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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것도 쉬엄쉬엄쓰고~다 쓰고 글 올리는것도 쉬엄쉬엄~하였습니다~^^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틀린철자은 애교로 넘어가 주셔요~
<●1일째>
백두대간 생태탐방을 시작하는 첫날.
부풀은 설렘을 안고 그립던 산으로 데려다 줄 버스에 올라탔다.
항상 야생속에서 몇일 지내보고 싶던 것이 소망중 하나였던지라 그 기대감은 엄청났다.
그리고이번 기회를 갖게해준 강릉 명륜고등학교 등산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명륜고 등산부에 속해있지 않았더라면, 백두대간 생태탐방이 있는 줄 조차 몰랐을 것이다.
가장 먼저 들른곳은 영동화력 발전소였다.
전기에 대한 고마움은 갖고있지만 환경오염을 시키는 요인의 한몫을 담당하는, '발전소'라는 것에 그렇게 고운 시선이 가질 못했다.
그러나 환경오염을 시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참 감사함을 느꼈다.
환경오염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 중 하나가, 발전을 시키면서 나오는 황에 물과 석회석을 섞어 석고를 만들어 다른 곳에 쓰는 것이다.
하지만 재활용 하는데도 결국은 물과 석회석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영동화력 발전소에서의 체험 학습을 끝내고 백봉령으로 향했다.
백두대간 생태탐방을 처음 시작하는 출발지점인 셈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조원들과 대장 대학생 형을 한자리에서 보게 되었다.
김밥을 먹는 대장 형의 처음 인상은 마치 야생에서 오래 지내본듯 한 모습이었다.
중식시간이 끝나고 생계령으로 향했다.
산길로 들어서자 마자 얼마 안되어서 루드베키아 꽃 군락이 펼쳐졌다.
아름다운 그 곳에서 조 끼리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갖었다.
삽당령으로 올라가는길에 깎이고 파헤쳐진 산이 나왔는데, 석회석 채굴현장이라고 명륜고 지리선생님이시자 청소년담당을 맡으신 김창환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셨다.
본모습 그대로 였다면 분명 멋진 산줄기의 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지금은 혼자만 허옇게 들어나있는 것이 꼭 왕따같다.
생계령을 넘어 첫날 숙소인 임계초등학교 분교에 도착했다.
코펠로 지어먹는 저녁밥은 환상적이었다.
산행후 먹는 밥은 맛있는 법이지만, 항상 해보고 싶던 코펠로 음식 해먹기를 체험 해 보았기 때문이다.
맛있는 저녁밥을 먹고 텐트를 치고 오리엔테이션을 했는데, '산아가씨'라는 산노래를 배웠다.
가사이며 음이 산노래 답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나자 주위는 어느새 어두컴컴해져있었다.
하늘엔 별이 무지 많이 박혀있었고 또 다들 빛났다.
하룻밤 내내 봐도 질리지 않을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다들 텐트에 들어서자 여치를 비롯한 풀벌레들의 연주가 울렸다.
풀벌레 연주소리에 텐트안에서 두런두런 들리는 사람소리는, 마치 노래속 불안불안 끼어드는 음같다.
홀로 별구경, 풀벌레 연주에 귀기울이고 있을때 바람이 하늘하늘 불어왔다, 시원했다.
나무와 풀들도 하늘하늘 흔들리며 우수수...소리를 냈다, 연주에 박자를 맞추는 하다.
촉각과 청각으로 느끼는 풀벌레 바람노래의 어두컴컴한 밤도 충분히 즐길만 했다.
생태탐방의 첫날은 그렇게 지났다.
<●2일째>
기상~! 소리와 함께 백두대간에서 맞는 두번째날이 시작되었다.
1일째밤, 침낭이 너무 더워 발을 내놓고 자던 나는 새벽에 뜻밖의 매서운 추위에 몸을 덜덜떨며 일어나야 했다.
아침밥시간은 재밋고 행복했다.
쌀을 씻다보니 쌀씻기에 재미를 붙혔고 어제까지만해도 불편하게 여겼던 안씻은손으로 쌀에 물이 적당히 들어갔는지 재보는 것도 이젠 그냥 그러려니...하고 흥미롭게(?) 구경했다.
밥이 익었는지 안익었는지 코펠에서 눈을 못떼는 나와 조원들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아침시간이 지나고 산행이 시작되었다.
