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 카드웰 뉴콜스 박사는 “정서적으로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생후 초기에 발달되는 두뇌의 특정 부분과 연관되어 있다. 이 시기에 정신적인 충격이 반복되어 건강한 발달에 심각한 방해를 받으면 아이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한 “어릴 때 받은 심한 스트레스는 어른이 되어서도 기쁨과 흥분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경고한다. “심한 경우 이때 받은 충격 때문에 우울증, 중독, 정신분열 등 정신질환을 비롯해 다양한 신체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질환들은 어릴 때 반복적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들과 관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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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부모가 자신이 아이의 욕구를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아이 또한 부모에게 문제가 있어서 자신의 내면아이가 병들어간다는 것을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알코올의존증이나 표면적인 갈등으로 나타난다면 문제 파악이 쉬워 치유가 쉽다. 그러나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 원인이 숨어 있다면 문제를 쉽게 파악할 수도 없고 치유하기도 어렵다.
사랑을 주기보다는 자신을 포기하고 남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으로 아이를 훈련시키면 아이는 상호의존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상호의존증은 자신의 의견과 감정, 반응을 억제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다른 사람들의 욕구에 지나치게 초점을 둔 채 자신의 욕구는 돌보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아이를 억누른다. 감정을 억제하다 보니 날마다 겪는 상실을 슬퍼하지 못하고, 결국 성장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는다. 상호의존증은 배려와 닮은 부분이 많아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동학대는 생각보다 범위가 넓다. 예를 들어 성적 학대에는 부모가 바람을 피우는 것, 성적인 경험이나 농담을 무신경하게 말하는 것, 아동이나 청소년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행위, 불필요하게 성적 자극을 일으키는 행동 등이 포함된다. 이런 식의 학대는 뿌리 깊은 죄의식과 수치심을 유발시키고, 그로 인한 불편한 감정들은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어른이 되어서까지 따라다닌다.
“남자니까 씩씩하게 자라야해.” “여자애가 그렇게 굴면 안 돼.” 등의 말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 화가 난 부모가 “부끄러운 줄 알아라.” “너 정말 못됐구나.” “넌 아직 한참 멀었어.” 같은 부정적인 말로 자녀를 책망하는 것 또한 아동학대다. 믿고 의지하는 사람에게 듣는 부정적인 말은 자신이 정말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하세요”
치유의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다. 감정은 자신을 인지하는 수단이다. 세상에 대한 반응이며, 살아 있음을 느끼는 방법이다. 감정의 흐름이 막히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병이 생긴다. 감정을 인식하고 공유하고 받아들인 다음 자유롭게 풀어놓으면 건강해지고 자연 상태 그대로 내적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이렇게 느낀 감정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이다.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면 감정에 대해 더 확실하게 인식하게 된다. 감정 공유의 대상은 자신을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지지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적당한 사람이다.
만일 대상을 잘못 정해서 감정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감정의 피해자처럼 굴거나 무작정 감정에 이끌려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 감정을 자유롭게 느끼면서도 한 걸음 떨어져서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펼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표현하면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문제가정의 아이들은 공격적이거나 남을 조정하거나 물러나 있는 법을 배우며 자란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얻지는 못한다.
그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분명히 표현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그 방법을 배울 기회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자아 치유교육
‘마음이 따뜻한 아이’,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하지만 똑똑한 아이를 위한 지식 주입식 교육은 선행하면서 정작 아이를 지탱해줄 내면성장에는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이 우리 부모들의 현주소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자아를 치유해줄 힐링교육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근 각광받고 있는 내면치료법들을 소개하고 그 효과에 주목해본다.
미술을 통한 내면 힐링 ‘미술치료’
미술치료는 미술(art)과 치료(therapy), 두 영역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과 생각들을 미술활동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심리적 답답함을 해소하고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유도해 자아성장을 촉진시킨다.
어떤 아이에게 필요할까_심리적 충격을 받거나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신이 겪은 일들을 더 자세히 전달할 수 있다. 그림은 정서 표현이 서툰 아동들에게 중요한 표현수단이 되기 때문. 불안감과 우울증을 감소시키는 등 전반적인 심리치료에도 유익하다.
어떤 효과가 있을까_미술치료는 보통 우울증, 불안증, 스트레스, 발달장애, 기타 정신과적 질환은 물론 신체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행해진다.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 ‘음악치료’
흔히 음악은 즐거움을 위한 유희의 수단으로 여겨져왔지만, 음악치료사들은 그 안에 내재된 힐링 효과에 더욱 주목한다. 그저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에 무언가 닿아 무의식적인 치유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에게 필요할까_음악에는 국경과 나이가 없듯 음악치료도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젖먹이 유아부터 성장기 아동과 청소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가능하다.
어떤 효과가 있을까_심리적 장애나 신체질환을 갖고 있는 아동의 정신적 고통을 경감시키고 완화시킨다. 치료방법은 다양하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은 물론 노래, 기악연주, 작곡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뤄진다.
운동 효과에 정신적 교감까지 ‘승마치료’
승마는 말의 움직임에 적응하면서 균형감각을 발달시키고 몸의 유연성을 길러 올바른 신체발달을 돕는 전신운동이다. 말을 친구로 받아들이면서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이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과 대담성이 생겨 내면이 튼튼해진다.
