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테 산장에서 만나는 한 끼의 행복
돌로미테 산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배낭을 내려놓고 메뉴판부터 바라보게 됩니다.
산장의 단품요리는 대체로 20유로 안팎입니다. 산 아래 식당보다 선택지는 많지 않지만, 몇 시간 동안 걸은 뒤 먹는 음식이라 맛의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폴렌타입니다. 옥수숫가루를 천천히 끓여 만든 음식으로, 부드러운 죽과 으깬 감자의 중간 같은 식감입니다. 그 위에 소고기 굴라시나 사슴고기, 버섯, 소시지를 곁들입니다. 폴렌타 자체는 담백하지만 진한 고기소스가 스며들면 고소하고 든든한 산장 음식이 됩니다.
카네데를리는 빵을 우유와 달걀에 불려 동그랗게 만든 티롤식 경단입니다. 스펙 햄, 치즈, 시금치가 들어가며 국물에 담겨 나오거나 버터와 치즈를 뿌려 나옵니다. 보기에는 투박하지만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짭조름한 햄과 치즈 향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굴라시 수프는 우리나라의 진한 소고기국과 스튜 사이에 가까운 맛입니다. 소고기와 양파를 오래 끓여 국물이 걸쭉하고 약간의 향신료 맛이 납니다. 비를 맞았거나 찬바람을 오래 맞은 날에는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입니다.
카순치에이는 돌로미테 지역에서 자주 만나는 반달 모양의 라비올리입니다. 속에는 비트나 시금치, 치즈가 들어가며 녹인 버터와 치즈를 뿌려 먹습니다. 비트가 들어간 것은 은은한 단맛이 나고, 시금치와 치즈가 들어간 것은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슈페츨레는 짧고 통통한 달걀면입니다. 시금치나 치즈, 크림소스와 함께 나오는데 쫄깃하기보다는 부드럽고 포근한 맛입니다. 우리 입맛에는 크림수제비와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돌로미테와 남티롤 산장에서는 폴렌타, 뇨키, 카네데를리, 슈페츨레, 사과 슈트루델 같은 소박한 산악 음식이 대표적으로 소개됩니다.
음식 옆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빠질 수 없습니다.
맥주는 보통 5유로에서 7유로 정도입니다. 땀을 흘리고 산장 테라스에 앉아 마시는 첫 모금은 쌉싸름하면서도 목을 시원하게 씻어줍니다. 거대한 암봉과 구름을 바라보며 마시면 비싼 와인보다 더 만족스럽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합니다. 산장에 따라 다르지만 약 2유로에서 4유로 정도를 예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작은 잔에 담겨 나오지만 향은 강하고 맛은 진합니다. 처음에는 쓰게 느껴지지만 한두 모금 마시면 입안의 기름진 맛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집니다.
마지막은 따뜻한 사과 슈트루델입니다. 얇은 반죽 안에 사과와 건포도, 계피를 넣어 구운 디저트로, 새콤한 사과와 달콤한 계피 향이 잘 어울립니다. 생크림을 곁들이면 조금 더 부드럽고 풍성해집니다. 슈트루델은 돌로미테와 남티롤을 대표하는 전통 디저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산장에서 먹는 것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닙니다.
폴렌타 한 접시에는 오늘 걸어온 능선이 담겨 있고, 맥주 한 잔에는 흘린 땀이 담겨 있습니다.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에는 다시 길을 걸을 힘이 들어 있습니다.
단품요리 20유로, 맥주 5유로에서 7유로, 에스프레소 한 잔.
저녁은 3코스로 35ㅡ45유로 수준.
도시에서는 평범한 식사일지 모르지만, 돌로미테 산장에서는 오래 기억되는 여행의 맛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