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과 호랑이’
<속담 1> 호랑이 담배 피울 적
호랑이가 정말 담배를 피울까? 그럴 리가 없다.
호랑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싱싱한 살코기이다. 사슴, 노루, 산돼지, 산토끼같은 포유류의 살코기를 가장 좋아하지만 배가 고프면 날짐승, 파충류, 양서류, 물고기 등을 먹기도 한다.
‘호랑이 담배필 적~’하면 할아버지 호랑이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야생에서 15~20년 밖에 못 살고, 사육되는 호랑이는 20~25년을 사는데 야생호랑이는 사냥, 경쟁, 체온 조절 등에 에너지가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속담 2> 호랑이 굴에 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
‘정말 호랑이를 잡으러 굴에 찾아 하나?’ 야생 호랑이는 눈덮인 곳, 습한 곳, 건조한 곳 등 어디든 살지만 주로 은둔하기 좋은 울창한 산림지대에 사는 것이 보통이다.
여름에 더위를 식히기 위해 잠깐씩 냇가나 동굴에 가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살지는 않는다.
특히 시베리아 호랑이는 사시사철 눈이 뒤덮인 침엽수림이나 낙엽림, 습지에 살고 있다. 그러니 동굴에서 호랑이를 찾겠다는 생각은 야무진 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새끼를 잡겠다? 암컷 호랑이는 2~3마리의 새끼를 키우는 동안에는 수컷 호랑이를 비롯해 어떤 동물의 접근도 철저히 막는다. 심지어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애써 잡은 사냥감을 포기할 정도이다. 새끼 호랑이는 태어난 지 1년이 지나면서부터 어미에게 사냥기술을 배우고 19~28개월이 지나면 어미곁을 떠나 완전하게 독립한다. 그러니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새끼 호랑이는 구경도 할 수 없다.
<속담 3>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호랑이가 그렇게 쉽게 나타날까?
호랑이는 여럿이 어울리며 떼지어 살지 않고 혼자 살면서 영토세력권을 갖고 있다. 단, 암컷 호랑이는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 함께 생활하기도 한다. 특히 먹이를 찾기 힘든 러시아 극동 지방의 경우 암컷 호랑이는 100~140㎞, 수컷 호랑이는 800~1,000㎞로 세력권의 영역이 매우 넓다. 호랑이끼리도 우연히 보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야생 호랑이는 현재 전 세계에 5,000마리도 안남아 동물원에나 가야 만날 수 있는 멸종 위기의 동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유는 야생 호랑이의 주 먹잇감인 순록, 사슴 등이 밀렵꾼들에 의해 수가 줄어든 탓도 있고, 서식하기 좋은 천연 산림이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야생 호랑이들은 인간의 눈에 띄지 않는 깊숙한 산중에 살고 있다.
<속담 4>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이 속담은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라고 해도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대응하라는 말이지만 호랑이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실제 호랑이는 사냥감을 발견하는 순간 바로 앞발의 갈고리발톱으로 먹이의 어깨, 등, 목을 움켜쥐면서 문다. 물소새끼처럼 호랑이보다 작은 동물들은 간단하게 목 뒤를 물어 송곳니로 목뼈를 부러뜨리고, 호랑이보다 더 큰 먹잇감은 계속 목을 조르면서 질식시킨다. 그러니 일단 호랑이에게 물리면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참고> 일제 강점기 때 한민족이 호랑이를 친근하게 느끼면서 은근하게 정신적인 지주로 삼는 것을 안 일본놈들이 호랑이 말살정책을 펴서 1917~1942년 동안 우리나라의 호랑이(100여마리 이상)의 씨를 말렸다. 게다가 밀렵꾼들이 호랑이를 표적으로 삼으면서 다른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호랑이도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일본놈들은 이래저래 예쁜 구석이 없어....
-『여성중앙』에서 실린 글을 몰래 두 장 뜯어와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