어떤 아이에게 필요할까_재활 승마치료는 주로 지체장애, 언어장애, 과잉성 행동장애, 자폐증, 발달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어떤 효과가 있을까_말의 움직임이 말을 탄 사람의 관절을 움직여 인대를 강화시킨다. 경직된 근육조직의 이완작용, 심폐 기능 촉진 등 신체적 장애의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 아울러 말과 상호작용을 통해 적응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안정되며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자연에서 얻는 힐링 ‘원예치료’
원예치료는 인위적으로 행해지는 여타 힐링법과 달리 음이온이 풍부한 자연 속에서 이뤄진다. 아이들은 심리적 안정을 얻고, 테라피 효과가 있는 식물들을 가까이 접하며 신체 기능을 개선해나간다.
어떤 아이에게 필요할까_최근 자연학습을 통한 내면정화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장애가 있는 아동부터 일반 아동에 이르기까지 치료 대상의 제한이 없어지고 있다.
어떤 효과가 있을까_원예치료의 핵심은 음이온이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음이온은 세포를 활성화시키고 혈액을 맑게 하기 때문에 신체적 성장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면역력을 높이고 알레르기 체질을 개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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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예술을 통한 심리치료 ‘미술 힐링’
고윤영 미술치료사 (정여주미술치료연구소 02-402-3001 www.jbaum.kr)
미술치료의 과정 및 방법은?
일반적으로 초기 상담을 통해 치료 여부를 진단받는데, 이때 심리검사가 병행됩니다. 치료가 결정되면 치료의 목표와 형태(개인 또는 집단, 횟수, 기간, 시간) 설정 후 본격적으로 진행됩니다. 치료기간은 초기에 세운 치료목표와 개인적인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 치료의 경우 보통 주 1회로 50~60분 정도 진행하는데 내담자의 심리적, 신체적 상태에 따라 주 2~3회에 걸쳐 진행하기도 합니다.
치료 초기단계는 내담자에 대한 정보를 얻는 시기이자 치료사와 내담자 간의 신뢰 형성 시기입니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미술활동에 대한 방향을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됩니다. 중기단계는 신뢰관계를 형성해 구체적인 미술활동에 들어가는 시기로,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성을 보이는 때입니다.
이 시기는 치료사와 내담자가 협력해서 문제를 다루게 되고, 치료사의 계획이나 의도보다 내담자 스스로 활동을 주도해갑니다. 이때 내담자는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시도하는데,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의식이 확장되고 내적인 힘이 생깁니다. 후기단계는 치료목표로 세운 내용들이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내담자는 자신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실제적인 면에도 관심을 보이며, 적응 능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정신치료 및 내면성장에 어떤 도움을 주나?
최근 대중매체를 통해 본 학교의 모습은 부정적입니다. 폭력, 집단 따돌림, 게임중독, 자살 등과 같은 일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만큼 자주 기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많은 아이들은 불안, 강박, 위축, 무기력, 우울, 품행장애, 인성문제, 자살충동을 느끼며 정서적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때 미술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동의 경우 창의성, 자주성, 사회성이 향상되고 정서불안, 공격성, 또래관계에서의 어려움에 조기 접근해 해결이 가능합니다. 청소년의 경우 정체성, 탐구력, 사회성, 자신감, 자아통제력, 인성발달,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됩니다.
청소년기에 경험할 수 있는 집단 따돌림, 우울, 시험에 대한 불안, 부모와의 대화 단절 등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성인의 경우 심리적, 정신적 문제와 병의 치유뿐 아니라 대인관계 갈등, 심리적 문제에 대한 이해 및 통찰을 통해 변화와 성장을 돕습니다.
미술이라는 예술적 경험은 안정된 환경에서 과거의 정서적 위기들을 다시 체험하는 것으로, 억눌린 정서적 고통을 분출하며 문제를 스스로를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미술치료는 모든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는 창의성을 회복시키고, 현실에 대한 자각 능력과 적응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각자의 고통을 극복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이 창작자라는 사실은 곧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삶을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며 그러한 능력을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최근 아동들의 내면치유를 위해 미술치료가 선호되는 이유는?
현대는 삶의 질이나 인간의 내면, 정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술치료에 대한 인식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술치료의 효과나 이점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미술치료에 있어서 가장 민감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미술치료사에 대한 중요성은 다소 간과되고 있습니다. 미술치료사는 기본적으로 정신의학, 인간학, 철학, 심리학, 교육학, 사회학 등 전문교육을 받고 임상실습, 슈퍼비전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미술에 대한 지식, 미술활동에 대한 이해와 해석 능력, 미술 매체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 등의 바탕이 되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에는 다양한 미술치료사 양성 과정이 있지만, 경험과 자기 탐색이 부족한 치료사가 단기간의 준비만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성적, 전문적 자질을 갖춘 치료사에게 미술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기획 백은영 기자 | 취재 두경아·임언영 ·최정주·유슬기 기자 | 참고도서 《지친 내 몸과 마음을 위한 영혼의 식탁》, 《세로토닌 하라》, 《위로》, 《부모와 아이의 내면을 치료하는 힐링육아》| 그림 <비닐봉지풀>(느림보 그림책) 발췌 | 도움말 정여주 미술치료소, 자연요육원, 서울대학교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