이번 백두대간 생태탐방중 가장 길고 힘든 코스의 오늘, 물을 충분히 담아가라는 말에 긴장이 되었다.
그래도 책에서만 봐왔던 석병산이 코스의 일부여서 설레이기도 했다.
정말이지 뙤약볕이었다.
그늘에서 벗어나자마자 화살처럼 쏟아져 파고드는 햇빛을 피해 총총걸음을 해야될것 같았다.
반가운 매미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다.
매미소리...시내로 이사온뒤로 얼마만에 들어본 것인지...1년 남짓 되었지만 그렇게 길게 느껴질수가 없었다.
속으로 매미소리가 몇군데서 나는지 세면서 걸었다.
초반 오르기는 역시 힘들었다.
숨도 차고 허벅지, 종아리가 쉬자고 떼를쓴다.
떼쓰는것을 잘 달래어 이따금 보이는 노루오줌꽃, 동자꽃, 며느리 밥풀꽃등을 카메라에 담으며 잠시잠시 서서 쉬었다.
막상 쉬는시간이 되어서는 오히려 찍을게 많아 앉아 쉬질 못했다.
챙겨온 2L의 물에서 어느새 500ml가 동이났다.
석병산을 오르는길에 자주보이는 절구대와 요강나물이 신기하다.
절구대 꽃봉우리는 꼭 도깨비 방망이처럼 매우 딱딱하면서 날카롭다.
이따금씩 손에 쥐어보고는 깜짝깜짝 놀라 얼른 손을 떼었다.
요강나물은 꼭 털이 다빠진. 하지만 굵은 위령선을 조금 닮았고 부드러운 성게(?)처럼도 생겼다.
그렇게 그렇게 숲해설가 선생님께 많은 것을 배우며 어느새 석병산 꼭대기에 다다랐다.
두개의 암석절벽 사이로 보이는 맞은편 산맥이 너무나 멋지고 인상깊었다.
그곳에 부는 바람은 한겨울 바람처럼 시원하다못해 차가웠다.
그리고 꼭대기...이곳 석병산은 내가 존경하는 한국토종약초치료사이자 본초학 전문가이신 최징규선생님이 한때 힘든삶을 포기하려 몸을 던져버리려고 찾은 산이다.
책에 실려있는 사진, 정확히 그 곳을 보게되었다.
항상 책에서만 봐온 곳을 내눈으로 직접 보자 가슴이 벅찼다.
조끼리 사진을 찍으랴 넓은 자리마저 없으니 카메라에 그 멋진 곳을 못담은 것이 지금까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하산길에 뜻밖의 일을 겪었다.
치료까지 모두 받아놓고고 안심하고 있었던 위경련을 또 일으킨 것이다.
올라오는길에 아파서 헬기를 타고 하산하는 대원을 본 탓에 더 심해질까 조심조심했다.
하지만 끝내 나의 바람대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련은 결국 절정에 이르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허벅지에 산행하면서의 난생처음 쥐도 났다.
배와 허벅지를 부여잡고 끝이 안보이는 듯 한 몇시간을 힘들게 내려왔다.
내생에 최악의 산행이었다.
하산하자 깜짝선물처럼 명륜고 교장선생님과 학생부 선생님이 오셔서 얼음물을 주었다.
이번숙소는 깔끔하게 꾸며진 종자연구소였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음식한느 냄새가 진동하는걸 보니 파티라도 열 모양이었다.
역시나 저녁밥은 진수성찬이었지만 이 고집불통인 위를 어찌하랴.....결국 입도 못대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만, 재미를 붙힌 쌀씻기는 즐겁게 해놓고 말이다.
역시 안아프고 건강한게 최고다.
<●3일째>
"현재시각은 다섯시 삼십분, 모닝콜을 시작하겠습니다...띠리리....."
조그맣게 들리는 핸드폰 모닝콜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시간은 5시 30분, '좋아, 이정도면 해뜨는걸 놓치진 않겠지.'
해뜨는 장면을 포착하고자 일찍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기어나가니 뜨는 해 대신 더 멋진 아침노을이 노랗게 나를 반겼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생님의 목소리 "우주야, 배는 좀 나아졌어?"
걱정해주시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열심히 카메라에 경치을 담았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느긋하게 산행준비를 하고 나자 몇몇 선생님들께서 고마운 안부를 전해주셨다.
"이봐 사진작가! 몸은 좀 어때?"
어느샌가 선생님들 사이에선 나를 사진작가로 바꿔 불리는가보다.
