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덕은 다함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횃불에서 많은 사람들이 각기 횃불을 들고 가 밥을 짓고 어둠을 밝혀도 처음 횃불은 다름없으니 덕도 또한 이와 같다." (사십이장경)
덕을 베풀면 복을 받게 됩니다.
덕을 베풀어 나누어도 그 덕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횃불과 같이 다른 횃불뭉치에 불을 붙여가도 본래의 횃불은 작아지고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횃불을 백 개 천 개를 붙여가도 절대 적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붙여간 횃불이 하나 더 늘어날 뿐입니다.
그래서 그 횃불이 방을 덥히고 어두움을 밝히고 밥을 짓고 그밖에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는 불로 쓰이는 것입니다.
하나의 횃불이지만 그것은 나눌수록 그 불의 가치가 확대됩니다.
사실 여러분들이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보살펴주면 그 사람이 힘을 받고 기쁘게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도와준 사람은 크게 힘들지 않고 오히려 도와주는 일을 통해서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박덕한 사람을 보면 흔히들, '저 사람은 사람 됨됨이가 못 되어서 덕이 없고 복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덕을 쌓지 못하고 수행과 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덕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덕이 없어 보이는 그 사람에게도 사실은 무량한 덕은 갖추어져 있습니다.
덕은 죄인에게도 갖추어져 있습니다.
살인자에게도 덕은 갖추어져 있고 부모를 죽이고 부처님을 비방하는 사람에게도 덕은 갖추어져 있습니다.
모두가 생명을 가지고 사는 것처럼 덕은 각자에게 다 갖추어져 있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덕을 쓰는 선업을 짓지 않고, 쓰는 습관을 익히지 않아 쓸 줄 몰라서 박복하게 보이는 것뿐입니다.
일상적인 삶을 통해서 자비스럽게 덕을 베풀면 그 사람도 덕스러운 상호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사십이장경>을 통해서 우리에게 덕은 무량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시고 계십니다.
각자가 다 불성과 덕을 갖추고 있고, 그런 덕을 베풀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과 덕을 베풀며 살라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목적입니다.
부처님의 제자라면 이 중요한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달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덕을 베푸는 삶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과 삶에 대한 시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보잘 것 없는 자신에서 덕성을 원만히 갖춘 사람으로, 개인주의적 삶에서 대승적 보살의 삶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개인이나 가정의 범주에서 벗어나고 자신은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 지옥, 아귀, 축생, 수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한공덕의 삶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지홍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