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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4월이면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던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여전히 발표되지 않고 있다. 4월 초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열렸을 때,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거의 마무리 되었고, 발표 전 단계에서 3국의 안보실장과 협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5월이 된 현재 발표 일정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4월 공개를 예정으로 추진되던 대북정책 검토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늦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려우나,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지난 3월말 연이어 순항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발사했다는 분석 등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북한이 미국의 셈법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별로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아마 북한은 미국에 대한 위협의 존재를 알림으로써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감소시키는 협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확대하여 바이든 정부가 그에 맞는 정책으로 전환하게 하자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미국이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인데, 그러한 미사일 도발이 대북정책 검토를 연장할 만큼의 요인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떤 것일까?
대북정책 재검토가 이루어지는 배경은 무엇인가?
바이든 정부는 임기 시작한지 100일이 채 되지 않은 현 시점에 대부분의 외교안보 방향은 이미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코로나 피해를 줄이고, 코로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백신 접종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한 대의회 설득에도 힘을 쏟고 있지만, 대외정책에서도 급격한 방향의 전환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중정책은 외부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와 강도로 추진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결정도 내려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 했던 이란과의 핵합의를 재협상 하기 위한 물밑 작업도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외교 안보 포스트들이 임명되었을 때 이러한 부분에서 바이든 정부가 추진할 정책의 방향은 이 미 정해졌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바이든 정부가 유독 대북정책은 포괄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대북정책은 포괄적인 재검토를 하겠다고 했는데,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 대북정책의 재검토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바이든 정부 아래에서 존재한다.
우선, 바이든 정부에서는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 점검이 필요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령은 2018년과 2019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하였다. 새로 들어선 바이든 정부로서는 지난 트럼프 정부 4년 동안 북한의 내부 사정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북한과 미국 사이 협상에서 오고 간 이야기는 무엇인지, 북한의 변화 가능성은 있는지 등에 대해 객관적인 상황 분석을 할 필요가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대북한정책의 목표 지점에 대해 바이든 정부 내부에서 이견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상황 분석 후에 어떠한 정책을 취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미국은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옵션의 분석, 각 옵션이 가져올 결과치에 대한 분석, 그리고, 각 옵션의 성공 가능성 등에 대해 고민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문제 해결을 자신했던 2018년초부터 2019년 초까지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가졌던 대북 정책의 고민에 비해 북한 문제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고민은 훨씬 복잡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현재의 북한 상황 분석과 관련하여,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 기간 북한과의 협상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함께 정책 검토에 참여시킴으로써 지난 4년간 북한의 접근법에 대해 분석하고, 그러한 북한의 접근법이 나오게 된 배경을 고민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경제 피해는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물론, 그러한 분석의 결과는 아직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음 문제는 바이든 정부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대북 접근법에 대한 이견의 조정이다. 북한이 최종적 비핵화라는 목표 설정에 동의할 가능성이 없으니 현실적으로 군축론적 접근을 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 당시 전혀 문제삼지 않았던 심각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부분을 빼고 협상해서는 안된다는 의견 등 여러 요소를 포괄적으로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가 고민하는 부분은?
