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꿈꾸다
무한의 우주에서 보석 같은
황홀한 빛의 축제
형형색색 눈부신 꽃가루처럼
쏟아지는 향기
미지의 언어로 소곤거린다
전설 흐르는 은하수
영원과 무한의 공간 속
빙글빙글 도는 거대한 물레방아
꿈꾸는 빛나는 눈동자들
만물 생성과 소멸
생명 탄생의 신비한 비밀 간직하고
영혼의 저쪽 상상의 높이만큼
공명으로 울리는 여백
너와 나
어느 우주에서 만나
무슨 인연의 고리에 엮여
어떤 모양의 별로 반짝이며
함께 떠돌고 있는 걸까
우리 부부 결혼 40주년이라네요
2015년 11월 24일 오늘이 우리 부부 결혼 40주년이라네요
남편은 모처럼 내게 진지한 모습으로
40년을 자기 곁에 있어 주어 고맙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네요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내가 열 번 백번 참고 참아서 오늘이 있는 거라고요
내가 단 한 번이라도 참지 못했다면 오늘의 우리는 여기 없을 거라고요
남편도 인정한다 하네요
그래서 이제 서로에게 좀 더 관대해지기로 했네요
이 나이에 모난 성격을 아무리 갈아 봐도 둥글게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다치게는 하지 말자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양보할 건 양보하고
그러면 삶이 좀 가벼워질 수 있을까요
40년을 거꾸로 돌아가는 내 삶에 시곗바늘 끝에
가끔 찔리는 상처가 저리도록 아파오네요
어찌 그리 오래 살았을까요
천 년을 산 것처럼 아뜩한 생의 그림자
그 속에서 내 젊은 날의 초라한 초상이 어런거리네요
외면할 수도 숨길 수도 없는 그 기억의 뒤엉킨 실타래가
뜨거운 한숨으로 목구멍을 타고 줄줄이 넘어오네요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불덩이 목젖에 가두고
두 눈 지그시 감고 고개를 떨구고 있네요
삶이란 누구에게나 녹녹지 않겠지만
내가 글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남편이 일조를 한 건 사실이지요
나를 40년 동안 이 자리에 묶어둔 사슬은 무엇이었을까요
인연이란 어느 날 그렇게 우연으로 왔다가
이렇게 필연으로 이어지는 질기고도 풀 수 없는 매듭인 것입니다
이젠 이리저리 구르고 닳아 둥글어진 서로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멀지 않은 이별의 날들을 소중하게 살아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하여 좀 더 온화한 모습으로
사물을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자비라는 거창한 단어를 떠올려봅니다
오래 신은 신발처럼 편안해진 발걸음으로
발맞추며 가볍게 걸어가고싶어 지네요
별리의 그날에 두 손 마주 잡고
평생을 함께 해주어 행복했다. 말해 주고 싶네요
여름날의 오후
탁 트인 다락방 창으로
시퍼런 하늘 욕심껏 들여놓고
짙은 초록 향기 양껏 퍼마신다
비대한 몸집
땀 뻘뻘 흘리며
헉헉거리고 주저앉아
게슴츠레 눈 감고 조는 나무들
샛바람 사르르
정수리 밟고
등성이 넘어갈 때
실 눈뜨고 잠시 아는 체한다
새파란 하늘가에
빨랫줄 길게 매 놓고
바지랑대도 없이 걸려있는 하얀 마음
보송보송 말라가는 여름날의 오후
해 질 녘
푸른 스레트 지붕 위
파란 우산 펼쳐든 하얀 박꽃
솜털 보송보송 구슬만 한 조롱박 매달고
별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젊은 태양 사모하던 해바라기
제풀에 지쳐 고개 숙이고
진종일 동구 밖 지키던
은행나무 옆구리에 둥근달 매달아 놓고
호박잎, 풋고추 넣어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 뚝배기
마주하는 저녁 상
모기에게 좀 뜯기면 어떤가
할인마트 부채면 또 어떻고
총총한 별빛 맑은 은하수에
초승달 쪽배 띄우고
시원한 수박 한쪽 베어 물면
가슴이 청청 하다
풀벌레 합창 소리
이슬에 젖어들 때쯤
내 마음도 촉촉이 꿈길에 젖어든다
바이올린
늑골 에이어
오열하며
토해 내는 그의 절규
우린
왜
고혹의 선율이라 부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