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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로 치장하고 있는 섬, 비토도
비토섬은 남해고속도로 곤양나들목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신호에 맞춰 왼쪽으로 달려 1005번 도로를 타면 끄트머리에 달려 있다. 비토섬은 지세가 동물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도서로서 특히 토끼, 거북, 학 등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비토의 지명 유래 또한 토끼가 날아가는 형태라 하여 ‘날 비(飛), 토끼 토(兎)’자를 써 비토라 명하고 있다. 지방도(1005번)를 타고 가면 앞에 다리가 보인다. 바로 비토도와 연결된 ‘비토교’다. ‘비토교(飛兎橋)’는 서포면 남쪽과 비토섬 서쪽 끝을 잇는 다리로 지난 1992년 준공되었다. 이름은 비토교지만 정작 비토교와 연결되지는 않는다. 비토교 바로 위에 위치한 비토송도와 연결되고 도로 이름이 ‘토끼로’이다.
비토송도를 지나면 다시 왼쪽으로 다리가 이어지는데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비토도이다. 다리를 건너면 서포면과 비토섬이 품은 갯벌 한 자락을 볼 수 있다. 갯벌에는 참나무․소나무 막대기가 촘촘하게 박혔다. 유명한 서포 굴이 여무는 자리가 이곳이다. 여기 사람들은 서포 굴이 통영 굴보다 장사는 못해도 맛은 낫다고 자신한다.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해안이 있고 그 끝자락에 작은 선착장 시설이 있다. 방파제는 그리 긴 편이 아니다. 비토교에서 시작되는 길은 ‘토끼로’이이고 섬 둘레를 따라 동쪽 끝으로 가면 지도에서 길은 끊긴다. 땅 끝 맞은편에는 월등도가 보인다. 거북교에서 조금 더 가면 길은 갈린다. 왼쪽은 토끼로의 연장선이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거북길’인데 이 길을 택한다.
길은 분위기 물씬 나는 숲길이다. 산책로가 따로 없다. 걸어 다니기에 아주 좋은 그런 풍경을 보인다. 거기에다 비가 와서 그런가 더 운치가 있어 보인다. 왼쪽(동쪽)은 산을 끼고 오른쪽은 바다를 낀 해안도로에는 주변에 마을이 없는지 보이지 않는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간간히 건물이 보일 정도다. 제법 가야 마을이 하나 보인다. 오른쪽으로 섬이 하나 보이는데 몇 년 전에 갔던 그 섬, 바로 진도다. 그 동쪽에 위치한 작은 섬이 별학도. 지난번에 왔을 때 한창 공사 중이던 그 섬이다. 비토도는 세 개의 유인도를 갖고 있다. 별학도와 진도 그리고 월등도가 그것이다. 이 세 개의 유인도에 사는 가구 수는 그리 얼마 되지 않는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사각형의 계류장을 갖춘 포구가 나타난다. 계류장은 물이 많이 빠진 탓에 수심이 아주 낮아졌다. 곡선을 그리는 해안도로를 따라 양쪽에 방파제가 있다. 서방파제는 일자형이고 동방파제는 니은자형이다. 양쪽 방파제는 계단식으로 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대부분 선외기들이다. 동방파제 입구 물양장에 차를 세운다. 이곳 물양장에는 위판장이 있다. 위판장 벽에는 토끼와 거북이를 의인화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동방파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방파제는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간다. 그 꺾이는 지점에 바로 별학도와 연결된 다리가 있다. 물론 다리는 차는 다닐 수 없는 사람만 다니는 인도교다. 그런데 다리는 아직 완공을 못했다며 통제되고 있었다. 그리고 별학도에는 이미 낚시터 공사를 끝낸 상황이다. 별학도도 지난번에 갔을 때와는 제법 변화가 있었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더 이상 카메라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설령 작동이 된다고 해도 렌즈에 빗방울이 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거기에다 바닷바람에 우산까지 애를 먹인다. 동방파제 앞 즉 위판장이 있는 물양장에서 동쪽으로 해안도로가 나 있다. 그 입구에서부터 시작하여 주변에 횟집이 몇 채 있다. 횟집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대체로 비닐하우스 정도의 시설로 이곳에서 캐낸 해산물을 파는 곳들이다. 마침 나이 많은 여자가 내보고 해산물을 사가라고 한다. 다음에 살께요 했더니 다음은 무슨 하면서 지금 사가라고 한다. 이 앞 바다는 물이 많이 빠져 갯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말이 갯벌이지 사실은 단순한 해안이다.