검토의 결과가 아직 나오고 있지 않지만, 이번 검토의 결과물은 크게 세가지 부분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트럼프 정부 기간 동안 미국 정부가 취했던 대북 정책의 방향과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세 부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세 부분에서 내부적으로 트럼프 정부 당시의 정책과 차이를 보일 수 있어도 그러한 차이점을 공개적으로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이야기 하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① 협상의 목표지점은?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북 정책의 목표를 어디에 설정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될 것이다. 지난 트럼프 정부 기간 내에 있었던 협상에 참여한 인사들에 따르면 북한은 비핵화의 최종상태에 대해 미국과 협상하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북한은 영변과 제재해제의 교환이라는 소위 '행동 대 행동' 교환에 대한 협상을 원했다. 2018년과 2019년 미국과의 협상에서 북한이 사용한 용어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인데, 그러한 한반도 비핵화의 최종 상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에 미국과 북한이 합의한 바는 없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토로한 좌절감도 이러한 최종 상태에 대해 북한과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었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최종적인 북한 비핵화를 목표에 합의한 후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식과 그러한 최종상태에 북한이 동의할 가능성이 없으니 위협감소 (threat reduction) 혹은 위험감소 (risk reduction)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단계적 협상의 방식을 놓고 고민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때에도 그랬지만, 북한이 모든 비핵화를 마친 후에야 제재 해제를 제공하는 방식은 이미 고려대상이 아니다. 당시에도 북한이 비핵화의 최종상태에 합의를 하게 되면, 그에 대한 이행은 단계적으로 할 수 있다는 데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북한이 핵능력을 줄이게 되면 (draw down) 정상회담을 고려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 그리고, 트럼프 정부 당시 비판적으로 접근하던 수잔 라이스 현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 국장, 토니 블링큰 현 국무장관 등이 군축론적 접근을 이야기 한 바 있었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에 변화가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주요 인사들의 발언과 미일 정상회담 결과문 등을 보면 단계적 협상 방식으로 대북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쉽지 않아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하였고, 바이든 대통령은 '최종적인 비핵화의 전제하에' 외교적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스가 일본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CVID를 달성하기 위해 두 정상이 노력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이야기 했고, 미일 정상 회담 후 발표된 공동선언문에서는 CVID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유엔 안보리 결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는 CVID를 규정하고 있음)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최종적 비핵화가 아닌 중간 지점을 최종목표로 하는 비핵화 협상을 정책 검토의 결과로 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의 동결이 비핵화의 시작이 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나, 협상의 목표를 동결에 둘 것인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미국 내에서 군축론적 접근, 혹은 위협감소론적 접근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일단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와 일정 규모의 제재완화를 교환하게 되면 그것이 모멘텀이 되어 보다 큰 비핵화 과정에 대한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논리를 주장한다. 그러나, 최종적인 비핵화에 동의하지 않는 단계적 협상 방식은 현재 바이든 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할 때 너무도 많은 정치적 자산을 소모하게 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내부 저항이 강하다. ② 수단으로서의 정상회담은? 또, 하나 바이든 정부에서 고민한 부분은 바이든 대통령이 비판했던 트럼프 방식, 소위 '탑다운' 접근법에 관해서 일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전에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능력 축소에 대해 동의를 해야지만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라고 하면서, 그러한 비핵화의 성과를 담보하지 못하는 김정은과의 만남은 김정은 정권의 정당화에만 도움을 줬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는 계속해서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선택지에 있지 않음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가 가질 수 밖에 없는 고민은 트럼프 정부 기간 동안 북한과의 협상 경험에서 다시 한번 확실해 진 것처럼 북한에서는 김정은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비핵화에 대한 협상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예측되기도 한다. 문제는 사전에 어느 정도의 합의가 되어야만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고민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식의 정상회담, 다시 말해 사전에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정상간 담판을 통한 방식을 고민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성공 확률이 있을 것인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자 신감을 보였으나, 바이든 정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그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결과가 담보되지 않는 정상회담이 정치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일정 수준 이상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따라서, 대북정책 검토의 결과물 역시 실무협상을 통한 합의 도출을 원칙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③ 인권의 문제와 소위 ‘비본질적’ 영역은?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의 알래스카 회담에서, 그리고 다른 국가정상과의 회담에서 계속하여 중국의 신장과 홍콩 등에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를 이어간다는 가정을 하였을 때, 트럼프 정부 당시처럼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핵문제만을 협상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대북정책 검토의 결과물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주요 요소로 올리게 된다면 북한과의 협상 개시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관용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대북 제재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대북 제재가 북한 정권의 계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북한 주민의 삶에만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엘리트들을 타겟으로 하는 제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차원에서 대북정책 검토의 결과물이 인도주의적
지원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같은 부분을 비본질적 영역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실제로 이루어질지, 그리고 인도주의적 지원이 비핵화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을지는 별개의 문
제로 보인다
맺으며
내부에서 어떤 검토를 하게 되더라도 공개적으로 밝혀질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라는 원칙을 재확인 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원칙론적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검토 결과물이 현재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요 독립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전제를 하면 결국 문제는 북한이 협상에 나올 것이냐에 달렸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북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보다 유화적인 접근으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