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싸묵싸묵 논두렁길
헤쳐오는 발걸음에
익어가던 황금빛이
덩달아 묻어 오네
모처럼 한가롭게
가을 타는 중이온데
가슴 속에 막힌 심사
소창이나 하여볼가
고문연구 회원님과
좋은 때로 날을 받아
군위 방면 당일 여행
이것저것 준비하니
절편떡과 쑥버무리
햇밤 주워 삶아 놓고
오랫만의 단체 여행
두근두근 기다렸네
오늘 하루 순간순간
천금 같이 즐기리라
오천년의 역사 지닌
동방고토 우리나라
경북 군위 곳곳에도
불교성지 많았으니
삼국유사 일연선사
주석하던 인각사에
삼국유사 테마파크
일연스님 축제열고
천년고도 석굴암의
모태가 된 삼존석굴
국보 109호 지정된
아미타불 삼존여래
그밖에도 명승명소
열거하기 어려우니
오늘 답사는 세 곳만
예정하고 시작하네
네티즌이 선택한
아름다운 간이역
중앙선 화물차가
서지 않고 지나가는
화본역의 노거수와
아름다운 급수탑
라푼젤 탑 아래서
화전가를 읇조리니
오랜 적막 깨트리는
내방가사 한자락에
화본역사 천정그림
청룡이 꿈을 깨네
가을 역 앞 식당에는
닭개장도 별미인데
여행길에 먹는 재미
무엇보다 호사라네
군위천 물길 따라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 방문하여
두루마리 풀어내니
절간 같던 빈 집이
곡조에 화답하고
탐방객도 경청하며
분위기에 젖어드네
영화 속 주인공이
소울푸드를 만들던
사랑채 부엌에는
온기 아직 남아있고
둑방길을 내려가서
참방참방 개울 건너
강 가의 수양버들
한가쟁이 꺽어와서
기차도 서지않고 그냥
지나가는 작은 마을에
뿌리 내려 이름 없이
살다 간들 어떠리
이루지 못할 끝 없는
상념에서 벗어나
갈 곳 많은 군위 명소
또 어디어디 있나
부림 홍씨 세거지인
한밤마을 찾아들어
팔공자락 옛 절터
범종을 매달았던
웅장한 다섯간 정자
노래헌에 높이 앉아
한기화 해설사의
명품 마을 소개 듣고
현장 안내 받으면서
몇군데를 둘러보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언을 생각는다
천년의 돌담 위에
와송꽃이 피어나고
태고의 암석에 핀
이끼꽃이 켜켜인데
꼬불꼬불 탐방로에
서려있는 옛이야기
저 마다 품고 있는
사연들이 궁금한데
조금만 귀 기우리면
비밀 얘기 들려줄듯
천년세월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인데
사람사는 세상이야
어디라고 다르랴만
인의예지 확철한
양반고을 임에야
정자를 격하여서
두 마을로 나눠지니
웃마을에 전주이씨
의흥예씨 세거지요
아랫마을 충절가문
부림홍씨 옛터라네
산중마을 해 짧으니
행장을 수습하여
귀로에 오르려니
미진함이 남았는데
오늘 우리 머물렀던
그 자리 잊지말고
다시 한번 같이하길
손 맞잡고 기약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