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순봉(玉筍峰)과 구담봉(龜潭峰) 기행문 "(143)
2011.10.19. 예당 류재호
조선 인조때의 문신이자 학자인 신흠(申欽) 선생의 수필중에 "야언野言" 이라는 글이있다. 즉 전원에서 꾸밈없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말하는데. 신흠 선생은 여기서 인생에 중요한 3가지 요소를 강조했다.
좋은친구.좋은책.좋은경치을 찿아 가는것. 바로 그것이다. 세파에 시달려 심신이 지칠때마다 선생이 낮고 차분한 어조로 들려주는 꾸밈없는 이야기를 듣노라면 마음에 청량한 솔바람이 불고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가 절로 들려 오는것다.
문을나서서 마음에 드는 경치를 찿아가는것.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즐거움이다.
오늘도 우리 산사랑가족 추녀추남(秋女秋男) 50 여명은 청풍명월 우리고장 제천과 단양에 위치한 옥순봉과 구담봉. 만추의 풍광을 보고싶어 7시30분 출발. 10시경 계란재에서 하차하여 이병국 산대장님의 인솔에 따라 삼거리 능선을 지나 옥순봉을 오른다.
가을 하늘이 어느새 온통 물들었다. 산마다 빨갛고 노란 단풍으로 치장했다. 일엽지추(一葉知秋). 나무잎 하나가 변하는것만으로 가을이 깊어옴을 알수있다. 매혹적이지만 그 시간은 짧다. 앞으로 한달내 세상과 작별하고 땅으로 되돌아가야할 운명이니까. 이같은 애절함 때문일까 시인들은 단풍을 보면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곤했다
"보고싶은 사람 때문에/
먼 산에 단풍/
물드는/
사랑/ (안도현의 '단풍')".
뛰어난 경관으로 소금강이라 불리기도하는 옥순봉(玉筍峰)은 구담봉과 함께 단양팔경(하선암.중선암.상선암.사인암.구담봉.옥순봉.도담삼봉.석문.)의 하나다. 희고푸른 여러개의 봉우리가 마치 대나무 죽순(竹筍)과 같다고해서 옥순봉이라 불린다.
옥순봉 정상에 올라 청풍호(淸風湖)을 바라본다. 청풍명월(淸風明月). 바람은 맑고 달은 밝으니 이태백이 부럽지않다.
청풍호는 우리가 사랑하고 자랑하는 '내륙의바다'다. 내륙(內陸)안에 산과 호수를 품고있는 긴 물줄기 그 이름이 바로 청풍호수다.
청풍호란 이름의 사연은 조선시대 청풍면이 하나의 고을 이었으며 이곳의 청풍 김씨 가문에서 조선시대 왕비가 둘이나 나왔다.
숙종대왕의 어머니이자 현종비인 명성왕후(1642ㅡ1683)와 정조비 효의왕후(1753ㅡ1821)가 그 주인공이다 뿐만아니라 정승 8명. 대제학3명이 배출 되었으므로 청풍호라 불리고있다. (대제학大提學은 홍문관弘文館. 예문관藝文館. 의 으뜸 벼슬로 정이품正二品의 벼슬자리다) 구담봉(龜潭峰)으로 오른다. 철 난간으로 바위길이라 힘이 배로든다. 정상으로 오르는길은 주변이 온통 송석기묘(松石奇妙:소나무와 바위가기이하고묘함) 하며 수천년의 세월이 이어지고있는 자연의 모습은 정감이 넘치며. 암석들 주변으로 울긋불긋 물들어있는 단풍들은 마치붉은 벽돌로 쌓은 성벽같다.
힘겹게 정상에 오르니 그림같은 호수에 유람선이 오가며 구담봉과 옥순봉이 함께있어 더욱 아름답다. 높이솟은 금수산과 이마가 훤이 비치는 말목산도 그림같으며 앞으로는 제비봉이 날렵하다.
호수건너 우측편에 기생 두향의 묘도 보인다 조선시대 최고 유학자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ㅡ1570) 선생이 단양 고을 원님일당시 13세에 기적에 오른 기생 두향이 헌신적으로 퇴게 선생을 모시다가 그와 이별후 두향은 강선대가 내려다보이는 산마루에 초막을 짖고 수절을 하다.
세월이흘러 퇴계가 타계하자 신주를 모셔놓고 초혼가(招魂歌:죽은사람의 넋을부르는일)를 부른후 부자탕을 마시고 26세의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퇴계의 마음을 사기위해 두향이 선물한 매화를 도산서원에 옮겨심었으며 6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퇴게 이황이 남긴 마지막 유언은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어라' 는 것이었으며 오늘날 사용하는 1천원권 지폐에도 퇴계의 얼굴과 함께 도산서원의 매화나무가 담겨있다.
남한강 자락에 장엄하게 치솟은 구담봉은 거북이를 닮았다하며. 물속에 비친 바위가 거북무뉘를 띄고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옥순봉과 구담봉은 원래 청풍에 속했으나 당시 단양군수로 재직하던 퇴게 선생이 돌벽에 '단구동문(丹丘東門)' 이라고 암각해 단양의 관문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조선 인종때 백의 재상이라 불리던 이지번이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하였는데비학을 만들어타고 왕래하니 사람들이 신선이라 불렀다.
이 외에도 빼어난 절경을 이루고있는 단양팔경은 조선왕조 개국공신 정도전을 비롯하여 퇴계이황.진경산수화를 추구한 단원 김홍도. 영조가 어린시절 그림을 배운 겸재정선. 등 명인들이 은거하며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중국의 후난성 동정호 남쪽 소수와 상강이라는 두강이 합류하는 곳에서 아름답게 연출되는8가지를뜻하는곳) 보다도 아름다운 곳이라 예찬하던 곳으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유서깊은 명승고적들이 산재해있다.
3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뒤풀이 하산주로 송석회장님의 건배에 따라 건배후 일찍 귀가했다. 다음 산행은 울릉도와 독도 1박2일로 회장님을비롯 하여 모든 회원님들 즐겁고 무사히 잘 다녀오십시요.
필자는 다녀온 곳으로 이번에는 불참하고 산우들과 함께 번개산행으로 대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