이곳에서 얻은 첫 별명이었다.
하지만 안그래도 카메라를 가지고다니는데에 어이없게 보는 차가운 눈초리들 사이에서 더 부담감을 느끼게도 해주었다.
이날 또한 만만치 않은 거리이다.
오르는데 얼마안가서 잡목림이 무성하다.
키높은 풀과 키작은 나무들이 어깨와 손에 와 좋은느낌으로 닿았다.
손끝에서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산을 올랐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듯 했다.
점심시간 때였다.
이럴수가......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누군가 라면을 끓일 가스를 안가져온것이다.
그 화려한 결과를 초래하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다른조에서 가스를 빌려 끓여먹어서 다행이었지만 하루종일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든 일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산행이 된지 얼마 안되어 지나가는 뱀 한마리를 봤다.
'산에선 언제나 조심해야한다'는 느낌의 배경에 '흥미로움'이란 피사체가 단연 돋보였다.
오르는길 만난 조릿대 숲은 그 조릿대잎 스침의 소리가 참 좋았다.
조릿대는 정말 좋은 식물이다. 열을 내리게 하는데, 고혈압을 낫게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강한 항암작용을해서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에도 좋다. 향이 좋아서 차로 즐겨 마실만 하다.
그곳에서 조릿대 꽃을 보았다.
조릿대는 일생에 한번 일제히 꽃을 피우고 그 군락 전체가 죽거나 기운이 약해져 그 세력이 많이 약화되는데 이곳도 머지않아 그 세력이 잠시나마 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게했다.
짙은 회색빛의 물을 품은 구름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산행중에는 안오길 바랬는데 끝내 빗방울이 서서히 연주를 시작한다.
서둘러 우의를 입고(이 우의가 국방색을 입힌 판쵸우의였는데 산에서 입고나서 보면 꼭 간첩같은 느낌이 든다^^) 배낭에도 커버를 씌웠다.
뭐니뭐니해도 카메라가방이 젖을까 걱정이었다.
카메라 가방 끈을 우의속 어깨에 조심스레 걸었다.
몸이 축축해지는게 싫어 비를 맞는게 싫었는데 막상 비를 맞으니 몇일만의 단비를 먹은 풀처럼 힘이 솟았다.
"후두두두..쏴아아아.."빗방울의 연주가 정겹고 서글프게 들리고 "타닥 타다닥.."모자와 안경에 부딪혀 리듬을 맞추고 얼굴로 흐르는 빗방울은 관객들에 대한 서비스인양 더운 몸에 시원함을 선사했다.
그러나 풀과 꽃들은 눈에 하나도 안들어오고 지나쳐버리게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그쳤다.
덕분에 멋진 경치와 얼마있어 도착할 종점지의 모습을 볼수있었다.
구름이 산뒤로 흩어지는 곳엔 하양 풍차,풍력발전기들이 돌아가고있었다.
멀리본 멀리본 산들이 꼭 작은 흙언덕에 이끼만 빽빽히 자라있는것 같이 부드러워보인다.
비온다음 구름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은때였는지 둥글둥글한 구름들이 참 이뻤다.
구름 그림자가 산위로 달려간다.
초록색이었다가 짙은 초록색으로 변했다가 하는 산이 멋지다.
야영지로 돌아가는길 버스가 꽤 오랫동안 이동하는것을 보고 우리가 얼만큼 긴 거리를 등산했는지 알수있었고, 평소엔 엄두도 못내던 거리, 그정도를 매일 걷고 있다는것이 내심 신기하고 즐거웠다.
야영지에서 삼겹살의 파티아닌 파티(?)가 열렸다.
후식으로 대장대학생형이 손수 만들어 주신 특별식도 먹었다.
음...우리조원 사이에선 '꿀꿀이죽'이라고 불렸었다.
왜그런고 하니 남은 고깃기름에 남은 고기와 그밖에 마늘, 고추, 상추, 기타등등..이 모두 들어간 혼합비빔밥이었기 때문이다.
기름이 너무 많아서 조금은 느끼한감이 없진 안았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조원들이 못먹는다 하니 대장형이 그 비빔밥을 들고 모든 조를 돌며 한입씩 돌리고, 안먹는다니 맛있게 먹으며 유혹을 하는걸 보고 대폭소하였다.
모두다 즐겁고 새롭고 좋은 추억들로 남게될 것이었다.
