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는 /이현 연작동화집/ 김홍모 그림 / 창비
연작동화집이란 말처럼 이 책은 표면적으로 날씨를 소제목으로 하고 있다.
햇빛 쏟아지는 날, 모두가 하얀 날, 계절이 바뀔 때, 비 온 뒤 갬.
이렇게 4개의 날씨에 맞게(4개의 날씨가 결국 가을, 겨울, 봄, 여름이다) 4가지의 이야기가 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그리고 그 4가지의 이야기가 단락 단락마다 따뜻함이 묻어나고 전체적으로는 씁쓸한 우리 사회를 담고 있어 그냥 가볍게 읽고 지나갈 동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동화의 장점은 살아있는 캐릭터다.
배경은 양지주택이라는 다세대 주택이다. 예전 판자집이 즐비했을 때 양지주택은 그야말로 최신식 집이었다. 하지만 고층 아파트가 우후주군 늘어나는 요즘 양지주택은 예전 판자집만큼의 이미지로 전락해버렸고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책의 앞에 보면 등장인물에 사진이 나온다. 모두 18명. 편집자의 아이디어인지 작가의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등장인물을 가족단위로 사진으로 정리해줌으로써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됐다.
이 글을 썼을 때, 작가가 미리 등장인물을 정하고 그 인물에 대한 캐릭터를 설정하고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일관된 행동과 말투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그것이 더욱 캐릭터가 살아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주위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거침없음이 더욱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살아있는 대화체는 캐릭터의 더욱 살아있게 만든 것 같다. 같은 말을 해도 더 재밌고 감칠맛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데 이현 작가도 그런 매력이 있다. 같은 말을 하는데 그 말이 살아있다. 특히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은 어떤 할머니가 얘기한 것들을 녹음해놨다가 다시 들려주는 것 같다. 정말 옆에서 할머니가 나한테 얘기를 해주고 있는 것 같다. 활자인데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은 사회성 반영의 반영이다.
-고물 줍는 것도 전 같지 않아. 아파트는 재활용 업체에서 죄 거둬 가기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은 들어가지도 못하거든. 이거야 원, 뭘 해서 먹고 사나.... 에이! 속 터지는데 막걸리나 한잔 해야지!
-나랏일? 벌건 대낮에 사지 육신 멀쩡한 장정들이 그래, 도둑놈 잡으러 다닐 생각은 않고 뭐 하는 짓인교? 오만 숭악한 놈들이 오만 숭악한 짓을 다 하고 다니드마, 그런 놈들 잡을 생각은 안 하고 뭐라꼬? 하이고야, 나랏일 이래 가꼬 자알 돌아가겠다. 정초부터 이래 애먼 짓이나 하고 다니면서 나랏밥이 목구녕으로 잘도 넘어가는갑지?
특히 두 번째 이야기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지 모르겠다. 조금 낯을 붉히게 되는 말들도 있는데. 무조건 방글라데시에서 온 사람들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말이 나온다. 분명 우리 모두가 들었던 얘기고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는 내용인데도 읽으면서 낯을 찡그리게 된다. 아무래도 민낯을 마주하는 거북함때문이겠지. 과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아이들은 어떤 느낌으로 읽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그 부분이 없다면? 책의 흐름이 무리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고 우리 사회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불편한 시선. 어른들의 왜곡된 부분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일까?
동화. 어렵다. 아직 동화랑 손도 못잡아 보고 힘껏 안아보지도 못했는데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내가 이책에서 느낀점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귀담아 듣자는 것이다. 살아있는 캐릭터를 위한 살아있는 대화체는. 현재.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말을 예리하게 캐치하는 일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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