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버스에서 힘겹게 시간을 보내고 괜히 왔다고 후회를 하며 한계령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6일 전에 지났던 된비알을 치고 귀청 삼거리로 올라 찬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암 능과 전에 없던 데크 전망대로 올라서니 여명이 밝아오며 붉은 기운이 온통 설악산을 감싸 기분이 풀린다.
끝청 가기 전의 1460.7봉에 올라 삼각점을 찾는다고 한동안 돌아다니다가 족적들이 어지럽게 나 있는 사면으로 들어가면 많이 쇤 나물들이 여기저기 모습을 보이고 어느 정도 뚜렷한 산길이 형성되어 있어 놀라게 된다.
누운측백들이 깔려있는 너덜지대를 조심스레 통과해 청봉골의 상류로 내려가 비박을 했는지 아니면 위에서 떠내려왔는지 널려있는 비닐과 옷가지들을 바라보며 라면과 어묵을 끓여 아침을 먹고 수수하게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가니 간간이 선답자의 표지기들이 걸려있고 여기저기에 만병초와 땃두릅나무들이 군락으로 펼쳐진다.
곰취들을 따며 쌍용폭포 상단으로 내려가 용아장성을 한동안 감상하다가 폭포를 오른쪽으로 우회해 짧은 밧줄이 걸려있는 절벽을 통과해 봉정암으로 이어지는 일반 등로로 내려가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봉정골 산행은 포기하고 수렴동계곡을 내려간다.
주위에서 잘 안 보이는 계곡으로 들어가 돼지고기와 곰취 쌈으로 점심을 먹고 수렴동대피소를 지나 영시암에서 남은 양주와 더덕주를 나눠 마시고는 부지런히 달려서 곰골과 길골 갈림길들을
지나 백담사에서 만원 버스를 타고 용대리로 나간다.
단골 화장실에서 대강 얼굴과 손을 닦고 알탕을 하고 오는 일행들을 기다려 용대리로 나가 중국집에서 콩국수와 짬뽕으로 뒤풀이를 하고 산악회 버스를 기다려 개운하게 서울로 돌아온다.
첫댓글 찍은 사진이 비슷비슷해요 ㅎㅎ
그 사진이 그 사진이지요...
설악은 설악입니다.
새벽 풍경이 너무 좋았습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킬문님
산을 닮아서 세상을 품고 여유로운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아주 간만에 산행해서 걱정했는데...
덕분에 즐거웠슴다~^^
오랜만에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곰취가 좀 쇠어서 사모님에게 좋은 소리나 들으셨는지 모르겠어요...^^
계곡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션한 계곡에서 괴기 냠냠~ 끝장이네요. ㅎㅎ
몰래 궈먹는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