<●4일째>
텐트를 걷고 아침밥을 짓는것으로 4일째 아침을 맞았다.
생태탐방의 반이 지나갔다.
'이제야'지난것이 아닌 '벌써'반이 지나 가버린것이다.
이날 코스거리는 어제보다 조금 짧았다. (거기서 거기였지만....^^;)
하루하루 걷는 거리는 길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어째서 오늘이 되어 어제를 생각하면 마치 쉬는날 집에서 하루종일 자고 일어나보면 쉬는날이 너무 빨리 지나 가버린것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꽃구경하는 날인듯 싶었다.
오르는 내내 같은 종류의 꽃들이 많긴 했지만 거의 눈에서 모습을 감춘적이 없을정도로 등산로 주위엔 꽃이 있었다.
처음엔 짚신나물 꽃이 많이 보이더니 중간엔 양지꽃과 쥐손이풀이 종종 보였고 투구꽃풀도 보였다.
투구꽃은 그 꽃이 병사들이 쓰는 투구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이 풀의 뿌리를 한약명으로 '초오'라고 하며 아주 센독이 있어서 옛날에는 임금이 사약을 내릴때 넣었었다.
이 투구꽃을 보면서 4일째부터 새로오신 숲해설가 선생님과 얘기를 나눴다.
걷다보니 발끝에서 '톡'하는 소리와 함께 쓰려온다.
아마도 자랐던 물집이 터진모양이었다.
3일째에 내인 비에 맞아 다 젖은 바지, 젖은 옷, 젖은 등산화를 신고 오르는것도 매우 답답하고 찝찝한데 엎친데 덮친격이다.
다행히도 이번 코스엔 높은 봉우리가 많지 않다고 하기에 다행이었다.
막바지에 가까이 갈수록 평평한 길, 낮은 봉우리가 많아 지는듯 하다.
몇봉우리를 넘었을까...갑자기 머리위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또야? 오늘은 반도 못넘어서 비맞으면서 가겠네...'
걸으면서 어느정도 마른 옷에 또 비를 맞는다면 남은 2일은 최악이 될것이 뻔하였다.
다행이도 비는 금방 멈춰주어서 너무나 고마웠다.
이번 점심시간엔 라면이 없었다.
금방 급조해온 라면을 끓여먹고 사진을 찍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걸으면서 어느새 흘러버린 시간 끝에 4일째 코스의 가장 높은 곳에 거의 다왔다.
앞에서 뭔가 발견한 듯하다.
선생님들과 대원일행이 모여서 뭔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가보니 웬 돌탑이있었다.
졸캅가지고 웅성거리는 것이 아닌것 같아 찬찬히 훑어보니 무슨 모자같은게 보였다.
음.....저게 뭘까....뱀이다.
뱀이 똬리를 틀고 돌탑위에서 자고 있었다.
신기한 장면이었다.
사람들이 옆에서 떠드는데 예민하다는 뱀이 세상모르고 자고있다니...아무래도 이곳을 지키는 신령님이신가 보다.
카메라로 얼른 찍었다.
하지만 뱀의 초상권을 무시한 댓가였는지,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넘어지는 순간엔 온통 카메라 걱정밖에 안들었다.
꼭대기라고 말할순 없지만 다 올랐다.
시원한 바람이 몸을 반겨주었고, 저 멀리로 강릉시가 보였다.
옆으로는 산넘어 산넘어 산맥 끄트머리에 희미하게 조그만한 산이 보였는데 그곳이 생태탐방을 시작한 곳이라고 손구락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어떻게 그 먼곳부터 산을 굽이굽이 돌아 이곳까지 왔을까...한참 말을 잃고 생각에 잠겼다.
손을 보니 혼자 알아서 열심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었다.
하산길에 나뭇가지속에서 국수면발이 나오던 국수나무 설명을 재밋게 듣고 예쁜 보라색 꽃이 핀 비비추 군락도 보였다.
커다란 소나무 비탈길이 힘센 바람과 어울려 멋졌다.
이번 숙소는 중학교때 동아리활동으로 대관령 숲해설을 들으러 와본적이 있는 곳이었다.
반갑기도 하고 이젠 정말 도착이 멀지 않았다는 느낌으로 아쉽기도했다.
저녁에 작은 레크레이션이 열렸다.
다들 아는 대표적인 게임인데 나는 방법을 제대로 몰라서 친구에게 물으면서 해야했다.