여기서 어느 정도 걸어가면 왼쪽으로 굴 껍질을 파쇄하는 시설이 있고 주위에 굴 껍질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그리고 해안 난간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굴양식도구가 널려있다. 문제의 폐타이어인가 했더니 아니다. 검은색의 플라스틱 종류다. S자 형태의 해안도로를 타고 어느 정도 가면 작은 마을이 있다. 물론 대부분 횟집들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비토도는 모두 8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졌다는데 실상 마을이라고 할 수 없는 것까지 포함시킨 듯하다. 어쩌면 부속 섬까지 포함된 수치일 것이다.
이 앞에서 차로 방향을 되돌려 다시 나간다. 그리고 위판장이 있는 곳까지 갔다가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탄다. 얼마 가지 않아 ‘토끼로’로 이어진다. 이곳이 ‘토끼로’와 ‘거북이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타고 동쪽 방향으로 행한다. 월등도 방향이다. 여기서부터 길은 외줄기다. 이 길만 있을 뿐 다른 길은 없다. 가는 길에 왼쪽에 중봉이라는 낮은 봉우리가 있다. 중봉에는 별주부전 테마파크가 조성되어 있다. 비토도에는 두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큰 봉우리가 ‘천황봉’인데 이 봉우리는 송도(솔섬)와 비토도를 연결하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앞에 위치한 낮은 산이다.
월등도 가기 전 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하면 월등도로 이어지는 길인데 중간지점에 돌을 쌓아 만든 안내판이 있다. 월등도에서 보았던 그런 안내판으로 3코스로 ‘토끼와 거북이길’ 안내도이다. 사천시는 지난 2011년에 바닷가 도보여행길인 이순신 바닷길 개발에 나섰다. 이순신 장군이 사천시 용현면 선진 앞바다에 최초로 거북선을 출전시켜 왜선 13척을 침몰시키고 승전한 임란 당시 사천해전을 테마로 56㎞의 도보여행길을 총 5개 코스로 개발한 것이다.
제1코스 사천 희망길(13㎞)은 정동 대곡숲~사남 초전공원 간으로 2002년 산림청으로부터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된 대곡숲에서 사천강변을 걷는 코스이다. 구간 내 녹색농촌체험마을이 있어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고 초전공원의 산책로와 연꽃 연못을 즐길 수 있다. 제2코스 최초 거북선 길(12㎞)은 용현 선진리성~모자랑포~남양 모충공원 구간으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처녀 출전시켜 승전한 바닷길을 걷는다는 스토리가 있는 길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왕벚꽃 군락지가 조성돼 있고 갯벌 탐방로, 황토 해상펜션 등 각종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다. 제3코스 거북이와 토끼 길(12㎞)은 서포 비토교~월등도~거북섬 구간으로 별주부전의 전설이 전해오는 토끼섬과 거북섬을 비롯해 비토 갯벌과 자연산 굴까기를 체험할 수 있다. 자연산 해산물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제4코스 실안 노을길(8㎞)은 남양 모충공원~삼천포대교 공원~대방진 굴항 간으로 전국 9대 일몰 중 하나로 꼽히는 실안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다. 특히 이 구간은 최근 국토해양부에서 선정한 바닷가 도보여행길인 해안누리길 52선에 포함된 곳이어서 이순신 바닷길 중에서도 명소에 손꼽히는 곳이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숨겼다는 대방진 굴항이 있으며 한려수도의 싱싱한 해산물을 즐길 곳이 많다. 제5코스 삼천포 코끼리길(11㎞)은 남일대 코끼리 바위~삼천포대교~늑도 유적지 구간으로 남일대 해수욕장과 한국의 대표 서정시인 박재삼 기념관, 활어시장으로 유명한 삼천포항 수산시장을 구경하며 걸을 수 있다. 또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대상을 차지한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를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이 주위에도 토끼와 거북이를 캐릭터로 한 시설이 여러 개 보인다. 사실 별주부전의 배경으로 알려진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에 토끼와 거북이 캐릭터 등이 여기저기 세워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천시가 비토섬 관광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최근 설치한 이 조형물은 토끼와 거북이 캐릭터와 유래비 관광안내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천시는 ‘용궁에서 무사히 탈출한 토끼가 거북이 등 위에서 달을 보고 뛰어 올랐다가 섬이 됐다’는 비토섬 전설을 근거로 별주부전 테마관광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토섬 내에 전설 속의 거북섬 토끼섬 월등도가 있고 부인 토끼가 남편 토끼를 기다리다 빠져 죽어 섬이 됐다는 목섬이 전설과 같은 장소에 있다는 점 등을 비토섬을 별주부전의 배경으로 꼽는 근거로 들고 있다.
