쨌든 엄연히 그 해약은 존재한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아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재료가 무엇인데요.?"
그러자 아키코상의 얼굴은 조금 더 어두워졌다.
"태양신궁안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태양초, 북해빙궁 안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한동화, 그 넓은 백두산 어딘가에 단 3뿌리만 남아있다는 천상노
초라는 별명의 '루베라'만 있다면 재료는 다 갖출 수 있어요........"
으음........나는 그 말을 듣고 다시 의욕이 한풀 꺾였다.
결코 만만한 이름의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내가 풍백으로서의 힘을 완전하게 찾지 못한 이상은 말이다.
나의 미래는 조금 더 암울해진 기분이었다.
"그리고......이제 남은 시간은 단 25일..........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구하기가 절대 불가능하죠..."
쐐기를 박는 한마디였다.
나는...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의 미래가 조금 더 암흑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리고
거기에는 의외의 사람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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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컴을 봉인당했습니다.
그리고..유이치도 조금은 당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군요...호되게./.....우웃. 어쟀든..늦어서 죄송합니다.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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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논ss겸 패러디 39편 계속되는 위협 3편..
길가메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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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4.2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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