공동체 생활에서 게임 몇가지는 필수로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드는 밤이었다.
<●5일째>
'이럴수가.......'
5일째 아침을 맞자마자 길게 탄식소리가 새나왔다.
5일째라니.....그렇다. 5박6일의 백두대간 생태탐방의 마지막 1박을 앞둔 5일째였다.
이번 야영지는 대관령자연휴양림....야영지를 보아도 역시 끝이라는 감이 확 다가왔다.
아침밥 끓는 냄새에서 반갑고 즐거움 보다는 쓸쓸함이 묻어나왔다.
이날은 모든게 다 빨리빨리 금방금방인가보다.
텐트걷고 밥먹고 별것한게 없는데 벌써 출발이다.
조금 올라가자 단오제를 시작하는곳이자 혼을 모시는 곳이 나왔다.
작은 계단같은 곳으로 흐르는 냇물과 주변풍경에서 이곳에 왔었던 기억이며 추억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기억에서 숲해설가 선생님이 그때 대관령 숲해설을 해주신 분이라는 것도 찾아내었다.
초반엔 단풍나무, 참나무가 우거져있는 등산로였다.
가을이 되면 참 아름다울 것이라 상상해보며 그 예전의 낯익음을 느끼고 새로운 눈으로 산을 올랐다.
단풍나뭇길 등산로가 끝나자 길게 이어진 들판 같은 작은 언덕들이 나왔다.
꼭 갈대잎같은 키높은 풀들이 길을 품고 그 언덕을 품고 있는 산, 조화된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꼭 풍경을 그린 그림속을 걷는것 같았다.
멋진 그림속을 지나 오르막 길이다.
키가 작은 나무들과 언덕길에서 많이 본 풀들이 등산로를 감쌋다.
선자령 근처로 갈수록 그런풀들이 점점 많이 나왔다.
세찬 바람이 숲길을 에워쌌다.
양옆의 키높은 풀들과 키작은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엔 나도 모르게 몸이 절로 같이 흔들렸다.
숲전체가 바람에 좌우로 움직이니 눈앞이 어지럽다.
마치 꿈속을 걷는것 같았다.
또하나 자연의 신비로움을 경험하고 넓은 곳으로 나오니 바람소리가 웅장하고 빠른템포로 들려온다.
정말이지 선자령은 올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이곳의 바람은 웬만한 작은 태풍급 천하장사바람이다.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걷다보니 옆으로 휭휭 바람가르는 소리가 울린다.
풍력발전기들이 돌고있다.
멀리서 보면 작은 엽소속 움직이는 그림 같지만 가까이서 보니 고개를 꺽어들어도 한뼘이 모자라게 보일정도로 크다.
풍력발전기는 이곳 풍경과 잘 어울렸다.
마치 광활한 초록들판 위에 하얀 풍차같다/
열심히 카메라를 눌렀다.
풍경에서 눈을 돌려 화면의 밑을보니 어느샌가 대원한명이 포즈를 잡고 앉아있다.
그 행동의 의도를 알아 씨익...웃으며 찍어줬다.
모자들이 이리저리에서 날라온다.
날아가는 모자를 붙잡으려고 다들 부산히 뛰어다녔다.
날라오는 모자에 정강이를 한대 맞았다.
아프다, 손으로 싹싹 비비며 한발로 깡총걸음을 해댔다.
파도치는 언덕, 하얀풍차, 하늘에서 달리는 양떼같은 구름들, 즐거운듯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리...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대관령자연휴양림에 들어서는데 들어서는 길 도라지 꽃들이 보랗게 하얗게 반긴다.
통나무로 만든 숙소도 예뻣고 주위경관도 예뻣는데 특히 옆으로 수많이 피어있는 벌개미취 군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벌개미취꽃이 향이 진한 꽃이었다면 아마도 이 휴양림 전체에 꽃내음이 가득했었을것이다.
환상적인 그 모습이 오랫동안 카메라를 들고 서있게 만들었다.
친구들과 친해진 대원 몇몇과 멋진 풍경 앞에서 셀카를 찍으며, 또 숲해설가 선생님을 도와드리며 재밋는 오후 시간을 보냈다.
자귀나무 잎이 모두 닫힌 저녁이 되자 레크레이션이 시작되었다.
제 8회 백두대간 생태탐방의 마지막 밤, 마지막 레크레이션인 것이다.
조별 장기자랑에서 우리조는 배운 산노래 '산아가씨'와 올챙이송, 그리고 준비한 비장의 카드(?)인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를 불렀다.
