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물 다 빼먹고" 밀실ㆍ졸속 매각, 내부직원들 비판 중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자회사 두산메카텍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 직원들은 매각 과정을 인지하지 못한 채 하루 아침에 회사 소유주가 변경됐다며 황당해했다. 노동조합은 이해 할 수 없는 매각진행이라며 매각 무효를 주장한다. 업계도 이번 매각의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두산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과연 두산메카텍 매각은 무슨 의도에서 진행 된 것인지 알아본다.
- 노조 “직원들을 제조 공장도 없이 팔아버리는 두산 그룹사의 횡포” 주장
- “사람을 중시한다는 두산그룹의 경영철학은 어디로?” 지역경제 파탄도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일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처분 결정'을 통해 매각 사실을 공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사측은 두산메카텍 처분목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 가속화 및 재무구조 및 재무구조 건전성 제고 등'을 이유로 밝혔다. 그러면서 지분 전부를 처분한다고 했다. 매수인은 범한산업(주) 및 메티스톤에퀴티파트너스(주)이며, 메티스톤에퀴티파트너스는 그가 설립한 사모집합투자기구 또는 그 투자목적회사에게 매수인의 지위 및 그에 따른 권리/의무 전부를 양도하거나 이전 할 수 있다.
처분금액 1050억 원 중 900억 원은 처분 완료와 동시에 지급되고 나머지 150억은 3회에 걸쳐 (각각 2023년 4월 28일, 2024년 4월 30일, 2025년 4월 30일) 분할 지급된다고 밝혔다. 두산메카텍은 정유, 가스, 석유화학 플랜트의 고정식 제품인 압력용기와 반응기, 열교환기 등의 화공기자재(CPE, Chemical Process Equipment) 제조·판매 사업을 하고 있다.
- 직원들 조차도 모르는 매각 진행 '허탈'
압축기 전문 제조사인 범한산업 입장에선 두산메카텍이 보유한 화학공업기기·수소액화기술 등을 모회사·자회사의 기존 사업 분야에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990년 설립된 범한산업은 공기압축기 산업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매각 과정이 내부 직원들이 배제된 체 진행됐다는 점이다. 일부 직원들은 매각 공시가 나온 후에야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며 불편해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부직원은 제보팀장웹을 통해 "두산메카텍은 현금유동성이 좋아 그동안 두산그룹의 수 많은 부채를 갚아주었고 2010년에는 두산건설의 재무건전성을 위해 사업부로 편입되었다가 단물 다 빼먹고 공장도 마음대로 팔아 넘기고, 2016년 주 두산에 편입 되었다"며 "그 뒤 2020년에 두산중공업에 편입되었다가 그나마 남은 1공장마저 켐코에 팔아 두산중공업에서 이득을 취했다. 그리고는 졸속매각까지"라며 분노했다.
이어 "모든 임직원들이 분노에 가득찼다. 대기업의 횡포에 놀아났는데 세상은 너무나 조용하다. 게다가 약 한달 전 채용연계형 인턴을 16명이나 뽑아놓고 갑자기 매각이라니 정망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두산메카텍지회도 지난 7일과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두산메카텍 매각 철회와 두산그룹의 사과를 요구했다. 두산메카텍 전 직원은 매각 관련 각종 의혹 해소와 매각 철회를 촉구하며 창원시청 앞에서 시민 대상 대규모 선전전을 벌였다.
노조 등은 지난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진행된 두산에너빌리티 측의 매각 관련 설명회에도 의혹이 전혀 해소된 것이 없다”며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설명만 반복해 두산메카텍 전 직원의 매각 반대 의지만 확고하게 만든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매각 업체 선정과 매각 금액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 측은 “입찰에 범한산업 컨소시엄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재무적 투자자가 있었으나 이를 제치고 2순위 업체가 선정된 배경에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며 “더군다나 두산메카텍의 매각 가치가 2020년 대비 1000억 원이나 낮게 책정된 부분에 대해서 논리적인 해명이 나오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 매각 철회 주장하며 서울 상경 집회 예고
또 매매 계약 시 체결된 비밀유지협약이 있음에도 범한퓨얼셀 IPO(기업공개) 수요예측조사 직전인 지난 5월 말 매각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고 이어 이사회 매각 승인 공시가 이례적으로 장중에 이뤄진 것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노조 등은 “이번 매각이 IPO 흥행 목적으로 진행된 의도된 수순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매출 660억 원 규모로 화학공업기기 제조 등의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이 매출 3000억 원대의 두산메카텍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협력업체와 고객사로부터 나오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앞선 6일에도 임명택 금속노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지부뉴스 소식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 기업에 속해 있는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에 의해 결정된다”며, “두산그룹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최대 이해 당사자인 메카텍 지회와 구성원들을 철저하게 외면한 채 언론을 통해 메카텍의 매각을 알렸다”고 규탄했다.
이어 “지난 3년간 대우조선의 밀실 매각 시도를 통해 그것이 기업의 영속적일 발전을 저해하고, 지역과 지역민의 경제를 파탄내는 것을 보았다”며 “밀실, 졸속 매각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성배 두산중공업지회장은 “이번 매각은 졸속 매각이 아닌 불법 매각이다. 금속노조 안에 있는 지회들은 회사와의 단협 속에서 맺은 협약이 있다”며 “회사 자산의 일부 또는 전체를 매각할 때는 그 정해진 기한 안에 노사 간 협의해야 되는 과정이 규정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적 졸속적 매각을 당장 철회하고, 상처 입은 조합원들과 직원들에 대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봉원 두산메카텍지회장은 “인류의 내일을 만들어간다는 두산의 슬로건이 부끄럽다. 임직원의 내일마저 몰래 팔아버리는 두산그룹은 슬로건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며 “두산그룹과 두산메카텍의 희망을 보고 입사한 16명의 신입사원들의 인턴 기간도 끝나지 않았다. 그들이 보았던 희망과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오 지회장은 “두산그룹의 일방적인 매각 결정 철회와 사죄를 요구한다”며, “두산메카텍 전 직원 299명은 본 매각 사태에 철저히 반대하며, 두산그룹과 두산에너빌리티를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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