비토(飛兎)섬은 토끼전 또는 별주부전의 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 ‘토끼와 거북’을 테마로 삼아 섬 전체를 개발해보려는 초조함이 섬 곳곳에서 바로 느껴졌다. 몇 군데는 미국 애니메이션식으로 표정을 바꿔치기한 토끼와 거북상이 자리잡고 있었고 비토섬과 하루 두 차례 이어지는 전설의 고향 월등도 머리맡은 처참하게 깎여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선착장이 있는 마을이 있다. 우리는 직진하여 월등도 입구까지 간다. 물이 많이 빠진 탓에 갯벌이 드러나 월등도와 연결되어 있었다. 비토섬과 월등도를 오가는 길은 하루 두 번씩 뭍이 되고 바다가 된다. 그러나 시간도 그렇고 하여 월등도까지 걷는 것을 포기한다. 이미 몇 년 전에 월등도에서 이곳을 바라본 적이 있지 않은가. 이 주위로 온통 갯벌이다. 거북섬, 토끼섬, 목섬은 월등도 너머에 있다. 이곳에서 비토섬 갯벌은 제 모습을 드러낸다.
비토섬 갯벌은 ‘사천팔경’ 가운데 하나다. 섬과 갯벌이 품은 매력은 이미 차고 넘친다. 토끼가 용궁 다녀온 이야기로 그 매력이 더하거나 덜하지는 않다. 비토섬에는 월등도 토끼섬 거북섬 목섬이 있고 이는 토끼와 거북이 용왕이 등장하는 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려있는 곳이며 육지와 바다 사이에 두 번씩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하는 판이한 두 세계의 중간에 있는 갯벌은 육상과 해상의 생태계 완충작용과 연안 생태계 유지물로서 훌륭하게 보존되어 자연생태 체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여기서 다시 왔던 길로 해서 나온다. 어느 정도 달리다가 좌우로 논이 있는 지점에 닿는다. 비토섬에는 90년대 들어 논으로 개간한 갯벌이 많다고 한다. 농사는 잘 안 된다고 했다. 여기서 잠시 차를 세운다. 그리고 주변을 바라본다. 왼쪽으로는 마을이 있다. 버스정류소와 함께 그 뒤로 길이 있고 그 입구에는 사찰 비슷한 것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찰이다. 2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와가 황토색이다. 이 주변에서 조금 더 가면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 보건진료소가 있다. 여기서 다시 차를 타고 상촌 방향으로 향한다. 비토도에서 가장 큰 마을이 상촌이다. 상촌은 뒤에 천황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선 중기 약 360여 년 전 풍수지리설에 비토리 천황봉 산하에 명지가 있다는 전설에 따라 박 씨, 손 씨, 최 씨가 육지에서 이주하여 생활하게 되었다. 비토도에도 학교가 있었으나 1999년에 폐교되었다고 한다.
상촌을 지나면 바로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 이름은 ‘거북교’. 이 다리 주위로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주변에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도 만들어두었다. 그 옆에 안내판이 있는데 비토 갯벌 복원사업에 대한 안내문이다. 경남에서 갯벌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데가 사천이다. 사천 서포면 비토리와 광포만 일대, 그리고 사천만을 갯벌이 둘러싸고 있다. 비토섬은 지난 1992년 서포면 솔섬과 비토섬을 잇는 제방형 도로(둑을 쌓아 만든 도로)가 개설되면서 해수유통 단절로 갯벌오염이 심각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갯벌복원 숙원에 따라 사천시가 지난 2010년부터 비토 갯벌 복원사업을 시행했다. 2년간 전국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역 간척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해수유통구인 합성형 라멘교 1개소(길이 45m, 너비10m)와 부대시설로 별주부전의 고향인 비토를 상징하는 교명주, 파고라 및 갯벌생태 탐방로(길이 50m, 너비 2.18m)를 설치했다.
이 거북교를 지나면 바로 송도(솔섬)다. 송도에는 마을은 없고 주로 펜션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비토섬은 물론 해안 지대의 70% 이상이 외지인 소유라고 한다. 거북교를 건너면 왼쪽에 있는 펜션이 비토섬신우리조트. 그리고 더 들어가면 또 다른 펜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유럽풍으로 된 토끼와 거북이펜션이란다. 시간을 보니 3시 10분이 넘었다. 송도를 거쳐 다시 비토교를 건넌다. 다음 목적지는 바로 옆 삼천포라고 한다. 2.2㎞ 길이의 사천대교에서 비토섬까지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다리 중간쯤에 서면 월등도, 토끼섬, 거북섬, 목섬 등 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려 있는 무인도와 창선․삼천포대교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