막상 무대로 나가자 아무도 마이크를 잡지 않아 내가 잡고 부르게 되었다.
여행을 떠나요를 부를때 기대이상의 호응을 해주어 놀랐다.
선생님들이 나와서 춤추고 모두들 우리조 주위로 물레방아를 돌았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못 남겨 두었던것이 매우 아까웠고 혹시몰라 가사를 뽑아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퀴즈도 맞추어 티셔츠를 타고 조원한명은 가방을 탔다.
정말 즐거운 레크레이션이었다.
레크레이션이 끝나고 숙소에 있을때 하늘소가 2마리가 들어왔다.
조금 큰 녀석들이었다.
친구는 농담으로 그 하늘소를 가격에 환산하서 맞추어 우리를 웃음짓게 해주었다.
하지만 곧이어 몇몇 대원과 나에게 '생명을 가격에 매기냐'며 야유를 듣게 되었다.
정말 아쉽고도 재밋는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6일째>
6일째의 아침이 조용히 찾아왔다.
숙소앞 잎을 굳건히 닫고있던 자귀나무도 조용히 잎을 벌렀다.
평소같은 아침밥을 먹고 평소같이 짐을 꾸렸다.
아니.....평소 같지만은 않았다.
모든 텐트를 펴서 말렸고 다들 얼굴에 함박꽃이 피어있었다.
평소같이 아침체조를 하고 또 평소같이 약간의 비도 맞으며 산행을했다.
그런데 단 몇시간만에 끝나버렸다.
외 그렇게 6일째의 산행이 빨리 끝났는지는 알았지만, 겉으론 모른체하고만 싶었다.
하지만 사실인데 어쩌랴...허탈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가 왔고 자연의 품에서 그렇게 발을 떼었다.
버스안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잠들은 대원과 선생님들을 보며 슬며시 웃었다.
그렇게 웃음으로 백두대간 생태탐방을 마무리 지었다.
<●후기....>
집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산이 그리웠다.
냉장고도 있고 시원한 물도, 음식도 원하는 만큼 있었다.
방에선 어색한 tv소리가 들리고 화장실엔 좌식변기가 있었다.
이것참 어색한 일이 아닐수가 없었다.
나무대신 도시의 건물들이 감싸고 있었고, 새소리, 매미소리대신 자동차소리가 귀를 따갑게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꽃향기, 열정적이었던 땀냄새 대신 기계들의 철냄새가 풍겼다.
역시 속세보단 자연속에 있는것이 훨씬 더 났다.
자연의 품이 그립다, 자연의 품이 그립다.
아직 돌아온지 별로 안되었지만....아니......벌써 3주정도나 흘렀지만...
몸이 근질거린다.
온몸이 나무기둥, 풀과 잡목의 스침, 산바람, 새소리, 계곡을 원한다.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도 많이 든다..
백두대간 생태탐방을 하면서 나는 '자연'그 자체를 배우고 느꼈다.
풀꽃 몇가지의 이름을 알아낸것보다 훨씬 커다란 것을 알았다.
말로 설명할수 없는 그 무언가가 마음속 한 곳을 꽉채웠다.
선생님들께 사진도 많이 배웠다.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하는가, 어떤 기능을 사용해야 하는가, 카메라를 다루는것...등등 너무나도 많은 것을 쉽게 풀이하여 가르쳐주셨다.
5박째 밤에 들은 한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사진을 찍는건 말이야. 특히 이런 장거리산행기때 사진을 찍는것은 너가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거란말이야. 너가 꽃을 찍을것인가, 풍경을 찍을것인가, 이야기를 찍을것인가를 확실히 정해서 나머지는 생각하지말고 짝 한가지에만 몰두해서 찍어.'
명언이다.
난 카메라를 들때마다 이말을 꼭 기억하면서 마음속에 품고 다닐것이다.
그리고 카메라에 이야기를 담을수 있도록 노력할것이다.
카메라를 더 자세하게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 배울지 선생님들께 못물어본것이 아쉽다.
끝으로 잘 견뎌준 어깨와(사실은 카메라가방때문에 많이 뻐근했다.) 발, 그리고 5박6일동안 잘 버텨준 카메라에게, 잘이끌어준 선생님들께, 5박6일동안 나를 품어주었던 자상하기도하고 때론 엄하기도 했던 사랑하는 자연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드린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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