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 연금 상태서 대리 전달
김대중도서관 “남녀평등 의지 담겨”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30일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9주기를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6월19일 김 전 상임고문과 부인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 후보로 추천한 서신(사진)을 공개했다.
김대중도서관이 29일 공개한 서신을 보면 김 전 대통령은 “김근태와 그의 부인 인재근은 10년 넘는 세월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용감하고 끊임없이 앞장서서 노력해왔다. 이들을 1987년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그해 김 전 상임고문과 인 의원은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받았다. 이 상은 1968년 암살당한 로버트 케네디 미 연방 상원의원을 기리기 위해 1984년 제정된 상이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가택연금 상태로 외부와 접촉이 자유롭지 못해, 미국 내에서 김 전 대통령과 미 의회를 연결하는 가교였던 최성일 박사가 김 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추천서를 작성해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 관계자들에게 보냈다. 이 때문에 서신에는 김 전 대통령의 서명이 없다.
김 전 대통령은 서신에서 “김근태는 1965년부터 1972년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일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그는 한국 정부의 표적이 돼 1965년부터 1983년 사이 7번 투옥됐다”며 “인재근 또한 일생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헌신해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이들의 헌신과 기여를 인정하는 것은 이들만의 영광이 아니라 3000명이 넘는 양심수와 한국민들에 대한 지지와 격려의 표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대중도서관은 보도자료에서 “군사독재 정권의 폭압적 성격과 이에 저항하는 한국 민주화 세력의 고난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김근태·인재근 부부를 인권상에 추천한 것”이라며 “부부를 공동 추천했다는 점에서 남녀평등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의지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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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292203025&code=100100#csidx9163cbf108448e6b29c5f6bf40109a2