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864회 열세 번째 그 마지막 회 이야기
글 / 박 순 덕
국립민속박물관 864회 마지막 글을 써야 할까보다. 12월이면 모든 수업이 종료를 하면서 수료식을 마친다. 그동안 줄줄이 사탕같이 스치는 주마등의 희미했던 생각들..불을 끄면 넘 외롭고 이 세상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어느 별에서 도 내 하나의 존재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사랑 없이 못살아가는 이 세상에 겨자씨만한 인연으로 우리의 만남과 모임은 이제 정답던 이야기 가득한 추억으로 남아야할 시기가 도래한 것 같다.
뱃고동 소리로 다가오며 등대 불처럼 반짝거리던 수업이 있는 월요일의 전날은 기다림의 흥분도 있었고, 약속은 없었지만 왠지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들과 ,친절한 강의가 있었고 다정한 사람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고 허기진 마음의 양식을 채우고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눈을 감으면 꿈속의 먹구름도 그리워질 듯한 고운 눈망울들 깊이 새기면서 이제 님들의 모습을 품어야 할까보다. 잊지 못할 우리들의 방황 어린 추억은 어둠속에서도 흘러 내려 잠들지 못할 것이다. 바람 따라 숨결 따라 흘러들어 박물관대학의 지식창고 속에서 상식과 학문을 얻어가며 나름대로 보람이라고 여겼던 우리 모두의 만남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고 서울 ,충청, 강원까지 수 없는 별들의 이야기로 밤별마저 끌어 내렸다.
이제 몇 번의 수업을 남겨놓고 우리는 일단 수료식과 아울러 길고 기약 없는 여정의 미로 속으로 새로운 세상과의 새로운 계절의 만남을 막연히나마 기다린다.
일단, 864의 조직은 헤어지기 서운하여도 다시 한 번 기회라는 것에 큰 기대를 걸며 괄목해볼 만한 모임으로 본다. 처음과는 달리, 점차 시일이 지나면서 뜻하지 않은 일들에 당면하면서 장거리 답사모임이나 여행의 계휙에 차질도 있었지만 비교적 좋은 모습으로 모두들 우정과 의리를 다 했음을 나름대로 느낄 것이라 믿는다.
박물관 지도자 과정으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만남의 인연은 그 이후 국립 민속박물관 대학으로 이어지고 열심히 일 년을 마치는 이 시기에 감히 회한으로 다가오는 이 야릇한 감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많은 것들을 희생해가면서 과연, 나는 얼마나 많은 보람을 얻었을까, 희열과 성취, 정열까지는 몰라도 인생살이의 지름길을 배우고 싶었지만 때로는 쓴 잔의 고배주로 삶을 허탈해 하기도 했다. 꿈속에 그렸던 고향 같은 달콤함도 부서지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부푼 꿈도 이내 바위에 부서지는 물거품 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모든 것이 멀리만 보이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같이 놀았던 잔디밭에 뒹굴었던 오랜 친구처럼 지내주셨던 선생님들이 이 순간에도 새삼 그립기만하다. 비 내리고 철퍽거리는 종로에서, 안국동에서, 박물관으로 향하는 추억의 거리에서 찬바람 더운 바람 모두 맞으며 지나온 발자국 마다 아스라한 눈물 고이는 아쉬움을 보낸다. 매 회 장시간의 강의를 성심껏 수고해 주신 교수진은 물론이고, 박물관 이상일 사무국장님과 스탭 직원들의 정겨웠던 인상들의 모습은 희고 흰 첫 눈 내리는 날의 기억으로 상기될 것이고, 텅 빈 마음 빈 가슴으로 차가운 손 녹일 때 마다 그리울 것이다.
기쁨만을 선사해주시던 님 들을 가슴에 담아 서로가 그리워해야 할 우리가 될 것이다.
낙엽지면 다시 돌아온다는 노랫말도 있었지만 ,
아! 나는 몰랐다.
낙엽이 지면 만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동안 박물관 864회 회원님들의 작은 추억들을 기록하면서 이제 마지막 글이라는 생각이 문득 낙엽 흩어지는 계절이 되어 꿈이 사라지는 듯 그 옛날의 아쉬움들 때문에 약간의 허전함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랑을 골고루 나눠 주시던 주청노회장님 감사하고 참으로 훌륭하신 분이시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베풀고 살아가는 철학에서 큰 기쁨을 터득하고 있는 분이었다.
같은 여성으로써 배려를 많이 해주시고 특히, 나는 아껴주신 금수레 선생님 또한 늘 동지애를 같게 해주신다. 매사 아까와 하지 않는 마음들은 나를 세상으로 나가는데 교과서적인 길잡이가 되기도 하였다. 홀로 다니는 길 고독하지 않게 길동무 해주신 양한모 선생님은 내게 있어서 가장 지팡이 같은 분이시다. 비록 교통편은 다르지만 오고 가는 길 동료로써 항상 보살펴주시고 오랜 기간 함께 공부 할 수 있는 짝꿍이 되어 주셔서 행복이었다.
만나면 반가워 해주셨던 미남이신 박형서 선생님은 항상 보고 싶을 것이고 요즘 건강이 좋지 않아서 회복 단계에 계신 정윤헌 선생님 그리고 가끔이라도 대전에서 오실 때마다 직접 빚은 곡주로 미식을 돋우어 주시던 이상권 선생님의 아련한 술맛 또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도자과정에서 반장으로 계시던 김정길 선생님은 다소, 정서와 생각의 차이로 언어소통의 불편함이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고마운 감사의 인사를 정중히 드리고 싶은 분이시다. 오해만큼 무서운 것도 없지만 속내를 이해하고 알고 보면 모두 같은 본질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좋은 인연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은 님으로 남겨지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주 뵈옵지는 못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참석하시어 분위기 만들어 주시는 박병조선생님 언제나 건강과 행복이 영원하시길 기원 드리고 거제도 답사 이후로 뵈옵지 못한 신흥규선생님의 안부도 궁금해진다. 목포의 명창이신 이정애 선생님도 한 몫 단단히 해 주셨고 아쉬운 것은 결국 목포답사를 끝내 못했다는 점이다. 김경숙 지도사님과 어울려 864회원 목포모임을 하기로 했는데 결국 포기해야하는가? 이 시점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우리가 민속학 공부를 하는 동안 익산에서 열심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근하셨다는 순박하신 김형호 선생님의 열정 앞에 우리 모두 감동의 큰 박수를 보낸다. 부디 원하시는 학문으로 성공하시길 진심으로 축원 드리는 바이다.
그런가보다,
밤 깊으면 너무 조용해서 쓸쓸하듯이 누구라도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랑 없이 사람들은 살아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본다.
환한 대 낯 에도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낯설고 캄캄함으로 다가설 때 선뜻 나서서 반겨주시던 님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우리들 우정 변치 마시고 좋은 일 긏은 일 동반하시는 깊은 우정의 남음으로 정다웠던 님들의 모습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해온다.
이제 바람 따라 미풍이 불어오는 날 총기 있는 눈망울로 더욱 잊지 못하는 864회로 거듭나면서 그 어떤 어둠이라도 뚫을 수 있는 모습으로 가슴에 품으며 민속박물관 그 마 지막회를 만들어본다.
첫댓글 아시는 몇분들의 함자 석자를 듣게되니 반갑습니다. 항상 그리워 하며 사는 우리의 삶이 소중 하지요. 민박의 입구를 보니 그립군요, 금방 가면 볼수 있는데도...우리 모임때도 가끔 나오시기 바람니다. 박순덕 선생님!!
네 시간 허럭되는 대로 그리 하겠습니다 ...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